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한 권의 책으로 쏙~ 북토크에서 더 반했다 '감각서울'

시민기자 김은주

발행일 2024.01.24. 15:01

수정일 2024.01.24. 16:06

조회 1,531

서울시가 만든 <감각서울>은 서울의 매력을 담은 잡지다. ©김은주
서울시가 만든 <감각서울>은 서울의 매력을 담은 잡지다. ©김은주

"<감각서울 > 잡지가 서울시에서 만든 거라구요? 대박!"
대형서점에 가면 언제나 찾는 곳 중 하나가 잡지 코너다. 궁금한 트렌드와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세련된 사진과 함께 감각적으로 구성한 잡지는 독자로 하여금 지갑을 열고 기꺼이 구매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러기에 필자도 서점을 찾으면 늘 잡지 코너에서 발걸음을 멈추곤 하는데, 최근 눈에 띄는 힙한 컬러의 잡지 한 권이 있었다. 바로 <감각서울>이다. ☞ [관련 기사] 서울의 매력을 소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감각서울' 발간

표지부터 여느 잡지와는 달랐다. 표지 위에는 작은 주머니가 있고, 그 안에는 아름다운 한강의 풍경이 담긴 사진이 들어 있었다. 무언가 특별한 느낌이 들어 페이지를 넘겨 보니 예사롭지 않은 사진과 서체가 먼저 눈을 사로잡았다.

누가 만든 건지 궁금하던 찰나, 옆에 있던 누군가가 "서울시가 만든 잡지"라며 아는 척을 한다. 서울시가 잡지를 만들었다고? 만듦새가 훌륭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여느 관공서에서 만든 간행물과는 결이 다르게 느껴졌다.
<감각서울> 1호의 주제는 우리의 일상에서 언제나 배경이 되어주는 '한강'이다. ©김은주
<감각서울> 1호의 주제는 우리의 일상에서 언제나 배경이 되어주는 '한강'이다. ©김은주
한강뷰 카페와 레스토랑, 한강에서 놓치면 안 되는 즐길거리,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 매력적인 풍경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 ©김은주
한강뷰 카페와 레스토랑, 한강에서 놓치면 안 되는 즐길거리,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 매력적인 풍경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 ©김은주
늘 가까이에 있어 특별하게 느끼지 못할 수 있는 한강은 
단순히 도심 속 자연의 존재를 넘어 
인구 천만의 도시, 서울의 중심이라는 공공성을 지니고 있다. 
한강은 서울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요소(물)이자 환경(장소)으로서 
개인의 사적인 삶과 관계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감각서울 >

책의 프롤로그에서 소개하는 한강의 의미를 들여다 보니 선명하게 다가왔다. 잡지 <감각서울>은 한강의 일상적인 순간을 포착한 포토그래퍼의 사진과 한강에서 일하거나 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기에 더해 한강의 과거, 현재, 미래의 이야기까지 톺아보았다.

본래 잡지는 정보가 주는 유용성이 꽤 큰데 <감각서울> 역시 그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한강뷰 카페와 레스토랑 정보를 비롯해 한강에서 놓치면 안 되는 즐길 거리와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 매력적인 풍경 등의 정보까지 제목 그대로 서울을 감각적으로 소비하고 즐길 수 있도록 친절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서울을 사랑하고 서울을 잘 즐기는 사람이라면 사진 속 무심히 지나가는 따릉이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고, 멋진 축제를 담은 사진 속 배경이 '잠수교 뚜벅뚜벅축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재즈페스티벌이나 패션쇼까지 서울에서 즐길 수 있는 여러 문화 행사도 한강과 함께 무심하게 담겨 있었다.

<감각서울>은 아름다운 사진으로 시작해 한강이 일의 터전인 사람들과 한강을 즐기는 사람들의 인터뷰, 한강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까지 담고 있다. 페이지마다 중간에 선이 하나씩 있는데 이 선은 서울의 중심인 한강을 표현했다. 잡지 속 빨간색 페이지를 기준으로 사진에서 텍스트로 넘어간다. 한강의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는 미래일기와 일러스트로 표현했다.
종이잡지클럽에서는 <감각서울>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도록 스탬프와 펜, 스티커로 나만의 매력서울을 꾸며보는 이벤트가 열렸다. ©김은주
종이잡지클럽에서는 <감각서울>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도록 스탬프와 펜, 스티커로 나만의 매력서울을 꾸며보는 이벤트가 열렸다. ©김은주
합정동에 위치한 종이잡지클럽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유명한 잡지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김은주
합정동에 위치한 종이잡지클럽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유명한 잡지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김은주

'종이잡지클럽×서울시' 북토크에서 <감각서울>을 감각하다

곳곳이 주말을 기대하는 분위기로 꽉 차오르는 금요일 저녁,  온 세상의  잡지를 다 볼 수 있는 곳인 합정동의 종이잡지클럽에서 <감각서울>을 만든 이와 독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종이잡지클럽×서울시 새해 특별 세미나' 북토크가 열렸다. 잡지를 애정하고 <감각서울>이라는 새로운 잡지에 호기심과 관심을 가진 이들이 공간을 채웠다.

