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백반, '파스타' 생각날 때 찾는 서울 맛집

서울사랑

발행일 2024.03.08. 16:00

수정일 2024.07.3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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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만나는 미식의 나라, 이탈리아

서울만큼 유행에 민감하고, 많은 이가 먹는 데 진심인 곳이 있을까? 여권 없이도 걸어서 전 세계 먹거리 도장 깨기가 가능한 곳이 바로 서울이다. 본토만큼이나 제대로 된 맛으로 승부하는, 바다 건너온 맛집 이야기를 준비했다. 박찬일의 세계 미식 랩소디를 만나보자.

일제강점기에도 스파게티가 있었다

한국의 외식산업 규모는 2021년 기준 150조 원이 넘는다. 국내 예산이 600조 원대니까 얼마나 큰 규모인지 알 수 있다. 한식이 4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중식과 일식, 서양식, 기타 국가 음식이 포함된다. 서양식은 보통 미국·유럽 음식을 말한다. 프랑스식, 이탈리아식 등 자세한 통계는 내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서양식을 일괄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파게티라고 부르는 파스타는 어떨까. 아마도 서양식 전체 시장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한국에 언제 스파게티가 소개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1884년 대한제국 고종이 이탈리아와 조이수호통상조약을 맺은 이래 올해로 140년이 되었다. 당시 청나라에 파견된 이탈리아 외교관 페르디난도 데 루카(Ferdinando deLuca, 盧嘉德)가 전권대신으로 서명했다. 일제강점기에도 스파게티가 존재했다고 하며, 이후에도 한국에 스파게티를 생산하는 공장이 있었다는 자료가 있다. 1960년대에 나온 계몽사판 요리 백과를 보니 스파게티 사진과 조리법이 실려있다. 한국인은 국수를 좋아하고, 당연히 스파게티도 인기를 끌었다. 특히 1988년 서울 올림픽 후 1990년대 들어 파스타집이 크게 늘어나고, 프랜차이즈점이 생겨날 정도로 즐겨 먹었다.
서울에서 만나는 미식의 나라, 이탈리아

‘면의 국민’이 열광한 파스타

파스타란 말보다는 스파게티로 통했다. ‘스파게티=이탈리아 음식’으로 굳어졌다. 2000년대 들어 점차 스파게티는 파스타의 일종이며, 이탈리아 요리는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 알려졌다. 필자도 1990년대 말 이탈리아에서 유학하며 현지 요리를 배울 때 한국과 전혀 다른 양상에 놀라기도 했다. 

“제가 한국에 처음 온 2004년에는 스파게티 외에 다른 메뉴는 거의 주문이 없었어요. 생면이나 짧은 파스타를 메뉴에 올려도 스파게티로 바꿔달라는 주문이 많았지요.” 한국에서 가장 오래 일한 정통 이탈리아 셰프 파올로 데 마리아(Paolo de Maria, 식당 이름도 같다) 씨의 말이다. 한국인과 결혼한 그는 서울시 명예시민이기도 하다. 도산대로의 고급 이탈리아 식당 총책임 셰프로 일하다가 서래마을에 본인의 식당을 개업했으며, 부암동을 거쳐 현재는 연희동에 멋진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 이탈리아 식당이라고 하는 곳은 많지만, 이탈리아식은 아주 적고 대부분은 퓨전이거나 아시아식입니다. 아무래도 현지화를 하는 것이겠지요.” 초기에는 정통 이탈리아식을 낼 때 고전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는 피클이나 할라페뇨(멕시코와 미국식 고추절임)를 식사에 내주지 않는데, 이를 요청하는 손님이 많았다. 그의 식당에는 지금도 피클이 없는데, 이는 이탈리아 음식을 즐길 때 피클이 별로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지키는 원칙이다.

한국은 밥심? 이탈리아는 파스타?

스파게티로 퉁치기에는 파스타의 종류가 매우 많다.
밀의 한 종류인 듀럼밀을 부순 밀가루 ‘세몰리나(Semolina)’로 만드는 파스타는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스파게티로 퉁치기에는 파스타의 종류가 매우 많다.

맛있게 즐기는 이탈리아 식문화

한국에서 스파게티는 점차 파스타라는 큰 범주로 바뀌었다. 이탈리아 식당은 서울에 제일 많고, 이탈리아 현지와 유사한 정통 식당도 대부분 서울에 존재한다. 파올로 데 마리아처럼 현지 방식 식당은 많지 않다. 이탈리아에는 현지 재료를 사용해 현지 방식으로 요리하는 곳을 상무부에서 지정하는 ‘감베로 로소(Gambero Rosso)’ 제도가 있다. 전 세계의 우수한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선정하고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 현지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인증하는 것으로, <미쉐린 가이드>와 비견된다. 파올로 데 마리아는 2017년부터 파인다이닝 부문에 선정되며 정통 이탈리아 미식을 서울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선보이고 있다.

이탈리아식 식당이라고 부르는 곳은 사실 여러 갈래로 나뉘어 서울에서 활발하게 영업하고 있다. 정통 방식의 레스토랑, 이탈리아식을 일부 같이 취급하는 유럽식이나 미국식 식당, 주로 스파게티를 파는 일종의 파스타 전문점, 그리고 피자 전문점(이탈리아식 화덕과 기타 미국식이 혼재함) 등이 있다. 

