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란이 이렇게 맛있었나?…'서울미식주간'에 만난 잊지 못할 맛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4.11.12. 15:34

수정일 2024.11.12. 17:08

조회 2,817

11월 8일부터 14일까지 노들섬 및 서울 전역에서 ‘서울미식주간’이 열리고 있다. ©김윤경
11월 8일부터 14일까지 노들섬 및 서울 전역에서 ‘서울미식주간’이 열리고 있다. ©김윤경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식 열풍이 뜨겁다. 더욱이 얼마 전 종영한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국내외에 한국 미식 문화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왔다. 그 열기는 지난 11월 3일, 한강에서 개최한 ‘2024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A50BR)’ 개최 기념 특별 티케팅에서도 나타났다. 150명에게 판매하는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무려 45만 명이 동시에 접속했다. 설마 하고 숫자를 세어보며 그 열기를 실감했다.

'광탈'했다고 아쉬워 말자. 제5회 ‘2024 서울 미식주간’11월 8일부터 14일까지 노들섬 및 서울 전역에서 열리고 있다. ☞ [관련 기사] 흑백요리사 MZ셰프들 총출동! 서울미식주간 개최

‘2024 서울미식주간’은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고 요리해 보는 ‘클라스가 다른 오래된 초대’ 및 서울 지역 대표 맛집과 핫한 젊은 셰프들이 콜라보 메뉴를 선보이는 ‘MZ셰프의 Hip한 초대’, 여러 식문화를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마켓 ‘여행하는 마켓으로의 초대’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그중 지난 주말 노들섬에서 열린 ‘여행하는 마켓으로의 초대’에 다녀왔다.

‘여행하는 마켓으로 초대’는 국내외 여러 곳으로 뻗어 나간 한국의 식문화를 한자리에서 만나보고 미식을 깊이 탐구하며 지역의 멋을 느끼도록 구성됐다. 이를 위한 공연과 워크숍, 음식 등을 다양하게 접하며 서울시민은 물론 외국인이나 관광객들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대한민국 수산식품명인 장종수 대표가 명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윤경
대한민국 수산식품명인 장종수 대표가 명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윤경

알고 먹으니 더 맛있는 음식, 미식 워크숍

“명태는 사실 버릴 게 없는 생선이에요. 그렇지만 많은 문명권 중 명태를 먹은 건 한국뿐이라는 사실이 신기하죠.”

지역의 맛과 그 속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를 알아보는 미식 워크숍 프로그램 중 ‘새롭게 발견된 낯선 전통, 조선 명란’에 참여했다. 예전부터 명란을 좋아했지만, 그 역사를 알고 먹은 건 아니다. 사실 들을 기회도 없었던 듯싶다. 그런 까닭에 이번 미식 워크숍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참석자 모두 자리에 앉자 안내자는 작은 항아리 내부를 보여줬다. 조선 명란이었다. 얼핏 붉은 가자미 식해처럼 보이는 매운 명란이 들어 있었다. 조선 명란은 유일하게 전통 방식으로 제조해 발효시킨 음식이다. 매콤한 명란 내음과 함께 강연이 시작됐다.
항아리 속 조선 명란 ©김윤경
항아리 속 조선 명란 ©김윤경
“효종 때 문헌을 보면 이런 말이 나와요. 연어알 젓을 ‘바치’라고 했는데 연어알이 너무 귀해 명란젓을 바쳤다는 이야기죠.” 한국 수산 명장인 장석준 명인의 아들 장종수 대표가 말했다.

2시간에 걸친 워크숍에서 명란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더욱이 그는 명란에 관한 역사뿐만 아니라 문학 작품에 나온 자료까지 보여주며 명란을 폭넓게 소개했다. 400여 년에 걸쳐 변화된 명란과 남과 북, 또 해외에서 다르게 명란을 먹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저염 명란이라고 해도 우리나라와 일본은 조금 달라요. 우리나라는 김치처럼 무친 방식이라면, 일본은 그들에게 익숙한 절임 방식이에요.”

