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의 화룡점정…명판에 무엇을 새겨야 오래 기억될까?
지정우 건축가
발행일 2023.09.01. 14:47
아빠건축가의 다음세대 공간 탐험 (13) 공간에 새겨 넣어야 할 것
이 집회소 또한 놀라운 공간감과 기하학적이면서도 유기적인 공간 형태, 독특한 재료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2004년 국립 역사적 랜드마크(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되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명판이 건물 외부에 단단히 박혀 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입구 기둥의 한 돌에는 빨간색으로 칠해진 정사각형 음각이 되어있는데 이는 건축가 자신의 이니셜을 이용한 서명이다. 서류에 사인하듯, 건축 자체에 넣은 것이다.
조금만 시선을 낮춰보면 음각으로 새겨진 글씨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특별한 벤치를 만든 아티스트의 이름이나 공원을 만드는 데 참여한 시민들의 이름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사람의 이름이 각인된 단단한 돌 벤치는 영원히 그곳에 있을 것 같다. 어린 친구들은 그것을 만지며 놀 것이고, 그때의 놀이풍경을 유년의 기억에 각인할 것이다. 정확하게 이름을 적는 것,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겠다.
필자가 속한 건축 사무실에서는 어린이 놀이풍경을 설계할 때 정성을 담아 안내판을 디자인하고 세우려 노력한다. 서울시 교육청의 ‘꿈을 담은 놀이터’ 중 배봉초에 설계한 놀이풍경은 그 이름을 학교 교육 지향점에서 나타난 ‘키움’이라는 단어를 붙여 ‘놀이키움터’라 짓게 되었다. 그 의미와 함께 정확하고 간결한 안전 수칙을 기재하였고, ‘참여 구상 워크숍’으로 함께 한 학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었다. 참여 학생들의 이름이 쓰여있는 것을 보며 학생들은 더욱 애착과 자주성을 갖게 될 것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은 설계한 건축가, 공사 책임자, 전기 공사, 마감 공사 등 시공 각 단계에 참여한 손길들뿐만 아니라, 기획, 리서치, 마케팅, 자금, 공무 등의 지원을 한 모든 주체들을 회사나 대표자 이름만이 아닌 한 명 한 명 실명으로 적었다. 또한 이런 전문가들과 같이 참여 워크숍을 한 트윈세대 각각의 이름도 영원히 남게 되었다. 공간을 설계한 건축가가 전하는 공간의 의미도 글로 표현되어 새겨졌다.
이러한 정확한 이름의 표현과 과정의 기록을 통해 모두의 노력으로 만들어졌음을 전달하고, 모든 참여 주체와 순간이 다 의미가 있다는 것을 다음세대에게 전달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이 장소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도 모든 공간들을 정성스럽게 만든 만큼 그 공간의 기록과 메시지가 새겨지는 노력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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