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열장에 원예용품과 관련 소품이 전시돼 있다. ©김윤경
-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하바리움이 놓여 있다.©김윤경
지하철역이 싱그러운 정원으로 변신! '서울 아래숲길'의 겨울나기
발행일 2025.01.20. 13:50
왕십리역 지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아래숲길’ 실내정원을 조성했다. ©김윤경
겨울철, 집 안에 움츠러들기 쉬운 계절이다. 더욱이 올해는 독감 등이 크게 유행인 만큼 멀리 나가는 것도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긴 겨울을 쓸쓸하게 보내야만 할까? 따분한 일상에 잠시나마 싱그러움을 선사하는 곳이 있다. 굳이 시간 들여 멀리 갈 필요 없는 지하철역 왕십리역이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공간인 지하철 역사에 정원이 탄생했다. ©김윤경
지난해 말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에 ‘왕십리 아래숲길’이 탄생했다. 서울시가 성동구청, (주)한국도시녹화와 함께 조성한 이곳은 원래 유휴 공간이었으나 시민들이 작은 휴식을 누릴 수 있게 나무 의자, 포토존 등을 갖춘 정원으로 변모했다.
대합실 광장에 대형 화단을 설치하고 기둥을 녹지화해 정원이 주는 기쁨을 선사한다. ©김윤경
시민들이 편하게 앉아 쉴 공간도 준비돼 있다. ©김윤경
반가운 소식을 듣고 왕십리역을 찾았다. 승강장에서 계단을 올라가자 왕십리역 4번과 5번 출구 사이에 생각보다 큰 규모의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추운 평일 오후라 크게 붐비지는 않았지만, 생기 있는 모습에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발길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엄마! 여기 봐. 식물이 많아.”
“어머, 언제 정원이 생겼지? 밖은 겨울인데 여긴 봄이네.”
“엄마! 여기 봐. 식물이 많아.”
“어머, 언제 정원이 생겼지? 밖은 겨울인데 여긴 봄이네.”
벽면 녹화를 보며 대화를 나누는 시민들 ©김윤경
한 시민이 지하철역 안 식물을 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김윤경
우중충한 겨울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자연의 싱그러움에 시민들 표정에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시민들은 정원에서 사진과 영상을 찍거나 푯말에 적힌 글귀를 읽고 있었다. 허리를 숙여 식물을 들여다보던 한 시민은 “이 식물이 공기 정화에 좋다던데 집에서도 키우고 싶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난 여기 유주나무가 마음에 드는데 열매가 예쁘지 않아요?”라고 했다.
의자에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며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조용히 걸어오던 시민들도 아래숲길을 보자, 옆 사람과 자연스레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의자에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며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조용히 걸어오던 시민들도 아래숲길을 보자, 옆 사람과 자연스레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은 숲을 떠올리게 하는 왕십리역 아래숲길 ©김윤경
서울시는 지난 2021년 9월 ‘서울비전 2030’을 발표하며 스마트 에코도시를 조성해 왔다. ‘서울아래숲길’이라는 입체적 녹지 공간을 구상하고 2022년 가좌역을 시작으로 2023년 삼각지역과 녹사평역, 2024년 왕십리역에 조성했다. 여가, 휴식, 문화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녹지 공간으로 만들어 시민들의 편의와 정서 함양에 기여하고자 하는 취지다.
서울시 조경과 담당자는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는 만큼 많은 시민이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점과 지하라는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라고 답했다.
서울시 조경과 담당자는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는 만큼 많은 시민이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점과 지하라는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라고 답했다.
