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같은 키오스크 사용법 '디지털 안내사'가 알려드려요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3.02.24. 16:10

수정일 2023.11.07. 14:37

조회 2,361

디지털 안내사가 어르신 스마트폰을 보며 작동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김윤경
디지털 안내사가 어르신 스마트폰을 보며 작동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김윤경

“키오스크(무인단말기), 누군가에겐 미로찾기입니다.” 요즘 버스나 가판대 등에서 종종 키오스크 안에 미로가 그려진 광고를 볼 수 있다. 필자만 해도 키오스크가 등장한 초반에는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일이 낯설었다. 때문에 뒤에 사람이 와서 기다리기라도 하면 맘 편하게 양보를 하거나 포기한 경험이 있었기에 '키오스크가 미로로 보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길을 가며 보이는 디지털 약자에 관련한 서울시 광고 ⓒ김윤경
길을 가며 보이는 디지털 약자에 관련한 서울시 광고 ⓒ김윤경

서울시는 디지털 약자와의 동행을 위해 1대1 맞춤형 교육과 디지털 안내사, 배움터 운영 및 디지털 약자형 키오스크 설치 등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디지털 안내사는 직접 기차역, 지하철역, 대형마트 등을 순회하며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활용법을 안내해주고 있다. 올해는 인원을 150명으로 늘려 2월 7일부터 활동을 하고 있다. 디지털 안내사는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약자와의 동행’ 대표사업이면서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서울시민 안심일자리’ 우수사례이기도 하다. ☞ [관련 기사]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키오스크 사용법 이렇게 배우세요

제1기 디지털 안내사는 어르신이 많은 174개 지점, 50개 노선을 돌며 무려 5만 3,620명에게 SNS, 기차표 예매, 길찾기 앱, 스마트폰 어플, 디지털 기기 사용 등을 도왔다. 올해는 늘어난 키오스크 사용에 불편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키오스크가 설치된 생활현장 100개 지점을 신설했다.
조끼 뒷쪽에도 누구나 알기 쉽게 디지털 안내사 표시를 해놓았다. ⓒ김윤경
조끼 뒷쪽에도 누구나 알기 쉽게 '디지털 안내사' 표시를 해놓았다. ⓒ김윤경

“디지털 안내사가 디지털 약자인 어르신에게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종각역 태양의 정원에서 근무 중인 디지털 안내사 4명과 담당자를 만났다. 종로지역에는 총 6명이 근무하며, 주로 2인 1조로 다닌다. 노선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동이 있으나 어르신들이 더 많이 모이는 곳은 아무래도 더 머물게 된다고 했다.   
디지털 안내사는 주황색 조끼와 모자를 쓰고 있다. ⓒ김윤경
디지털 안내사는 주황색 조끼와 모자를 쓰고 있다. ⓒ김윤경

디지털 안내사는 명찰을 목에 걸고 주황색 조끼와 모자, 배낭을 착용하고 있고 안내지와 와이파이 도시락(팀당 하나)을 가지고 있다. 주황색이라 멀리서도 눈에 띈다.

“저희는 서초구에서 개발한 '서초톡톡'으로 디지털 교육을 받았어요. 매일 디지털 세상이 달라지니까 저희도 배워가면서 알려드리고 있죠. 돌아오는 4월에는 디지털 배움터에서 디지털 금융교육을 받을 예정입니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 한 어르신을 보자 디지털 안내사는 근처에 앉아 있는 어르신에게 재빨리 달려갔다. 어르신에게 안내지를 드리며 간단하게 디지털 안내사에 관해 소개했다.

종종 마실 삼아 종로로 온다는 어르신은 디지털에 어떤 어려움이 있냐는 질문에 “코로나19때 QR은 열심히 하느라 알았는데, 카톡 같은 건 어려워 보여 지금은 아예 간단한 것만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디지털 안내사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어르신에게 사용법을 보여드리고 있다. ⓒ김윤경
디지털 안내사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어르신에게 사용법을 보여드리고 있다. ⓒ김윤경

디지털 안내사는 어르신의 어려운 점을 파악한 뒤,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연습용 사이트와 앱을 알려주었다. 어르신은 자신의 폰과 안내사의 폰을 번갈아 보며 관심을 보였다. 앱을 배웠으니 집에서 연습하겠다는 어르신에게 디지털 안내사는 안내지를 건넸다. 또 "여러 곳에 주황색 옷을 입은 디지털 안내사가 있으니, 궁금한 점이 있다면 꼭 물어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아직 디지털 안내사를 모르는 어르신들이 많아 직접 다가가 설명하기도 한다. ⓒ김윤경
아직 디지털 안내사를 모르는 어르신들이 많아 직접 다가가 설명하기도 한다. ⓒ김윤경

"종로구 지역은 지하철 택배 일을 하시는 어르신들이 꽤 계시거든요. 지도 앱을 깔아 알려드리기도 했고요. 어르신마다 다른데 어떤 분은 기본적인 스마트폰 사용법을 모르셔서 기초적인 안내를 해드리기도 해요." 1기로도 활동했던 디지털 안내사의 말이다. 1기로 6개월 활동을 했어도 또 업데이트 된 교육을 받았고, 지금은 2기와 함께 2인 1조로 다니고 있다. 특히 종로 지역은 어르신들이 많은 듯해 어떤 질문들이 많았는지 묻자, 디지털 안내사들은 서로 이야기를 꺼냈다. 

