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중 만난 오아시스 같은 공간, 도봉역 아래 이동노동자 쉼터

시민기자 강사랑

발행일 2023.10.10. 14:10

수정일 2023.10.10. 16:21

조회 1,380

코로나19 이후 일상 속 더욱 깊숙이 자리한 언택트 문화 덕분에 바빠진 사람들이 있다. 배달 기사, 택배 기사, 퀵서비스 기사, 요양보호사, 학습지 교사 등 근무지가 수시로 바뀌는 '이동노동자'들이다. 이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해 조금이라도 피로를 덜 수 있도록 도봉구는 2021년 창동역 근처에 ‘이동노동자 쉼터’를 만든 바 있는데, 지난 9월 12일 도봉역 하부로 터전을 옮겨 새롭게 출발했다. 더욱 강력하게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온 이동노동자 쉼터를 찾았다.
도봉구 이동노동자 쉼터가 도봉역 하부 다가치센터 6호에 터전을 잡았다. ©강사랑
도봉구 이동노동자 쉼터가 도봉역 하부 다가치센터 6호에 터전을 잡았다. ©강사랑

도봉역 하부에는 이른바 '다가치센터'가 조성되어 공유공작소, 우리동네 자전거포, 도봉푸드뱅크마켓센터 등 다양한 시설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새롭게 문을 연 도봉구 이동노동자쉼터는 다가치센터 6호에 자리하여 접근성을 높인 모습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늑하고 쾌적한 공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중앙에 자리한 테이블에는 이동노동자 한 분이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도봉구 이동노동자 쉼터에서 한 이동노동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강사랑
도봉구 이동노동자 쉼터에서 한 이동노동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강사랑

도봉구 이동노동자 쉼터에는 컴퓨터, 팩스 복합기, TV, 공기청정기, 스마트폰 충전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오토바이 정비 공구 등을 갖춰 놓았다. 이곳에 있으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던 안마의자도 눈길을 끌었다.

입구 앞에는 작은 정원을 떠울리게 하는 푸른 식물 화분들이 옹기종기 놓여 있다. 한쪽에는 이동노동자들에게 꼭 필요한 구직, 복지 지원 관련 팸플릿과 소책자들이 꽂혀 있는 공간이 자리했다. 이동노동자들의 간단히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인덕션도 갖추고 있어서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만능 쉼터의 모습이다.
도봉구 이동노동자 쉼터에는 TV,  혈압측정계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강사랑
도봉구 이동노동자 쉼터에는 TV, 혈압측정계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강사랑

"이동노동자들이 건강을 위해 비상약은 물론 수시로 혈압을 체크할 수 있는 혈압기계도 갖추고 있어요." 도봉구 이동노동자 쉼터를 담당하고 있는 지역경제과 이상신 주무관이 설명을 덧붙였다.

지난 9월 12일에 재개한 도봉구 이동노동자 쉼터는 도봉구청이 직접 운영하는 곳이다. 기존 공간이었던 플랫폼 창동 61이 운영 중단되어 새로운 공간을 물색하던 차, 도봉역 하부가 최종 선정되어 다시 운영을 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상신 주무관은 "여기 바로 옆에는 도봉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가 있어요"라며 "이동노동자 분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노동 관련 무료 상담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이점이 있습니다"라고 부지 선정에 대해 설명했다.
도봉구 이동노동자 쉼터에는 안마의자와 휴식용 의자도 갖추고 있다. ©강사랑
도봉구 이동노동자 쉼터에는 안마의자와 휴식용 의자도 갖추고 있다. ©강사랑

도봉구 이동노동자 쉼터 공간을 조성하면서 중요하게 여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상신 주무관의 설명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이동노동자분들이 마음 편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안마의자, 휴식용 의자도 들여놓고 푸른 식물 화분들도 입구에 배치했습니다. 취식이 가능하도록 여러 주방 기구도 갖추고 있고요. 이동노동 분들은 일 특성상 장거리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에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피로를 잊고 휴식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습니다.꼭 이동노동자분들이 아니어도 지역 주민들이 '우리 동네에 이런 공간이 있었네' 하면서 반갑게 머무르는 공간이 되었으면 했어요."

도봉구 이동노동자 쉼터는 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이용자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주로 이용하는 이동노동자의 직종은 배달 기사이다. 또한 노인의 비율이 다른 자치구보다 높은 도봉구의 특성상 요양보호사들이 쉼터를 찾는 경우도 많다.
이동노동자들이 문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데스크톱이 비치되어 있다. ©강사랑
이동노동자들이 문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데스크톱이 비치되어 있다. ©강사랑
주방이 갖춰져 있어 간단한 요리와 취식이 가능하다. ©강사랑
주방이 갖춰져 있어 간단한 요리와 취식이 가능하다. ©강사랑

이곳에 상주하는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한 번 이용한 후 재방문하는 경우가 많고, 주변 지인들에게 소문을 내서 함께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도봉구 이동노동자 쉼터는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상시 진행 중이다.
이동노동자 쉼터 바로 옆에는 도봉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가 자리해 관련 도움을 받기도 좋다. ©강사랑
이동노동자 쉼터 옆에는 도봉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가 자리해 관련 도움을 받기도 좋다. ©강사랑
도봉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는 무료 노동 상담을 진행 중이다. ©강사랑
도봉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는 무료 노동 상담을 진행 중이다. ©강사랑
쉼터를 나설 때면 
조금이나마 충전되는 기분이 듭니다. 
도봉구 이동노동자 쉼터에서 만난 김시현 씨

이용자들은 도봉구 이동노동자 쉼터를 어떤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당일 현장에서 김시현 씨(배달업 종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원래 창동역 근처에 이동노동자 쉼터가 있었잖아요. 거기는 2층에 위치해 있어서 이용하기가 다소 불편했는데 여기는 1층이라서 좀 더 이용하기가 편리해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딱히 쉴 수 있는 공간도 없고, 오가다 누구를 만나도 앉아서 편하게 얘기할 공간이 없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들어오면 차 한잔 하면서 휴식도 취할 수 있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일 때문에 계속 움직여야 하니까 한 20분에서 30분 정도 여기서 휴식을 취해요.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걸 제 주변 사람들은 잘 몰라요. 열심히 소문내려고 합니다."
도봉구 이동노동자 센터는 도봉역 하부에 자리하고 있다. ©강사랑
도봉구 이동노동자 센터는 도봉역 하부에 자리하고 있다. ©강사랑

도봉구 이동노동자 쉼터는 휴식할 장소가 마땅치 않은 이동노동자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소중한 공간이다. 이곳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들의 관심과 자치구의 적극적인 운영 의지가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터전에 자리를 잡고 재출발한 도봉구 이동노동자 쉼터. 앞으로 부족한 점들을 보완해 가며 이동노동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공간으로 성장할 모습이 기대된다. 도봉구 이동노동자 쉼터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도봉구 이동노동자 쉼터

○ 위치 : 서울시 도봉구 도봉로170길 2 도봉역 하부 다가치센터 6호실
○ 교통 : 지하철 1호선 도봉역 1번 출구
○ 운영시간 : 월~금요일 09:00~18:00
○ 휴무 : 주말, 공휴일
○ 문의 :  도봉구청 지역경제과 02-2091- 2872

시민기자 강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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