이전 후쿠오카에서 명란에 관한 다양한 제품과 박물관을 접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도 전통 명란을 유지하고 지켜가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세 가지 명란을 비교해서 맛보세요. 한국식 저염 명란인 백명란은 참기름과 잘 어울립니다. 또 일본식 저염 명란은 달달해 그냥 먹어도 맛있고요. 옛 원형에 가장 가깝게 발효시킨 조선 명란은 액젓, 고춧가루가 좀 진하다고 느끼실 거예요.”
서로 다른 세 가지 명란과 다섯 가지 조선 명란을 이용한 음식을 맛봤다. ©김윤경
서로 다른 세 가지 명란과 다섯 가지 조선 명란을 이용한 음식을 맛봤다. ©김윤경
안내자가 각자의 접시에 세 가지 명란을 담아 나눠줬다. 요즘 많이 먹는 백명란(저염 명란)과 명맥을 유지해 온 조선 명란, 일본식 저염 명란이었다. 명란을 각각 맛본 참가자들은 저마다 어떤 게 낫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어 조선 명란을 이용한 음식이 담긴 접시가 제공됐다. 파와 수박, 버터, 양고기 등 5가지 재료 위에 올려 먹어볼 수 있었다. 어떤 것부터 먹어야 할지 망설여졌다. 이 조합이 과연 어울릴까 싶었는데 한입씩 맛보니 제법 어울렸다. 특히 쫀득한 조선 명란의 식감이 한동안 입안에 감돌았다.
이탈리아에서 여행을 온 줄리오와 하예진 씨 ©김윤경
이탈리아에서 여행을 온 줄리오와 하예진 씨 ©김윤경
“이탈리아에도 명란과 비슷한 어란(보타르가)이 있어요. 평소 명란을 좋아하는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몰라 이번 기회를 통해 자세히 알고 싶어서 신청했어요.”

소수 인원이 참여하는 워크숍에 두어 명의 외국인이 보였다. 이탈리아에서 여행을 온 줄리오와 하예진 씨는 서울 여행 마지막 날 좋은 행사에 참여해 기쁘다고 말했다.

특히 하예진 씨는 이탈리아에서 한식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인들은 어떤 한식을 좋아하냐고 묻자 그는 ‘게장’을 꼽았다. 예상 외 답변에 놀라자, 그는 자신이 가르치는 이탈리아인들이 생각보다 간장게장이나 양념게장을 좋아한다며 게를 생으로 먹는 독특한 음식이라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 가지 명란 중 어떤 것이 가장 맛있냐는 질문에는 백명란을 꼽았다. 단맛이 익숙해서 그랬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또 무엇보다 조선 명란을 먹어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명란을 주제로 다양한 미식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윤경
명란을 주제로 다양한 미식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윤경
부스에서 명란 구매도 가능했다. ©김윤경
부스에서 명란 구매도 가능했다. ©김윤경
‘2024 서울미식주간’에 참여한 한 중년 부부는 어릴 적 북쪽이 고향인 부모님이 조선 명란을 구해다가 드셨다고 했다. 어머니가 연탄불에 구워준 걸 먹었던 오랜 기억이 오늘 행사에 와서 떠올랐다고도 했다.

“하몽(생햄)과 멜론을 함께 잘 먹잖아요. 수박에 올려놓은 명란을 먹으면서 그 생각이 났어요.” 그는 다섯 가지 조선 명란 음식 중에서 수박이 무척 독특해서 맛있었다고 했다.

“강연을 들으니까 더 끌리네요. 부모님께도 맛 보여드리고 싶고요. 지금 저쪽 부스에서 조선 명란을 판다길래 가 보려고요.” 부지런히 부부가 가는 모습이 다정하게 보였다.
서울미식주간이 열린 노들섬에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김윤경
서울미식주간이 열린 노들섬에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김윤경
  • 상인이 오렌지색 라임을 보여주고 있다. ©김윤경
    상인이 오렌지색 라임을 보여주고 있다. ©김윤경
  • 다양한 식초를 구매할 수 있었다. ⓒ김윤경
    다양한 식초를 구매할 수 있었다. ⓒ김윤경
  • 각 지역에서 올라온 음식들도 많이 볼 수 있다. ©김윤경
    각 지역에서 올라온 음식들도 많이 볼 수 있다. ©김윤경
  • 우리 쌀로 만든 엿과 조청들 ©김윤경
    우리 쌀로 만든 엿과 조청들 ©김윤경
  • 상인이 오렌지색 라임을 보여주고 있다. ©김윤경
  • 다양한 식초를 구매할 수 있었다. ⓒ김윤경
  • 각 지역에서 올라온 음식들도 많이 볼 수 있다. ©김윤경
  • 우리 쌀로 만든 엿과 조청들 ©김윤경
이날 노들섬에서는 미식 워크숍 외에도 마르쉐와 함께한 마켓이 열렸다. 각 지역의 멋을 담은 음식과 제철 농산물 등을 함께 볼 수 있었다. 밤을 종이봉투에 담아놓고 파는 상인은 특별한 주황색 라임을 보여줬다. 평소 자주 가는 커피집도 오늘 마켓에 참여해 더 반가웠다. 앞서 강연을 들은 명란 부스를 찾아 조선 명란을 구입했다. 방금 전 먹은 쫀득한 식감을 잊지 못해서다.
한국과 수교 140주년을 맞는 미식의 나라 이탈리아 무역협회도 참여했다. ©김윤경
한국과 수교 140주년을 맞는 미식의 나라 이탈리아 무역협회도 참여했다. ©김윤경
서울에서 맛보는 이탈리아, 하이스트리트 이탈리아 ©김윤경
서울에서 맛보는 이탈리아, '하이스트리트 이탈리아' 부스 ©김윤경
특히 올해는 한국과 이탈리아가 수교 140주년을 맞아 이탈리아 무역협회 전시장인 하이스트리트 이탈리아에서도 나와 식문화를 소개하고 젤라토와 핀사 로마나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종종 가는 곳인데 많은 사람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