(주)한국도시녹화 김윤서 담당자가 식물을 소개해 주고 있다. ©김윤경
늘 실내 정원을 볼 때면 궁금했다. 실내인데 식물이 성장할 온도, 햇빛, 환기가 적절할까? 물은 어떻게 공급하고 관리할까? 또 이를 즐기는 시민들이 주의하면 좋을 점도 알아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에 대한 답이 듣고 싶어서 녹사평역, 삼각지역을 비롯해 왕십리역 아래숲길을 조성한 (주)한국도시녹화 김윤서 담당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주)한국도시녹화는 녹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2002년부터 전국적으로 수많은 녹화사업을 해오고 있다. 서울시청의 벽면 녹화는 물론 얼마 전 개장한 서울숲 곤충식물원과 동대문 DDP 옥상 조경 등을 만드는 등 많은 시민에게 도시 녹화의 힐링을 선사했다.
(주)한국도시녹화는 녹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2002년부터 전국적으로 수많은 녹화사업을 해오고 있다. 서울시청의 벽면 녹화는 물론 얼마 전 개장한 서울숲 곤충식물원과 동대문 DDP 옥상 조경 등을 만드는 등 많은 시민에게 도시 녹화의 힐링을 선사했다.
식물 곳곳에 있는 좋은 글귀를 찾아 읽어보는 재미도 있다. ©김윤경
다양한 식물과 가드닝 소품, 조명 등이 설치돼 있다. ©김윤경
“‘왕십리역 아래숲길’이 타 역사보다 온도가 2~3℃가량 낮아요. 식재를 선정할 때 추위에 잘 견디고 실내 공기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미세먼지 흡착 식물로 고려했어요.”
그는 직접 아레카야자와 호랑가시나무, 고사리 등 다양한 식물을 소개하며 온도 및 미세먼지에 좋은 40여 종의 식물을 심었다고 말했다. 또 단순한 녹색이 아닌 리듬감을 주기 위해 스노우 사파이어 같이 무늬가 있는 식물도 심는다고 했다.
실내 정원에 물은 어떻게 주는 걸까? 이곳 왕십리역 아래숲길은 설계 시 관수 라인을 넣어 자동으로 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식물 관리도 철저했다. 기둥 정원은 온도 조절을 위해 비닐을 덮어놓고 LED 조명광 등으로 최대한 식물을 보호하고 있다.
정원에는 시민들이 앉을 의자와 식물로 꾸며진 포토존을 조성했다. 김윤서 담당자는 정원을 만들 때 시민들 동선을 고려해 개방감 있고 여유롭게 지나갈 수 있도록 위치를 구성했다고 알려줬다.
그는 직접 아레카야자와 호랑가시나무, 고사리 등 다양한 식물을 소개하며 온도 및 미세먼지에 좋은 40여 종의 식물을 심었다고 말했다. 또 단순한 녹색이 아닌 리듬감을 주기 위해 스노우 사파이어 같이 무늬가 있는 식물도 심는다고 했다.
실내 정원에 물은 어떻게 주는 걸까? 이곳 왕십리역 아래숲길은 설계 시 관수 라인을 넣어 자동으로 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식물 관리도 철저했다. 기둥 정원은 온도 조절을 위해 비닐을 덮어놓고 LED 조명광 등으로 최대한 식물을 보호하고 있다.
정원에는 시민들이 앉을 의자와 식물로 꾸며진 포토존을 조성했다. 김윤서 담당자는 정원을 만들 때 시민들 동선을 고려해 개방감 있고 여유롭게 지나갈 수 있도록 위치를 구성했다고 알려줬다.
지하철역을 지나가며 식물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 ©김윤경
“지하철 내부에 유해물질이 있거나 환기가 되지 않을 수 있어요. 남천을 비롯한 공기 정화 식물들이 미세먼지를 흡착하고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꿔주고 있어요.”
지나가는 한 시민은 조화인가 싶어 살짝 잎을 만져보기도 했다. 담당자는 물론 최대한 식물에 손대지 않으면 좋지만, 아기 다루듯 살살 만지는 건 잎 뒷면의 흡착된 먼지가 털려 좋을 수도 있다고 했다.
