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만나는 수중 고고학 전시! 바닷길에서 찾은 보물은?

시민기자 최정환

발행일 2024.04.01. 10:11

수정일 2024.04.01. 19:20

조회 907

한성백제박물관의 <바닷길에서 찾은 보물> 기획전 입구 ⓒ최정환
한성백제박물관의 <바닷길에서 찾은 보물> 기획전 입구 ⓒ최정환

서울 송파구의 한성백제박물관에서 <바닷길에서 찾은 보물> 기획전이 5월 19일까지 열린다. 선사, 고대의 수중 문화유산과 수중 고고학을 테마로 한 이번 기획전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전시다. '수중 문화유산'이라는 테마는 서울시 최초이기도 하다.

태안은 ‘바닷속 경주’라고 불릴 정도로 수중 유물이 많고, 이를 발굴하기 위한 수중 고고학도 발달된 곳이다. 그러나 아무리 역사를 좋아하는 서울 시민이라도 태안까지 찾아가기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그런 시민들을 위해 서해 바닷길에서 발견된 보물(국가지정문화재) 7점과 태안에서 처음으로 발굴된 백제 토기 등 75점이 서울 한성백제박물관까지 찾아 왔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서울시민들은 서해 바닷길의 역사를 살필 뿐 아니라 수중에서 발굴된 보물의 가치를 직접 보고, 그 보존과 전시에 관한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곧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노력과 개펄에 파묻힐 경우 육지 유물보다 훨씬 보존상태가 좋은 수중 고고학의 특성을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고고학은 고고학인데, ‘수중 고고학’

직접 방문해 보니 주말에 시작된 데 힘입어 수많은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은 상태였다. 특히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이 많았다. 수중 고고학이 탐험하는 곳, 바닷속 세상을 향한 어린이들의 관심 때문일지 모른다. 전시측도 이를 생각했는지 전시 전반에 걸쳐 어린이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을 많이 배치해 두었다.

전시는 수중 고고학 자체에 관한 섹션이 먼저 나왔다. 수중 고고학의 일반적인 작업과정, 장비, 세계 수중 고고학 발전사 등을 미디어 아트와 함께 정리해 놓은 섹션은 확실히 흥미로웠다. 사실 한국에서 수중고고학 분야는 열악한 편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와 같이 수중 문화유산과 수중 고고학에 대한 관심은 분명 높아지고 있다. 어린이를 대동한 가족 관람객들도 잠수복을 입고 방수처리된 카메라를 들고 작업하는 수중 고고학에 관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 잠수복과 미디어. 수중 고고학 장비와 수중 유물 모형, 그리고 그 소개영상이 소개되고 있다. ⓒ최정환
    잠수복과 미디어. 수중 고고학 장비와 수중 유물 모형, 그리고 그 소개영상이 소개되고 있다. ⓒ최정환
  • 수중 고고학의 발굴 과정과 활용 기술에 대한 소개 ⓒ최정환
    수중 고고학의 발굴 과정과 활용 기술에 대한 소개 ⓒ최정환
  • 세계 수중고고학 지도. 1900년대 전 세계에 걸친 수중 고고학의 무대 정보를 알려준다. ⓒ최정환
    세계 수중고고학 지도. 1900년대 전 세계에 걸친 수중 고고학의 무대 정보를 알려준다. ⓒ최정환
  • 잠수복과 미디어. 수중 고고학 장비와 수중 유물 모형, 그리고 그 소개영상이 소개되고 있다. ⓒ최정환
  • 수중 고고학의 발굴 과정과 활용 기술에 대한 소개 ⓒ최정환
  • 세계 수중고고학 지도. 1900년대 전 세계에 걸친 수중 고고학의 무대 정보를 알려준다. ⓒ최정환

난파선에서 건져올린 보물들

이어서 한국 수중 고고학이 발굴해낸 성과들이 뒤를 이었다. 이번 전시에는 서남해안보다는 최근 수중 고고학의 중심지가 된 서해안, 그중에서도 태안 앞바다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많았다. 태안선과 마도 1~4호선이 대표적이다. 전시는 수중 난파선들과 그 속에서 나온 유물들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당시의 배와 화물, 그리고 그와 관계된 역사적 사실을 정리해주었다. 연결된 섹션으로 박물관 특성에 맞게 백제의 서해안 교역을 증명해주는 유물들을 따로 다루기도 했다. 백제 해상 교역의 증거들이 눈에 띄었다.
  • 2섹션 전경. 발굴 도면을 그대로 바닥에 그려두었다. ⓒ최정환
    2섹션 전경. 발굴 도면을 그대로 바닥에 그려두었다. ⓒ최정환
  • 수중 고고학을 통한 백제 연구. 수중 고고학으로 발굴된 유물로 백제의 해상 교역이 증명되었다. ⓒ최정환
    수중 고고학을 통한 백제 연구. 수중 고고학으로 발굴된 유물로 백제의 해상 교역이 증명되었다. ⓒ최정환
  • 2섹션 전경. 발굴 도면을 그대로 바닥에 그려두었다. ⓒ최정환
  • 수중 고고학을 통한 백제 연구. 수중 고고학으로 발굴된 유물로 백제의 해상 교역이 증명되었다. ⓒ최정환

수중 고고학의 최신 성과 ‘신출귀물’

'신출귀물(新出貴物)'이라는 특별 전시실이 뒤를 이었다. 신출귀물이란 ‘새로 나와 매우 드물고 귀한 물건’이라는 뜻이다. 태안에서 수중 고고학을 통해 새로 발굴된 유물들은 애초에 배로 옮기던 화물이니만큼 당시에도 상품가치가 있던 보물이고, 수중 유물이라 육지의 유물들에 비해 상태가 좋은 편이다. 그중에서도 태안선과 마도 2호선에서 나온 고려청자들은 그 작품성과 보존상태가 모두 좋아 7점이 보물로 지정되었고, 이를 신출귀물이라고 묶은 것이다.

