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퍼지는 흙내음의 정체는? '우리동네 가드닝카페' 참여기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4.08.26. 16:53

수정일 2024.08.2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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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들이 화분 만드는 데 몰두하고 있다. ⓒ김윤경
수강생들이 화분 만드는 데 몰두하고 있다. ⓒ김윤경

“가정에서 식물에 해충이 생겼을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비누와 물이에요.”

8월 22일 용산꿈나무종합타운 내 용산꿈나무카페에서는 ‘우리동네 가드닝카페’ 2회차가 진행됐다. ‘우리동네 가드닝카페’ 사업은 생활 속 접근이 쉬운 동네 카페를 활용한 가드닝 프로그램이다. 서울시에서는 일상 속 정원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취지로 용산구, 은평구 등 4개 자치구를 선정해 8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하고 있다.

용산꿈나무카페 테이블에는 깔끔하게 비닐이 깔려 있고, 자리마다 설명 자료가 놓여 있었다.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은 다양했다. 가까운 용산이나 마포서 온 수강생도 있었지만, 노원에서 온 수강생도 있었다. 신청 계기도 달랐다. 한 수강생은 받아보는 SNS에서 소식을 듣고 신청했고 다른 수강생은 비슷한 프로그램을 찾아보다가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기대 가득한 표정만큼은 하나같았다.
용산꿈나무카페 ⓒ김윤경
용산꿈나무카페 ⓒ김윤경

“지난 1회차에는 흙에 관해 알아봤는데요. 오늘은 홈가드닝에 관해 배우고 흙이 다른 식물 두 가지를 심어볼 거예요. 우선 지난 번에 한 분이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셔서 책을 가져왔어요.”

최서연 강사가 세 가지 책을 보여주며 각 책의 특징을 이야기해줬다. <식물학자의 노트>는 그림책처럼 보이지만 과학적인 내용이 담겨 있단다. 이어 본격적으로 식물 환경 및 병충해에 관해 이야기하자 수강생들의 질문도 늘었다.
기르는 반려 식물의 상태를 보여주며 조언을 구하고 있다. ⓒ김윤경
기르는 반려 식물의 상태를 보여주며 조언을 구하고 있다. ⓒ김윤경

“흙, 해, 바람 중 가장 필요한 하나를 꼽으라셨죠? 아무래도 물이겠죠. 물에서도 전 빗물을 추천해요.”

수강생의 질문에 그가 답했다. 이어 그는 오염됐다고는 해도 빗물이 가장 좋고 수돗물은 3일 정도 받아 놓은 후 줘야 하며 정수된 물은 주지 말라고 당부했다. 

“우리도 습도 높다고 물을 안 마시진 않잖아요. 식물도 습도를 맞춰 병충해를 예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습도 조절할 때 중요한 건 가지치기와 통풍이에요.

귀에 감기듯 알기 쉬운 비유였다. 이어 그는 습도 조절하는 방법도 설명했다. 만약 이마저 귀찮다면 가습기를 켜놓거나 비오는 날 창문을 열거나 샤워 후 욕실 문을 열어 둬도 좋다고 했다.
모두 완성한 화분을 한자리에 모았다. ⓒ김윤경
모두 완성한 화분을 한자리에 모았다. ⓒ김윤경

병충해의 종류와 대책에 관해서도 간결하며 알기 쉽게 이야기해줬다. 각각의 처치법을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약으로 알려줬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비누와 물을 7대 3으로 섞어 골고루 분포하는 거라고 했다. 한 수강생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찍어 놓은 식물을 보여주며 궁금한 걸 질문하자 강사는 바로 응답했다. 나도 평소 베란다에서 식물을 가꾸며 궁금했던 점이 풀렸다.

“키우던 식물이 죽거나 병충해가 왔다고 스트레스는 받지 마세요. 잘 키우시고 싶겠지만, 환경에 따라 살기 어려울 수도 있는 거니까요. 단, 예방에 좀 더 귀 기울여주면 더 건강하고 즐겁게 식물과 교감할 수 있겠죠.”
각 재료를 담은 종이 봉투가 운반돼 왔다. ⓒ김윤경
각 재료를 담은 종이 봉투가 운반돼 왔다. ⓒ김윤경
봉투 안에 들어있는 필수품들 ⓒ김윤경
봉투 안에 들어있는 필수품들 ⓒ김윤경

