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칼퇴하고 새로운 경험 한 스푼! 서울역사박물관 '영뮤지엄'

시민기자 김준범

발행일 2024.04.19. 14:07

수정일 2024.04.19. 16:13

조회 3,797

퇴근 후 스마트폰은 그만! 새로운 것이 필요해!

‘직장-집-직장-집’, 퇴근 후에는 움직일 힘도 없어 침대에서 스마트폰으로 ‘숏츠’ 몇 개 넘기다 그대로 잠드는 일상. 한 주는 어떻게든 넘어가지만 무언가 꾸준히 결핍돼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기자의 눈에 ‘영뮤지엄’ 네 글자가 들어왔다.

영뮤지엄은 서울역사박물관이 2030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체험과 소통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3년차를 맞이한 영뮤지엄은 상반기, 하반기로 나누어 진행되는데, 기자는 이번 상반기 영뮤지엄 1회차 ‘백인제 가옥에서 즐기는 서울의 봄’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서울역사박물관이 2030 청년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영뮤지엄' 소개 포스터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이 2030 청년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영뮤지엄’ 소개 포스터 ⓒ서울역사박물관

영뮤지엄은 프로그램 진행 여건상 15명 내외의 참여자만 선착순 신청을 받기 때문에, 꼭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알람을 맞춰 두고 빠르게 신청해야 한다.

“퇴근하겠습니다!” 평소보다 빨리 업무를 정리하고 나와서 곧장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백인제 가옥으로 향했다.
철쭉으로 가득한 백인제 가옥 ⓒ김준범
철쭉으로 가득한 백인제 가옥 ⓒ김준범

개성 가득 백인제 가옥의 낮과 밤

백인제 가옥에 아직 안 와 보신 분 계신가요?” 문명희 도슨트의 질문에 번쩍 손을 들었다.
“개방한 지 10년이 됐는데 어떻게 안 와보실 수 있어요?” 이어지는 핀잔에 머쓱했다.
백인제 가옥은 북촌 한옥마을에서 두 번째로 큰 한옥(744평)이다. 가장 큰 곳은 윤보선 전 대통령의 가옥(1,500평)이지만 현재 그곳은 가족이 거주 중으로 방문이 어렵고, 백인제 가옥은 방문이 가능한 한옥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백인제 가옥 구조 ⓒ서울역사박물관
백인제 가옥 구조 ⓒ서울역사박물관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의 부동산 잠식을 막기 위해 한옥을 계획적으로 지었던 북촌 한옥마을, 그중에서도 1913년 지어진 백인제 가옥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전통 한옥들과는 다른 독특한 모습들로 가득한 근대적 공간이었다.

먼저, 창이 창호지가 아닌 유리창으로 만들어진 점이 보였고, 과거 유교적 ‘남녀유별’ 사상에 따라 안채와 사랑채가 엄격히 나눠진 전통적 한옥과 달리 안채와 사랑채가 일본식 복도로 이어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 단층구조가 아닌 복층구조이며, 한국식 수납공간인 농과 일본식 수납공간인 벽장(오시이레)가 함께 공존하는 곳이었다.

“여성들의 공간인 별채는 전통적인 한국식에 가깝게, 외부 손님을 맞이하는 사랑채는 일본식에 가깝게 지은 것은 당시의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도슨트의 설명을 통해 단순히 ‘한옥이네’ 생각하고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 백인제 가옥의 안채. 도슨트와 함께 해설을 들으며 둘러봤다. ⓒ김준범
    백인제 가옥의 안채. 도슨트와 함께 해설을 들으며 둘러봤다. ⓒ김준범
  • 백인제 가옥 안방 ⓒ김준범
    백인제 가옥 안방 ⓒ김준범
  • 2층 구조로 이루어진 백인제 가옥. 영화 <암살>의 촬영지이도 하다. ⓒ김준범
    2층 구조로 이루어진 백인제 가옥. 영화 <암살>의 촬영지이도 하다. ⓒ김준범
  • 백인제 가옥의 안채. 도슨트와 함께 해설을 들으며 둘러봤다. ⓒ김준범
  • 백인제 가옥 안방 ⓒ김준범
  • 2층 구조로 이루어진 백인제 가옥. 영화 <암살>의 촬영지이도 하다. ⓒ김준범

