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구에 소문난 청소년 아지트! 이곳에선 마음 놓고 '딩가딩가~'

시민기자 강사랑

발행일 2024.01.31. 14:55

수정일 2024.01.31. 16:27

조회 2,050

중랑구의 청소년 커뮤니티 공간 '딩가동'은 이름 그대로 딩가딩가 노는 공간이다. ©강사랑
중랑구의 청소년 커뮤니티 공간 '딩가동'은 이름 그대로 딩가딩가 노는 공간이다. ©강사랑

'학교에서도 공부, 학원에서도 공부, 집에서도 공부해라 숙제하라는 엄마의 잔소리….' 치열한 입시경쟁에 내몰린 청소년들의 하루 24시간은 그야말로 쳇바퀴처럼 굴러간다.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살아가는 10대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것은 당연지사.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른들 눈치 보지 않고 푹 쉬며 놀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다.

서울 지자체 곳곳마다 청소년 전용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해마다 확장되어가고 있는 공간이 있다. 중랑구의 청소년 커뮤니티 공간 '딩가동'이 그 주인공.

"딩가딩 링가링 노는 게 좋아" 인기 가수 마마무의 노랫말처럼 '딩가동'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이 딩가딩가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카드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있는가 하면, 지하에 조성된 노래방에서 목청을 돋우며 신곡을 열창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푹신한 소파에 몸을 기대며 인기몰이 중인 웹툰책을 읽어내려가는 청소년도 있고, 미니 카페처럼 조성된 휴식 공간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푸는 청소년들도 있다. 두꺼운 외투와 책가방을 벗어 놓고 바닥에 누워 쿠션과 함께 뒹구는 청소년들은 마치 고양이처럼 나른하고 여유가 넘친다. 모두들 내 집 안방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포켓볼을 치며 여유를 즐기는 딩가동 1번지의 청소년들 ©강사랑
포켓볼을 치며 여유를 즐기는 딩가동 1번지의 청소년들 ©강사랑
친구들과 마주 보고 앉아 수다를 떨면서 여유를 즐기는 청소년들 ©강사랑
친구들과 마주 보고 앉아 수다를 떨면서 여유를 즐기는 청소년들 ©강사랑
청소년들에게 딩가동은 부담 없이 놀고 쉴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다. ©강사랑
청소년들에게 딩가동은 부담 없이 놀고 쉴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다. ©강사랑

"어, 취재하러 오셨어요?" 먼저 아는 체 하며 다가오는 청소년들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카메라 렌즈를 향해 스스럼 없이 포즈를 취하는 청소년들을 보며 깜짝 놀란 것도 잠시, 딩가동 특유의 생기 넘치는 분위기에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딩가동 1번지를 담당하고 있는 중랑구청 아동청소년과 임양지 주무관은 "벌써 인터뷰이로 나서겠다고 줄을 서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며 청소년들이 딩가동의 이용자일 뿐만 아니라 이 공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딩가동은 공간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청소년으로 꾸려진 공간창작단을 구성해 의견을 반영했고, 청소년운영위원회를 조직해 규칙부터 프로그램 기획까지 직접 꾸려가도록 한다. 아이들이 공간 운영에 자신들의 의견이 그대로 수용된다고 체감할 만큼 적극적으로 실행해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일례로 딩가동 1번지의 청소년운영위원회 '청별'은 청소년들로 구성된 자치단으로서 청소년 프로그램 기획 활동, 축제 운영, 교류 및 연합 활동, 정기회의, 시설 모니터링 등에 참여한다.
딩가동은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공간이다. 각종 프로그램과 행사를 기획하여 실행에 옮기기도 한다. ©강사랑
활동 사진 모습. 딩가동은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공간이다. ©강사랑
청소년들로 구성된 자치단이 정기회의, 시설 모니터링, 각종 프로그램과 행사 기획과 운영에 참여한다. ©강사랑
청소년들로 구성된 자치단이 정기회의, 시설 모니터링, 각종 프로그램과 행사 기획과 운영에 참여한다. ©강사랑

딩가동은 2021년 2월 신내동의 1번지를 시작으로 현재 면목동, 묵동, 망우본동 등 딩가동 5번지까지 개소돼 운영 중이다. 기자가 찾은 딩가동 1번지는 중랑구청이 직접 운영하는 공간이다. 연면적 183.59㎡ 규모 지하 1층에서부터 지상 2층까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재미있는 시설들이 자리한다.

