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에게 '어르신 스마트폰 수업' 신청해 드렸더니…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23.07.24. 13:52

수정일 2023.11.07. 14:32

조회 2,545

딸이 홍대 클럽에서 드럼을 연주했다. 대학교 동아리 밴드의 발표회였다. 연주회가 끝나고 딸에게 영상 하나를 받았다. 있는 힘을 다해 스틱을 내려치는 앳된 대학생이 있었다. 우울할 때면 손녀를 찾는 친정 엄마에게 톡으로 영상을 보냈다. 영상을 보냈다는 전화까지 했지만, 다음날에도 읽음 표시 '1'은 사라지지 않았다. 카톡을 확인하지 못하신 거다. 

친정 엄마에게 어르신 맞춤형 스마트폰을 사 드린 지 2년이 지났다. 폰을 바꾼 뒤부터 엄마를 만날 때면 사용법을 알려 드렸지만, 성질만 버렸다. 몇 번을 반복해서 설명해도 헤어질 때면 엄마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에서 한석규가 아버지에게 비디오 켜는 방법을 알려 드리다 뚜껑이 열리는 순간과 같았다. 인내심이 부족한 나의 한계였다. 이후 딸아이가 할머니에게 전화를 받는 법과 거는 법을 차분하게 가르쳐 드렸다.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지는 어르신 스마트폰 교육을 신청하려고 했지만 엄마는 그때마다 “나는 아무 것도 몰라서 바보가 되기 싫다”고 극구 거부하셨다. 싫다는 엄마는 억지로 배우게 할 도리는 없었다. 엄마의 스마트폰은 지난 2년간, 전화 이상의 어떠한 용도로도 사용되지 못했다. 
스마트폰 기초반 수업이 열리는 시립강북노인종합복지관 외관 Ⓒ박은영
스마트폰 기초반 수업이 열리는 시립강북노인종합복지관 외관 Ⓒ박은영

지난 6월, 한동안 우울한 모습의 엄마를 보며 어르신들이 스마트폰을 배울 수 있는 곳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집에서 멀지 않고 소수정예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까 검색을 하던 중, 시립강북노인복지관스마트폰 기초반 수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곧바로 전화를 걸었고, 때마침 하반기 수업의 접수가 시작되기 전이라고 했다. 접수 첫날인 6월 14일, 엄마와 시립강북노인복지관을 찾았다. 드문 추진력의 순간이었다.

버스로 6정거장을 가서 3분 여를 걸으니 시립강북노인종합복지관이 있었다. 입구에 안내하시는 어르신이 계셨고, 안내데스크도 따로 있었다. 프로그램을 신청하려면 회원 등록은 필수였다. 엄마가 어떤 프로그램을 들으면 좋을지 직원 분들과 상담을 했고, 생각보다 정말 많은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스마트폰의 경우, 시간에 따라 '스마트폰 기초반'과 '스마트폰 생활반' 수업이 여러 개 반으로 나뉘어 있었고, 중급으로 '스마트한 앱생활반'과 '키오스크 활용하기 반', '스마트폰 영상제작반', 'SNS로 소통하기 반' 등이 있었다.
1층에 안내데스크와 어르신 도우미가 있다. Ⓒ박은영
1층에 안내데스크와 어르신 도우미가 있다. Ⓒ박은영

단, 모든 수업은 정원이 있어 신청자가 많은 경우 추첨을 통해 선발된다고 했다. 그래서 1인이 5개까지 수업을 신청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수업은 최고로 인기가 많은 수업이었다. 상반기 모집에 300여 명이 몰렸다고 했다.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엄마는 '스마트폰 기초반' 수업 2개와 '미술 스케치', '실버율동체조', '가요반'을 접수했다. 처음엔 다 싫다고 하시던 엄마는 무료로 다양한 활동을 하실 수 있다는 상담사의 설득에 조금씩 관심을 기울였고, 미술 스케치 프로그램을 직접 선택하기도 했다.

신청 접수 2주 후쯤, 문자로 가요교실과 스마트폰 기초반에 당첨이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엄마는 스마트폰 기초반만 열심히 다니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복지관에 연락했고, 이런 경우는 대기자에게 기회가 간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시립강북노인종합복지관 회원카드를 찍고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박은영
시립강북노인종합복지관 회원카드를 찍고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박은영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복지관 1층 Ⓒ박은영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복지관 1층 Ⓒ박은영

지난 7월 10일 개강 첫날, 엄마와 다시 시립강북노인복지관을 찾았다. 10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되는 수업이다. 가는 길과 끝나고 오는 길을 차분히 설명했다. 

