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돈키호테인가? 명사특강을 듣고 다시 책을 펼쳤다! (ft.인문학 강좌)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6.04.06. 11:26

수정일 2026.04.06. 17:53

조회 307

용산구청이 마련한 명사특강 '돈키호테를 아십니까, 왜 지금 돈키호테인가'가 열렸다. ⓒ윤혜숙
용산구청이 마련한 명사특강 '돈키호테를 아십니까, 왜 지금 돈키호테인가'가 열렸다. ⓒ윤혜숙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만났던 『돈키호테』의 장면이 떠올랐다. 기사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나머지 스스로를 기사로 착각한 한 인물이 등장했고, 풍차를 향해 돌진하거나 포도주 자루를 괴물로 오해하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당시에는 현실과 이야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돈키호테를 ‘미친 사람’으로 여기며 안쓰럽게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필자에게 돈키호테는 오랫동안 이상주의자이자 무모한 도전자로 각인돼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때로는 그런 무모함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 이것저것 따지다 결국 아무것도 실행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이 반복되는 요즘, 오히려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이날 강연에서는 그동안 알고 있던 돈키호테와는 다른 면모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들었다.
용산구는 구민의 평생학습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는 ‘명사특강’을 운영하고 있다. ⓒ윤혜숙
용산구는 구민의 평생학습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는 ‘명사특강’을 운영하고 있다. ⓒ윤혜숙
3월 31일 오후, 용산아트홀 가람 소극장에는 인문학 강연을 찾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용산구청이 마련한 명사특강 '돈키호테를 아십니까, 왜 지금 돈키호테인가'가 열린 자리였다.

용산구는 구민의 평생학습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는 ‘명사특강’을 운영하고 있다. 인문학, 문화, 사회 등 폭넓은 주제를 통해 시민들이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 이날 역시 약 300여 명의 구민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안영옥 명예교수(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는 『돈키호테』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풀어냈다. ⓒ윤혜숙
안영옥 명예교수(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는 『돈키호테』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풀어냈다. ⓒ윤혜숙

돈키호테는 미친 인물이 아닌 ‘행동하는 인간’

강연을 맡은 안영옥 명예교수(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는 『돈키호테』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풀어냈다. 흔히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엉뚱한 인물’로 알려진 돈키호테를,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존재로 재해석한 것이다.

안 교수는 “사람은 가문이나 배경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으로 존재를 만들어가고, 돈키호테는 바로 그 점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이 작품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진리를 다루고 있다"라고 했다.

안 교수는 이번 강연이 ‘돈키호테의 재발견’이 아니라 ‘돈키호테의 진면목을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강연은 돈키호테의 기행이나 익살스러운 면모에 초점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돈키호테의 말을 직접 인용하며, 당시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정면으로 비판했던 인물로서의 모습을 조명했다. 안 교수는 “돈키호테는 단순히 웃음을 주는 인물이 아니라, 정의롭지 못한 현실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돈키호테』는 단순한 고전을 넘어 근대소설의 출발점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는 이 작품을 통해 기존 기사도 문학을 해체하면서도, 새로운 서사 구조를 만들어냈다. 특히 하나의 절대적 시선이 아닌 여러 인물의 관점이 공존하는 서술 방식, 독자가 스스로 의미를 해석하도록 여지를 남기는 구조는 오늘날 소설의 기본 형식을 열었다고 평가된다.
돈키호테는 기행을 일삼는 인물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지켜낸 인물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윤혜숙
돈키호테는 기행을 일삼는 인물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지켜낸 인물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윤혜숙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를 찾는 질문’

강연 말미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돈키호테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안영옥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죽음이 죽음으로도 그의 목숨을 이기지 못했어요. 불멸했다는 이야기예요. 삶이라는 거는 미친 거예요. 꿈을 갖고 사는 자가 미친 자입니까,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는 게 미친 겁니까?”라고 반문했다. 이 답변은 강연의 핵심을 다시 한 번 압축해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강연 후 이어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안영옥 교수는 『돈키호테』가 오늘날 시민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너무나 물질에 휘둘리고 사회 정세에 너무 휘둘리고 정치의 이론 속에 너무 매몰되어 살고 있는데, ‘나는 누구인가’, ‘올바른 세상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서울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이 질문은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이번 용산구 명사특강은 단순한 강연을 넘어, 도시 속에서 인문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기술과 정보가 넘치는 시대일수록, 오히려 인간의 본질과 삶의 방향을 묻는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연장을 나서는 시민들의 표정에는 각자의 질문이 담겨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이다. 속도를 좇아 달려온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용산구가 마련한 명사특강은 바쁜 도시의 삶 속에서도 여전히 필요한 ‘사유의 시간’을 시민들에게 전하고 있었다.
바쁘게 살아갈수록 인간의 본질과 삶의 방향을 묻는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윤혜숙
바쁘게 살아갈수록 인간의 본질과 삶의 방향을 묻는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윤혜숙

각 자치구마다 열리는 인문학 강좌 들어보길…

용산구 명사특강은 용산구교육종합포털을 통해 누구든 신청할 수 있다. 회원가입 후 로그인하면 강좌별 신청이 가능하다. 대부분 무료로 운영되며, 선착순 접수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사전 신청이 필요하다. 용산구의 다음 명사특강은 9월경 다시 열릴 예정이다.

용산구는 명사특강 외에도 평생교육 프로그램, 인문학 강좌, 직업 역량 교육 등 다양한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AI·디지털 교육과 인문학 강좌를 함께 운영하며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용산구 외 지역 시민들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에서는 자치구별 평생학습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각 구청 홈페이지나 서울시 평생학습포털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일수록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의 방향을 돌아보는 시간 역시 필요하다. 명사특강은 단순한 강연을 넘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 공공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동안 바쁘게 사느라 잊고 지내왔던 나를 찾기 위한 여정으로, 오랜만에 『돈키호테』를 다시 펼쳐보고 싶어졌다. 용산구 명사특강이 남긴 가장 큰 수확은, 책을 다시 읽게 만드는 힘이었다.

인문학 강좌 찾아보기

용산구교육종합포털 및 각 구청 홈페이지
서울시 평생학습포털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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