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 루프탑' 위를 두 발로 걷는 기분? 마치 우주선을 탄 듯 설레~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4.10.28. 15:15

수정일 2024.10.29. 13:48

조회 4,542

'DDP 루프탑 투어'에서 참가자들이 구경을 하고 있다. ⓒ김윤경
'DDP 루프탑 투어'에서 참가자들이 구경을 하고 있다. ⓒ김윤경
“생각보다 넓네.”
“밖에서 볼 땐 미끄러워 보였는데 막상 올라오니 평평하네.”

높이 29미터 DDP 옥상에서 바라본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10월 25일,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옥상(루프탑)문이 열리고 숨겨진 공간들이 속속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 올려다 보던 곳을 직접 발로 디뎌 서울을 조망해 보니 더없이 상쾌했다.
DDP에서는 개관 10주년을 맞아 ‘루프탑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10주년을 기념한 새로운 슬로건인 ‘어메이징 투모로우(Amazing Tomorrow) : 놀라운 내일’에 알맞은 프로그램이다.

단순 개방이 아니라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DDP 지붕을 한발 한발 걸으며 서울 도심의 모습을 한눈에 담는 색다른 도전을 즐길 수 있다. 더 많은 시민들이 DDP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투어를 상설화 하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사업이라고 한다.

11월 17일까지 금~일요일만 일 2회씩 운영하는시범 기간 중 투어 참여자는 약 220명. 이 중 120여 명은 미리 사연을 보내 선정됐거나 파리올림픽·전국체전 서울시 선수단, 디자이너 및 동대문 지역상인 등을 대상으로 초청해 진행했고, 100명은 선착순으로 접수를 받아 모집했다. 신청은 순식간에 모두 마감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 [관련 기사] DDP 지붕 걷는 이색투어! 24일 10시 선착순 모집

투어데스크 뮤지엄 1층에 모여 안내자의 인솔에 맞춰 따라가고 있다. ⓒ김윤경
투어데스크 뮤지엄 1층에 모여 안내자의 인솔에 맞춰 따라가고 있다. ⓒ김윤경
‘DDP 루프탑 투어’는 ‘DDP 건축투어’와 같은 출발 장소인 투어데스크 뮤지엄 1층에 모여 시작한다. 이번 투어는 크게 두 가지로 지상 투어 및 옥상 투어(루프탑)로 구성됐다.

투어데스크에 모이자 안내자가 안전모와 무선 수신기를 나눠주며 간단하게 설명했다. 비가 오면 안전상 올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 양해를 구했다. 참가자들은 흐린 하늘을 안타까운 듯 쳐다봤다.

“비가 내리지 말아야 할텐데.”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내부도 볼 수 있다니까 더 기대되는데.”

옆에서 참가자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니까, 혹시 못 본다 해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런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다행스럽게 하늘이 개었다.
  • DDP 시설에 관해 설명하는 안내자 ⓒ김윤경
    DDP 시설에 관해 설명하는 안내자 ⓒ김윤경
  • 들어가기 힘든 곳의 문을 열었다. ⓒ김윤경
    들어가기 힘든 곳의 문을 열었다. ⓒ김윤경
  • 좁다란 길을 조심스럽게 지났다. ⓒ김윤경
    좁다란 길을 조심스럽게 지났다. ⓒ김윤경
  • 각종 시설을 보는 참가자들 ⓒ김윤경
    각종 시설을 살펴보는 참가자들 ⓒ김윤경
  • DDP 시설에 관해 설명하는 안내자 ⓒ김윤경
  • 들어가기 힘든 곳의 문을 열었다. ⓒ김윤경
  • 좁다란 길을 조심스럽게 지났다. ⓒ김윤경
  • 각종 시설을 보는 참가자들 ⓒ김윤경

‘DDP 루프탑 투어' - 지상 투어 코스

“동대문운동장 시절에 여기 오신 분들 계신가요?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면서 여기서 2,700여 점의 유물이 발굴됐다고 합니다. 광장 위쪽에 역사관 등에서 전시를 살펴보시면 좋겠어요.” 안내자의 설명을 따라 ‘DDP 루프탑 투어'를 시작했다.