구미에서 올라온 한 파티셰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빵과 프리타타(이탈리안 오믈렛) 등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또 종류별로 후추를 파는 곳도 있었다. 매장 없이 인터넷 판매만 하기에 이번 행사는 직접 맛보고 구매할 좋은 기회라고 알려줬다. 오후 4시가 넘자 벌써 대부분의 음식이 매진됐다. 상인들은 내일 또 오라고 아쉬움을 달래줬다.
캄보디아 등 다양한 후추도 만나볼 수 있었다. ©김윤경
캄보디아 등 다양한 후추도 만나볼 수 있었다. ©김윤경
서울시는 서울에서 꼭 맛봐야 할 100곳, '서울미식 100선'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윤경
서울시는 서울에서 꼭 맛봐야 할 100곳, '서울미식 100선'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윤경
앞선 10월 21일 서울시는 국내 전문가 45인이 선정한 ‘서울미식 100선’을 발표했다. 이어 서울의 풍성하고 다채로운 미식 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즐기기 위한 안내서 <2024 테이스트오브서울 100선>을 출간했다. 이를 기념해 서울미식주간 인스타그램을 통해 서울 미식 안내서를 100명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2024 테이스트오브서울 100선’ 레스토랑 중 가장 가고 싶은 곳과 함께 가고 싶은 친구‘들’을 태그해 11월 14일까지 댓글을 달면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 [관련 기사] 흑백요리사로 K-푸드 인기 '서울미식 100선' 확인하세요
서울미식주간이 열린 노들섬에서는 서울 미식 마켓 마르쉐와 함께했다. ©김윤경
서울미식주간이 열린 노들섬에서는 서울 미식 마켓 마르쉐와 함께했다. ©김윤경
행사를 담당한 서울시 범미선 주무관(관광산업과)은 “올해로 서울미식주간이 5회째를 맞이하는데, 요즘 서울 미식은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들이 한데 어우러져 다양한 서울 음식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이번 행사도 그런 변화와 트렌드에 주목했고, 우리 음식의 뿌리를 알아가는 콘셉트로 워크숍을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뉴욕 레스토랑 위크'에선 미쉐린 레스토랑의 고가의 음식을 5만 원에 먹을 수 있다”며 “물론 뉴욕관광청이 함께한다지만 공공 지원만으로 이런 행사를 이어가긴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도 ‘서울미식 100선’ 발표를 통해 시민들에게 서울 미식의 트렌드를 알리고 있다”며 “올해 레스토랑 위크에 120여 곳의 레스토랑이 참여했지만, 내년에는 200, 300곳 더 많은 레스토랑이 참여하는 등 이 행사가 더 확대되고, 자체적으로 더 많은 혜택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식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다. ©김윤경
미식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다. ©김윤경
11월 10일 ‘2024 서울미식 100선’과 특별상 시상을 끝으로 노들섬 행사는 마무리 짓고 ‘2024 서울미식주간’은 서울 각 지역의 다양한 레스토랑에서 특별 메뉴, 다채로운 미식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또한 전통시장을 비롯해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과의 협업을 통한 프로모션을 만날 수 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서울미식주간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시민이 노들섬 야외 무대에서 피크닉 겸 미식을 즐기고 있다. ©김윤경
많은 시민이 노들섬 야외 무대에서 피크닉 겸 미식을 즐기고 있다. ©김윤경
오래전 지갑이 가벼웠던 학생 시절, 뉴욕에서 미쉐린 레스토랑 코스를 맛볼 수 있는 '뉴욕 레스토랑 위크'를 기다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적은 돈으로도 유명 레스토랑 코스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즐거움은 뉴욕을 미식의 도시로 각인시켰다. 서울 역시 미식주간 행사가 잘 정착해 미식의 도시로 알려지면 좋겠다.

‘2024 서울미식주간’이 끝나기 전에, 누리집과 SNS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찾아 즐겁게 누려보자. ‘2024 서울미식주간’에서 선정한 서울미식 100선과 서울채식 50선은 카카오맵을 비롯해 구글, 네이버 지도에서 만날 수 있다. 한 주간 펼쳐지는 미식의 향연. 그 안에서 서울의 맛과 나의 입맛을 재발견하면 좋겠다. ☞ '2024 서울미식 100선' 네이버 지도,구글 지도,카카오맵

서울미식주간(Taste of Seoul)

○ 일시 : 2024. 11. 8.~14.
○ 장소 : 노들섬 및 서울 전역
누리집
○ 문의 : 다산콜센터 02-120

시민기자 김윤경

서울을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고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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