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날씨를 장바구니 삼아…'돈암시장' 제대로 즐기는 방법
서울사랑
발행일 2023.10.20. 16:32
돈암시장의 시작은 공식적 기록으로는 1952년이지만 실제로는 조선 후기로 짐작되며, 일제강점기 이 일대에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보아 더 긴 역사가 숨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1950~1960년대에 서울 이주 열풍이 불면서 성북구 일대에 거주지가 확장됐고, 돈암시장도 그런 인구 증가의 영향을 받아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모습은 달라져도 구석구석 옛 정취는 그대로
“예전에는 이북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아요. 황해도떡집과 우리 할머니빈대떡집 두 곳 정도 남았네요.”
‘할머니빈대떡’을 지키고 있는 주인의 말이다. 보통 시장에는 노포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이 두 집은 돈암시장을 상징하는 노포에 속한다. 떡은 쫄깃하고 구수한 맛이 나며, 전은 기름지고 진했다. 하나같이 옛 맛 그대로였다.
입도, 지갑도 즐거운 맛집이 가득한 곳
“우리 집은 싸고 양이 많아요. 돈암동이 서민 동네였기도 하고, 학생들이 많이 와서 비싸게 못 팔아요. 그래서인지 단골이 많죠.”
황해옥감자탕 안주인의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서울 도심권에서 가장 싼 감자탕이 아닐까 싶다. 4인분에 해당하는 대짜가 3만 원대다. 옛날에 필자가 이 시장 감자탕집들을 다닐 때는 몇 번이고 육수를 더 부어달라고 했다. 공짜인 김치를 다시 넣어서 또 끓여 먹곤 했다. 짜증 날 법도 한데 주인들은 기꺼이 국물을 더 부어주고, 감자와 고기 조각을 슬쩍 더 넣어주기도 했다.
소설가 김훈 선생도 어린 시절 이 일대에서 살았다. 그의 글에는 아버지를 위해 새벽같이 돈암시장 해장국집에 가서 국을 사다 드리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때는 양은 냄비를 가져가서 해장국이나 설렁탕을 받아오는 일이 흔했다. 시장은 무엇이든 있었고, 언제든 열려 있었으며, ‘정’도 무료로 끼워주는 곳이었다. 지금도 시장은 그게 가능한 곳이다. 덤과 에누리와 단골이 이어지는 곳 말이다. 이 밖에도 돈암시장에는 인기 있는 노포가 많다. 족발로 유명한 ‘오백집모자족발’, 순대와 김밥이 유명한 ‘돈암순대’도 시장의 정취를 살려주는 맛집이다.
가을, 돈암시장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
넘치는 인심, 맛엔 진심! 돈암시장 맛집
달인의 손으로 빚은 떡 ‘‘황해도떡집’’ 매스컴을 통해 ‘이북식 찹쌀떡의 달인’으로 알려진 주인이 정성을 다해 빚은 떡이 가득하다. 쫀득한 떡에 달콤한 소가 듬뿍 담겨 한 입 먹고 나면 손을 멈출 수가 없다. 손으로 직접 빚은 송편과 전통 문양을 넣은 꿀떡 등 다른 종류의 떡에도 개성을 채웠다. 3대째 대를 잇고 있으며, 맛은 물론 진심 또한 변함없는 곳이다.
가격 이북식 찹쌀떡 1팩 8,000원(흰색 기본), 9,000원(쑥) / 강아지떡 5,000원(5개)
맛과 양 모두 일품인 ‘돈암순대’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노하우는 역시 ‘맛’이다. 그리고 그 맛에는 직접 만드는 순대에 당일 조리, 당일 소진의 원칙을 지켜온 마음이 담겨 있다. 게다가 인심까지 넉넉해 순대를 주문하면 선지우거짓국 한 그릇이 같이 나오고, 포장을 할 때도 동일하다. 깊은 국물 맛에 또 한 번 놀랄지도 모른다.
가격 순대 5,000원 / 떡볶이 3,500원 / 야채김밥 3,000원
가성비·가심비 모두 충족하는 ‘할머니빈대떡’ 돈암시장의 터줏대감이자 서문 입구를 지키고 있는 이곳에는 빈대떡뿐만 아니라 동태전, 깻잎전, 녹두전 등 온갖 전이 우리를 반긴다.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긴 세월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직접 전을 부쳐온 주인은 전의 장인과 같다. 재료를 준비하는 것부터 조리하는 것까지 그 어떤 것도 절대 허투루 하지 않는다.
가격 빈대떡 5,000원(1장) / 모둠전 1만 원(400g)
인심 넘치는 감자탕 ‘황해옥감자탕’ 50년 동안 꾸준한 맛을 자랑하는 감자탕집. 깻잎, 감자, 떡, 수제비, 당면 등 감자탕에 들어가는 재료만 봐도 남다른 인심이 느껴진다. 여기에 깊은 국물과 부드러운 고기가 어우러져 맛도 일품이다. 자꾸만 손이 가 금세 바닥을 드러낼 때쯤 볶음밥으로 식사를 완성하면 가히 최고다.
가격 감자탕 2만4,000원(소), 2만6,000원(중), 3만1,000원(대), 3만6,000원(특대) / 뼈해장국(점심) 9,000원
1966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의 책을 쓰며 ‘글 잘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글 박찬일 취재 임산하 사진 한유리
출처 서울사랑 (☞ 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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