서울역 1번 출구, 원래는 남부역이었다! 사라진 남부역의 흔적을 찾아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6.04.07. 15:08

수정일 2026.04.07. 15:44

조회 262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315) 서울역 남쪽, 1958년 생겼다 2000년 사라진 '남부역' 이야기
시민기자 한우진의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서울역 본역사가 철도역으로 쓰이던 시절의 모습. 한때 철도박물관 분관(分館)도 있었다.(1997년) ©철도박물관
서울역 본역사가 철도역으로 쓰이던 시절의 모습. 한때 철도박물관 분관(分館)도 있었다.(1997년) ©철도박물관
4월 1일은 우리나라에 고속철도가 개통된 지 2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고속철도 서울역 자리'남부역'이라는 별도의 역이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가 '서울역'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모습은, 비잔틴풍의 돔이 설치되고 붉은 벽돌과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옛 서울역의 모습이다. 내부에는 스테인드글라스까지 설치되어 있는 르네상스풍 절충주의 양식이다.
옛 루체른 역의 모습(1896년) ©public domain
옛 루체른 역의 모습(1896년) ©public domain
당초 이 건물은 일본 도쿄역을 모델로 하여 일본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다쓰노 긴고’가 설계했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현재는 다쓰노의 제자였던 ‘츠카모토 야스시’ 도쿄대 교수가 스위스의 옛 루체른 역을 모델로 하여 설계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애초에 도쿄역은 서울역보다 훨씬 길게 좌우로 뻗은 형태라 기본 구조가 다르다. 이 같은 옛 서울역은 1925년 9월에 준공되어서 벌써 100년이 넘었다. 작년 가을에는 이를 기념하는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2003년 말 개통된 2차 민자역사 현 서울역(2020년) ©서울연구원
2003년 말 개통된 2차 민자역사 현 서울역(2020년) ©서울연구원

100년 역사의 서울역, 두 번의 큰 변화 있었다

그동안 서울역은 두 번의 큰 변화를 겪어왔다. 우선 철도청 시절이던 1988년 9월 서울올림픽 개최 시기에 맞춰 서울역 뒤편으로 민자역사를 만든 것이다. 이 민자역사의 특징은 기존 서울역의 출입구 역할은 그대로 유지하고, 서울역 선로 위에 역무 공간을 추가로 만든 것이다. 이를 '선상역(線上驛)'이라고 하는데, '선로 위에 대합실(맞이방)이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 변화는 2004년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일어났다. 고속철도 개통으로 이용객 급증을 예상한 당국에서는 서울역 증축 공사에 들어갔다(2000년 5월). 이번에는 기존 서울역 남쪽에 완전히 별도의 공간을 짓기로 하였다. 이것을 '2차 민자역사'라고 할 수 있겠는데, 2003년 11월 28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실제 KTX의 운행은 이듬해 4월 1일부터였다. 이에 따라 빈 공간이 된 옛 서울역은 문화역서울284라는 문화공간으로, 1차 민자역사는 할인점으로 바뀌었다.
지도에 표시한 서울역(적색: 본역사, 주황색: 1차 민자역사, 청색: 서부역, 녹색: 2차 민자역사, 황색: 남부역) ©서울시 지도, 한우진 표시
지도에 표시한 서울역(적색: 본역사, 주황색: 1차 민자역사, 청색: 서부역, 녹색: 2차 민자역사, 황색: 남부역) ©서울시 지도, 한우진 표시
그런데 서울역은 민자역사 건설 전부터 공간 부족에 시달려 왔다. 해방 이후 서울시의 폭발적인 성장을 생각하면 익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당시 철도 당국에서는 서울역의 혼잡을 분산하기 위하여 서울역 근처에 일종의 위성(衛星)역을 지었다. 그것이 바로 옛 서울역 기준 서쪽에 있는 서부역과 남쪽에 있는 남부역이다.

현재 서부역은 1차 민자역사와 같이 할인점으로 쓰이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아직 남아있긴 하다. 하지만 남부역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이다. 이에 따라 이번 호에서는 서울역 남부역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추석귀성객으로 혼잡한 서울역, 본역사 왼편에 남부역이 보인다(1977년 9월 26일) ©국가기록원
추석 귀성객으로 혼잡한 서울역, 본역사 왼편에 남부역이 보인다(1977년 9월 26일) ©국가기록원

폭발적 이용객 증가와 ‘위성역’의 탄생

우리나라에는 '경(京)'자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철도노선이 많다. 이는 철도노선 이름을 지을 때 출발지와 목적지의 한자를 한 글자씩 따서 지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부선'은 서울-부산 노선, '경인선'은 서울-인천 노선이다. 물론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서 호남선, 충북선처럼 경유지를 표시하거나 장항선처럼 목적지로 표시하기도 한다.

