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도 괜찮아! 경계선지능인과 같이 걷는 동행

시민기자 김아름

발행일 2024.10.24. 13:02

수정일 2024.10.2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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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지능인 인식개선 캠페인 행사가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김아름
경계선지능인 인식개선 캠페인 행사가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김아름
‘빨리빨리’가 미덕이 된 시대, 속도는 조금 느리지만 천천히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이들이 있다. 평균 지능과 지적장애 사이의 지능을 가진 ‘경계선지능인’이다. ‘느린 학습자’로도 불리는 경계선지능인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머물러 사회적 소외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느린 걸음이지만, 손잡고 천천히 걷는다면 자립할 수 있는 이들을 위해 10월 23일, 청계광장에서는 "같이 걷는 동행, 천천히 가도 괜찮아!"를 슬로건으로 한 ‘경계선지능인의 사회적 지원을 위한 인식개선 캠페인’이 열렸다.

이번 캠페인을 주최한 서울특별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지원센터는 지난해부터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계선지능인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평생 밀어준다’는 의미로 ‘밈센터’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경계선지능인의 생애 주기에 따른 평생교육 지원에 힘쓰고 있다. 경계선지능인을 선별·발굴하고 생애주기 맞춤형 평생교육 및 기초직업훈련 등을 통해 경계선지능인들이 사회에서 바로 설 수 있도록 지원한다.

경계선지능인은 미국 정신건강의학회 지능검사 DSM-IV 기준, 지능지수 71~84점에 해당하는 이들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3.59%, 지적장애인의 6배, 학생 71만 명, 20대 93만 명에 달할 정도로 적지 않은 인구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매우 낮은 편이다. 나 역시도 이번 행사를 통해 경계선지능인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사회적 지원도 충분하지 않다. 제도적으로 이들을 뒷받침하는 기본법이 없는 실정이라 경계선지능인은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함들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번 행사에서는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높이고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을 목표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경계선지능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의 무용단이 오프닝 공연을 선보였다. ⓒ김아름
경계선지능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의 무용단이 오프닝 공연을 선보였다. ⓒ김아름
경계선지능인 인식개선 캠페인 개회식 행사에서는 경계선지능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예룸예술학교와 예하예술학교의 ‘예예무용단’의 오프닝 공연을 시작으로 다양한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예예무용단은 ‘꿈꾸는 새들’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는데,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당당히 서기를 꿈꾸는 경계선지능인들의 바람을 함축한 것처럼 느껴졌다.

시민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부스 행사 및 이벤트도 진행됐다. 밈센터, 자란다, 전국느린학습자부모연대, 휘카페, 노원구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지원센터 등 여러 유관 기관 및 단체가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부스를 운영했다.
밈센터에서는 경계선지능 청년들이 만든 엽서를 증정하는 게임을 진행했다. ⓒ김아름
밈센터에서는 경계선지능 청년들이 만든 엽서를 증정하는 게임을 진행했다. ⓒ김아름
느린IN뉴스에서 진행한 느린학습자 관련 가로세로 낱말 퀴즈 ⓒ김아름
느린IN뉴스에서 진행한 느린학습자 관련 가로세로 낱말 퀴즈 ⓒ김아름
밈센터(서울특별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지원센터)에서는 카드 게임을 진행해 경계선지능 청년들이 직접 그리거나 아이디어를 내서 만든 엽서와 장바구니를 증정했다.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계선지능 청년들이 함께 참여해 의미가 깊었던 이벤트였다.

느린IN뉴스에서는 느린학습자 관련 단어를 활용한 가로세로 퀴즈를 진행해 느린학습자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높이고자 했다.
경계선지능 청년들에게 추천하는 직업을 묻는 설문조사에 많은 시민들이 답변했다. ⓒ김아름
경계선지능 청년들에게 추천하는 직업을 묻는 설문조사에 많은 시민들이 답변했다. ⓒ김아름
노원구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지원센터에서 진행한 설문조사도 인상 깊었다. 경계선지능 청년의 자립을 위해 필요한 사항과 이들에게 추천하는 직업에 대한 설문조사였는데 많은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경계선지능 청년들에게 추천하는 직업으로 상담사, 작가, 화가 등 느리지만 청년들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이 추천됐다.
경계선지능 청년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휘카페의 팝업스토어 ⓒ김아름
경계선지능 청년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휘카페의 팝업스토어 ⓒ김아름
경계선지능 청년 바리스타들이 운영하는 휘카페의 팝업스토어도 열렸다. 올해 휘카페는 밈센터,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 휘카페가 함께 운영한 바리스타 직무교육 통합과정을 우수하게 이수한 5명의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고 한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행사 부스 중 3곳 이상 방문하면 휘카페에서 음료 1잔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느린 학습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메시지를 담은 캘리그라피 ⓒ김아름
느린 학습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메시지를 담은 캘리그라피 ⓒ김아름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진행한 '천천히 동행' 게임 이벤트 ⓒ김아름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진행한 '천천히 동행' 게임 이벤트 현장 ⓒ김아름
이외에도 캘리그라피 작품 창작,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금융교육 프로그램 소개, 경계선지능 아동 심리·교육·치료 케어 서비스 안내 등 유익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진행됐다. 행사를 후원한 롯데글로벌로지스에서는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시민이 실천하고자 하는 메시지 문구를 공으로 맞히는 게임과 인생네컷 촬영 등의 이벤트를 진행해 행사의 재미와 의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는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 관심과 도움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청계광장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부스 행사에 참여한 일반 시민 중 대다수가 경계선지능인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계선지능인은 말 그대로 평균 지능과 지적장애 사이의 경계에 있어 지원 제도도 부족하고 사회적 인식도 많이 낮습니다.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학교에서도 ‘네가 열심히 노력을 안 해서 못하는 거야’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일반적이죠. 친구들 사이에서는 따돌림을 당하거나 성인이 되고 나서는 다단계나 사기 등에 쉽게 연루돼 이용을 당하기도 하고요.
이들이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구성원의 일원으로 가치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과 지원, 따뜻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김민주 밈센터 사회복지사는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야 이들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계선지능인을 위해 시민들이 남긴 응원의 메시지 ⓒ김아름
경계선지능인을 위해 시민들이 남긴 응원의 메시지 ⓒ김아름
아프리카 속담에 ‘혼자 걸으면 더 빨리 갈 수 있다. 하지만 둘이 걸으면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처럼 경계선지능인을 향한 관심과 지원과 함께 '같이 걷는 동행'이 절실한 시점이다. 

서울특별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

○ 위치 :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21길 22 태성빌딩 4층 403호
○ 교통 : 시청역 1,2호선 3번 출구에서 도보 4분 / 광화문역 5호선 6번 출구에서 도보 6분
○ 운영시간 : 월~금요일 09:00~18:00
누리집
○ 문의 : 02-733-8950

시민기자 김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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