지상 투어는 계단을 통해 지하 2층으로 내려가 기계실풍도를 둘러보며 시작했다. 평소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쓰여 갈 수 없는 곳을 당당하게 간다는 사실에 기대감이 들었다. 기계실에 들러 안내자는 DDP의 전력 수급과 냉난방을 위한 시설 등을 보여주며, DDP의 친환경 현황과 지역 시스템 등에 관해 소개했다.
참가자들이 자재창고를 둘러보고 있다. ⓒ김윤경
참가자들이 자재창고를 둘러보고 있다. ⓒ김윤경
  • DDP 알루미늄 패널에 뚫린 구멍은 환기와 채광을 위한 것이다. ⓒ김윤경
    DDP 알루미늄 패널에 뚫린 구멍은 환기와 채광을 위한 것이다. ⓒ김윤경
  • 지하 내외부의 공기를 순환시키는 바람길, 풍도 ⓒ김윤경
    지하 내외부의 공기를 순환시키는 바람길, 풍도 ⓒ김윤경
  • 앞으로 DDP를 지날 때마다 패널들을 유심히 보게 될 것 같다. ⓒ김윤경
    앞으로 DDP를 지날 때마다 패널들을 유심히 보게 될 것 같다. ⓒ김윤경
  • DDP 알루미늄 패널에 뚫린 구멍은 환기와 채광을 위한 것이다. ⓒ김윤경
  • 지하 내외부의 공기를 순환시키는 바람길, 풍도 ⓒ김윤경
  • 앞으로 DDP를 지날 때마다 패널들을 유심히 보게 될 것 같다. ⓒ김윤경
자재창고도 신기해 보였다. 비어 있는 공간을 확보해 자재창고를 만들어 DDP의 방대한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빼곡하게 쌓인 자료를 보며 참가자들은 좀 더 안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좀더 춥게 느껴졌다. 바람길, 풍도다. 지하 깊숙이 숨겨져 내외부의 공기를 순환시킨다.

크기와 형태가 다른 4만 5,133장의 DDP 알루미늄 패널 중에는 구멍이 뚫린 패널과 구멍 없는 패널이 있다. 이 구멍은 바람의 유입뿐만 아니라 채광 용도로도 활용된다. 야간에 비추는 조명이 설치돼 있거나 빗물이 타고 흘러 가게 만들어지기도 했다. 앞으로 DDP 외벽 패널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라는 안내자의 말에 수긍이 갔다.
벽과 가구가 연결되어 일체감을 보여주는 VIP실 ⓒ김윤경
벽과 가구가 연결되어 일체감을 보여주는 VIP실 ⓒ김윤경
한 참가자가 VIP실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윤경
한 참가자가 VIP실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윤경
이어 VIP공간도 둘러봤다. 이곳은 벽과 가구가 연결돼 일체감을 보여준다는 곳이다. 참가자들은 앉아보며 이곳 저곳 사진을 찍었다.

안내자는 다시 밖으로 안내했다. 함께 걸어가며 DDP에 관한 설명을 들려줬다.
“이곳은 팔거리라고 하는데요. 자하 하디드의 철학에 따라 상상하고 소통하는 공간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동대문, 청계천 그리고 주변 패션타운, 어울림광장 그리고 지하철역까지 여러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설계된 공간입니다.”
안전그네 착용 등 안전교육을 받았다. ⓒ김윤경
안전그네 착용 등 안전교육을 받았다. ⓒ김윤경

‘DDP 루프탑 투어' - 옥상 투어 코스

“지금부터 3차원 곡면인 DDP 지붕의 패널을 직접 밟아보면서 다채로운 도시 경관을 마주하려고 합니다.”

루프탑에 오르기 전 참가자들은 착용할 안전그네 시범을 비롯한 안전교육을 들었다. 안내자는 밝은 목소리로 루프탑이 가진 의미와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보통 건축에서 투시도는 하나의 점에 시선이 집중되지만, 이곳을 설계한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여러 개의 투시 점을 활용했다고. 자하 하디드의 작품들은 초반에는 현실적으로 구현되기 힘들었으나, 컴퓨터 및 공학 기술의 발달로 실현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2014년 시민들에게 공개된 DDP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이기도 한 자하 하디드의 마지막 작품으로 동대문의 역동성에 주목해 ‘기둥 없는 곡선’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  DDP 지붕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있는 참가자 ⓒ김윤경
    DDP 지붕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있는 참가자 ⓒ김윤경
  • 기념수건에 소망을 적고 있다. ⓒ김윤경
    기념수건에 소망을 적고 있다. ⓒ김윤경
  •  DDP 지붕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있는 참가자 ⓒ김윤경
  • 기념수건에 소망을 적고 있다. ⓒ김윤경
“이번 ‘루프탑 투어’는 자하 하디드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관찰하며 결국 실현하는 마음을 담았어요. 새롭게 시작하시고 싶은 꿈을 적어 주세요.” 

제공받은 기념수건에 참가자들의 꿈을 적어 펼치는 슬로건 이벤트를 했다. 또 함께 배부된 서명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서명한 후 보관함에 짐을 맡겼다.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루프탑이 나온다. ⓒ김윤경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DDP 루프탑이 나온다. ⓒ김윤경
안내요원이 참가자 한 사람마다 신경 써서 안전로프에 달아줬다. ⓒ김윤경
안내요원이 참가자 한 사람마다 신경 써서 안전로프에 달아줬다. ⓒ김윤경
참가자가 DDP 루프탑을 걷고 있다. ⓒ김윤경
참가자가 DDP 루프탑을 걷고 있다. ⓒ김윤경
한 사람씩 안전그네를 착용하고 핸드폰은 안전 케이스를 받아 넣은 뒤 조심히 계단을 올랐다. 계단을 오르자 안내요원들은 등 뒤에 있는 안전그네와 안전로프를 걸어 연결했다. 로프에 고정돼 옆으로 3m 이상 걸어갈 수 없도록 안전을 고려했다, 앞뒤로 1m 간격에 맞춰 발밑에 깔린 안전패드 위로 줄을 맞춰 이동했고, 사진을 찍을 때는 한 사람씩 지그재그로 균형을 맞춰 섰다.