한편 서울시는 우리나라의 수도의 역답게 많은 철도노선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역이 서울역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다들 기차를 탈 때마다 서울역으로 올라간다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도상으로는 서울보다 위에 있는 경의선이나 경원선에서도 이렇게 표현한다. (실제로 제일 높은 역은 해발 855m의 태백선 추전역이다.)
서울역 서부역의 정식 개통 전 초기 모습(1973년) ©철도박물관
서울역 서부역의 정식 개통 전 초기 모습(1973년) ©철도박물관
이렇게 서울역에 노선은 많고 이용객도 늘어나다 보니, 해방 이후 철도 당국에서는 서울역의 역할을 분담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것이 바로 서울역이긴 하되 별도의 건물을 짓는 것이었다. 이렇게 지어진 건물이 1958년 1월 10일 남부역, 1975년 9월 18일 서부역이다. 이들 역은 기존 서울역이 맡고 있던 여러 노선들을 일부 가져갔다. 남부역은 서울 주변 단거리 노선, 서부역은 방향 그대로 서울 북서쪽 방면의 경의선을 담당했다.

경의선이 현재와 같은 수도권 전철이 아니고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일반열차이던 시절, 이 열차를 서부역에서 탔었기 때문에 이를 기억하는 세대도 많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경의선이 전철이 된 후에도 문산에서 서울역으로 오는 전동차가 1시간에 한 대꼴로 운행 중인데, 이때도 서부역 쪽에 있는 지상 전철 승강장에서 탔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2017년에는 서울역경의선 전철 지상 승강장이 서쪽에서 북동쪽으로 이전했는데(강우규 의사 동상 앞), 이곳은 과거 서울역 광장에서 서부역으로 넘어가는 구름다리 입구가 있던 곳이다. 서부역과 경의선의 질긴 인연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 [관련 기사] 키워드로 알아보는 경의선 완전개통'
개통 당시 서울역 남부역 건물 ©대한뉴스
개통 당시 서울역 남부역 건물 ©대한뉴스

단거리 노선 전담역, 남부역

그러면 남부역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서울역의 단거리 노선 취급역이었다. 과거 서울역은 지금처럼 장거리 노선만 다니는 역이 아니었다. 1974년에 수도권 전철이 생기기 전에 서울에서 인천을 가려면 어떡해야 했을까? 서울역에 가서 기차를 타야 했었다. 전철이 없었기 때문에 대신 기차를 타고 갔어야 했던 것이다.
남부역 표 파는곳 창구 ©대한뉴스
남부역 표 파는곳 창구 ©대한뉴스
그래서 과거 서울역에는 인천으로 가는 경인선, 춘천으로 가는 경춘선, 동두천·연천 쪽으로 가는 경원선 등의 일반열차가 운행되었다. 지금은 다들 전철로 갈 수 있는 곳이다. 서울역 본역이 혼잡해지자, 가까운 곳에 작은 역을 짓고 단거리 노선은 이쪽에 가서 타게 한 것이다. 그게 바로 서울역 남부역이다.
인천행 출발시각 10시 40분이 표시된 남부역 개표구 ©대한뉴스
인천행 출발시각 10시 40분이 표시된 남부역 개표구 ©대한뉴스
남부역은 서울역 본역과 벽과 벽 거리로 20m 남쪽에 떨어진 곳에 지어졌다. 개장일은 1958년 1월 10일이었다. 서울역 남부역의 옛 사진을 보면 경인선, 경원선, 경춘선 매표창구를 볼 수 있다. 또한 인천행 열차시각이 표시된 개표창구와 마분지(에드몬슨식) 승차권에 구멍을 내는 역무원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과거에 서울에서 인천은 아무 때나 오는 전철을 타는 게 아니고, 시간이 정해진 기차를 타고 가는 방식이었다.
개축 공사 중으로 추정되는 1973년 당시의 서울역 남부역 ©철도박물관
개축 공사 중으로 추정되는 1973년 당시의 서울역 남부역 ©철도박물관

전철 개통과 '하차 전용역'으로의 변신

그런데 1974년에 인천까지 가는 수도권 전철이 개통되자 남부역의 역할이 애매해졌다. 일단 서울역에서 인천으로 가는 기차 자체가 없어졌다. 이제는 서울역 광장 지하에 있는 서울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전철을 타고 가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또한 전철이 성북역(현 광운대역)까지 개통되자 굳이 서울역까지 경원선이나 경춘선 열차가 들어올 필요도 없게 되었다. 일반열차 경원선은 성북역, 경춘선은 청량리역에서 타는 것으로 바뀌었다. 승객은 기차를 타기 위해 두 역까지 전철로 가면 된다.

