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서비스·대리기사님~ 쉬어가세요!"…이동노동자쉼터를 가다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1.07.01. 16:40

수정일 2021.07.01. 17:03

조회 3,799

서울시, 북창·서초·합정·상암·녹번 5곳에 '휴(休)이동노동자쉼터' 운영
서울시에서 이동노동자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에선 근무 특성상 쉴 곳이 마땅치 않은 이동노동자를 위해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윤혜숙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오후다. 전철역 출구로 나오자 평소와 달리 행인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우두커니 서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개의치 않는 분들이 있다. 특히 이동노동자는 궂은 날씨에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서울시는 대리운전, 퀵서비스, 택배 등 근무 특성상 마땅히 쉴 곳이 없는 이동노동자를 위해 지자체 최초로 전용 휴게공간 '휴(休)이동노동자쉼터'를 운영 중이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 무더운 날, '이동노동자쉼터'는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시청역 인근에 자리한'북창쉼터'를 방문해 직접 확인해 보았다. 
시청역 인근에 북창쉼터가 있다.
시청역 인근에 북창쉼터가 있다. ⓒ윤혜숙

이동노동자는 대리운전, 퀵서비스, 택배, 배달, 수리, 간병인 같이 업무가 특정 장소가 아닌 이동을 통해 이루어지는 직업군 종사자를 뜻한다. 특정 장소에서 업무가 수행되지 않다 보니 그들은 이동하면서 대기 중에 휴식을 취할 만한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서울시는 2016년 3월 이동노동자 서초쉼터를 개소한 것을 시작으로, 2017년 6월 중구 북창쉼터, 2017년 11월 합정쉼터, 2018년 5월 상암 미디어쉼터, 2019년 7월 녹번 셔틀쉼터를 조성했다.  
발열체크 및 QR코드 인증을 통과해야 쉼터에 입장할 수 있다.
발열체크 및 QR코드 인증을 통과해야 이동노동자쉼터에 입장할 수 있다. ⓒ윤혜숙

그 중 이번에 방문한 '북창쉼터'는 코로나19 이전에 하루 평균 55명이 다녀갔지만, 지금은 그때 비하면 이용률이 낮아졌다고 한다. 이용자는 퀵서비스 기사 80%, 대리기사 15%, 기타 순이다. 기타에는 보험, 학습지, 건설일용직, 음식 배달 등에 종사하는 분들이다. 

북창쉼터에는 직원 3인이 근무한다. 비교적 이용객이 적은 주간에 1인, 이용객이 많은 야간에 2인이 교차 근무 중이다.
쉼터 내 사무실과 휴게실이 통유리로 공개되어 있다.
이동노동자쉼터 내 사무실과 휴게실이 통유리로 공개되어 있다. ⓒ윤혜숙

북창쉼터에서는 이동노동자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까? 휴식공간과 함께 생수와 음료를 제공한다. 지금은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생수만 제공하는데 쉼터 바깥에서 마셔야 한다. 방역물품으로 마스크를 매주 1회 10매씩 지급하고 있다. 또한 핸드폰 충전, 전신 및 발 안마기 이용 등 편의도 제공한다. 

이와 함께 매월 1회 전문기관과 연계해서 이동노동자를 위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건강, 법률, 주거, 금융, 산재 등에 관한 상담이다. 북창쉼터에 상주하는 간사가 기본 상담을 진행하면서 필요하면 전문기관과의 상담을 연계하고 있다. 공공성을 띠는 단체에는 쉼터의 공간을 무료로 대관해주고 있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이어서 대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 
이동노동자들이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동노동자들이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윤혜숙

북창쉼터를 방문하는 이동노동자들의 상황은 어떨까? 그들은 이구동성 코로나19 상황으로 힘들다고 토로한다. 북창쉼터 이용자들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퀵서비스 기사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수출입 물량이 감소하면서 이용도 확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이동노동자쉼터가 문을 닫지 않는 한 꾸준히 이용자가 있다. 기본적인 수칙만 지키면 이곳에서 이동노동자는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더구나 본인의 고민까지 상담할 수 있으니 만족도가 높다. 
대리기사님이  쉼터에서 대기하면서 손글씨를 연습하고 있다.
대리기사님이 이동노동자쉼터에서 대기하면서 손글씨를 연습하고 있다. ⓒ윤혜숙

마침 이동노동자쉼터에서 대기하고 있던 대리기사 한 분은 이면지에 손글씨를 쓰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주위 동료기사의 소개로 이곳을 알게 돼 지금 1년 6개월째 거의 매일 이용하고 있다. 쉼터에 대기하다가 전화를 받으면 나간다고. 