지하 1층의 주제는 ‘다양한’으로 포토존, 당구장, 미니축구 등의 게임 공간과 노래방 코너가 있어서 눈길을 끈다. 지상 1층은 ‘활기찬’을 주제로 영화 감상은 물론 강연 및 회의실, 보드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상 2층은 ‘비밀스러운, 아늑한’을 주제로 소규모 독립 휴식공간과 모임공간, 서가, 의견 공유의 장인 메모지 존으로 이뤄졌다. 청소년들은 딩가동의 다양한 시설을 이용하며 어른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꿀 같은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물론 학습도 가능하다. 공간에 비치되어 있는 데스크톱과 노트북,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온라인 수업을 듣거나 과제를 할 수도 있다.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특징인 2층 공간 모습 ©강사랑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특징인 2층 공간 모습 ©강사랑
청소년들이 좋아할법한 웹툰과 만화책도 구비하고 있다. ©강사랑
청소년들의 쉼 공간이 곳곳에 조성되어 있다. ©강사랑
지하 1층에는 노래방 코너도 자리했다. 청소년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공간이다. ©강사랑
지하 1층에는 노래방 부스도 자리했다. 청소년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공간이다. ©강사랑

시설을 둘러보며 취재하는 동안에도 딩가동은 청소년들이 활발하게 드나들며 왁자지껄한 공간으로 살아 숨쉬고 있었다. 임양지 주무관의 설명에 따르면 매달 900~1,000명 가량의 청소년들이 딩가동을 찾는다고 한다. 방학 기간 동안의 이용률은 이보다 더 높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여러 청소년 커뮤니티 공간들 중에서도 특히 딩가동이 아이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양지 주무관은 공간의 인기 비결로 '환대 문화'를 손꼽았다.

임 주무관은 "저희는 아이들이 딩가동에 들어올 때, 그리고 나갈 때 이름을 불러가며 환대하고 배웅해요.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사람이 있는 공간을 친숙하게 여길 수 밖에 없어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그래서 어떤 아이들은 딩가동을 '할머니 네 집'이라고 해요. 오늘 학교에서 뭐했니, 급식은 뭐가 나왔니? 안부를 물어보고 궁금해하니까요"라고 말하며 여러 가지 일화를 들려주었다.

난생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딩가동에 들렀다가 눈물을 쏟으며 위로받은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딩가동이 청소년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짐작할 수 있다. 딩가동에 가면 믿을 수 있는 어른이 있고, 어른의 따스하고 넉넉한 품 안 같은 공간들이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있어 딩가동은 어떤 의미일까? 청소년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메모들이 눈길을 끈다. ©강사랑
청소년들에게 있어 딩가동 1번지는 어떤 의미일까? 청소년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메모들이 눈길을 끈다. ©강사랑

딩가동 2층에 마련된 휴식 공간에서 네 명의 청소년들과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이승찬 학생은 "친구가 딩가동을 알려줘서 처음 오게 되었어요"라고 말하며 "엄청 편안해 보이는 공간이고 또 안전해보여서 마음에 들었습니다"라고 처음 느꼈던 인상을 말했다.
13살 김서연 학생은 "이곳에 오면 노래방을 많이 이용하고요. 친구들이랑 같이 수다 떠는 게 좋아요"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김서연 학생과 동갑내기 친구인 이지민 학생은 "처음에는 이런 공간이 무료라는 게 언뜻 믿어지지 않았어요. 놀거리가 정말 풍성하거든요. 이제는 적응이 돼서 올 때마다 재미있게 놀아요. 정말 천국 같은 곳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상현 학생은 "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때면 더 오고 싶어요. 여기 들어오면 따뜻하고 분위기도 밝고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어른들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이곳을 이용한 지 벌써 3년 차가 되었다는 이승찬 학생은 딩가동에서 진행되는 청소년 활동에 참여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지역 청소년 축제에 딩가동이 참여하면서 부스 운영을 했거든요. 그때 저도 따라갔어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에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딩가동이 오래오래 우리들이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딩가동은 학교나 학원과는 확연히 다른 '따뜻함'과 '즐거움'을 안겨주는 소중한 공간으로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딩가동 1번지를 애용하는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강사랑
딩가동 1번지를 애용하는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강사랑