일본식 복도를 지나 안채를 나오자 정원과 함께 연결된 사랑채가 나왔다. 손님들을 모아 ‘가든파티’를 즐기기 위해 개방형으로 만들어진 사랑채에는 당시 방문객들 사이에 오고갔던 수많은 정치·사회 이야기들이 아직도 허공에 떠돌아다니는 듯했다.

백병원 창립자로 잘 알려져 있는 당시 최고의 의사였던 백인제 선생과 독립신문을 창간한 서재필 선생, 그리고 흥사단 회원들이 함께 촬영한 사진 속에 역사의 수레바퀴(일제 강점기, 미군정, 6.25전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백인제 가옥의 사랑채를 둘러보고 있다. ⓒ김준범
백인제 가옥의 사랑채를 둘러보고 있다. ⓒ김준범
백인제 가옥의 안채와 사랑채를 연결하는 일본식 복도 ⓒ김준범
백인제 가옥의 안채와 사랑채를 연결하는 일본식 복도 ⓒ김준범
백인제 가옥의 안채와 사랑채.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촬영지이기도 하다. ⓒ김준범
백인제 가옥의 안채와 사랑채.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촬영지이기도 하다. ⓒ김준범
백인제 선생, 서재필 선생, 그리고 흥사단원들의 단체사진 ⓒ김준범
백인제 선생, 서재필 선생, 그리고 흥사단원들의 단체사진 ⓒ김준범

밤에도 즐길 수 있는 식물 이야기

안채, 사랑채에서 나와 다음으로 이동한 공간은 별채였다. 보통 별채는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었지만, 백인제 가옥의 별채는 남자를 위한 공간이라는 점도 독특했다. 소위 요즘 말로 ‘맨케이브(man cave)’, 남자들을 위한 취미공간인 것이다.
  • 별채에 들어가는 참가자들 ⓒ김준범
    별채에 들어가는 참가자들 ⓒ김준범
  • 별채의 모임 장소 ⓒ김준범
    별채의 모임 장소 ⓒ김준범
  • 별채에 들어가는 참가자들 ⓒ김준범
  • 별채의 모임 장소 ⓒ김준범

이곳에서 참여자들은 김정숙 숲해설가를 만날 수 있었다. “오시면서 대나무를 보셨죠? 대나무는 나무일까요, 풀일까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스러웠던 것도 잠시, 재미난 해설이 뒤를 이었다.
“대나무는 국어적으로는 나무이지만, 사실 풀의 속성을 더 많이 가지고 있어서 학술적으로는 풀로 분류를 한답니다. 굉장히 예민한 식물이어서 일 년에 하루, 5월 13일에만 옮길 수 있어요. 옛날부터 한옥 주변에 대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대나무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답니다. 새소리를 듣기 위해 과실나무를 심은 것과는 또 다른 부분이에요.”