지난해 10월 <감각서울> 잡지가 출간되고 찐 독자와의 만남의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만든 이들도 독자들도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저마다 책을 손에 쥐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종이잡지클럽 한쪽 벽면에는 '나만의 매력서울 꾸미기'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는데 테이블 위에 마련된 스탬프, 펜, 스티커를 이용해 나만의 매력서울을 꾸며 볼 수 있었다.
종이잡지클럽 김민성 대표와 이지나 주무관, 전효진 전 매거진 팀장이 <감각서울>에 대한 여러 궁금증과 알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은주
종이잡지클럽 김민성 대표와 이지나 주무관, 전효진 전 매거진 팀장이 <감각서울>에 대한 여러 궁금증과 알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은주

서울시 홍보담당관 전효진 전 매거진 팀장과 이지나 주무관은 잡지 발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애정을 쏟은 만큼 걱정이 많았는데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서울시가 잡지를 만들기까지 무수히 많았던 순간순간의 서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감각서울을  읽고 있자면 가슴 깊숙이 국뽕이 차오르는 듯하다"라는 감상평이 있는가 하면 "서울시에서 만든 잡지라고 느껴지지 않아 오히려 더 마음에 든다"라는 리뷰까지 잡지는 출간되자마자 많은 이들에게 비교적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잡지를 만든 이들은 어떤 생각과 의도로 만들었을까? 종이잡지클럽 김민성 대표와 함께 여러 궁금증을 풀어볼 수 있었다. 

김민성 대표 : "<감각서울>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어떤 잡지인가요?"
전효진 팀장 : "<감각서울>은 이율배반적이에요. 서울시가 만든 책이라는 것을 감추고자 했는데, 주변 반응이 좋아서 나중엔 서울시가 만들었다고 말하고 싶게 만든 책이었거든요. 그래서 이율배반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지나 주무관 : "서울의 매력을 담은 책이에요. 서울이 가진 매력이 무궁무진하잖아요. 책 어디에도 서울시나 서울시의 로고가 적혀 있지 않았던 것도 기획 의도였어요."
'종이잡지클럽×서울시' 북토크에서 <감강서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은주
'종이잡지클럽×서울시' 북토크에서 <감강서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은주

책이나 잡지가 아카이브가 될 수 있으려면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 특히 공공에서 만든 잡지는 딱딱하고 지루한 느낌이 많은 지라 대중에게 와닿는 것이 별로 많지 않은 현실에서 <감각서울>은 출발 단계에서부터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김민성 대표 :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브랜드 매거진의 경향은 브랜드를 드러내지 않고 그 가치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로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감각서울>도 같은 의도를 가졌네요."
이지나 주무관 : "서울시의 많은 매력 중에서 어떤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우리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전효진 팀장 : "기획이 다 완성된 상태에서 검토를 했는데  피드백이 좋았어요.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책들이 많은데 <감각서울>만큼은 '세계인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로 만들자'라는 기획의도에서 최대한 정책이나 관공서의 이미지를 덜어내고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했지요. 외부에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힘이 났어요.
서울시가 만드는 잡지들은  여러 기관에서 정기간행물 형태로 발행되고 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월간 종합정보지 <서울사랑>은 역사가 오래된 정기 발행물이지요. 세종문화회관, 서울역사박물관에서도 월간 단위로 제작해 시민에게 나눠주고 있습니다. 백서도 연간 1회 발행하고 있는데요. 서울시 정책들의 세부적 내용들과 그 과정이 들어 있습니다. 상반기, 하반기별로 서울시의 달라지는 점을 소개하는 백서도 있습니다. <감각서울>은 기존에 만들어졌던 간행물과는 다르게 만들고 싶었어요."
지도상으로 한강은 서울의 중심이기에 서울의 정수로 여긴다. '서울' 하면 한강을 떠올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첫 번째 이야기를 '한강'으로 선정했다. ©김은주
지도상으로 한강은 서울의 중심이기에 서울의 정수로 여긴다. '서울' 하면 한강을 떠올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첫 번째 이야기를 '한강'으로 선정했다. ©김은주

영상 위주의 지극히 짧은 콘텐츠와 말랑말랑한 느낌의 텍스트들이 소비되고 있는 시대 속에서 정보성을 지닌 이야기는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버리게 해준 <감각서울>을 기획할 때 이것만큼은 꼭 지켰던 것이 있었다. 서울시 홍보나 시정, 정책, 로고 대신 서울이 가진 환경적 특성, 삶의 터전이자 영감의 원천인 서울의 매력을 담아내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나와 우리의  삶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감각서울>의 첫 번째 주제는 왜 '한강'이었을까?

