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년이' 속 국극처럼…전통예술을 배우며 즐기는 곳이 생겼다!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4.11.29. 10:50

수정일 2024.11.29. 14:22

조회 215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 개관 페스티벌 ‘형형색색’ 개최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에서는 12월 13일까지 개관 기념 페스티벌 ‘형형색색’이 열린다. ©윤혜숙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에서는 12월 13일까지 개관 기념 페스티벌 ‘형형색색’이 열린다. ©윤혜숙
최근 종영한 드라마 <정년이> 덕분에 우리의 전통 ‘국극’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국극은 ‘창극’을 달리 이르는 말로, 우리나라 고유한 형식의 연극이라는 뜻이다. 국극에 대한 관심에 더욱더 이곳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 예술인 국악이나 창극에 관심이 많았어요. 가까운 곳에서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에서 만난 조혜경 씨(51세)의 말이다. 그는 서울문화재단 누리집에 뜬 개관 페스티벌 프로그램 목록을 보고 신청했다고 하며 소감을 밝혔다.

“저는 오늘이 첫 수업에 참여하는 거라서 처음 뵙는 분들을 대하면서 왠지 어색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고수가 쳐주는 북소리에 맞춰 저절로 흥이 나고 어깨가 들썩하는 거예요. 아마도 한국인이라면 누구든 저처럼 빠져들겠죠.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따라 하다 보니깐 판소리와 춤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 성북구에 거주하는 저로선 가까운 곳에 센터가 문을 열어서 앞으로도 자주 이용할 겁니다.”
개관 페스티벌 ‘형형색색’은 ‘예술로 일상을 비추다’라는 주제로 펼쳐진다. ©윤혜숙
개관 페스티벌 ‘형형색색’은 ‘예술로 일상을 비추다’라는 주제로 펼쳐진다. ©윤혜숙
조혜경 씨가 수업을 들었던 프로그램은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이 개관하면서 열렸다.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은 전통 예술 등 예술의 ‘인간다움, 관계, 함께 어우러짐’의 가치를 나누는 예술교육센터다.

이번에 개관을 기념한 페스티벌 ‘형형색색’11월 15일부터 12월 13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예술로 일상을 비추다’라는 주제로 워크숍, 공연, 전시, 포럼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개관 페스티벌 프로그램 목록을 살펴보니 일일이 다 참여해 보고 싶을 만큼 제목부터 흥미롭다.

그중 워크숍 ‘풍류하는 일상’ 프로그램 ‘삼제비와 함께하는 박흥보 대박났네’에 눈길이 머물렀다. 만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해당 프로그램에 참관하기로 했다.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은 전통 예술을 위주로 특화된 예술교육센터다. ©윤혜숙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은 전통 예술을 위주로 특화된 예술교육센터다. ©윤혜숙
‘풍류하는 일상’은 전통 예술 요소를 매개로 참여자가 주인공으로서 프로그램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함께 작품을 만들어 가는 참여형 워크숍 프로그램이다. ‘삼제비와 함께하는 박흥보 대박났네’ 프로그램은 전통 음악의 장단과 말(아니리), 소리, 움직임, 춤, 이야기(흥보)를 함께하여 나의 소소한 일상과 좋아하는 것을 나누며, 장단 안에서 말하고 그 말이 소리가 되고, 움직임이 춤이 되도록 표현하는 예술 교육 프로그램이다. 총 3회 차까지 참여하고 마지막 4회 차에서 공연을 함께 만들어 본다.
판소리 <흥보가>의 소리와 움직임을 익히는 ‘삼제비와 함께하는 박흥보 대박났네’ ©윤혜숙
판소리 <흥보가>의 소리와 움직임을 익히는 ‘삼제비와 함께하는 박흥보 대박났네’ ©윤혜숙
<흥보전>은 ‘흥부전’으로 알려져 있는 고전소설이다. 전래 동화에도 등장하는 흥부와 놀부는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판소리계 소설이다. 부자이면서 욕심 많은 형 놀부와 가난하지만 착한 동생 흥부가 등장한다. 착한 흥부가 부러진 제비 다리를 고쳐줘서 끝내 복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흥부가 대박난다고 하니 말 그대로 박에서 나온 재물과 사람으로 흥부네의 고생이 끝난다. 그 장면을 어떻게 재현했을까?

