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나야 나~ 시니어 모델들의 '청계 라이브 패션쇼'

시민기자 이정민

발행일 2023.05.22. 16:44

수정일 2023.05.25. 11:24

조회 3,712

동대문 패션타운과 잘 어울리는 이색 패션쇼를 보기 위해 청계천에 모인 시민들 ⓒ이정민
동대문 패션타운과 잘 어울리는 이색 패션쇼를 보기 위해 청계천에 모인 시민들 ⓒ이정민

“20대부터 70대 모델이 하나가 되는 특별한 패션쇼, 청계 라이브 패션쇼를 시작하겠습니다.” 동대문 패션타운에서 이색 패션쇼의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힘차게 퍼져 나간다. 지난 5월 20일, 저녁 8시부터 청계천 오간수교 아래 수상무대에서 열린 ‘청계 라이브 패션쇼’ 현장이다.

코로나로 인해 힘들었던 시기를 지나 점차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동대문 패션타운이다. 본 행사를 주관한 서울시설공단은 이번 패션쇼를 통해 동대문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시민들에게 문화충전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한다.
한가로운 주말 저녁을 보내기 위해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의 모습 ⓒ이정민
한가로운 주말 저녁을 보내기 위해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의 모습 ⓒ이정민

한낮 기온이 여름 못지않게 더운 요즘, 청계천은 시민들에게 휴식 공간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패션쇼 시작 전, 청계천 오간수교 주변에는 한가로운 주말 저녁을 보내기 위해 산책 나온 이들로 북적였다. 일부러 패션쇼를 찾은 관람객들은 물론, 우연히 지나던 시민들도 하나, 둘 자유롭게 자리에 앉아 설레는 마음으로 패션쇼를 기다린다.
모델들의 멋진 모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촬영하는 관람객들 ⓒ이정민
모델들의 멋진 모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촬영하는 관람객들 ⓒ이정민

잠시 후, 사회자의 경쾌한 인사와 소개로 ‘청계 라이브 패션쇼’가 화려하게 열렸다. 모두 검은색 의상을 입고 첫 무대에 등장한 20대 모델들의 멋진 워킹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모습에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수상 무대 위에서 선보이는 모델들의 동작 하나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는 손길들도 점점 바빠진다.
K-POP 그룹 '블랙핑크' 지수의 솔로곡 ‘꽃’에 맞춰 준비한 안무로 흥겹게 무대를 꾸며낸 20대 모델들 ⓒ이정민
K-POP 그룹 '블랙핑크' 지수의 솔로곡 ‘꽃’에 맞춰 준비한 안무로 흥겹게 무대를 꾸며낸 20대 모델들 ⓒ이정민
시니어 모델들이 바람을 맞으며 걷는 모습이 아름다운 나비를 연상시킨다. ⓒ이정민
시니어 모델들이 바람을 맞으며 걷는 모습이 아름다운 나비를 연상시킨다. ⓒ이정민

첫 무대로, 약 20분 동안 K-POP 그룹 '블랙핑크' 지수의 솔로곡 ‘꽃’에 맞춰 안무를 선보인 20대 모델들이 패션쇼의 흥을 돋웠다. 이어서 하얀색 의상을 입은 시니어 모델들이 등장한다. 각각 노란색과 초록색 천을 날개처럼 두른 채 바람을 맞으며 걷는 모습이 아름다운 나비를 연상시킨다.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날렵한 몸매와 세련된 포즈 등을 선보인 이들의 무대 역시 큰 호응을 얻었다.
백발의 긴 머리와 수염을 휘날리며 등장하는 시니어 모델에게 큰 박수를 보내는 시민들 ⓒ이정민
백발의 긴 머리와 수염을 휘날리며 등장하는 시니어 모델에게 큰 박수를 보내는 시민들 ⓒ이정민

다음 무대의 콘셉트는 밀리터리 룩이다. 백발의 긴 머리와 수염을 휘날리며 등장한 시니어 모델의 모습에 시민들은 더 큰 박수를 보낸다. 패션이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세대와 성별을 초월한 가치를 지닌다는 점에서 다들 공감하고 그 마음을 전하는 것 같다. 청바지와 핫팬츠, 미니스커트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시니어 모델들의 무대가 진행될수록 관람객들의 수가 늘어난다.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에 보답하듯 점점 여유를 찾아가는 시니어 모델들 ⓒ이정민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에 보답하듯 점점 여유를 찾아가는 시니어 모델들 ⓒ이정민

“와, 뿌듯하시겠다.”, “할아버지 모델 정말 멋있다.” 아이와 함께 온 엄마가 패션쇼를 바라보며 나누는 대화다. 이러한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에 보답하듯 시니어 모델들의 표정과 포즈에도 여유가 넘친다. 워킹을 하며 손을 흔들어 보이거나, 열심히 촬영하는 카메라 앞에서 나만의 포즈를 취하며 서로 교감한다.
마지막 순서로 드레스 차림의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을 선보였다.  ⓒ이정민
마지막 순서로 드레스 차림의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을 선보였다. ⓒ이정민

발랄한 데님 콘셉트도 거뜬하게 소화해 내는 시니어 모델들의 당당함이 청계천을 타고 흐른다. 마지막 무대는 드레스 콘셉트로,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으로 끝을 장식했다. 시니어 모델들이 가장 빛나는 순서였다. 이 순간만큼 나이를 잊고 모델로서만 평가받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야외무대라서 가능한 자연 바람과 조명, 반짝이는 물빛 덕분에 ‘청계 라이브 패션쇼’에는 생기가 넘쳤다.
청계천 야외무대라서 더욱 생기가 넘쳤던 시니어 모델들의 패션쇼 ⓒ이정민
청계천 야외무대라서 더욱 생기가 넘쳤던 시니어 모델들의 패션쇼 ⓒ이정민

“모델뿐만 아니라 관객분들까지 이 페스티벌을 즐겨주신 것 같은데요. 시원한 밤을 보낼 수 있는 패션쇼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날 패션쇼를 준비한 서울문화예술대학 조아영 교수(모델학과)가 무대 위에서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일찍 찾아온 더위를 식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무대를 접한 시민들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떠난다.
20대부터 70대 모델까지 모두 무대 위에 올라 인사를 나눈 피날레 ⓒ이정민
20대부터 70대 모델까지 모두 무대 위에 올라 인사를 나눈 피날레 ⓒ이정민

“나이가 들어도 밝은 마음으로 즐겁게 산다는 게 보기 좋은 거 같아요. 가끔씩 청계천에 왔다 갔다 하는데 이런 패션쇼는 처음이에요. 너무 좋았어요.” 패션쇼를 시작부터 끝까지 지켜봤다는 60대 시민의 소감이다.
모델학과 학생으로서 즐겁게 무대에 서고 싶다는 시니어 모델 정형자 님 ⓒ이정민
모델학과 학생으로서 즐겁게 무대에 서고 싶다는 시니어 모델 정형자 님 ⓒ이정민

패션쇼를 마치고 나온 시니어 모델 정형자 님은 “저는 코로나가 시작된 해에 입학한 코로나 반이에요. 힘들어도 너무 재미있어요. 언제까지나 무대만 있으면 설 수 있는 자신이 있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감각적인 시니어 모델들이 꾸며낸 ‘청계천 라이브 패션쇼’, 그들의 내일이 더 기대된다.

시민기자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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