결국 서울역의 단거리 전담역이라는 남부역은 제 할 일을 잃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남부역이 새로 맡은 역할은 바로 서울역의 출구 전용 역이었다.
1976년 서울역 본역에서 승강장으로 가는 하얀 구름다리가 보인다(왼쪽에 잘려 보이는 것이 남부역) ©국가기록원
1976년 서울역 본역에서 승강장으로 가는 하얀 구름다리가 보인다(왼쪽에 잘려 보이는 것이 남부역) ©국가기록원
1984년 서울역의 모습. 본역사 왼쪽에 남부역이 보인다. ©서울역사박물관
1984년 서울역의 모습. 본역사 왼쪽에 남부역이 보인다. ©서울역사박물관
과거 서울역 본역은 열차를 타러가는 승객과 내려서 나오는 승객이 구름다리에서 만나는 구조였다. 이는 혼잡을 가중시킨다. 그래서 서울역 승강장 중간에 지하통로를 만들고 하차 승객은 이쪽을 이용하도록 동선을 바꾸었다. 그리고 하차객이 광장으로 나오는 관문이 남부역인 것이었다. 필자는 90년대 서울역을 이용할 때 열차를 타러 갈 때는 본역의 1차 민자역사를 이용하고, 서울역에 도착해서 나올 때는 지하통로와 남부역을 통해 광장으로 나온 기억이 있다.
오른쪽에 서울역 본역사와 그 뒤에 1차 민자역사가 보인다. 왼쪽 끝에 보이는 건물이 남부역이다.(1995년) ©철도박물관
오른쪽에 서울역 본역사와 그 뒤에 1차 민자역사가 보인다. 왼쪽 끝에 보이는 건물이 남부역이다.(1995년) ©철도박물관

지금 서울역 남부역은 어디에 있나?

이렇게 하차 전용역으로 잘 이용되던 서울역 남부역은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2004년 고속철도 개통을 대비한 2차 민자역사 공사가 2000년부터 시작된 것이다. 2차 민자역사는 서울역 본역사 남쪽에 짓기로 했다. 결국 남부역은 이때 철거되었다.
정면에 보이는 둥근 유리 지붕(지하철 서울역 1번 출구)이 과거 서울역 남부역 위치다.(2020년) ©서울연구원
정면에 보이는 둥근 유리지붕(지하철 서울역 1번 출구)이 과거 서울역 남부역 위치다.(2020년) ©서울연구원
현재 남부역의 위치는 바로 지하철 서울역 1번 출구이다. 이곳은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으로 올라가는 곳으로서, 에스컬레이터가 2개 층으로 연이어 설치되어 있다. 아울러 지하철역에서 철도역으로 가는 승객이 비를 맞지 않도록 둥글게 생긴 특징적인 유리지붕이 설치되어 있는데, 바로 이곳이 과거 서울역 남부역이 있던 곳이다.

결국 지금 서울역 남부역은 사라졌지만, 그 후신인 2차 민자역사의 일부가 되어 지하철역과 고속철도역을 이어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왼쪽 남부역에 명절 임시매표소가 설치되어 있다.(1991년) ©국가기록원
왼쪽 남부역에 명절 임시매표소가 설치되어 있다.(1991년) ©국가기록원

짧고 굵게 살았던 남부역이 남긴 유산

비록 서울역 남부역은 그 역할을 마치고 없어졌지만, 남부역이 남긴 유산은 적지 않다. 산업화가 본격 시작되기도 전인 1958년 인천행 열차의 혼잡을 내다보고 시설을 확충한 선견지명과, 시대가 바뀜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하며 다양한 역할을 맡았던 유연성이 대표적이다. 특히 남부역의 역할에는 과거 명절 승차권의 현장 예매 창구로 사용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광장과 바로 이어져 있어서 혼잡 분산 효과가 탁월했기 때문이다.
남부역 쪽에 있던 서울역의 지상 전철용 승강장. 지금도 남아 있다. ©한우진
남부역 쪽에 있던 서울역의 지상 전철용 승강장. 지금도 남아 있다. ©한우진
남부역에서 시작된 ‘서울역에서 인천행을 탄다’. ‘서울역에서 단거리 열차를 탄다’라는 감각은 그 이후에도 이어져서, 서울역에서 인천으로 가는 버스는 시외버스와 광역버스 시절을 거쳐 아직까지도 운행 중이다.(현재는 서소문고가차도 철거 공사로 인해 일시 단축중이다.)

또한 수많은 기차 승강장을 갖춘 서울역 동쪽 끝에는 전철용 지상승강장이 1개 있고, 현재도 이곳까지 운행 중인 수원 방면 급행전철이 있는데 이것도 남부역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부역의 물리적 건물은 사라졌어도 서울역의 단거리 수송 기능은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다.

백 년 넘게 자리를 지킨 본역에 비해, 그 절반의 시간도 채우지 못한 채 사라진 남부역은 철도역이 가질 수 있는 짧고도 굵은 생애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민기자 한우진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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