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인왕산 산불 현장, 산불은 예방이 최선이다!

시민기자 엄윤주

발행일 2023.04.04. 15:00

수정일 2023.04.05. 09:38

조회 3,593

4월 2일 오전 11시 53분쯤 종로구 부암동 인왕산 인근에서 원인불명의 산불이 발생했다. ©엄윤주
4월 2일 오전 11시 53분쯤 종로구 부암동 인왕산 인근에서 원인불명의 산불이 발생했다. ©엄윤주

지난 4월 2일 일요일 오전 11시 53분, 인왕산에서 산불이 시작됐다. 건조한 날씨 속에 산불은 부암동 자하미술관 인근 인왕산 6부 능선에서 시작되어 축구장 21개 면적인 15ha를 태웠다.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산불은 낮 12시 51분 대응 2단계까지 발령되며 큰 피해로 이어졌다. 오후 1시쯤에는 불길이 더욱 확산해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산 등산로 인근인 개미마을과 홍제 2동 환희사 쪽으로 번졌다. 이 때, 홍제2·3동주민센터와 인왕중학교, 경로당 등에 임시대피소가 마련되고, 주민 120가구가 대피를 시작했다.
건조한 날씨 속에 인왕산 산불은 축구장 21개 면적인 15ha를 태웠다. ©종로구 의용소방대원 제공
건조한 날씨 속에 인왕산 산불은 축구장 21개 면적인 15ha를 태웠다. ©종로구 의용소방대원 제공

기자는 인왕산 아래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으로, 평온했던 휴일 아침 갑자기 시작된 산불 소식에 혼비백산할 정도로 놀라 상황을 주시했다. 지속적으로 아파트에서 상황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들려왔고, 아파트 상공으로 여러 대의 소방헬기들이 쉴 새 없이 물을 날랐다. 천만다행으로 산불은 5시간 만에 주불이 진화되어 가슴을 쓸어 내릴 수 있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던 긴박했던 인왕산 산불이었다.

이번 인왕산 산불로 437대의 소방차가 출동했다. 일요일 화재 현장에 투입된 인원은 소방관, 경찰, 군, 시·구· 산림청 직원 등 총 2,861명이나 되었다. 밤새 이어진 잔불 진화를 위해 18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686명이 추가 투입 되었고, 다음날 오전에도 1,337명이 동원되어 뒷불정리 등 산불 완전 진화에 총력을 다했다. 서울시는 주불 진화 완료 후 재발화 방지를 위해 열화상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투입해 밤샘 잔불 정리 및 뒷불 감시에 힘썼다.
인왕산 산불은 20시간째 꺼지지 않아 소방헬기를 다시 가동하는 등 잔불 정리에 주력했다. ©엄윤주
인왕산 산불은 20시간째 꺼지지 않아 소방헬기를 다시 가동하는 등 잔불 정리에 주력했다. ©엄윤주

4월 3일 찾아가 본 인왕산 화재 현장 인근에는 긴박했던 전날의 여운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부암동주민센터 주차장에는 지난 밤 사용했던 등짐펌프와 삽, 불갈퀴 등이 쌓여 있었고, 현장에 투입되었던 소방대원들이 곳곳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인왕산 산불 현장에서 진화에 앞장선 종로구 의용소방대원 ©엄윤주
인왕산 산불 현장에서 진화에 앞장선 종로구 의용소방대원 ©엄윤주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끄는 소방대원들을 위해 식수를 나르며 산불현장에 함께 한 한영숙, 윤상숙 종로구 의용소방대원들은 “이곳에 산 지 50년 만에 처음 겪는 큰 산불입니다. 어제 불길이 치솟을 때는 너무 무서울 정도로 크게 번졌어요. 이제 막 봄꽃을 피운 나무들은 물론이고, 숲 전체가 아주 까맣게 변해버렸어요.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구요. 정확한 원인은 밝혀야겠지만, 제발 산에서 담배는 피우지 말았으면 합니다”라며 전날 산불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 주었다.

산불 현장에 등짐펌프를 들고 올라가 진화에 앞장 섰다는 평창동 거주 윤원희 주민도 “제가 팔각정 밑에 살고 있는데, 이런 산불은 처음입니다. 집으로 번지지 않을까 염려가 무척 컸어요. 우리 동네여서가 아니라, 인왕산은 정말 아름다운 산인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서울 도심에 개구리, 도롱뇽이 살 정도로 생태가 살아 있는 곳인데, 이번 산불로 동식물들 피해가 없기를 바랍니다”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지난 밤 사용했던 등짐펌프, 삽, 불갈퀴 등이 쌓여 있어 긴박했던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 ©엄윤주
지난 밤 사용했던 등짐펌프, 삽, 불갈퀴 등이 쌓여 있어 긴박했던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 ©엄윤주
소방관, 경찰, 군, 시·구·산림청 직원 등이 투입되어 산불 진화에 총력을 다했다. ©엄윤주
소방관, 경찰, 군, 시·구·산림청 직원 등이 투입되어 산불 진화에 총력을 다했다. ©엄윤주
초동 진화와 뒷불 정리에 쓰인 등짐펌프 ©엄윤주
초동 진화와 뒷불 정리에 쓰인 등짐펌프 ©엄윤주

최근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어느 때보다 산불의 우려가 크다. 지난 10년간 전국 산불 10건 중 3건이 수도권에서 발생했다는 통계는 서울도 ‘산불 안전지대’가 아님을 잘 보여준다. 이번 인왕산 산불로 축구장 21개 크기의 산림이 탔고, 서울에서 난 산불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남겼다.

‘산불’ 하면 왠지 서울과는 상관 없다고 여기는 분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에는 거주 지역 주변에 크고 작은 많은 산들이 존재한다. 아직 산불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행락객이 많은 주말인 데다 등산객이 즐겨 찾는 도심 산에서 일어난 만큼 산불 원인은 인재일 수 있다.

참고로 북한산 등 국립공원에서 흡연행위를 하는 경우 자연공원법에 따라 최대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산에서 흡연행위 등으로 인한 과실로 산불을 내면 산림보호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산불은 한순간, 복구는 한평생’이라는 산불 표어를 상기하지 않더라도 산불은 예방 가능한 인재인 만큼 우리 모두 산불 예방에 경각심을 갖고 앞장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불은 예방이 최선이다.
산불은 예방이 최선이다. ©엄윤주
산불은 예방이 최선이다. ©엄윤주

시민기자 엄윤주

서울 토박이 숲해설가 입니다. 숲을 즐겨 찾는 저를 따라 서울의 초록 숲 산책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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