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에 숨겨진 공원…탑 조형물에 담긴 50년 전 이야기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23.08.28. 09:00

수정일 2023.08.28. 15:52

조회 793

'조국에 드리는 탑' 중앙 원형 탑신에는 한솔 이효상 선생의 시 <나의 강산아>가 새겨져 있다. ©최용수
'조국에 드리는 탑' 중앙 원형 탑신에는 한솔 이효상 선생의 시 <나의 강산아>가 새겨져 있다. ©최용수

“어쩌면 눈을 감고도/ 어루만져 보고 싶은 나의 강산아./ 석양에 비킨 진흙위에도/ 입 맞춰 보고 싶은 나의 강산아./ 너를 떠나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나를 부르는 소리가 커지는구나…” 김포공항에서 읽는 한솔 이효상 선생의 시 <나의 강산아>의 일부이다. 

마곡동 공항대로에서 하늘길로 이어지는 김포공항 입구 사거리, 10시 방향에 아담한 공원이 숨어 있다. 공항을 오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원의 존재 사실을 모르고 지나친다. 국내선 하늘길 주차장 인근의 공원인데도 말이다.
조국에 드리는 탑에서 바라본 국내선 청사와 공원 풍경 ©최용수
조국에 드리는 탑에서 바라본 국내선 청사와 공원 풍경 ©최용수

공원은 여느 공원과 다르지 않다. 넓은 잔디와 무성한 나무숲, 쉼터용 정자인 공항마루와 장독대, 아름다운 능소화나무 사이 이어진 산책로는 사색에도 좋다. 무엇보다 숨어 있는 공원이라 사람이 적고 조용하다. 그런데 이곳에는 적갈색 특별한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조국에 드리는 탑'이다.
김포공항 입구 공원에 있는 조국에 드리는 탑 모습 ©최용수
김포공항 입구 공원에 있는 조국에 드리는 탑 모습 ©최용수

이 탑은 미국 이민생활 10년째인 재미 사업가 김시면 사장이 ‘조국에 보답하고 싶다’는 의사를 주미 공관에 제안하였고, 논의 끝에 1971년 우리나라 유일의 국제관문이던 김포공항에 탑을 세우게 되었다. 높이 24.5m, 폭 8.3~2.8m, 70톤의 내후성강판(Corten Steel)이 사용되었다. 내후성강판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부식되어 지금처럼 멋진 황동색 철탑으로 변신한다.
김포공항 입구 공원에 있는 황동색의 조국에 드리는 탑과 탑에 대한 안내문 ©최용수
김포공항 입구 공원에 있는 황동색의 조국에 드리는 탑과 탑에 대한 안내문 ©최용수

당시 김포공항은 주청사 외 주변은 온통 허허벌판이었다. 이에 공항의 중앙에 세워진 24.5m 높이의 탑은 공항의 명물이었다. '조국에 드리는 탑'이라는 탑명은 재미 사업가 김시면 사장이 직접 썼고, 설계는 재미 건축가인 김해운 선생이 했다고 한다.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로 초청, 격려했다고 한다. 이후 2001년 김포공항 통합역사 공사로 약 6년 동안 철거되었다가 2007년에야 지금의 위치인 공항 입구로 이설하게 되었다. 
국내선 청사 앞 공원에 있는 쉼터 공항마루와 장독대 풍경 ©최용수
국내선 청사 앞 공원에 있는 쉼터 공항마루와 장독대 풍경 ©최용수

탑의 위치는 국내선 주차장 길 건너에 있다.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김포공항역 4번 출구에서 남부순환도로 방향으로 5분이면 도착한다. 탑 주변은 한 그루의 큰 소나무와 벤치가 있고, 탑을 올려다보는 듯 서 있는 소나무는 기증자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모두가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더구나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수록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애국심이 짙어진다고 한다. 설치 당시 공항 중심부에 있던 탑, 비록 입구로 옮겨왔지만 조국에 드리는 해외동포의 마음은 변함없으리라.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맞은 편 공원의 쉼터 공항마루 풍경 ©최용수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맞은 편 공원의 쉼터 공항마루 풍경 ©최용수

어느덧 재외동포 750만 명 시대이다. 지난 6월 5일, 재외동포를 종합 지원하기 위해 외교부의 외청(外廳)으로 재외동포청이 문을 열었다. 마침내 5,000만 국민과 재외동포가 하나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참고로, 재외동포라 함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외국에 장기체류하거나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 또는 출생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사람(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에 국외로 이주한 사람을 포함)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능소화가 아름답게 핀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앞 공원 모습 ©최용수
능소화가 아름답게 핀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앞 공원 모습 ©최용수

요즘 국제정세는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50여 년 전, “조국에 대한 바람보다 먼저 조국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하며 이 탑을 세운 기증자의 마음이 크게 느껴진다. 어쩌면 재외동포들의 공통된 마음 아닐까 싶다. 김포공항에 갈 때면 한번쯤 시간을 내어 '조국에 드리는 탑'을 찾아보길 추천한다. 원형 탑신에 새겨진 이효상의 <나의 강산아>를 읊조리면서 광복의 달 8월을 기억하자.
공원에서 바라본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및 주차장 ©최용수
공원에서 바라본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및 주차장 ©최용수

시민기자 최용수

두 발로 전하는 서울 이야기 . .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