처음에는 살짝 무서운 생각도 들었으나 조금씩 걸음을 떼자 긴장감이 사라졌다. 더욱이 안내요원들이 함께 다니며 신경을 써준 덕에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한 사람 씩 기념수건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윤경
한 사람 씩 기념수건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윤경
식물 세덤이 있는 공간 ⓒ김윤경
식물 세덤이 있는 공간 ⓒ김윤경
안내요원들은 포토존에서 한 사람씩 자신의 각오를 쓴 기념수건을 펼친 기념사진도 찍어줬다. 좀 더 걷자 자하 하디드가 심었다는 사막의 식물 세덤이 보였다. 무엇보다 사방이 확 트여 바람이 몹시 상쾌하게 느껴졌다.
DDP 루프탑에서 아래를 보니 또 다르게 느껴졌다. ⓒ김윤경
DDP 루프탑에서 아래를 보니 또 다르게 느껴졌다. ⓒ김윤경
“설계 당시 옥상은 개방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공사 중 유구가 발견되며 설계가 변경돼 개방이 어려워졌죠.”

이번 루프탑 투어는 DDP의 설계 당시 이뤄지지 못한 의도를 시민에게 알리고자 한 취지도 담겨 있다. 옥상에서 안내자는 루프탑에서 사방으로 보이는 모습을 설명해줬다. 참가자들은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거나 바라보며 즐거워 했다.
DDP 루프탑 투어 참가자들 ⓒ김윤경
DDP 루프탑 투어 참가자들 ⓒ김윤경
DDP 루프탑 위에서 바라본 풍경 ⓒ김윤경
DDP 루프탑 위에서 바라본 풍경 ⓒ김윤경
DDP 옥상에서 어느 방향을 바라보면 좋을까? 서울디자인재단 신미선 팀장은 "DDP에서 어울림광장에서 행사를 많이 하다보니 역사공원 쪽을 바라봐도 좋다"면서 "언덕에서 서울 도심을 바라보는 기분이 든다”라고 답했다. 또 내년에 정식 운영이 된다면 루프탑에 올라가 걸을 수 있는 길이는 좀 더 늘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투어를 마치고 내려오자 대기실에는 DDP 엽서와 함께, 앞서 한 명씩 찍은 기념사진이 액자에 담겨 있었다. 참가자들이 투어하는 동안 열심히 준비했을 담당자의 수고가 느껴져 고마웠다.  
     
“옥상이 생각보다 넓어 쾌적했어요.”
“올라가지 못할 만큼 무서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다행이었어요.”
함께 참가한 임종심 씨(중구·64)와 김금녀(중구·70) 씨 ⓒ김윤경
함께 참가한 임종심 씨(중구·64)와 김금녀(중구·70)씨 ⓒ김윤경
임종심 씨(중구·64)와 김금녀(중구·70)씨는 서울50플러스 중부캠퍼스를 통해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이전에도 DDP를 종종 찾았지만 옥상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루프탑이 생각보다 공간이 넓고 한양도성과 낙산공원, 남산 등이 보여 좋았다고 말했다. 또 단풍이 좀 더 들면 더 아름다울 것 같다는 기대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만의 감각으로 새로운 세상을 찾길 바란다는 이벤트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수건에 뭐라고 적었는지 묻자 “꿈을 향해 날아라”라고 썼다며 기념수건을 보여줬다.

DDP 루프탑 투어는 지상 투어를 포함해 DDP 지붕에서 약 280m를 걸으며 한 시간 반 정도 즐기게 된다. 올해 시범운영 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내년에는 코스를 확대‧다양화할 계획이다. 봄(5월)‧가을(9~10월) DDP 정식 콘텐츠로 운영(유료)할 예정이다.
'DDP 루프탑 투어'에 참여한 시민들 ⓒ김윤경
'DDP 루프탑 투어'에 참여한 시민들 ⓒ김윤경
마치 우주선을 타고 올라갔다 내려온 느낌이었다. 집으로 가며 다시 본 DDP의 외벽은 확실히 달라 보였다. 외벽을 보며 나도 모르게 구멍이 뚫린 곳을 찾고 있었다. 그동안 수없이 다닌 곳이지만,오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전망대와 또 다른 느낌이다. 걸어 다니며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곳. 혹 이번에 가지 못했더라도 내년에 더 멋진 투어로 만나 보면 좋겠다.    
DDP 루프탑 투어가 진행되고 있다. ⓒ김윤경

DDP 루프탑 투어

○ 시범기간 : 10월 25일 ~ 11월 17일 금~일요일 13:30, 15:30 (일 2회)
○ 장소 : DDP 실내외(지붕 포함)
○ 신청방법 : DDP 누리집 사전예약(※ 현재 선착순 마감)
○ 문의 : DDP 02-2153-0000

시민기자 김윤경

서울을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고 전하겠습니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