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가로수 은행 냄새는 그만~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 출동!

시민기자 엄윤주

발행일 2023.10.11. 13:32

수정일 2023.10.11. 17:03

조회 2,479

서울시는 은행 열매 악취로 인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 조기 채취 작업에 들어갔다. ©엄윤주
서울시는 은행 열매 악취로 인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 조기 채취 작업에 들어갔다. ©엄윤주

결실의 계절 가을이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많은 식물들이 가을에 열매를 맺는다. 가로수로 심어진 노란 단풍의 대명사 은행나무에도 가을철 많은 수의 은행 열매가 열린다. 은행나무는 암수나무가 달라 암나무에만 열매가 열리는데, 열매는 딱딱한 씨와 씨를 덮고 있는 과육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이 과육이 가을에 바닥으로 떨어질 때, 과육 껍질이 터지면서 안에 있던 빌로볼(bilobol)과 은행산(Ginkgolic acid) 성분이 밖으로 나와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이는 은행나무 입장에서는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나, 거리에서는 오가는 행인들 발에 밟혀 악취의 온상이 되어 불편을 초래한다. 
떨어진 은행 열매는 사람들의 발에 밟혀 더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엄윤주
떨어진 은행 열매는 사람들의 발에 밟혀 더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엄윤주

서울시는 이런 시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는 지난 9월 15일부터 은행 열매 조기 채취 작업에 들어갔다. 보통 9월부터 준비했던 작업을 올해는 약 한 달 정도 이른 8월 중순부터 종합대책을 강구하여 자치구에 전달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다. ☞ [관련 기사] 후두둑~ 은행을 털어라! 악취 유발 열매 조기 채취에 총력

서울시에는 약 10만 6,205그루의 은행나무 가로수가 있다. 그중 약 25.4%에 해당하는 2만 6,981그루가 열매를 맺는 암나무에 해당된다. 25개 자치구 중에는 송파구에 가장 많은 수의 은행나무가 식재되어 있다고 한다.

가로수 은행 열매 채취 작업은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을 편성해 자치구와 함께 실시하고 있다. 각 작업은 은행나무 가로수의 위치, 크기 등 환경적인 부분을 고려하여 사람 손으로 직접 털거나, 진동수확기를 사용하거나, 나무 주변에 그물망을 설치하는 작업 등으로 작업한다.
가로수 은행 열매 채취 작업은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을 편성해 자치구와 함께 실시된다. ©엄윤주
가로수 은행 열매 채취 작업은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을 편성해 자치구와 함께 실시된다. ©엄윤주

지난 9월 말에 진행됐던 종로구와 성북구의 은행 열매 채취 과정을 동행해 보았다. 은행나무 열매 제거 작업은 자치구별로 유동 인구가 많은 곳부터 작업을 우선으로 진행한다. 청와대 주변과 경복궁 등 관광 명소가 밀집되어 있고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종로구에서는 행인의 왕래가 드문 시간을 이용하여 진동수확기를 이용하거나 직접 열매를 털어내는 작업을 병행 실시하고 있다.

진동수확기의 경우는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개발한 진동식 호두 수확기를 은행나무 열매 채취에 적용한 사례다. 나무를 기계로 흔들어 1초에 무려 800개의 은행나무 열매를 털 수 있다고 한다. 문화재가 많고 고목이 많은 지역 특성상 나무 주변에 망을 설치하는 작업은 되도록 지양하고 있다.
손으로 직접 털거나 진동수확기 사용, 나무 주변 그물망 설치 등으로 은행 채취 작업을 한다. ©엄윤주
손으로 직접 털거나 진동수확기 사용, 나무 주변 그물망 설치 등으로 은행 채취 작업을 한다. ©엄윤주

경복궁 인근과 효자로에서 진행된, 고소작업차를 타고 사람이 올라가서 은행 열매를 터는 작업은 상대적으로 시간은 더 소요되지만, 육안으로 작업자들이 꼼꼼하게 가지마다 살피는 작업으로 진행되어 은행 열매들이 깔끔하게 제거되었다. 위의 작업자들이 열매가 열린 가지를 흔들어 열매들을 떨구면 아래 작업자들이 쉴 새 없이 은행 열매를 쓸어 담았다. 많을 때는 한 나무에서 큰 포대 몇 개씩을 가득 채울 정도라고 한다.

“하루에 평균 은행나무 10그루 정도를 작업합니다. 작업을 다하고 거리가 깨끗해질 때, 또 오가는 시민 분들이 ‘수고하신다’는 말을 건네주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쉴 새 없이 빗질 작업을 이어가는 종로구 도시녹지과 관계자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이렇게 땀 흘려 수확한 은행 열매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강북농수산물검사소에 중금속 검사를 의뢰하여 안전성이 확인된 열매에 한해 경로당, 사회복지시설 등에 기증된다고 한다.
은행 열매 제거를 위한 고소작업차 작업 ©엄윤주
은행 열매 제거를 위해 고소작업차를 타고 직접 은행을 털고 있다. ©엄윤주

성북구 역시 시민들의 왕래가 많고 은행 열매 악취로 인한 민원이 들어오는 지역을 선행하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북구 길상사 방향에 위치한 가로수 은행나무에 그물망을 설치하는 작업에 동행했다.

그물은 은행 열매가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에 수거하는 장치로, 나무 주변에 우산 같은 그물망을 넓게 펼쳐 은행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불편함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열매 낙과로 인해 미관을 저해하고, 특히나 시민들이 발로 밟았을 때의 악취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은행나무 가로수 그물망 설치 작업 현장 ©엄윤주
은행나무 가로수 그물망 설치 작업 현장 ©엄윤주
그물망 설치는 열매 낙과로 인해 시민들이 발로 밟았을 때의 악취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엄윤주
그물망 설치는 열매 낙과로 인해 시민들이 발로 밟았을 때의 악취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엄윤주

이와 함께 서울시는 ‘은행 열매 수거 즉시처리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은행 열매로 인한 불편이 있을 경우, 서울시 응답소(☎120) 또는 자치구(공원녹지과, 푸른도시과)에 전화 접수를 하면 24시간 내에 처리해 주는 서비스다.

가을철 은행나무는 암나무 열매의 고약한 냄새 때문에 불청객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만 제외한다면 노란 단풍으로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선사하고, 사계절 뛰어난 공기 정화 능력과 병충해에도 강한 큰 장점을 지닌 가로수다. 이제 서울에 은행나무 가로수가 있는 거리가 본격적으로 노랗게 물들기 시작할 때다. 서울시의 선제적인 대응으로 예년에 비해 깨끗해진 거리에서 노란 은행나무 단풍의 매력을 흠뻑 느껴보자.
서울시 응답소(☎120) 또는 자치구에 은행 열매로 인한 불편 접수를 하면 24시간 내에 처리해 주는 ‘은행 열매 수거 즉시처리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엄윤주
서울시 응답소(☎120) 또는 자치구에 은행 열매로 인한 불편 접수를 하면 24시간 내에 처리해 주는 ‘은행 열매 수거 즉시처리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엄윤주
은행나무 열매 제거 작업 현장 ©엄윤주

시민기자 엄윤주

서울 토박이 숲해설가 입니다. 숲을 즐겨 찾는 저를 따라 서울의 초록 숲 산책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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