아래숲길 바로 앞에 출구로 나가는 문이 있어 찬 공기가 들어오기 쉽다. ©김윤경
식물에게 가장 큰 문제는 온도란다. 식물이 자라기에 적합한 온도는 10℃ 이상 되어야 하는데 이곳 온도계를 보니 3.5℃였다. 더욱이 한파가 몰아치는 날에는 더더욱 떨어질 온도가 가늠되지 않았다. 아래숲길 앞에는 출구로 나가는 문이 있어 문을 열 때마다 바람이 휭 들어왔다. 담당자는 가끔 시민들이 문을 연 채 가버리면 온도가 떨어져 식물 상태가 위험할 수 있는 만큼 꼭 문을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하나 더, 담당자들이 미쳐 보지 못했던 식물 상태 등이 있다면 연락해 달라고 했다.
식물에게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비닐로 감싸 놓았다. ©김윤경
'왕십리역 아래숲길'에는 2개의 온도계가 부착돼 있다. ©김윤경
습도 센서 역할을 하는 수위측정기가 놓여 있다. ©김윤경
물론 정원을 조성할 때도 추위에 약한 식물은 최대한 안쪽으로 배치하는 등 섬세하게 고려하고 있다. 예쁘게만 심은 줄 알았던 식물이 다양하게 신경 써 배치되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더욱이 밖에서 가까운 곳과 먼 곳에 온도계가 부착돼 있고 수위조절기가 있으며 LED 조명으로 조도를 맞추는 등 숨은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단지 도심 속 자연을 느끼는 휴식 공간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속에는 여럿의 세심한 배려가 들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배수 환경 등이 되지 않는 곳에는 조화로 조성했다. ©김윤경
겨울에는 보통 한 달에 1회 정도 현장 관리를 하고 있다. 물론 특정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출동해 조치한다.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식물이 시들거나 죽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너무 무성해지면 민원이 들어오기도 해서 정리를 해준단다. 또 식물 상태가 안 좋아지면 원인을 파악해 관리 인원 등을 늘인다.
싱그러운 식물들을 보면서 힐링을 해보면 어떨까. ©김윤경
숨겨진 포토존에서 아래숲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볼 수 있다. ©김윤경
왕십리역에는 식물로 된 포토존이 있다. 진열장에 원예용품과 관련 소품을 전시해 놨다. 특히 하바리움이 눈에 띄었는데 하바리움은 말린 식물을 특수 용액에 담아 오래 보존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팁 하나, 왕십리역에는 의도하지 않게 생긴 포토존이 있다. 바로 아래숲길 앞에 걸린 지하철역 내 거울이다. 이 거울을 보고 인증 사진을 찍으면 배경에 아래숲길의 모습이 근사하게 연출되어 많은 시민들의 인기 포토존이 되었다고.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윤경
공사 과정은 어땠을까? 왕십리역 아래숲길은 준비 기간을 제외하고 6개월 정도 소요됐다. 설계 후 시공에 들어가 전기 공사, 배수, 화분 설치 등 시설물을 설치한다. 이어 식재를 한 뒤 식물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지속적으로 유지, 관리한다.
“지하철은 서울 시민의 발이잖아요. 지하철역이 단지 교통의 장소가 아니라 늘 이용하는 휴식 공간으로 인식되면 좋겠어요. 이전에는 시민들이 스마트폰만 보면서 빨리 지나갔는데, 아래숲길이 조성되고는 잠시 앉아 쉬거나 걸음을 멈추고 식물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지하철은 서울 시민의 발이잖아요. 지하철역이 단지 교통의 장소가 아니라 늘 이용하는 휴식 공간으로 인식되면 좋겠어요. 이전에는 시민들이 스마트폰만 보면서 빨리 지나갔는데, 아래숲길이 조성되고는 잠시 앉아 쉬거나 걸음을 멈추고 식물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지하철역에 조성된 아래숲길을 보자 마음이 훈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김윤경
현재 조성된 서울아래숲길은 가좌역, 녹사평역, 삼각지역, 왕십리역 총 4곳이다. 또 올해 5월에 열리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맞춰 인근 보라매역에 조성할 예정이다. 서울시 담당자는 보라매역 준공 시기가 5월 전후라고 예상했다.
