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김구 선생과 대화해볼까? 6월 아이와 가볼 만한 곳

권다현 작가

발행일 2024.06.03. 15:13

수정일 2024.06.03. 15:31

조회 1,554

여행작가 권다현의 ‘아이랑 서울여행’ (8) 초록숲길 따라 애국심이 쑥쑥 효창공원
여행작가 권다현의 'Fun하게 편하게 아이랑 서울여행'
지금 딱 걷기 좋은 초록숲길과 백범김구기념관이 있는 효창공원
지금 딱 걷기 좋은 초록숲길과 백범김구기념관이 있는 효창공원

충무공 이순신에 이어 요즘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인물은 백범 김구다. 지난달에 경교장을 다녀온 게 발단이 됐다. 드라마틱하게 재현된 선생의 암살 현장과 피 묻은 저고리,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수많은 인파가 아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모양이다. 학교 도서관에서 백범의 전기를 빌려오는가 하면, 관련 동영상을 찾아보며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엄마랑 선생님 묘소에 가볼까?” 물었더니 무덤이라는 공간이 지닌 무게감 때문인지 망설이는 눈치다. 아마 효창공원하면 대부분 떠올리는 이미지가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딱 걷기 좋은 초록숲길과 풍성한 볼거리로 채워진 백범김구기념관은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봐도 좋을 목적지다.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주인공 의빈성씨와 아들 문효세자의 묘가 자리했던 곳이 효창원이다.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주인공 의빈성씨와 아들 문효세자의 묘가 자리했던 곳이 효창원이다.

파란만장한 역사를 딛고 우리 품으로

효창(孝昌)은 ‘효성스럽고 번성하다’라는 의미다. 애국선열들을 모신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은 문효세자의 묘인 효창원에서 유래했다. 최근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 정조와 의빈성씨의 애틋한 사랑을 그려내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들 사이에서 얻은 첫째 아들이 바로 문효세자다. 생후 22개월에 왕세자로 책봉될 만큼 아버지 정조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나 네 살이 되기도 전에 홍역으로 목숨을 잃었다. 같은 해 어머니 의빈성씨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효창원에는 이들 모자의 묘가 나란히 자리했다.

정조가 궁궐 가까이 두고 사랑하는 이들을 추모했던 공간은 일제강점기 숙영지로 사용되며 독립군 소탕작전의 근거지가 됐다. 1921년에 골프장이 설치됐는가 하면 놀이기구가 들어서고 벚나무를 심는 등 유원지로 활용하기도 했다. 효창원은 1944년 경기도 고양 서삼릉으로 강제 이장되었는데, 이때 100걸음 정도였던 문효세자와 의빈성씨 묘 사이 거리가 2km에 달할 만큼 멀어지고 말았다. 해방 후 일제의 흔적은 모두 철거되었고, 1946년 이름만 남은 효창원에 독립운동가들의 유해를 모시면서 지금의 효창공원이 조성되었다.
효창원은 1944년 경기도 고양 서삼릉으로 강제 이장됐다.
효창원은 1944년 경기도 고양 서삼릉으로 강제 이장됐다.

백범 김구, 영원히 잠들다

1949년 6월 26일, 백범 김구가 경교장에서 암살되었다. 갑작스런 죽음에 무려 120만 명에 이르는 조문객이 빈소를 찾아와 애도했고, 장례식에는 50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눈물을 흩뿌렸다. 국민장을 마친 선생의 시신은 효창공원에 안장되었는데, 2002년 묘소 옆에 백범김구기념관이 들어서며 공원의 중심구역을 이룬다. 존경하는 선생의 무덤 앞에 선 아이는 조심스레 “절해도 돼요?” 물었다. 그러고는 제법 신중하고 진지한 태도로 두 번의 절을 올리자 어디선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뒤이어 묘를 찾은 머리 희끗한 어르신들이다. “너, 멋지다!”, “어쩜, 선생님이 정말 좋아하시겠네!” 칭찬이 이어지자 아이는 부끄러운 듯 엄마 품으로 달려들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추모의 마음을 먹은 아이가 기특해 한참을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존경하는 김구 선생의 무덤 앞에 선 아이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제법 신중하고 진지한 태도로 두 번의 절을 올렸다.
존경하는 김구 선생의 무덤 앞에 선 아이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제법 신중하고 진지한 태도로 두 번의 절을 올렸다.

백범김구기념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태극기를 배경으로 자리한 선생의 좌상이 맞아준다. 전시관 입구엔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고 적은 <나의 소원> 중 일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아이는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선생의 말이 내내 마음에 남는단다. <나의 소원>을 담은 작은 책자를 챙겨와 지금도 문득 꺼내어 함께 읽어보곤 한다. 
백범김구기념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김구 선생의 좌상이 맞아준다. 전시관 입구엔 <나의 소원> 중 일부 글귀가 새겨져 있다.
백범김구기념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김구 선생의 좌상이 맞아준다. 전시관 입구엔 <나의 소원> 중 일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어 선생의 일생이 시간 순서에 따라 펼쳐지고, 2층에는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시작으로 조국 독립을 위한 치열한 투쟁의 역사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특히 유리창 너머 선생의 묘가 바라보이는 자리에 추모공간을 마련해 관람객의 걸음을 뭉클하게 한다. 아이도 이 공간이 마음에 들었는지 “나도 엄마처럼 사진으로 기록해둘래요!” 휴대전화 카메라로 기억을 담아둔다.
백범김구기념관에는 유리창 너머로 백범 김구의 묘소가 바라보이는 자리에 추모공간이 있다.
백범김구기념관에는 유리창 너머로 백범 김구의 묘소가 바라보이는 자리에 추모공간이 있다.

