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들의 숭고함을 느낄 수 있는 양화나루길, ‘한강역사탐방’

시민기자 강순자

발행일 2025.06.10. 09:27

수정일 2025.06.10. 17:08

조회 561

한강역사탐방 양화나루길이 시작되는 합정역 7번 출구 이정표 ©강순자
한강역사탐방 양화나루길이 시작되는 합정역 7번 출구 이정표 ©강순자
서울에 살면서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며 한강을 건너 다니지만 정작 한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 지하철 홍보 벽에서 한강이야기여행 포스터를 보고 궁금했다. 누리집에 들어가 보니 한강역사탐방이 무려 15코스가 있었다. 내가 사는 곳은 강동권이라 서쪽 동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우선 ‘양화나루길’을 예약했다. ☞ [관련 기사] 무료로 즐기는 도보여행! '한강역사탐방' 16코스로 확대
조영희 해설사의 안내로 약 2시간의 ‘한강역사탐방 양화나루길’이 진행되었다. ©강순자
조영희 해설사의 안내로 약 2시간의 ‘한강역사탐방 양화나루길’이 진행되었다. ©강순자
한강역사탐방을 예약하고 출발 1주일 전에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지하철 합정역 7번 출구 오전 10시까지 모이라는 내용이었다. 출발 당일 합정역에 도착하니 일정에 있는 옛 마포나루와 절두산 성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합정역 출구에는 한강역사탐방 깃발을 꽂은 조영희 해설사가 반갑게 맞이하고 근처 벤치에서 오늘 일정을 안내했다. 일정은 서울 양화나루와 잠두봉 유적 일대에서 진행되었다. 토요일이라 묘지와 성지에 참배객이 많아, 현장에서 먼저 설명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곳 합정동은 예로부터 버드나무가 많았고, 한성을 넘보는 외적들이 쉽게 들이닥칠 수 있는 국방의 요충지입니다. 여러분 합정동의 뜻을 아시나요? 합정(蛤井)동은 조개 합(蛤) 자로 우물 바닥에 조개 껍데기로 마감된 우물인데 일본이 합정(合井)으로 바꿔 본래의 의미를 잃게 했지요.” 조영희 해설사의 해설이 시작되었다. 마치 옛날 이야기 책을 펼치듯 시간 여행이 시작되었다.

많은 순례자가 방문하는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첫 방문지는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으로 한민족의 근대사를 반추해 볼 수 있는 사색의 공간이었다.

“이곳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근간이 만들어지게 기여한 선교사 묘역입니다. 병인양요(1866), 신미양요(1871) 때 대원군이 전국에 척화비를 건립했죠. 로스와 이응찬 등이 최초의 한글 성서(누가 요한복음)를 출간했고, 알렌이 광혜원과 배재학당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스크랜톤 여사가 이화학당을 개설하여 한국의 교육 사업이 새롭게 시작되었죠.”

해박한 역사 이야기 속에 우리가 잘 알던 언더우드, 아펜젤러 등의 묘 앞에서 해설이 이어졌다. 이곳 양화진에 묻힌 최조의 선교사는 1890년 별세한 헤론라고 한다. 해설사를 따라 걸으니 남의 나라에서 한국을 사랑했던 선교사들의 열정과 신앙심에 감동이 느껴졌다. 묘역은 정갈하고 안내문이 잘 부착되어 있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특히 한국기독교 100주년기념교회 자원봉사자들이 여기저기에서 꽃과 나무들을 손질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선교기념관 ©강순자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선교기념관 ©강순자
  • 셔우드 홀 공적비 ©강순자
    셔우드 홀 공적비 ©강순자
  • 스크랜턴 기념비 ©강순자
    스크랜턴 기념비 ©강순자
  •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전경 ©강순자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전경 ©강순자
  •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선교기념관 ©강순자
  • 셔우드 홀 공적비 ©강순자
  • 스크랜턴 기념비 ©강순자
  •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전경 ©강순자

근대의 충돌 공간, 양화진 터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양화진 터다. 해설사가 사전에 보내 준 사진을 열고 설명을 들어 달라고 요청하면서 그늘 벤치에 우리 일행을 앉혔다.

“자, 정선의 그림을 열었나요? 양화진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영조 30년(1754)에는 군사적 주둔지로서 군진(軍陣) 설치가 완료되었지요. 이로 인해 명칭이 양화진이 되었습니다.”