다른 역의 서울아래숲길도 궁금했다. 삼각지역이나 녹사평역은 왕십리역보다 실내 온도가 높은 편이라 다른 수종도 섞여 있다고 한다.
다른 역의 서울아래숲길도 궁금했다. 삼각지역이나 녹사평역은 왕십리역보다 실내 온도가 높은 편이라 다른 수종도 섞여 있다고 한다.
'삼각지역 아래숲길'은 원형의 독특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주)한국도시녹화
‘삼각지역 아래숲길’은 삼각지 파출소와 전쟁기념관으로 나가는 11, 12번 출구 및 국방부와 용리단길 등으로 이어지는 13, 14번 출구 통로에 위치한다. 바닥에 화분을 놓았으며 출구 통로는 벽면 녹화로 만들어 숲에 들어온 느낌을 준다. 특히 벽면 녹화를 동그랗게 만들어 또 다른 재미를 더한다. 벽면 녹화 안에는 거울이 설치돼 있어 거울에 반사해 사진을 찍어 보는 묘미도 누릴 수 있다.
녹사평역 지하 4층에 조성된 '녹사평역 아래숲길' ©(주)한국도시녹화
녹사평역 지하 4층에 조성된 '녹사평역 아래숲길' ©(주)한국도시녹화
또 '녹사평역 아래숲길'은 지하 4층에 조성돼 천장이 높은 점을 살려 벽면과 기둥에 식물을 심고 바닥에는 디자인 화분을 배치했다.
더욱이 녹화가 좋은 건 미관뿐만 아니라 에너지 문제 및 기후환경 문제 등 여러 방면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름철 실내 벽면 녹화가 건물 온도를 보통 3℃ 정도 내려가게 한단다. 건물 내부 온도를 낮추고 건물 내 비용을 절감해 시민들이 더 쾌적하게 머무를 수 있다. 도시 녹화는 이렇듯 관뿐만 아니라 건강, 환경에 큰 영향을 줘 무척 유익하다.
더욱이 녹화가 좋은 건 미관뿐만 아니라 에너지 문제 및 기후환경 문제 등 여러 방면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름철 실내 벽면 녹화가 건물 온도를 보통 3℃ 정도 내려가게 한단다. 건물 내부 온도를 낮추고 건물 내 비용을 절감해 시민들이 더 쾌적하게 머무를 수 있다. 도시 녹화는 이렇듯 관뿐만 아니라 건강, 환경에 큰 영향을 줘 무척 유익하다.
식물을 감상하며 지루한 일상에 즐거움을 누려보자. ©김윤경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즐거운 장소를 만나는 건 무척 유쾌하다. 지하철역을 지나다 작은 식물원을 만나면 늘 다니는 일상이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까? 특히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날마다 성장하는 식물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활력도 받을 수 있다.
더해 아래숲길을 위해 설계부터 시공, 관리 등 노력하는 모습을 살펴보니 우리 역시 식물을 더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이지만 지하철을 타고 봄을 만나러 가보면 어떨까? 앞으로도 더 많은 서울 지하철역 유휴 공간이 생동감 있는 숲길로 변화하길 꿈꿔 본다.
더해 아래숲길을 위해 설계부터 시공, 관리 등 노력하는 모습을 살펴보니 우리 역시 식물을 더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이지만 지하철을 타고 봄을 만나러 가보면 어떨까? 앞으로도 더 많은 서울 지하철역 유휴 공간이 생동감 있는 숲길로 변화하길 꿈꿔 본다.
서울 아래숲길
○ 경의중앙선 가좌역(서울시 서대문구 성암로 28) 지하 1층
○ 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180) 11·12번 출구 쪽과 13·14번 출구 통로
○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195) 개찰구가 위치한 지하 4층
○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300) 4~5번 출구 앞 유휴 공간
○ 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180) 11·12번 출구 쪽과 13·14번 출구 통로
○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195) 개찰구가 위치한 지하 4층
○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300) 4~5번 출구 앞 유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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