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마음편의점, 진정한 인간적 연결 상징 공간"… 英 가디언 집중 조명

내 손안에 서울

발행일 2025.07.18. 15:19

수정일 2025.07.18. 15:40

조회 3,528

언론에서 본 서울
즉석라면, 족욕기, 상담사들: 서울, ‘마음편의점’으로 외로움에 맞서다(英 가디언 / 2025.7.16.)
붐비는 서울 밤 거리
붐비는 서울 밤 거리
한국이 외로움이라는 전염병에 대처하고 있는 가운데, 수도 서울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야심찬 새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서울 동쪽 동대문의 한 커뮤니티 센터 3층, 무더운 여름 더위로부터 벗어난 시원한 공간 입구에는 안마 의자가 조용히 진동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공간은 조용한 활동으로 생동감을 띤다. 터치스크린 보드게임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삐 소리, 조리 공간에서의 조용한 대화, 책장을 넘기는 소리 등이 어우러진다.

53세의 엄미희 씨는 적외선 족욕기에 발을 담그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정말 기분이 좋아요.” 엄 씨는 말한다. “요즘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족욕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녀는 이어서 안마 의자 옆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곳은 서울의 ‘마음편의점’ 중 하나로, 외로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이 편안히 앉아 간단한 식사를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혹은 그냥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수동적인 상호작용만으로도 서울의 외로움이라는 전염병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아이디어에 기반을 두고 있다. 더 깊은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상담사도 상주한다.

인구 약 1천만 명의 도시 서울에서는 1인 가구 비중이 지난 20여 년간 16%에서 거의 40%로 급증했다. 2022년 서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62%가 외로움을 경험한다고 응답했으며, 서울시 추산에 따르면 약 13만 명의 청년이 사회적 고립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는 2023년 한 해에만 3,600건이 넘는 ‘고독사’, 혼자 사망한 후 장기간 발견되지 않는 사례가 기록되었다.

지난해 말, 서울시장은 ‘외로움 없는 서울’이라는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총 4,513억 원(약 2억 4,200만 파운드)을 투자해 이 문제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낮은 행복 수준, 높은 자살률, 우울증은 모두 외로움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외로움 없는 서울’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외로움 없는 서울’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외로움 그 자체를 다뤄야 했다’

정신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온 엄 씨는 혼자 살고 있으며, 동대문구 지역 소식지를 통해 이 센터를 알게 되었다. “기분이 가라앉을 때 집에만 있으면 더 안 좋아져요.” 그녀는 말한다.

“갈 곳이 진짜 없고, 신발을 신는 것도 버거울 때가 있어요. 그런데 이런 곳이 있으면 ‘거기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고, 밖에 나오는 게 좀 더 수월해져요.” 동대문점은 3월에 문을 연 네 곳의 시범 지점 중 하나다.

‘편의점’이라는 콘셉트는 사회적 낙인을 피하면서, 동시에 한국 문화의 친숙한 요소를 활용한 것이다. ‘편의점’은 사람들이 하루 중 언제든 간식이나 음료를 사기 위해 들르는 동네의 일상적 공간이다.

이 익숙함은 동대문에 있는 이 공간을 보다 친근하게 느끼도록 한다. 엄 씨의 표현을 빌리면, “카페랑 편의점의 중간쯤 되는 느낌이에요.”

서울시의 고독 대응 전담부서에서 근무하는 김세헌 주무관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외로움 관련 정책은 위기 상황에 놓인 고립된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외로움 그 자체, 즉 고립이나 단절에 이르기 전의 주관적 감정 상태를 다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편의점 형태의 공간과 더불어, 서울시는 지난 4월 ‘외로움 24시간 핫라인(외로움안녕 120)’도 출범시켰다. 7월 초까지 이 서비스는 1만 건 이상의 전화를 받았으며, 이는 연간 목표였던 3,000건을 훌쩍 넘긴 수치다. 이 중 약 6,000건은 단순히 외로움을 느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걸려온 전화였다. 발신자의 63%는 중장년층, 31%는 청년, 5%는 노년층이었다.
외로움을 겪는 주민들이 식사를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혹은 그냥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외로움을 겪는 주민들이 식사를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혹은 그냥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곳

동대문센터에서는 이용자가 시설을 이용하기 전에 5문항의 간단한 외로움 진단 설문을 작성한다. 이용자들은 라면을 직접 끓여 먹을 수 있으며, 식사 제공 횟수는 평가된 고립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51세의 이용자 이원태 씨는 이 센터가 금세 자신의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 지역에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인맥을 쌓는 중이라는 그는, 다리에 불편함이 있어 걷기 운동을 할 겸 거의 매일 이곳을 찾는다.

“아직 친한 친구가 별로 없어요.” 그가 말한다. “걷는 건 많이 하는데, 너무 멀리 가면 힘들어요. 여기 와서 쉬었다가 다시 걸어요.”

엄 씨처럼, 그는 강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원하지는 않는다. “그냥 이렇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제게는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동대문센터를 운영하며 방문자에게 상담도 제공하는 사회복지사 유동헌 씨는, 이용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며 초기 기대치를 훨씬 넘어섰다고 말한다.

“서울의 다른 자치구뿐 아니라 김포, 의정부, 심지어 안산 같은 서울 외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옵니다.” 그가 전한다.

“오늘 아침에는 여러 차례 자살 시도를 한 사람이 왔어요. 손에는 아직도 상처 자국이 남아 있었죠. 그런 분들이 오면 바로 복지서비스와 연계합니다.”
이용자들은 라면을 직접 끓여 먹을 수 있다. 식사 제공 횟수는 평가된 고립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이용자들은 라면을 직접 끓여 먹을 수 있다. 식사 제공 횟수는 평가된 고립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경험에서 오는 공감과 지지

센터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인 ‘치유활동상담사’ 이인숙 씨는, 빠른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어쩌면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을 전한다. 누군가 자신과 같은 길을 걸어왔다는 사실에서 오는 위안이다.

10년 전, 그녀는 20년 넘게 이어진 결혼 생활이 끝났다. 경제적 지원 없이 두 자녀를 혼자 키워야 했던 그녀는 절망 속으로 빠져들었다.

“기운이 빠지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녀는 회상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키워야 했기 때문에 정신을 차려야 했어요.”

그녀의 회복은 길고 험난했지만, 이제 그녀는 그 경험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고 있다.

“청년들은 취업과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중장년층은 경제적 어려움과 강제 퇴직을 겪고 있어요. 노인들은 빈곤과 건강 문제로 힘들어하고요.”

현재 그녀는 주 1회 센터에서 활동하며, 인내심을 바탕으로 접근하고 있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과 전혀 말하지 않는 분들도 있어요. 그건 당연한 거예요. 하지만 이 공간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해요.”

그녀에게 이 센터는 형식적인 서비스에서는 자주 놓칠 수 있는, 진정한 인간적 연결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그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거예요.”

※ 위 기사는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The Guardian)’에 보도된 내용입니다. 기사 원문은 해당 언론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출처 : 더 가디언(The Guardian)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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