이 전시실에서는 유물을 그냥 건져서 바로 진열하는 게 아니라, 그 유물을 찾기까지의 과정과 건져 올린 유물을 전시할 만한 상태로 후처리 과정까지 설명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전시된 두꺼비 모양 벼루는 그 자체로도 특이한 모양의 벼루로서 인상 깊은 보물이다. 하지만 여기에 터치패드를 통해 X선 분석과 해염처리, 다른 두꺼비 관련 유물 등을 정리해서 볼 수 있는 디지털 안내판을 더함으로써 관람객들을 배려했다.
  • 신출귀물 전시관. 신출귀물이란 ‘새로 나와 매우 드물고 귀한 물건’이라는 뜻이다. ⓒ최정환
    신출귀물 전시관. 신출귀물이란 ‘새로 나와 매우 드물고 귀한 물건’이라는 뜻이다. ⓒ최정환
  • 두꺼비 모양 벼루. 태안선과 마도 2호선에서 발견되어 보물이 된 7점의 고려청자 중 하나로, 벼루가 두꺼비 모습을 한 예는 이것 하나뿐이다. ⓒ최정환
    두꺼비 모양 벼루. 태안선과 마도 2호선에서 발견되어 보물이 된 7점의 고려청자 중 하나로, 벼루가 두꺼비 모습을 한 예는 이것 하나뿐이다. ⓒ최정환
  • 디지털 안내판. 3D모델링 자세히 보기, 보물지정까지의 과정, 두꺼비 모양의 유래나 비슷한 연정 및 벼루 유물 소개까지 가능하다. ⓒ최정환
    디지털 안내판. 3D모델링 자세히 보기, 보물지정까지의 과정, 두꺼비 모양의 유래나 비슷한 연정 및 벼루 유물 소개까지 가능하다. ⓒ최정환
  • 신출귀물 전시관. 신출귀물이란 ‘새로 나와 매우 드물고 귀한 물건’이라는 뜻이다. ⓒ최정환
  • 두꺼비 모양 벼루. 태안선과 마도 2호선에서 발견되어 보물이 된 7점의 고려청자 중 하나로, 벼루가 두꺼비 모습을 한 예는 이것 하나뿐이다. ⓒ최정환
  • 디지털 안내판. 3D모델링 자세히 보기, 보물지정까지의 과정, 두꺼비 모양의 유래나 비슷한 연정 및 벼루 유물 소개까지 가능하다. ⓒ최정환

아이들은 꿈을, 어른들은 감명을 받는 전시

전시 마무리 단계에선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치된 질의응답 패널, 전시 마무리 직전의 애니메이션이 수중 고고학과 전시에 등장한 난파선 관련 정보를 정리해주었다. 이런 마무리는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미래의 수중 고고학자라는 꿈을 키워주는 듯했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 오기에 편하고도 즐거워 보였다.

이번 전시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를 필두로 수중 고고학을 계속 연구하고 잠수한 학자들 덕분에 가능했다. 특히 단순 유물만이 아니라 전시에 이르기까지 유물을 붙잡고 고생한 모든 후처리 과정도 정리되어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었다. 덕분에 유물이 관람객 눈앞에 올 수 있던 과정을 확실히 알고, 존경할 수 있을 듯하다. 필자 역시 역사를 사랑하는 관람객으로서 이런 마무리에 적잖은 감명을 받았다.
  • 마무리 섹션의 아동용 퀴즈코너. 질문이 적힌 판을 돌리면 답이 나온다. ⓒ최정환
    마무리 섹션의 아동용 퀴즈코너. 질문이 적힌 판을 돌리면 답이 나온다. ⓒ최정환
  • 애니메이션 코너. 낙지를 통한 수중유물 발견 장면을 묘사 중이다. ⓒ최정환
    애니메이션 코너. 낙지를 통한 수중유물 발견 장면을 묘사 중이다. ⓒ최정환
  • 마무리 섹션의 아동용 퀴즈코너. 질문이 적힌 판을 돌리면 답이 나온다. ⓒ최정환
  • 애니메이션 코너. 낙지를 통한 수중유물 발견 장면을 묘사 중이다. ⓒ최정환

한편, 한성백제박물관은 이름처럼 백제사를 중점에 둔 박물관이다. 이번 기획전에 출품된 백제 토기들에 이어 상설전시관에서 백제의 역사를 둘러본다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로 흑유 닭모양 항아리 등은 상설전시실에서도 관련 정보가 나오는 유물이다. 혹은 박물관 내 도서관이나 누리집 자료집에서 관련 학술 정보를 찾아볼 수도 있다.

이번 전시는 3월 23일부터 5월 19일까지 57일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열린다. 시민들의 역사문화 경험과 배움을 위하는 한성백제박물관의 기획전을 놓치지 않고 감상해보기 바란다.

한성백제박물관

○ 위치 : 서울시 송파구 위례성대로 71 (올림픽공원 내부)
○ 교통 : 지하철 9호선 한성백제역, 8호선 몽촌토성역 인근
○ 운영일시 : 화~일요일 09:00~19:00, 11~2월의 경우 토·일요일, 공휴일 09:00~18:00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 관람료 : 무료
누리집
○ 문의 : 02-2152-5800

시민기자 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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