일행 중 한 명인 초등학교 5학년생이 역사 책에서 들었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귀여웠다. 겸재 정선의 그림 속 양화진은 버드나무가 우거진 곳에 아름다운 한강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와는 너무나 다른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 현재의 마포구 망원동과 영등포구 양화동을 잇는 옛 나루, 양화진 터 ©강순자
    현재의 마포구 망원동과 영등포구 양화동을 잇는 옛 나루, 양화진 터 ©강순자
  • 소원을 들어주는 달 조각 ©강순자
    소원을 들어주는 달 조각 ©강순자
  • 현재의 마포구 망원동과 영등포구 양화동을 잇는 옛 나루, 양화진 터 ©강순자
  • 소원을 들어주는 달 조각 ©강순자

가톨릭 순교자를 모신 절두산 순교성지

다음 장소인 절두산 순교성지로 향했다. 해설사는 병인박해 때 천주교인들의 참형 자리인 백사장과 한강의 주변의 아름다움에 얽힌 왕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절두산의 본래 이름은 누에 머리 같다고 잠두봉(蠶頭峰), 용의 머리 같다고 용두봉(龍頭峰)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병인박해 이후 이곳에서 많은 신자의 목을 베어 절두(切頭)산이란 이름으로 불려졌다고 합니다. 이때는 흥선대원군의 섭정 시기로 러시아의 남하 정책과 서구 열강들이 통상 요구가 심해지자 주교와 신자들을 참형에 처한 사건입니다.”
  • 합정동 한강변 언덕에 있는 절두산 순교성지 ©강순자
    합정동 한강변 언덕에 있는 절두산 순교성지 ©강순자
  • 절두산을 상징하는 조각이 전시되어 있다. ©강순자
    절두산을 상징하는 조각이 전시되어 있다. ©강순자
  • 절두산 성당으로 가는 길 ©강순자
    절두산 성당으로 가는 길 ©강순자
  • 합정동 한강변 언덕에 있는 절두산 순교성지 ©강순자
  • 절두산을 상징하는 조각이 전시되어 있다. ©강순자
  • 절두산 성당으로 가는 길 ©강순자

흥선대원군의 척화비와 김대건 신부

구한말 조선과 서구 세력의 물리적 충돌, 흥선대원군의 천주교 탄압을 응징하고자 프랑스 군함 세 척이 1866년 3월에 양화진까지 침범했다가, 같은 해 10월 강화도에서 패퇴하는 병인양요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흥선대원군의 척화 의지는 강화되었고 양이(洋夷)에 더럽혀진 한강을 사교(邪敎)들의 피로 씻는다고 하면서 양화진 앞 강물을 천주교도들의 피로 물들였다.

양화진은 갑신정변에 실패한 개화파 김옥균이 능지처참되어 효시 당한 곳이기도 하다. 유유히 흐르는 강에는 서구의 물결과 조선의 묵은 정신 세계가 순순히 합류하지 못하고 충돌하여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비극의 장소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한 한강역사탐방에서 뜻밖의 조선 근대 교육과 보건을 변화시킨 선교사들의 헌신과 종교적 신념으로 처행을 당한 순교자들 그리고 성리학자 등의 다양한 생각을 해보게 됐다.

마지막으로 한강역사탐방 스탬프 투어 북에 도장을 찍고 마무리를 했다. 이후 조영희 해설사와 같이 동행한 일행과 인사를 나누고 현장에서 헤어졌다.
  • 흥선대원군이 세운 척화비 ©강순자
    흥선대원군이 세운 척화비 ©강순자
  • 우리나라 첫 신부인 김대건 동상 ©강순자
    우리나라 첫 신부인 김대건 동상 ©강순자
  • 흥선대원군이 세운 척화비 ©강순자
  • 우리나라 첫 신부인 김대건 동상 ©강순자

일거양득, 절두산 순교성지 한국천주교순교박물관과 미술 전시회 관람

탐방은 끝났지만 절두산 순교성지 한국천주교순교박물관을 조금 더 둘러봤다. 마침 지하 1층 특별기획전시실에서 9월 14일까지 열리는 이동표 작가의 ‘고향의 봄’ 초대전이 있어 역사 탐방도 하고 미술 감상도 할 수 있었다.

이번 한강역사탐방 양화나루길은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쉼 여행이었다. 앞으로 다양한 한강에 얽힌 역사 이야기들이 많이 궁금해진다. 한강역사탐방 15개 코스를 모두 완주하여 스탬프 북을 인증하면 완주 인증서와 소정의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도전해 봐야겠다

한강역사탐방 양화나루길

○ 출발지 :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7번 출구 앞 지상
○ 출발시간 : 10:00, 14:00
○ 주제 : 외국 문화의 유입
○ 이동경로 :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 - 양화진터 – 절두산 순교성지 – 양화나루터 표석
○ 모집인원 : 7명 이내
※ 선교사 묘원 등의 장소를 방문하므로 1회 최대 인원이 7명으로 제한
○ 준비물 : 생수, 모자, 양산, 운동화, 편한 복장
○ 소요시간 : 2시간 내외
한강이야기여행 누리집

이동표 작가의 ‘고향의 봄’ 초대전

○ 기간 : 2025년 5월 1일~9월 14일
○ 장소 : 절두산 순교성지 한국천주교순교박물관 지하 1층
○ 운영시간 : 화~일요일 09:30~17:00
○ 휴무 : 월요일
○ 입장료 : 무료

시민기자 강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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