이지나 주무관 : "한강은 우리의 수자원이기도 하고 일상에서 늘 지나다니는 곳인데 독자들이 그것을 한 번 더 재조명하고 재발견하길 바랐어요. 예전과 달라진 한강의 변화를 과거, 현재, 미래로 모두 담아보고 싶었다고 할까요? 지도상으로 한강은 서울의 중심이기에 서울의 정수라고 생각하는데요. '서울' 하면 한강을 떠 올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첫 번째 이야기로 선정했습니다."
1월 19일 종이잡지클럽에서는 '종이잡지클럽×서울시 새해 특별 세미나' 북토크가  열렸다. ©김은주
1월 19일 종이잡지클럽에서는 '종이잡지클럽×서울시 새해 특별 세미나' 북토크가 열렸다. ©김은주

<감각서울> 1호에 이어 2호, 영문판까지 만나다

잡지는 서울시의 예산으로 만들어지기에 행정상 예산 절차, 법령을 지키며 만들어야 했고 간행물 조례도 맞추고 선거법에도 어긋나지 않아야 했다. 소관부서의 협조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부서나 타 기관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했다. 시 산하기관인 미래한강본부에서 한강사업 관련 정보와 사진, 역사 자료 등을 받았고,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자료와 감수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많은 이들의 노력과 애씀이 더해져 만들어진 <감각서울>의 타깃 고객층은 누구일까?

이지나 주무관 : "책을 소장하고 싶어 하는 2040 크리에이터들을 타깃으로 잡았어요.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운영하며 회의를 거쳐 어떤 이야기가 담겨야 할지, 어떻게 보여야 할지 의견을 물었습니다. 잡지와 함께 키링과 같은 굿즈를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선거법의 제한을 받아 할 수 없었던 아쉬움을 책 표지 위 포토카드를 만드는 것으로 달랬습니다." 

<감각서울>은 외부 전문가들의 디자인 심의에서도 다수의 호평을 받았다. 영풍문고와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출간 기념 이벤트로 열린 엽서 꾸미기 행사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반응이 좋았다. 잡지 발행 이후 부산시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관련한 문의가 쇄도했다. 

<감각서울>은 2만 5,000원으로 판매하고 있다. 만든 이들은 잡지가 판매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내가 가고 싶은 공간에 <감각서울>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공간인 그곳에서 읽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실제로 <감각서울> 1호는 여러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잡지에서 소개된 카페 공간 4곳(타이프 한강, 마하 한남, 물결 한강, 북카페 채그로)동대문디자인플라자 매거진 라이브러리, 제주도의 독립서점, 카페, 갤러리에서도 협업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 [관련 기사] 서울 매력, 한 권의 책으로…'감각서울' 이달의 잡지 선정

서울의 매력을 하나하나 담아낼 <감각서울>의 2호는 8월경에 선보일 예정이다. ©김은주
서울의 매력을 하나하나 담아낼 <감각서울>의 2호는 8월경에 선보일 예정이다. ©김은주

<감각서울> 1호가 한강의 이야기였다면, 2호는 어떤 주제일까? 2호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지나 주무관 : "<감각서울> 2호도 현재 준비 중입니다. 아직 기획 단계라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확실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서울의 산, 공원 등의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잡지 수가 쌓이면 나중에는 북페어에도 참여해서 독자들과 만나는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소개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영문판도 제작했는데요. 미국에서 열린  'CES2024' 서울부스에 비치했었는데 인기가  많았다고 해요. 2호는 국문과 영문을 같이 기획하고 있어서 같은 시간에 나올 예정입니다."

서울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였던 <감각서울> 2호는 8월경에 나올 예정이다. 요즘은 잡지가 시의성을 탈피하고 있다. 잘 없어지지 않는 것을 붙잡고 있는데 <감각서울>도 그렇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는 브랜드가 된다. 뉴욕, 파리라고 큼직하게 적힌 티셔츠를 입고 모자를 쓰고 컵을 사용하고 가방을 멘다. 개별적인 도시의 정체성은 하나의 브랜드로 소비되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 더욱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브랜딩 되어 가고 있는 도시인 서울은 여러 장르의 K 콘텐츠 물결에 힘입어 그 매력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서울이라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서울의 매력을 가장 잘 전할 수 있는 매체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서울시가 선택한 것은 '잡지'였다. 알리고 싶은 서울의 매력을 꾹꾹 눌러 담은 <감각서울>은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렇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되는 잡지다.

시민기자 김은주

서울의 가치와 매력을 글과 사진으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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