김정숙 해설가가 준비한 은단풍 씨앗, 모란 씨앗, 무궁화 씨앗, 솔잎과 잣잎 등 다양한 소품을 활용해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무심코 지나갔단 다양한 식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솔잎과 잣잎의 차이에 를 설명해 주는 숲해설가 ⓒ김준범
    솔잎과 잣잎의 차이에 를 설명해 주는 숲해설가 ⓒ김준범
  • 무심코 지나갔던 꽃마리. 설명을 듣고 다시 볼 수 있었다. ⓒ김준범
    무심코 지나갔던 꽃마리. 설명을 듣고 다시 볼 수 있었다. ⓒ김준범
  • 솔잎과 잣잎의 차이에 를 설명해 주는 숲해설가 ⓒ김준범
  • 무심코 지나갔던 꽃마리. 설명을 듣고 다시 볼 수 있었다. ⓒ김준범
  • 백인제 가옥 사랑채의 밤 전경 ⓒ김준범
    백인제 가옥 사랑채의 밤 전경 ⓒ김준범
  • 백인제 가옥 사랑채의 낮 전경 ⓒ김준범
    백인제 가옥 사랑채의 낮 전경 ⓒ김준범
  • 밤의 백인제 가옥 사랑채 ⓒ김준범
    밤의 백인제 가옥 사랑채 ⓒ김준범
  • 낮의 백인제 가옥 사랑채 ⓒ김준범
    낮의 백인제 가옥 사랑채 ⓒ김준범
  • 백인제 가옥 안채 ⓒ김준범
    백인제 가옥 안채 ⓒ김준범
  • 밤의 백인제 가옥 별채 ⓒ김준범
    밤의 백인제 가옥 별채 ⓒ김준범
  • 백인제 가옥 사랑채의 밤 전경 ⓒ김준범
  • 백인제 가옥 사랑채의 낮 전경 ⓒ김준범
  • 밤의 백인제 가옥 사랑채 ⓒ김준범
  • 낮의 백인제 가옥 사랑채 ⓒ김준범
  • 백인제 가옥 안채 ⓒ김준범
  • 밤의 백인제 가옥 별채 ⓒ김준범

영뮤지엄, 청년들에게 서울이 재미난 공간이 되길 바라며

“이번 영뮤지엄은 ‘4월을 즐기는 꼼꼼한 방법’을 주제로 그동안 바라보지 못한 일상 속 구석구석을 찾아보는 재미를 드리기 위해 준비했어요” 이번 영뮤지엄을 기획한 정윤경 학예연구사가 이야기한다.

총 5회차로 준비된 프로그램은 1·2회차 식물, 3·4회차 동물, 그리고 5회차는 특별행사로 청년들에게 각광 받는 ‘공포 이야기’를 테마로 준비했다고 한다.

“기존에 성인 대상 프로그램이 부족했는데, 직장 다니시는 분들도 퇴근 후 편하게 오셔서 재미있게 쉬고, 같은 나이대의 청년들이 소통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꼐 준비한 강경원 연구원이 말을 이어 갔다.

서울역사박물관의 영뮤지엄 프로그램은 ‘역사’라는 주제와 ‘박물관’이라는 장소의 틀에서 벗어나 청년들이 일상 속 서울을 어떻게 즐기고, 또 다르게 볼 수 있을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어떻게 개인의 삶을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며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아직 4, 5회차 프로그램 신청 기간이 남아 있고, 하반기에도 재미있는(Fun) 서울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반복되는 일상 속 서울역사박물관을 통해 ‘지적 자극’ 한 스푼을 얹어 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선물해 준 창호등을 들고 백인제 가옥을 뒤로했다. ⓒ김준범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선물해 준 창호등을 들고 백인제 가옥을 뒤로했다. ⓒ김준범

서울역사박물관 2024년 상반기 '영뮤지엄'

○ 대상 : 20~39세 성인 (1985~2004년 생)
○ 기간 : 2024. 4. 18. ~ 5. 23. 매주 목요일 19~21시(5회차)
○ 신청 : 온라인 접수 ☞바로가기 (각 회차별 선착순 15명 내외)
 - (4회차)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이인규 작가가 전해주는 ‘반려도시 서울 - 도시와 함께 사는 법’ : 4.25. 10시 접수 시작
 - (5회차) 곽재식 교수와 함께하는 ‘서울의 요괴 - 경희궁 터에서 듣는 조선 괴물 이야기’ : 5.9. 10시 접수 시작
○ 문의 : 02-724-0183, 0196

시민기자 김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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