'삼제비와 함께하는 박흥보 대박났네' 프로그램은 판소리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을 중심으로 소리와 움직임을 익힌다. 제비가 물고 온 박씨가 점점 자라나 박이 되고, 그 박을 타면서 자신만의 박을 표현한다. 흥보 이야기에서 나온 첫째 박에서 나온 금은보화, 둘째 박에서 나온 비단, 셋째 박에서 나온 흥부의 집을 지어주려고 나온 일꾼들과 같은 그런 의식주를 넘어 자신의 이야기를 전통 움직임 춤과 소리로 국악연구소 현<絃> 단원들과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함께 만들어 나간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원을 그리듯 앉아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혜숙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원을 그리듯 앉아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혜숙
프로그램 2회 차가 열리는 11월 21일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강북센터 3층 움직임 창작실2에 참여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었다. 출입문으로 입장하는 참여자들의 표정을 살펴보니 다들 생기가 넘쳐 보인다. 왜 그런지 궁금했다. 한 참여자를 붙들고 물어보니 대뜸 “프로그램이 시작하면 알 수 있어요”라고 대답한다.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국악연구소 현<絃>의 임상래 대표와 단원 공민선, 정유경, 조서율 등이 강사로 나섰다. 3명의 국가문화유산 이수자들로, 판소리와 거문고를 담당하는 임상래, 가야금고 25현금을 연주하는 정유경, 움직임과 춤을 담당하는 공민선 등이 참여자들과 어우러져 한바탕 신나는 놀이 한마당을 펼쳤다. 연극배우 조서율과 고수 김민서가 함께해 더욱 풍성한 프로그램이 완성되었다. 프로그램 시작과 함께 먼저 참여자들이 원을 그리듯 의자를 배치해서 앉았다. 둥글게 앉으니 참여자들의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서로 눈을 마주치면서 눈인사를 나누고 있다.
‘추임새 놀이하기’는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다!”를 한 음절씩 번갈아 소리를 내본다. ©윤혜숙
‘추임새 놀이하기’는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다!”를 한 음절씩 번갈아 소리를 내본다. ©윤혜숙
처음 시작된 ‘추임새 놀이하기’는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다!”를 한 음절씩 참여자들이 번갈아 소리를 내는 방식이다. 참여자가 “얼씨구”라는 소리를 내면서 다른 참여자를 가리키면 지목을 받은 참여자가 “절씨구” 하면서 또 다른 참여자를 가리킨다. 마지막으로 지목받은 참여자가 “지화자”를 외치면 양쪽에 앉아 있는 참여자가 두 손을 번쩍 들고 “좋다”를 외치는 것으로 끝난다. 마치 게임을 하듯 추임새 놀이를 하는 동안 어색했던 분위기가 웃음꽃으로 가득했다. ‘추임새 놀이하기’를 하면서 모든 참여자들이 한 번씩 주거니 받거니 추임새를 하면서 어느새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고 있었다.
참여자가 앞으로 나와서 판소리 대목을 읊조리고 있다. ©윤혜숙
참여자가 앞으로 나와서 판소리 대목을 읊조리고 있다. ©윤혜숙
다음 시작된 ‘휘모리장단 놀이하기’임상래 소리꾼의 소리에 맞춰 참여자들이 가사를 보면서 따라 하는 방식이다. 휘모리장단은 판소리나 산조(散調) 장단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처음부터 급하게 휘몰아 부르거나 연주하는 장단을 뜻한다. 참여자들이 빠른 속도로 가사를 읊조렸다. 가사는 흥보가 커다란 박을 타는 장면이다. “흥보가 좋아라고 흥보가 좋아라고~~(중략) 그저 꾸역 꾸역 꾸역 나오너라”라는 내용이 박을 탈 때마다 박에서 쏟아져 나오는 금은보화로 인해 신이 난 흥보의 목소리가 자연스레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움직임 춤놀이’는 참여자들의 움직임을 더 크게 끌어내는 놀이다. ©윤혜숙
‘움직임 춤놀이’는 참여자들의 움직임을 더 크게 끌어내는 놀이다. ©윤혜숙
세 번째, ‘움직임 춤놀이’공민선 무용가가 참여자들의 움직임을 더 크게 끌어내는 놀이다. 참여자들이 의자에 똑바로 앉아서 두 손을 머리 위로 뻗게 하는 동작부터 시작했다. 참여자들이 고수의 장단에 맞춰 몸이 들썩거린다. 제법 몸놀림이 자유로워진 듯하다. 두 명이 짝을 이뤄서 마주 보고 선 채로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뒤로 빠지는 식으로 한바탕 춤사위를 벌였다.
환한 조명이 들어온 박으로 여러 조형물을 만드는 ‘박을 형상화한 등을 활용한 춤 놀이’ ©윤혜숙
환한 조명이 들어온 박으로 여러 조형물을 만드는 ‘박을 형상화한 등을 활용한 춤 놀이’ ©윤혜숙
마지막으로 ‘박을 형상화한 등을 활용한 춤 놀이’를 즐겼다. 참여자들이 환한 조명이 들어온 박을 두 손에 들고서 여러 조형물을 만들어봤다. 공민선 무용가의 주문에 맞춰서 모였다 흩어졌다 하면서 움직일 때면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 작품이 탄생한 것 같았다.
참여자들이 전통 예술과 극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신명나게 즐기고 있다. ©윤혜숙
참여자들이 전통 예술과 극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신명나게 즐기고 있다. ©윤혜숙
프로그램이 끝난 뒤 참여자 김현정 씨(50세)를 만나서 소감을 들어봤다. “평소 전통 예술에 관심이 많아서 프로그램을 검색해 참여하고 있었어요. 이번에 서울문화재단 누리집에 뜬 강북센터 개관 페스티벌을 보자마자 제가 찾던 프로그램이어서 망설이지 않고 신청했어요. 전통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수강해서 나중에 그쪽으로 일해보고 싶어요.” 강북센터가 전통 예술로 특화된 센터라고 하자 앞으로 이곳을 자주 이용할 것 같다라면서 반가워했다.