이어 실습이 시작되자, 수강생에게 커다란 종이봉투와 화분이 제공됐다. 흙이나 쓰레기를 담도록 봉투에는 비닐봉지가 씌워져 있었고, 앞치마와 장갑 등 필요한 재료들이 들어 있었다. 필요한 재료가 알맞게 준비돼 그 세심함에 감탄했다. 식물은 많은 사람이 좋아하기 때문일까.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던 사람들도 슬며시 쳐다봤다.  
  • 한 수강생이 화분에 흙을 넣고 있다. ⓒ김윤경
    한 수강생이 화분에 흙을 넣고 있다. ⓒ김윤경
  • 식물 심기에 몰입하는 수강생들 ⓒ김윤경
    식물 심기에 몰입하는 수강생들 ⓒ김윤경
  • 한 수강생이 화분에 흙을 넣고 있다. ⓒ김윤경
  • 식물 심기에 몰입하는 수강생들 ⓒ김윤경

강사는 수강생에게 토양이 다른 다육식물(흑토이, 유접곡)과 관엽식물(칼라데아 마코야마)을 심으며 토양의 차이를 느껴보라고 했다. 식물을 심는 방법은 물론 흙의 차이, 돌의 종류 등을 알기 쉽게 익힐 수 있었다. 특히 두 식물이 환경이 전혀 다른 만큼 물 주는 것부터 주의점 등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카페에서 이야기를 듣고 배우는 수강생들 ⓒ김윤경
카페에서 이야기를 듣고 배우는 수강생들 ⓒ김윤경

수업을 진행한 최서연 강사의 간단한 인터뷰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우리동네 가드닝카페’는 다양한 수강생이 참여하므로 커리큘럼을 짤 때 기초부터 자신만의 정원 디자인을 만들도록 순차적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마지막 시간에는 가드닝하며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알려준다고 했다. 

수업이 연결되는데 회차별로 신청해 오면 전 시간 내용을 모르는데 괜찮냐고 묻자, 그는 이전 시간에 배운 내용을 정리해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는 식물 키우는 즐거움을 느껴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구나 잘 키워야 하는 의무감도 생기고 죽으면 죄책감도 가지게 되나, 그런 일도 식물을 키우면서 생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카페에 놓여 있는 식물들 ⓒ김윤경
카페에 놓여 있는 식물들 ⓒ김윤경

‘우리동네 가드닝카페’는 자치구마다 운영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용산구의 경우 서울시민 전부를 대상으로 한다. 좋은 흙 구분법, 분갈이(병충해) 등 4회로 나눠 각 회 다른 주제로 운영하며, 원하는 회차만 수강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원데이클래스가 있어 체험 실습 위주로도 진행한다. 늘 체험 만족도가 무척 높다. 그런 까닭인지 대부분 예약을 대기하거나 마감된 경우가 많다. 그래도 용산구는 10월경 2차 신청이 있다는 점이 다행일까. 놓치지 말아야겠다.
카페에 놓인 재료들 ⓒ김윤경
카페에 놓인 재료들 ⓒ김윤경

서울시는 ‘우리동네 가드닝카페’ 외에도 직장인이 대상인 ‘퇴근 후 정원생활’‘어르신 가드닝 프로그램’, 청년 대상인 ‘경의선 가드닝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어르신 가드닝 프로그램’은 종로 서울노인복지센터, 금천 혜명양로원, 동대문구치매안심센터 등 서울노인복지기관 3곳에서 직접 식물을 기르고 정원을 가꾸는 구성이다. 국제정원박람회를 함께 둘러보는 해설 투어도 함께하며 내년에는 올해 프로그램을 통해 습득한 것을 토대로 옥상 등 기관 자체 부지에 직접 정원을 조성해보는 활동도 벌일 예정이다.

고령화와 1인 가구가 늘어나며 현대인이 느끼는 스트레스, 우울감이 증가하는 요즘이다. 이에 따라 해결책으로 식물 치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네 카페에 잠시 들려 유용한 정보와 풍성한 식물을 안고 돌아가는 마음은 참 가뿐했다. 오늘도 무덥고 불쾌지수는 높은 하루였지만. ‘우리동네 가드닝카페’는 그 모든 걸 잠시 잊게 해주는 마법 같았다. 많은 곳에 이런 프로그램이 생기고 다양한 정원을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용산구 ‘우리동네 가드닝카페’

○ 장소 : 용산꿈나무카페, 바이두부
○ 기간 : 2024년 8월 19일 ~ 11월 27일 ※ 10월 중 2차 모집 예정
○ 대상 : 만 19세 이상 서울시민(서울시 소재 직장인 및 대학생 가능)
○ 모집인원 : 총 180명 (회당 10명)
○ 참가비 : 회당 1만 원
○ 예약 :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 예약
○ 문의 : 02-2199-7614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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