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마음, '온기우편함'에 보냈더니 따뜻한 답장이 도착했어요!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5.05.14. 14:55

수정일 2025.05.14. 15:03

조회 2,307

9만 권의 도서를 보유한 강동구립해공도서관은 천호공원 안 오른편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김윤경
9만 권의 도서를 보유한 강동구립해공도서관은 천호공원 안 오른편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김윤경
서울 강동구립해공도서관 2층, 조용한 공간 한쪽에 자리한 노란 우체통 하나가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온기우편함’, 이름부터 따뜻하다.

그곳은 천호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창가 자리. 공원을 오가는 사람들의 평화로운 풍경을 보며, 문득 누군가는 그 속에서 더 깊은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바로 ‘온기우편함’이 눈에 띄었다. 마치 키다리 아저씨에게 몰래 털어놓는 비밀 편지처럼, 조심스럽게 볼펜을 들고 속마음을 조용히 꺼내어 편지지에 적어 내려갔다.
강동구립해공도서관 2층 창가에는 마음을 나누는 노란 ‘온기우편함’이 자리하고 있다. ©김윤경
강동구립해공도서관 2층 창가에는 마음을 나누는 노란 ‘온기우편함’이 자리하고 있다. ©김윤경

'나미야 잡화점’을 현실로 옮겨 놓은 듯한 곳

‘온기우편함’은 2017년, 서울 삼청동 돌담길에서 한 대학생의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누군가의 고민에 손편지로 답해 주는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그 상상은 현실이 되었고,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금은 전국 70여 곳으로 확산되었으며, 서울은 가장 많은 ‘온기우편함’이 있는 중심지다.

강동구립해공도서관 역시 그중 하나로, 조용히 따뜻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층 로비에 설치되어 있으며, 편지지와 펜이 마련돼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답장은 3~4주 이내에 우편으로 도착한다.
천호공원이 보이는 2층 복도 창가에서 ‘온기우편함’으로 보낼 편지를 썼다. ©김윤경
천호공원이 보이는 2층 복도 창가에서 ‘온기우편함’으로 보낼 편지를 썼다. ©김윤경

서울시가 함께 만드는 마음건강 안전망

한편, 서울시는 정서적 고립을 줄이고, 시민들의 정신 건강 회복을 돕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외로움과 고립·은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대책‘외.없.서(외로움 없는 서울)’를 통해 24시간 상담 전화, 심리 지원 공간, 정원 기반 치유 프로그램 등 정서적 돌봄 체계를 구축 중이다.

외롭고 고립된 시민이 방문해 상담받을 수 있는 ‘서울마음편의점’을 비롯해 위기에 처한 시민을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기관과 연계한 ‘마음건강 100℃ 프로젝트’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들 사이에서 말 없이 놓인 ‘온기우편함’은 누군가의 하루를 견디게 한다. ☞ [관련 기사] '외로움 없는 서울' 만든다…국내 첫 종합대책
‘온기우편함’ 안내문과 함께 편지지와 봉투가 놓여 있다. ©김윤경
‘온기우편함’ 안내문과 함께 편지지와 봉투가 놓여 있다. ©김윤경

설마 답장이?!

몇 주 후, 진짜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받는 이는 ‘온기 님’, 보내는 이는 ‘온기우체부’. 손 글씨로 쓰인 봉투를 여는 순간, 누군가가 내 마음을 한 글자 한 글자 읽고 답했다는 사실에 울컥했다. 문장을 읽으며, 분명 누군가의 진심 어린 응원을 받은 기분이었다.
허함을 느낄 때마다
‘아! 나는 또 성장했구나’라고 
스스로를 보듬어 보세요.
보내는 이 :  온기우체부
온기우체부가 보내온 손 글씨 빼곡한 편지. 누군가의 진심이 느껴져 더 감동이었다. ©김윤경
온기우체부가 보내온 손 글씨 빼곡한 편지. 누군가의 진심이 느껴져 더 감동이었다. ©김윤경

온기우체부가 되어주세요

답장을 기다리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온기우체부로 참여한다면, 편지들이 더 빨리 도착하지 않을까?’

‘온기우편함’은 누구나 자원봉사자로 '온기우체부'에 참여해 답장을 쓸 수 있다. 서울 방배동에서 열리는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거나, 집에서도 참여가 가능하다. 글솜씨가 없어도 괜찮다. 당신의 진심이면 충분하다.
손 편지로 답장해 주는 ‘온기우체부’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온기우편함 누리집
손 편지로 답장해 주는 ‘온기우체부’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온기우편함 누리집

마음이 허전할 때, 이곳으로 오세요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말을 꺼낼 곳이 없을 때 책뿐 아니라 마음도 빌려 주는 공간이 있다는 걸 기억하길 바란다.

서울 강동구립해공도서관 2층, 천호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앉아 조용히 편지 한 장 써보는 건 어떨까. 생각보다 따뜻한 답장이 금방 도착할지도 모른다.
편지를 완성하고 온기우편함에 넣는 시민의 모습 ©김윤경
편지를 완성하고 온기우편함에 넣는 시민의 모습 ©김윤경

강동구립해공도서관

○ 위치 : 서울시 강동구 올림픽로 702 해공공원(천호공원)
○ 교통 : 지하철 5·8호선 천호역 2번 출구에서 584m
○ 운영시간 : 평일 09:00~18:00(종합자료실 22:00), 주말 09:00~17:00
○ 휴무 : 화요일, 법정공휴일
강동구통합도서관 누리집
○ 문의 : 02-478-9656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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