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 비장애 사이 '경계선지능인' 위한 평생교육센터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2.06.23. 13:27

수정일 2022.10.19. 15:55

조회 8,660

서울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가 개관했다. ⓒ김윤경
서울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가 개관했다. ⓒ김윤경

“예를 들어볼까요. 바리스타 교육을 받으면 일반인은 보통 3달 안에 자격증을 딸 수 있는데요. 느린 학습자(경계선지능인)는 소근육 등이 약해서 최소 2년에서 길면 5년까지 걸리거든요. 본인들은 열심히 배웠지만 사회에선 일반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견주니 힘들 수밖에요.”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 오경옥 팀장의 설명이다.

지난 6월 22일 국내 최초 경계선지능인을 위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가 중구에 개관했다. 그동안 청소년센터나 복지관 등에서도 느린 학습자에 관한 교육은 부분적으로 있었지만, 조례에 의거해 만들어진 곳으로는 이곳이 전국 최초다. ☞ [관련 기사] 전국 최초 '경계선지능인' 위한 평생교육센터 개관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가 위치한 태성빌딩 ⓒ김윤경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가 위치한 태성빌딩 ⓒ김윤경

필자 이웃 중에는 발달이 느린 자녀를 둔 부모가 있어 오래전부터 그 고충을 들어왔다. 경계선지능인은 외관상 특징이 달리 나타나지 않지만, 말이나 행동, 이해력 등에서 습득이 느리다. 사회 인식이 부족한 탓에 남들에게 오해를 받기 쉽고 지원과 보호를 받기 어렵다. 더욱이 법적으로 장애인이 아니어서 여러 복지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 지인은 이런 이유로 아이가 학습이나 교우 관계 등에 어려움이 있어 아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종종 토로했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지켜봐 와서였을까. 이번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 개관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를 찾는 길은 수월했다. 중구 세종대로 세종대로21길 22 태성빌딩 4층에 위치한 지원센터는 시청역, 광화문역과 가까워 접근하기 쉬웠다.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 평생교육팀 오경옥 팀장 ⓒ김윤경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 평생교육팀 오경옥 팀장 ⓒ김윤경

“느린 학습자(경계선지능인)가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야 하잖아요. 그렇지만 이들은 장애인이 볼 때는 비장애인으로 보이거든요. 현실적으로 일반인과 경쟁하기는 어려운데 말이죠. ”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 오경옥 팀장은 경계선지능인을 느린 학습자라고도 한다며, 이들도 우리 사회 구성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인구 비율로 보면 경계선지능인은 7명 중 1명일 정도로 많으나, 장애인과 비장애인 경계에 있어 법적으로 지원 받지 못해 안타깝다 했다. 서울시 조례에서 경계선지능인은 ‘지적장애에 해당하지는 않으나 평균 지능에 도달하지 못하는 인지 능력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여 지원과 보호가 필요한 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지능지수가 71~84 사이에 있지만, 법적으로 장애인은 아니다. 
장식장에는 자료들과 아이들이 만든 작품들이 있었다. ⓒ김윤경
장식장에는 자료들과 아이들이 만든 작품들이 있었다. ⓒ김윤경

“현재 노원구나 도봉구 등에 예술학교가 있어요. 그곳에서 느린 학습자는 느리더라도 조금씩 잘 적응하고 있는데요. 졸업하면 향상됐던 부분이 눈에 띄게 떨어져요. 그래서 경계선지능인들에겐 누구보다 평생교육이 중요합니다. ”  
공간마다 모두 벽과 문, 소품의 색깔을 각각 다르게 두었다. ⓒ김윤경
공간마다 모두 벽과 문, 소품의 색깔을 각각 다르게 두었다. ⓒ김윤경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는 센터장을 포함해 청소년지도사, 청소년 상담사, 사회복지사, 직업능력개발훈련교사를 비롯해 임상심리사, 미술심리사 등 다양한 인력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7월에는 관련 기관 학습자나 관련자 간담회를 통해 각각 요구사항을 듣고 분석해, 8월 연계프로그램을 기획할 계획입니다. 8월 말 1차 접수를 홈페이지나 카페 등을 통해 안내할 예정에 있어요. 9월쯤이면 경계선 후기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시작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회의실 및 상담실 ⓒ김윤경
회의실 및 상담실 ⓒ김윤경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에서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평생교육 프로그램 개발‧운영,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효과적‧체계적 지원을 위한 연구활동, 25개 자치구‧복지관 등 경계선지능인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 등을 담당한다. 