길찾기 앱 사용법을 잘 모르셔서 길을 많이 물어보세요. 예전에 목적지를 찾지 못하시는 어르신 일행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요. 길찾기 앱을 알려드렸더니 모두가 무척 신기해하며 배워가셨어요.”

“어떤 어르신은 지방에 사는 자녀 집에 가기 위해 열차표를 예매하는 걸 물으셨고요. 또 종각역에 무인발급기에서 함께 발급한 적도 있었어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어르신께는 보이스피싱 예방에 대해 알려드리기도 해요.” 이외에도 와이파이 끄고 켜는 법, 음성으로 작동하는 법, 사진을 전송하는 법도 어르신들이 많이 문의한다고 했다.
디지털 안내사는 와이파이 취약 장소를 대비해 도시락 와이파이를 가지고 다닌다. ⓒ김윤경
디지털 안내사는 와이파이 취약 장소를 대비해 도시락 와이파이를 가지고 다닌다. ⓒ김윤경

디지털 안내사들은 상대방의 개인정보보호에 철저해 절대 어르신 폰을 직접 만지지 않는다. 앱을 알려줄 때도 안내사 본인의 스마트폰을 꺼낸다. 어르신 중에는 저렴한 요금제를 쓰기도 하는데, 간혹 와이파이가 잘 안 되는 장소에 있어도 어르신데이터 사용으로 인한 비용부담이 없도록) 디지털 안내사들은 팀당 하나씩 도시락 와이파이를 가지고 다닌다.
디지털 안내사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르신의 폰을 직접 만지지 않는다. ⓒ김윤경
디지털 안내사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르신의 폰을 직접 만지지 않는다. ⓒ김윤경

“에피소드도 많아요. 종로가 관광지라서 외국인에게 영어 안내도 많이 했고, 응급상황에 119를 불러 드린 일도 있었어요.”

일은 생각보다 고되다. 아직 디지털 안내사를 모르는 사람도 많아 직접 찾아가며 말을 붙여 도움을 주고 있다. 앉아 쉴 수 있는 거점공간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힘들지만 보람은 크다.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고마워하고 다시 만났을 때 연습을 했다고 말해줄 때 뿌듯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더욱 힘을 얻기도 한다.

"좀 전에 근처 햄버거집을 갔는데 그곳은 카페와는 키오스크 방법이 다르더라고요. 그래도 서울시에서 광고하는 '천천히 해도 괜찮다'는 슬로건을 많이들 들어서인지 어르신분들이 조금 더 마음 편하게 키오스크를 대하는 것 같았어요."
디지털 안내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묻는 어르신도 만났다. ⓒ김윤경
디지털 안내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묻는 어르신도 만났다. ⓒ김윤경

한 어르신이 지나가며 디지털 안내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물었다. 디지털 안내사는 조끼를 보여주고, 안내지를 건네며 설명해주었다. 어르신은 무척 흥미로워하며 질문을 했고, 동행인 다른 어르신까지 옆으로 다가와 경청했다. “요즘은 광고를 통해 '디지털 약자'에 관해 봤다는 사람도 많아졌는데요. 사실 더 많이 알려지면 좋겠어요. 지금 우리가 사는 공간이 디지털 세상이잖아요. 느려도 조금씩 달라지는 내용을 배우고 활용하면 좋겠어요.”

길을 가다가 주황색 조끼와 모자를 쓴 디지털 안내사를 만나면 잘 모르는 디지털 기기에 대해 문의해 보자. 디지털에 어려움이 있다면, 어르신이 아니라 누구라도 제한이 없다. 서울시에 있는 디지털 안내사 활동 지역은 콜센터(070-4640-2274) 및 스마트서울 포털을 통해 알 수 있다. 서울시는 이외에도 디지털 약자 배려 캠페인디지털 역량강화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미로로만 보이는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사용이 디지털 안내사와 다양한 정책을 통해 누구나 편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

디지털 안내사

○ 안내 대상 :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 장애인 등 서울 시민 누구나
○ 활동 지역 : 자치구별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등 주요 거점 순회
○ 활동 시간 : 09:30~15:30(점심시간 12:00~13:00 제외)
○ 디지털 안내사를 찾는 방법 : '디지털 안내사' 명칭이 새겨진 주황색 모자와 조끼를 착용, 2인 1조로 활동

디지털 안내사 노선(자치구별 활동 지역)

스마트서울 포털
○ 문의 : 070-4640-2274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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