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로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IoT 소화전', 소방차 막는 주정차 사전차단!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3.12.15. 14:07

수정일 2024.07.09. 10:39

조회 3,884

화재가 발생했다. 뜨거운 불길과 시커먼 연기가 가득한데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가 진입로가 막힌 탓에 오도 가도 하지 못한다면? 몇 년 전 불법 주차된 차량들 탓에 화재 진압과 구조를 위해 출동한 소방차가 현장 진입이 늦어져 피해가 컸다는 뉴스를 접하고, 당시 무척 안타깝고 속상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이후 소방차 출동 현장에 방해가 되는 불법 주차 차량이 있다면 현장에서 견인이나 강제 처분이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됐다(도로교통법 제32조(정차 및 주차의 금지) : 소방용수시설, 비상소화장치, 소방시설로부터 5미터 이내). 그렇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불법 주차 차량에 대한 강제 처분은 쉽지 않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잘 지키는 게 최고지만 간혹 잊어버리거나 안일한 마음으로 불법 주차를 할 수도 있다.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는 종로소방서 ⓒ김윤경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는 종로소방서 ⓒ김윤경

문득, 지난 겨울 들었던 ‘사물인터넷(IoT) 소화전 관리시스템’이 떠올랐다. ‘IoT(지능형) 소화전 관리시스템’은 소화전 옆에 움직임 감지 센서, 경광등, 스피커, CCTV 등을 부착한 폴대를 설치해 불법 주·정차량을 사전에 차단하며 소화 용수의 누수·동결 여부 및 방수 상태를 실시간으로 원격 모니터링하는 장치다.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은 서울시 디지털 정책담당관에서 추진한 ‘2022년도 시민체감 스마트서비스 시범사업’으로 선정되어 예산을 지원 받아 진행하는 사업이다.

소방재난본부는 소화전의 효율적인 유지관리 및 화재취약지역 소방차 통행로 확보를 위해 IoT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소화전 관리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해 왔다. 이에 지난해 12월 창신동, 부암동 등 종로 관내 소방차 진입 곤란 지역 13여 곳에 시범사업으로 설치했다.
소화전 부근 불법 주·정차 차량 차단, 소화 용수 관리 등을 실시간으로 원격 모니터링하는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 ⓒ김윤경
소화전 부근 불법 주·정차 차량을 차단하고 소화 용수 관리 등을 실시간으로 원격 모니터링하는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 ⓒ김윤경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이 어디에 설치되었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종로소방서를 찾았다.

종로소방서 재난관리과 차상윤 대원을 만나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2019년 종로소방서 근무를 시작하고 2023년부터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 업무를 하고 있다는 차상윤 대원은 소방관이 된 지 13년이 넘었다고 한다.

“신입 소방관 시절, 벽돌조 구조가 많은 지역에 출동을 했다가 죽을 뻔했던 적이 있어요. 벽돌조는 시멘트가 녹으면 확 무너져 내리거든요. 화재 진압을 하는데 선배가 갑자기 제 뒷덜미를 잡고 나와서 놀랐는데 몇 초 뒤인가 벽체가 무너졌어요. 정말 아찔한 기억이죠. 경험이 없으니까 선배들에게 많이 배웠습니다.”

동물 구조도 많이 해봤다고 한다. 한강변 가까이에서 물뱀을 잡고 말벌집을 제거하거나 동물카페에서 버리고 간 라쿤을 구조해 데려오기도 했다고 한다.
종로소방서 재난관리과 차상윤 소방대원을 만나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에 대해 알아 보았다.  ⓒ김윤경
종로소방서 재난관리과 차상윤 소방대원을 만나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에 대해 알아 보았다. ⓒ김윤경

차상윤 소방대원은 CCTV를 부착한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으로부터 실시간 상황을 볼 수 있는 재난상황실로 안내해 주었다. 소화전 관리시스템 총 13대 중 CCTV를 보유한 5대에서 보내는 실시간 상황이 화면에 비춰졌다.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나서는 기존에 현장을 방문해 직접 점검해야 하는 수고를 크게 덜었어요. 원격 모니터링을 할 수 있어 관할 소방서 상황실에서 신속하고 편리하게 소화전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거든요. 가장 유용한 건 불법 주·정차된 차량을 옮기도록 안내해 주는 역할입니다.”

시스템 설치 이후 가장 확연한 차이점은 무엇일까?
“현장에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지역 특성이 도로가 좁은데 차가 빼곡하게 세워져 있거든요. 소방차는 꺾어서 좁은 길로 들어가기 힘들잖아요.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이 절실했어요. 시스템을 설치하고부터 그 주변에 있는 불법 주차 차량이 확실히 없어졌어요.”
종로소방서 재난상황실에서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의 CCTV를 통해 골목 현장 상황을 볼 수 있었다. ⓒ김윤경
종로소방서 재난상황실에서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의 CCTV를 통해 골목 현장 상황을 볼 수 있었다. ⓒ김윤경