체험요소도 다양하다. 임시정부 충칭청사를 실감콘텐츠로 재현했는가 하면, 2층 전시실 출구엔 선생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즉석에서 인쇄하는 공간도 갖췄다. 1층 기념품숍 옆에는 AI로 구현한 선생과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코너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선생님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어요?”, “선생님 꿈은 뭐였어요?” 아이는 한참이나 머물며 선생과의 대화에 빠져들었다.
AI로 구현한 김구 선생과 대화를 하고, 임시정부 충칭청사를 재현한 공간, 선생과 기념사진을 찍고 인쇄까지 가능한 공간 등 체험요소도 다양하다.
AI로 구현한 김구 선생과 대화를 하고, 임시정부 충칭청사를 재현한 공간, 선생과 기념사진을 찍고 인쇄까지 가능한 공간 등 체험요소도 다양하다.

안중근, 이봉창, 윤봉길…애국선열들 한곳에

효창공원에는 백범 김구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가 잠들어 있다. 삼의사묘로 불리는 이곳에는 백범이 생전에 마련한 안중근 의사의 가묘도 자리한다. 가묘란 유골이 없는 묘소를 일컫는데, 조선 침략의 원흉으로 불리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의 유해는 일제의 계략으로 여전히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흔적마저 잊혔다. 하루빨리 안중근의 유골을 되찾아 이곳이 사의사묘로 불리는 날이 오기를, 아이는 고개 숙여 빌었다고 한다.
효창공원 입구에서 오른쪽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임시정부요인의 묘가 있다.
효창공원 입구에서 오른쪽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임시정부요인의 묘가 있다.

공원 입구에서 오른쪽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이동녕, 조성환, 차리석의 묘가 자리한다. 임시정부 초대 주석을 지낸 이동녕은 위기 때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요인들을 이끌었던 인물로, 고령에도 몸을 돌보지 않고 독립운동에 매진하다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한 채 멀리 중국 땅에서 생을 마감했다. 조성환은 임시정부 군사특파원으로 중국정부와 협의해 광복군 창설에 공헌한 인물이다. 독립신문 기자로 활동했던 차리석은 온갖 시련과 고초를 겪으며 임시정부를 지켜냈고, 1945년 9월 해방의 기쁨이 채 가시기 전에 눈을 감았다.
이봉창이 거주했던 효창동에 마련된 이봉창역사울림관도 가까이 있다.
이봉창이 거주했던 효창동에 마련된 이봉창역사울림관도 가까이 있다.

이봉창역사울림관, 식민지역사박물관도 추천

효창공원으로 향하는 지하철역 1번 출구 근처에 이봉창역사울림관이 자리한다. 이봉창이 거주했던 효창동에 마련된 전시관에서는 의사의 짧았던 생과 함께 일왕에게 수류탄을 던지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VR로 체험할 수 있다. 전시관 마당에는 생전 김구와의 대화를 재현한 조형물이 설치됐는데, “영원한 쾌락을 얻기 위해 우리 독립에 헌신하고자 상해에 왔다”는 의사의 각오가 묵직하다. 방금 의사의 묘를 다녀온 아이는 “우리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툰 글씨로 마음을 전했다.
이봉창역사박물관에는 이봉창 의사가 수류탄을 던지는 상황을 VR로 체험할 수도 있다. 아이는 이봉창 의사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봉창역사박물관에는 이봉창 의사가 수류탄을 던지는 상황을 VR로 체험할 수도 있다. 아이는 이봉창 의사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남겼다.
방금 의사의 묘를 다녀온 아이는
“우리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툰 글씨로 마음을 전했다.

숙명여대 방면으로 걸어서 10분이면 식민지역사박물관도 둘러볼 수 있다. 지난 2018년 처음 문을 연 이곳은 일본제국주의 침탈의 역사와 그에 부역한 친일파의 죄상, 빛나는 항일투쟁의 역사를 기록하고 전시하는 최초의 일제강점기 전문 역사박물관이다. 현재 기획전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운동 기록사진전'이 열리고 있는데, 피해자들이 직접 남긴 거칠지만 유일한 기록사진 속에서 인권회복과 역사정의 실현을 위해 걸어온 뜨거운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다.
공원에서 숙명여대 방향으로 걸어서 10분 거리에 최초의 일제강점기 전문 역사박물관인 ‘식민지역사박물관’이 있다.
공원에서 숙명여대 방향으로 걸어서 10분 거리에 최초의 일제강점기 전문 역사박물관인 ‘식민지역사박물관’이 있다.

 ✔ 엄마 여행작가의 꿀팁! 
- 백범김구기념관 누리집에 들어가면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준비한 다양한 행사와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어요. 아이들과 방문하기 전 미리 살펴보길 추천해요.
- 백범김구기념관 운영시간은 하절기 10:00~18:00 동절기 10:00~17:00, 이봉창역사울림관은 10:00~17:00(12:00~13:00 점심시간), 식민지역사박물관은 10:30~18:00예요. 세 곳 모두 매주 월요일이 휴관이고 입장료는 무료랍니다.
- 효창공원 내에는 울창한 숲길이 많아요. 아이들과 함께 산책할 예정이라면 얇은 긴팔과 긴바지, 해충기피제를 미리 준비하세요.
- 효창공원앞역 근처에 용문시장이 있어요. 규모는 작지만 전통시장의 아기자기한 매력을 간직한 곳이라 함께 둘러보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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