임양지 주무관은 딩가동과 이용자 청소년들 사이의 유대감을 이야기하며 “저희는 홍보를 따로 하지 않았어요. 입소문을 통해서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오는 거예요. 특히 딩가동 1번지는 이곳을 찾는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공간이에요. 편안하게 놀기도 하고 친구들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본인들이 하고 싶은 활동을 이야기해서 프로그램을 같이 만들기도 하고요.

‘선생님, 이번에 나눔 장터를 열어볼까요?’ 혹은 ‘제가 기타를 칠 줄 아는데 친구들 모아서 재능 기부를 해볼까요?’라고 학생들이 제안을 하면 그때마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서 운영됩니다. 아이들의 자치 활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꾸려 나가다 보니 홍보도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요. 한번 찾아오면 두 번, 세 번 다시 찾아오는 곳이 바로 딩가동 1번지에요”라고 설명했다.
청소년들과 담소를 나누는 임양지 주무관. 청소년 지도사로서 아이들과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한다. ©강사랑
청소년들과 담소를 나누는 임양지 주무관. 청소년 지도사로서 아이들과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한다. ©강사랑

딩가동은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지켜야 하는 여러 수칙도 있다. 대표적인 수칙이 '욕설, 비속어, 패드립 금지'다. 이른바 삼진아웃제가 있어서 3번 이상 경고를 받을 시 이용이 제한된다. 또한 음식 섭취가 가능하지만, 라면이나 떡볶이, 햄버거 등 냄새나는 음식은 섭취 불가능하다.

딩가동 1번지는 보다 원활한 공간 운영을 위해 동 시간대 이용자 수가 30여 명을 초과할 경우 대기를 받는다. 이는 청소년들의 안전을 위한 수칙이기도 하다. 딩가동은 만 12세에서 19세까지 청소년들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딩가동은 간단한 취식이 가능한 공유 주방을 갖추고 있다. ©강사랑
딩가동은 간단한 취식이 가능한 공유 주방을 갖추고 있다. ©강사랑
딩가동은 휴식과 놀이, 그리고 커뮤니티의 공간이다. 친구들과 함께 카드놀이를 즐기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강사랑
딩가동은 휴식과 놀이, 그리고 커뮤니티의 공간이다. 친구들과 함께 카드놀이를 즐기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강사랑

밝음과 생기가 가득한 딩가동을 나서는 길, 건물 앞에 세워진 송덕비에 문득 시선이 머물렀다. 딩가동은 애초에 지역주민이 실제로 거주하던 주택이었다. 1988년 윤기성 씨가 자신의 집을 마을에 기부하여 경로당으로 이용되다가, 구청과 주민들이 뜻을 모아 2020년 청소년 커뮤니티 공간 딩가동으로 재단장한 것이다. 개인, 그리고 민관의 협력이 함께하여 만들어진 멋진 공간임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환대와 따뜻함으로 맞이하는 딩가동 1번지는 청소년들을 향해 언제나 열려있다. 학교와 학원,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이 딩가동에서만큼은 시름을 잊고 그 나이에 어울리는 생기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기를 바란다.
딩가동 1번지가 그 자리에서 오래도록 청소년들을 맞이하는 소중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강사랑
딩가동 1번지가 그 자리에서 오래도록 청소년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강사랑

딩가동 1번지

○ 위치 : 서울시 중랑구 용마산로117길 42
○ 교통 : 경의중앙선, 경춘선 망우역 1번 출구에서 618m
○ 운영일시 : 화~금요일 13:00~21:00, 토요일 11:00~19:00
○ 정기휴무일 : 매주 월, 일요일 / 2월 9일~11일 설날 연휴 / 2월 12일 대체공휴일(설날) 휴무
누리집
○ 문의 : 02-2094-6965

시민기자 강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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