웃지 못할 민원도 있었다고 한다.
“이 동네로 새로 이사 온 분이 소화전 주변에 항상 차를 세우는데 자꾸 '다른 곳으로 차를 옮기라'는 소리가 나고 경광등·경고음이 울려서 시끄럽다고 민원을 주신 거예요. 법적으로 소화전 반경 5m 이내에는 주·정차할 수 없다고 다시 안내 드렸습니다.”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을 추진하며 동네 주민과 시민들에게 동의 절차도 받았다고 했다.
창신동 가파른 골목길에 설치된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 현장에 동행해 봤다. ⓒ김윤경
창신동 가파른 골목길에 설치된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 현장에 동행해 봤다. ⓒ김윤경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 현장에 동행해 봤다. 창신동을 지나가 본 적은 있지만 그만큼 가파른 줄은 몰랐다. 골목이 좁고 경사가 심해 일반 자동차도 진입이 조심스러워 유사시 소방차 진입은 더욱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좁고 가파른 언덕이라 소방차 진입이 쉽지 않은데, 이전에는 주차 차량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김윤경
좁은 언덕이라 소방차 진입이 쉽지 않은데, 이전에는 주차 차량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김윤경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은 노란색으로 표시가 되어 있고 옆면에는 '소방시설로부터 5미터 이내 주·정차 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윗부분에는 경광등· 스피커· CCTV가, 아랫부분에는 센서가 있어 불법 주차 차량을 감지하게 돼 있었다. 센서에 의해 차량이 감지되면, 스피커를 통해 '차량을 이동해 달라'는 음성 메시지가 나온다.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이 생기면서 한쪽으로만 주차할 수 있도록 주차선도 새로 그려 넣었다. 소방차 진입이 쉬워진 건 물론 시각적으로도 깔끔한 환경이 되었다.
윗쪽에는 경광등, CCTV, 스피커가, 아랫쪽에는 감지 센서가 있다. ⓒ김윤경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 윗쪽에는 경광등, CCTV, 스피커가, 아랫쪽에는 감지 센서가 있다. ⓒ김윤경

겨울철 불조심을 위한 꿀팁도 들어봤다.
“집안에서의 화기 취급은 각별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만약 불이 나면 일단 대피하셔서 119에 신고하셔야 해요. 요즘은 골목길이나 벽면에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고, 좁은 골목 같은 경우에는 비상소화장치가 있거든요. 좁은 골목길에 사신다면 평소 그 위치를 먼저 파악해 놓고, 유사시에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가정에선 가스렌지 불이나 인덕션 화재 예방을 위해 부엌에서 쓸 수 있는 K급 소화기를 사두시면 좋아요. ”

화재나 응급상황시 무엇보다 골든타임 확보가 중요하다. 신속한 초기대응이 피해를 줄이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소방기본법에 따라 소방차 진로를 방해할 경우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고 강제 이동조치 및 차량이 파손되어도 보상을 받을 수 없지만, 이런 모든 걸 차치하더라도 골든타임을 놓친 피해는 200만 원으로 끝나지 않는다.

“운전 중에 소방차나 구급차의 소리가 들리면 교차로 오른쪽 가장자리로 비키거나 일시 정지해야 합니다. 편도 2차선인 경우 2차선으로, 편도 3차선 이상에서는 좌우로 길을 터줘야 합니다. 물론 보행자라면 잠시 멈춰야겠죠.”
각종 재난· 응급 상황에서 시민들을 안전하게 지켜 온 종로소방서 ⓒ김윤경
각종 재난· 응급 상황에서 시민들을 안전하게 지켜 온 종로소방서 ⓒ김윤경

차상윤 소방대원은 화재 진압에 가장 힘든 곳으로 전통시장을 꼽았다.
“사실, 전통시장이 화재 진압이 힘든 곳이에요. 아시다시피 시장 내 통행로가 좁아서 소방차가 들어가기가 힘듭니다. 일단 물 호수를 계속 길게 늘여 화재를 진압하는데 워낙 상점들이 밀집해 있어 피해가 많을 수밖에 없죠.”
이를 위해 종종 전통시장 불조심 캠페인을 벌이는데 이번 달 21일에도 광장시장과 광장전통시장에서 상인회와 함께 홍보할 예정이라고 한다.
2023년 소방합동청사 완공을 위해 종로소방소는 현재 안국역 임시청사에 이전해 있다. ⓒ김윤경
2023년 소방합동청사 완공을 위해 종로소방소는 현재 안국역 임시청사에 이전해 있다. ⓒ김윤경

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예방을 통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 불법주·정차 금지는 물론 소방차 길 터주기가 전 국민 모두의 머릿속에 각인되면 좋겠다. 혹시라도 깜빡했을 경우를 대비해 이런 시스템의 경보음이 자각하게 해주니 정말 다행이다.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은 현재 종로에만 설치돼 있으나 추후 성과 등을 고려해 타 권역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특별시 소방안전지도 및 스마트시티 통합 플랫폼과 연계하여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한다.

점점 더 진화된 디지털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일상을 간편하고 신속하게 해주는 기술이 많아져 점점 삶이 편리해지고 있지만 이런 디지털 혁신 기술 중에서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켜주는 기술이 있어 더욱 반갑다.
 ‘IoT 소화전 관리시스템’으로 신속한 화재진압을 기대해본다.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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