이탈리아 음식은 프랑스식이 그렇듯이 코스로 구성된 전채(안티파스토)-프리모 피아토(파스타나 리소토)-세콘도 피아토(고기나 생선)-돌체(디저트) 순서로 먹는다. 이런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아주 적다. 파올로 데 마리아 셰프가 준비한 여러 코스 요리를 촬영했다. 전채는 매우 다양한데, 그는 직접 만든 살라미와 프로슈토(건조 소시지와 햄류)부터 다채로운 요리를 낸다. 파스타는 생면이다. 요즘 서울에 생면을 표방하는 이탈리아 식당이 크게 늘었고 인기도 많은데, 그가 개척자다. 이날도 그는 짧은 생면으로 만든 파스타를 냈다. 이탈리아에서는 국수처럼 긴 파스타도 먹지만 짧은 파스타도 많이 즐긴다.

“한국에서 이탈리아식을 제대로 선보이기 쉽지 않은데, 저는 가능한 한 현지식으로 만들고 대접합니다.” 한국의 이탈리아 식당은 오랫동안 미국식이거나 일본에서 배운 기술이 유행했다. 하지만 요즘은 현지에서 배웠거나 좀 더 이탈리아와 비슷한 방식으로 요리하는 집이 늘었다. 홍대 앞이나망리단길, 성수동 등에 가면 기존 한국식 이탈리아 음식과는 전혀 다른 음식을 내는 집이 많다. 이런 식당의 주 고객은 비교적 젊은 세대다. 유행의 일부가 된 것이다.

“젊은 층도 많이 오고,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전혀 다른 현지식을 맛보고 매료된 손님들이 우리 식당을 자주 찾습니다.” 파올로 데 마리아 셰프의 설명이다. 일례로 그의 식당에는 카르보나라 스파게티가 없다. 말하자면 서울에서 부산식 돼지국밥이나 광주식 상추튀김집을 찾아보기 힘든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탈리아는 남북으로 아주 길고 통일된 지도 오래되지 않아 지역 음식이 발달했어요. 지역마다 유명한 음식이 다르지요. 저는 북부인 피에몬테주 토리노가 고향인데, 지중해풍 음식을 주로 냅니다. 건강하고 단순한 재료의 맛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죠.”

서울은 음식의 용광로다. 전 세계의 음식, 심지어 아주 먼 아프리카나 중동 지역 식당도 성업한다. 과거에는 한국에 거주하는 현지인을 위한 식당이었지만, 점차 한국인 손님이 단골이 되고 있다. 다채로운 음식에 대한 호기심, 도전 정신이 아주 높은 까닭이다. 자, 오늘은 어떤 이탈리아식을 즐겨볼까. 즐거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탤리언 맛집 3
파올로 데 마리아

 #진짜 생면 파스타 
파올로 데 마리아

연희동에 자리한 3층 벽돌 건물에 파올로 데 마리아 셰프의 이름을 딴 정통 이탤리언 레스토랑이 있다. 갑오징어 탈리아텔레 등 셰프의 섬세한 터치가 엿보이는 생면 파스타는 물론 ‘진짜’ 이탈리아 음식을 전하고자 식전 빵부터 디저트까지 모두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미쉐린보다 인정하는 미식 가이드 ‘감베로 로소(Gambero Rosso)’의 ‘2024 톱 이탤리언 레스토랑’ 파인다이닝 부문을 수상한 만큼 맛은 보증한다.

위치 서대문구 연희로26길 24
연락처 0507-1312-9936
영업시간 목~일요일 11:30~22:00(15:00~17:30 브레이크타임, 월~수요일 휴무)
파올로 데 마리아
이태리재

 #한옥에서 이탈리아 와인 한잔 
이태리재

삼청동 좁은 골목, 아담한 한옥을 개조한 레스토랑 ‘이태리재’에는 유독 단골손님이 많다. 이곳의 파스타를 먹는 순간 오너셰프인 전일찬 셰프가 스타성뿐 아니라 그에 걸맞은 실력을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 트러플 크림 뇨키, 성게어란 파스타 등 클래식한 이탈리아식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파스타를 선보인다. 아늑한 분위기 덕에 데이트, 소개팅 장소로 사랑받는 만큼 주말에는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위치 종로구 율곡로1길 74-9
연락처 070-4233-6262
영업시간 화~일요일 12:00~22:00(일요일은 ~21:00, 15:00~18:00 브레이크타임), 월요일 휴무
이태리재
로쏘 1924 나폴리 화덕피자

 #정통 나폴리 피자 
로쏘 1924 나폴리 화덕피자

나폴리 피자 최고의 가문 계승자이자 나폴리 화덕 피자 49년 명장인 로사리오 셰프가 직접 구워내는 정통 나폴리 피자 전문점. 채소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이탈리아에서 공수해와 참나무 장작 화덕에 구워낸 이곳의 마르게리타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나폴리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나폴리 피자의 엄격한 원칙을 지키며 이탈리아 식자재로 만들지만 캐주얼한 분위기에 합리적 가격인 점도 훌륭하다.

위치 마포구 홍익로 29 1층
연락처 0507-1332-1924
영업시간 월~일요일 11:00~21:30(~21:00 라스트 오더)
로쏘 1924 나폴리 화덕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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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1965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노포의 장사법>, <밥 먹다가 울컥> 등의
책을 내며 ‘글을 맛있게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강윤희   |   사진 정지원
출처 서울사랑 (☞ 원문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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