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험이 사회적 가치로 재탄생! '가치동행콘서트' 참여기

시민기자 박서정

발행일 2025.06.02. 13:00

수정일 2025.06.02. 17:07

조회 744

서울 중장년 가치동행 일자리 ‘가치동행 콘서트’ 참여 후기

중장년의 경험을 사회적 가치와 새로운 일자리로 연결하는 ‘서울 중장년 가치동행일자리’는 지난해 시민 공모를 통해 기존 ‘보람일자리’에서 이름을 새롭게 바꿨다. 개인의 보람을 넘어 시 전체에 긍정적인 가치를 더하겠다는 취지를 담기 위해서다.

'가치동행일자리'란 공공과 복지 분야에서 사회공헌 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다. 참여자는 월 최대 57시간 이내에서 활동비와 교육 실비, 상해보험 등을 지원 받는다.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을 시민과 함께 나누고자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지난 5월 23일, 북부캠퍼스(창동역 인근)에서 ‘가치동행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시민들이 재단 사업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슨트 해설, 공연, 특강, 참여자 사례 발표 등으로 구성된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도슨트와 함께 둘러본 ‘가치동행’

캠퍼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가치동행일자리 도슨트 프로그램’이었다. 세 명의 참여자가 일일 큐레이터가 되어, 직접 사업을 소개하고,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내를 진행하고 있었다. 큐레이터들은 사업 개요부터 세부 영역까지 쉽게 풀어 설명했고, 자신이 참여했던 일자리에서 어떻게 커리어를 확장해왔는지 생생하게 전했다.

“저는 정원텃밭지원단으로 ◌◌초등학교에서 3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원을 취미로 가꾸다가 우연히 이 활동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학교에서 협력 강사로도 활동하며 학생들에게 배움의 가치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배우고 경험을 쌓으면 중장년에게도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도슨트는 단지 사업 설명에 그치지 않고, 실제 참여자 큐레이터와 예비 참여자 간의 자연스러운 연결점을 만들어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동기를 심어주었다. 현장에는 모바일로 세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도 마련되어 있어 참여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도슨트 프로그램은 콘서트 본 행사 전후로 두 차례 진행되었으며, 설명이 끝난 뒤에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질의응답이 이어지기도 했다.
가치동행일자리 참여자가 예비 참여자들을 위해 일일 큐레이터가 되어 도슨트를 진행하고 있다
가치동행 일자리 도슨트 프로그램 ⓒ박서정

중장년의, 중장년에 의한, 중장년을 위한

이날 본 행사는 지하 1층 ‘모두의 강당’에서 열렸다. 사전신청자 약 150명을 비롯해 현장 방문자까지 더해 강당은 이내 가득 찼다. 행사의 진행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장년미디어지원단 출신이자 현재 법무부에서 방송 진행자로 활동 중인 김민영 씨가 맡았다. 김 씨는 자신 또한 재단을 통해 방송 분야로 커리어를 전환한 중장년임을 밝혔다. 그는 “한 발짝 내딛는 용기가 중요”하다며 “오늘이 용기를 얻을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첫 순서로는 서부캠퍼스 커뮤니티 밴드인 ‘오플밴드’의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중장년 멤버로 구성된 이 밴드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 ‘장미’ 등 네 곡을 연주하며 관객과 호흡했다. 특히 ‘장미’를 관객들과 함께 따라 부르는 장면에서는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작은 음악회는 여흥을 넘어서, 중장년이 문화 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또 다른 방식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중장년 참여자로 구성된 오플밴드가 관객들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작은음악회 '오플밴드' 연주 ⓒ박서정
이어진 순서에서는 유인경 작가가 무대에 올랐다. ‘근사하게 나이 드는 조건’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유 작가는 기자 생활을 마무리한 후의 삶, 그리고 중장년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긍정적이고 유쾌한 통찰을 전했다. ‘나이 듦’이란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현상이고, 그 안에서 현재에 집중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직장 근처 정동길을 수십 년 다녔지만, 아름다움을 느껴본 건 퇴직을 할 즈음이 처음이었다. 우리는 어제를 후회하고 내일을 걱정하느라, 정작 오늘의 나를 보지 못할 때가 많다.”