복지관에는 어르신들 대상으로 하는 식당도 있었다. 한 끼 4,000원에 영양식을 드실 수 있으니, 처음엔 함께 먹어 보고 싶었지만 보호자는 이용할 수 없다고 했다. 엄마가 수업 후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복지관 입구에 있는 식권을 뽑아 드렸다. 식권 구입 시에는 회원증이 필요하며, 카드는 사용이 안 되고 현금으로만 구입할 수 있다. 식권을 끊고 수업이 끝나면 지하 식당으로 가실 수 있도록 식당을 확인한 후 수업이 진행되는 4층 다예실까지 바래다드렸다. 
복지관 입구를 통과하면 우측으로 식권을 뽑을 수 있는 기계가 보인다. Ⓒ박은영
복지관 입구를 통과하면 우측으로 식권을 뽑을 수 있는 기계가 보인다. Ⓒ박은영
어르신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지하1층 식당 입구 Ⓒ박은영
어르신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지하1층 식당 입구 Ⓒ박은영
4,000원에 어르신들의 중식과 석식이 제공되는 식당 내부 Ⓒ박은영
4,000원에 어르신들이 중식과 석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 내부 Ⓒ박은영

스마트폰 기초반 수업의 정원은 10명으로, 선생님은 두 분이 계셨다. 엄마는 이제 일주일에 한 번 2시간씩 전문강사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울 수 있게 됐다. 7월부터 12월까지 총 23주를 말이다. 첫 수업에 걱정이 많았던 엄마는 반복해서 모르는 것을 물어보셨다고 한다. 적극적으로 배워 보려는 의지가 차오르기 시작한 듯해서 반가웠다. 수업 후 식사까지 하고 돌아오신 엄마는 스마트폰 수업을 3차례나 듣고 계신 분도 있다고 했다. 어르신들의 경우 무엇보다 반복이 중요했다.

엄마는 비슷한 연령대 분들이 하나라도 배우고 익히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셨을 거다. 그리고 엄마는 모르는 부분을 오랫동안 반복해서 연습할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늘 혼자 계시던 엄마에게 복지관 나들이는 새로운 활력이 될 거란 사실은 분명했다. 친구도 사귀고 식사도 하는 등 사회와 소통하시게 된 거다.
디지털 스마트 기초를 배우기 위해 모인 어르신들 Ⓒ박은영
디지털 스마트 기초를 배우기 위해 모인 어르신들 Ⓒ박은영
복지관에서는 악기, 체력단련, 미술, 디지털 수업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박은영
복지관에서는 악기, 체력단련, 미술, 디지털 수업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박은영

어느 드라마에선가 "앞으로 우리가 늙으면 혼자 TV도 못 켤 거다”라는 대사를 들었다. 기술의 발전이 그만큼 빠르고 복잡해질 거란 뜻이다. 일상 속으로 깊게 스며든 스마트폰은 어르신들 삶의 만족도 향상에 직접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다. 혼자 계신 부모님이 울적해 보인다면 가까운 지역의 시립노인복지관을 찾아보자. 관심이 있는 수업을 듣고 사람들과 만나서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

직접 수업을 듣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서울디지털재단이 제작한 유튜브 교육 콘텐츠 '어디나 5분클래스'를 봐도 좋다. '오늘의 날씨 바탕화면에서 바로보기', '카카오톡으로 송금하기', '키오스크로 햄버거 주문하기' 등 어르신들이 생활에서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알찬 정보들로 구성돼 있다.

스마트폰을 배우기 시작한 엄마가 하루하루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딸이나 손녀에게 엄마가 직접 카톡을 보내고 사진을 찍어 보내는 순간을 기대해 본다.

시립강북노인종합복지관

○ 위치 : 서울시 강북구 삼양로 92길 40
○ 교통 : 우이·신설선 화계역 1번 출구에서 100m, 4호선 수유역 5번 출구에서 300m
누리집
○ 문의 : 02-999-9179

시민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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