먼저 학교‧직장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계선지능인의 자립 역량을 강화하는 생애주기별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게 된다, 또한 당사자를 포함한 가족을 위한 심리상담 서비스도 지원한다. 교육프로그램은 9월로 예정돼 있고, 상담은 개관하면서 바로 진행한다.

경계선지능인에 관련해 실태조사, 현황분석 같은 연구 활동을 비롯해 학술, 토론회를 통한 경계선지능인 인식 확대도 담당한다. 

또 25개 자치구, 평생학습관, 복지관, 청소년상담복지지원센터, 대안학교, 등 유관기관과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책상에 앉아  책을 볼 수 있다. ⓒ김윤경
책상에 앉아 책을 볼 수 있다. ⓒ김윤경

그렇지만 경계선지능에 관해 아직은 좀 생소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혹 관련된 징후들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오경옥 팀장은 어릴 때는 발달지연으로 보이기도 하나, 목을 가누지 못하는 신체적 증후 등에서 또래 아이들보다 늦은 경우가 있다면 유심히 살펴보는 게 좋다고 했다. 또 단체 생활에서 유난히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거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발달과정은 물론 학령기 초기 느끼는 어려움이 평생의 심리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으니,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경계선지능인 아이들이 체험하면서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제품들 ⓒ김윤경
경계선지능인 아이들이 체험하면서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제품들 ⓒ김윤경

“일단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에 전화를 주시면, 부모님이 간단한 스마트검사를 받아볼 수 있어요. 그 검사지를 연구소로 보내 1차 판독을 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지원센터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전문센터로 가서 전체 검사를 하게 됩니다.”

덧붙여 경계선지능인 검사는 전문 상담소에서 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고 말했다. 일반병원에서는 50만 원, 청소년상담센터에서는 20만 원 정도 비용이 들어 적잖은 부담이 된다.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에서는 검사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1차 검사는 무료로, 전체검사는 대상자의 동의를 받아 제한적(예산에 따라)으로 지원 받을 수 있다.
경계선지능인 아이들이 그린 작품 ⓒ김윤경
경계선지능인 아이들이 그린 작품 ⓒ김윤경

“일차적으로는 청소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차후에는 중장년 및 영유아,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에 맞는 평생교육으로 확대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학습 자극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없고 저마다 속도가 달라 맞춤형으로 지원되어야 합니다.”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 어울마당 ⓒ김윤경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 어울마당 ⓒ김윤경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 로비인 어울마당에는 경계선지능인이 디자인하고 만든 다양한 제품이 놓여 있었다. 잼과 가방, 포장지 등 무척 예쁘고 참신한 디자인이 눈에 쏙 들어왔다. 이곳의 시설 내부는 벽과 문, 의자 등 소품을 각각 다른 색으로 꾸며 놓았다. 
청소년 교육에 앞장서온 이교봉 센터장 ⓒ김윤경
청소년 교육에 앞장서온 이교봉 센터장 ⓒ김윤경

“경계선지능인들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데, 평생교육센터가 그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발굴하기 힘든 이들까지 찾아 역량을 키우고 자립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려고 합니다.” 이교봉 센터장 또한 앞으로의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전부터 간절히 바라던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가 생겨 몹시 반갑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이들에게 알맞은 지원과 도움을 제공해 이들이 사회의 한 일원으로 행복하게 성장해 나가길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 시민들 또한 경계선지능인에 관한 인식개선과 큰 관심이 필요할 때다. 지인의 자녀 또한 우리 곁에서 즐겁게 살아가길 소망한다.

서울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

○ 주소: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1길 22(태성빌딩) 4층 403호
홈페이지
○ 문의: 02-733-8950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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