많은 분들이 유 작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였고, 내용을 메모하며 경청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유인영 작가가 근사하게 나이드는 조건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유인영 작가의 '근사하게 나이드는 조건' 특강 ⓒ박서정

‘생생한 참여자 사례, 진심과 자긍심’

가치동행콘서트의 하이라이트는 참여자 3인의 생생한 사례 발표였다. 각기 다른 이유로 새로운 일자리에 도전한 세 명의 중장년이 무대에 올라, 일을 통해 자신을 다시 발견해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① 정현주 님 – 돌봄은 나의 실력

정현주 님은 ‘지역복지사업단’에서 장애 아동 돌봄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십수 년 동안 자식과 손주까지 돌봤지만 그것이 ‘내가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어느 날 딸이 건넨 한마디가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엄마, 십년 이상 일하면 그게 노하우고 실력이야.”

그 격려에 용기를 얻어 시작한 활동은 절대 만만하지 않았다. 처음엔 장애 아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애정으로만 아이를 돌보다가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관련 서적을 찾아 읽으며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자신만의 방식으로 접근해 나갔다. “아이가 밥 먹고 물 마시는 방법을 배워서 재활학교로 올라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에는 그동안의 과정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이 자연스럽게 묻어 나왔다.
가치동행일자리 지역복지사업단 참여자가 관객들에게 참여 경험을 들려주고 있다
지역복지사업단 참여 사례 발표(정남균 님) ⓒ박서정

② 정민교 님 – 새로운 경쟁자(동료)를 기다립니다.

정민교 님은 서울시 노인복지관 3곳에서 '시니어지역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 정보에 소외된 어르신들에게 복지 혜택과 정책 정보를 안내하고 사회 참여를 도울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으며 '친정 어머니께 효도하는 마음'으로 지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외부 활동이 많고 어르신들을 대하는 일이 심리적으로 쉽지 않은 점도 있지만, 이 일을 통해 얻는 것이 많다고 했다.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스스로 생산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어르신들의 격려와 미소를 받을 때는 정말 보람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아닌 타인을 돕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기 행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자리에 더 많은 ‘경쟁자’가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다만, 이 활동에 관심 있는 이들이 있다면 외부 활동이 많다는 걸 알고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가치동행일자리 시니어지역상담가 참여자가 관객들에게 참여 경험을 들려주고 있다
지역복지사업단 참여 사례 발표(정민교 님) ⓒ박서정

③ 정남균 님 – 중장년의 도전과 경험의 파트너

정남균 님은 현재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 '중장년 경력전환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내담자의 취업, 이직, 생애설계 상담을 진행하며 일자리 전반에 걸쳐 조언과 방향 제시를 돕고 있다. 그는 상담 중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재취업을 희망하는 취약계층부터 전문성과 경력을 갖춘 고경력자까지, 삶의 궤적도 고민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은 어렵다고 한다.

“상담실 문을 여는 것도 그분들에겐 큰 용기입니다. 저는 그 용기의 다음 단계를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가 되고자 합니다.”

정 씨 역시 처음부터 컨설턴트였던 것은 아니다. SE펠로우십, 중소기업 전문인력 등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경력인재(舊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퇴직 후 경험을 쌓아가며 하고 싶은 일을 끊임없이 탐색했고, 컨설턴트 일에 스스로 관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인생의 전환점 앞에 선 이들에게, 정남균 님의 이야기는 또 다른 시작이 언제든 가능하다는 믿음을 전해주는 듯했다.
가치동행일자리 중장년 경력전환 컨설턴트 참여자가 관객들에게 참여 경험을 들려주고 있다
중장년 경력전환 컨설턴트 참여 사례 발표(정남균 님) ⓒ박서정

앞으로의 가치동행도 기대된다!

이번 콘서트는 단순한 설명회가 아니었다. 중장년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경험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고, 이를 통해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기회의 장이었다. 이런 기회가 많아질수록 중장년의 삶이 더욱 풍성해지고 서울이라는 도시가 긍정적인 가치들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가치동행콘서트’는 이번이 끝이 아니다. 2차 콘서트는 7월 8일 광진구에 위치한 서울시50플러스 동부캠퍼스에서, 3차 콘서트는 9월 9일, 다시 서울시50플러스 북부캠퍼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삶의 전환점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가치동행'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늦은 시작은 없으며 지금 하는 일이 곧 미래로 연결된다. 이 여정에 함께할 기회가 늘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시민기자 박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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