국악연구소 현<絃> 임상래 대표는 전통극 창작 워크숍 프로그램의 취지를 알려줬다. “우리의 전통 예술과 극을 접목하여 흥미롭게 프로그램을 구성했어요. 전통 융합 예술 프로그램으로 가, 무, 악, 극을 대상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제작하여 전통 예술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 1층 로비©윤혜숙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 1층 로비©윤혜숙
  •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 2층 로비 ©윤혜숙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 2층 로비 ©윤혜숙
  •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 3층 로비에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전시실이 있다. ©윤혜숙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 3층 로비에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전시실이 있다. ©윤혜숙
  •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 4층 로비에서 옥외정원을 바라볼 수 있다. ©윤혜숙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 4층 로비에서 옥외정원을 바라볼 수 있다. ©윤혜숙
  • 3층에서 옥외정원으로 나가면 야외 공연장이 있다. ©윤혜숙
    3층에서 옥외정원으로 나가면 야외 공연장이 있다. ©윤혜숙
  •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 1층 로비©윤혜숙
  •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 2층 로비 ©윤혜숙
  •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 3층 로비에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전시실이 있다. ©윤혜숙
  •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 4층 로비에서 옥외정원을 바라볼 수 있다. ©윤혜숙
  • 3층에서 옥외정원으로 나가면 야외 공연장이 있다. ©윤혜숙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이 개관하면서 동북권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문화와 예술을 누릴 기회가 많아졌다. 센터는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 같다. 개관 페스티벌 제목인 '형형색색'에 맞춰서 층마다 다른 색깔로 공간을 나타내고 있었다. 층마다 바깥 출입문이 있어서 옥외정원과 연결되어 있었다. 실내에서 실외로 나가면 정원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옥외정원에도 공연장이 마련되어 있어서 날씨가 허락한다면 봄과 가을엔 공연을 개최할 수 있다.

지금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에 이어 서초도 개관했다. 내년엔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에 이어 서울연극창작센터도 개관한다고 하니 서울 전 지역권별로 센터가 구축되는 셈이다. 이제 서울시는 문화예술 인프라가 구현된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즐기는 수준에서 나아가 배움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문화예술 콘텐츠든 문화예술 시설이든 다 최고의 도시답다.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강북

○ 위치 : 서울시 강북구 솔샘로48길 14
○ 교통 : 우이신설선 삼양사거리역 2번 출구에서 432m
○ 운영시간 : 화~토요일 10:00~18:00
○ 휴무 : 일·월요일, 법정공휴일
누리집
서울문화재단 누리집
○ 문의 : 02-2105-2314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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