쉼터의 좋은 점을 물었더니 “여기선 주위 눈치 보지 않고 대기할 수 있고, 내가 필요한 것을 간사에게 요청하면 대부분 들어준다”고 말했다. 지금 이면지에 손글씨를 연습하는 것도 쉼터여서 가능하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동노동자를 위해 제작한 '퀵 산재예방 희망수첩'
이동노동자를 위해 제작한 '퀵 산재예방 희망수첩' ⓒ윤혜숙

그는 “서울시가 이동노동자를 위한 쉼터를 제공해줘서 정말 감사하다”면서 “지금 딱 하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대기할 때 간단히 간식이라도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이라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고 전했다. 그는 이곳을 알게 된 후로 대기시간을 유용하게 쓴다면서 주위에 많이 추천해주고 있다고 했다.
양용만 간사가 쉼터에서 제공하는 전문상담을 알려주고 있다.
양용만 간사가 이동자노동쉼터에서 제공하는 전문 상담을 알려주고 있다. ⓒ윤혜숙

양용만 간사는 예전에 퀵서비스 기사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곳에서 이동노동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다. 퀵서비스 기사를 대상으로 오토바이 전문가를 초청해서 올바른 오토바이 주행법, 오토바이 자가 정비 등을 교육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시 취약계층 안전망이 더 두터워졌으면 좋겠다”면서 “취약계층을 위해 지금의 이동노동자쉼터와 같이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정책이 많이 시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창쉼터 건물에는 퀵서비스 기사를 위한 오토바이 전용주차장이 있다.
북창쉼터 건물에는 퀵서비스 기사를 위한 오토바이 전용주차장이 있다. ⓒ윤혜숙

현재 서울시는 북창쉼터를 위시해서 서초, 합정, 상암, 녹번까지 총 5곳의 이동노동자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각 이동노동자쉼터마다 이용하는 직종에 차이가 있고, 운영시간도 다르다. 대부분 이동노동자들의 접근성을 고려해서 역세권으로 위치를 정했다. 특히 올 여름엔 무더위를 피해 이동노동자쉼터를 찾아봐도 좋겠다. 서울시는 LG전자(주)의 후원을 받아서 서울 5곳의 이동노동자쉼터에 LG에어컨을 교체 및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이밖에 업무 중 짧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간이이동노동자쉼터를 2023년까지 전 자치구에 설치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시대, 일상 속 비대면이 확대되면서 이동노동자의 비중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동노동자가 서울 시내 곳곳의 이동노동자쉼터의 위치를 확인해 잠시나마 안락한 휴식을 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        

■ 휴(休)서울이동노동자쉼터 현황

○ 북창쉼터
- 위치: 중구 세종대로14길 38 단암빌딩 별관 2층
- 운영시간: 평일 08:30~20:00(주말, 법정공휴일 휴무)
- 문의: 02-722-7214
○ 서초쉼터
- 위치 : 서초구 사평대로 354 호진빌딩 4층
- 운영시간: 평일 18:00~06:00
- 문의: 070-5101-5431
○ 합정쉼터
- 위치 : 마포구 독막로 5 송백빌딩 3층
- 운영시간: 평일 08:30~06:00
- 문의: 070-7005-5595
○ 셔틀쉼터(녹번)
- 위치: 은평구 통일로 680 대일빌딩 7층 1호
- 운영시간 : 평일 09:00~18:00
- 문의: 02-4267-6679
○ 미디어쉼터(상암)
- 위치: 마포구 매봉산로 37 DMC산학협력연구센터 604호
- 운영시간: 평일 09:30~18:00
-문의: 02-1833-8261
서울노동권익센터 홈페이지
○ 문의 : 서울노동권익센터 쉼터사업팀 070-4610-2812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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