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만난 애국지사들

시민기자 방윤희

발행일 2023.03.20. 09:03

수정일 2023.03.20. 18:41

조회 994

서울어린이대공원에는 도심 속 자연과 더불어 놀거리, 볼거리 등 오감을 만족하게 하는 놀이시설이 펼쳐져 있다. 그 곁에 의미 있는 시설이 자리하고 있으니, 바로 ‘현충시설’이다. 현충시설은 독립운동 관련 시설과 국가수호 관련 시설로 구분되며, 국가를 위해 공헌하고 희생한 분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가까이에서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만날 수 있는 서울어린이대공원으로 산책을 떠나보자.
1973년 ‘백마고지 삼용사의 상(중위 강승우, 하사 안영권, 하사 오규봉)’을 건립하였다. Ⓒ방윤희
1973년 ‘백마고지 삼용사의 상(중위 강승우, 하사 안영권, 하사 오규봉)’을 건립하였다. Ⓒ방윤희

서울어린이대공원으로 향하는 중에 구의문 길목에서 ‘능동’의 유래를 살펴볼 수 있었다. 능동은 처음에는 장안말, 안말 또는 장내리, 내리 등으로 불렸는데, 조선시대에 화양정을 중심으로 위치한 살곶이목장의 안쪽에 있었기 때문이다. 1904년 순종의 황태자 시절의 부인인 순명비의 무덤이 현재 어린이대공원에 조성되면서 '유강원'이라고 이름이 붙어졌다. 1907년 순종이 황제로 즉위한 이후에 순명비는 순명효황후로 추존되고, 유강원도 '유릉'으로 승격되었다. 1926년 순종이 승하하고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에 유릉을 다시 조성하면서 순명효황후도 이장하여 협장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곳은 과거에 유릉이 있었던 곳이라고 하여 '장내릉리' 혹은 '능리'가 되었고, 1949년 서울특별시에 편입되면서 능리는 능동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른다. 능동 어린이대공원으로 불리는 이유이다.

구의문(동문)으로 들어서 주차장을 지나 앞쪽으로 걸어가자 ‘백마고지 삼용사의 상’이 맞이한다. 6.25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백마고지 전투에서 육탄으로 적의 진지를 공격해 승리로 이끌었던 강승우 소위 및 오규봉· 안영권 일병을 추모하고 그 넋을 기리기 위해 건립하였다. 이들 삼용사는 1952년 10월 철원평야 일대 중부전선의 전략 요충지인 백마고지에서 TNT와 박격포탄, 수류탄 등을 휴대하고 육탄으로 돌진하여 적의 기관총 특화점을 격파한 후 장렬히 산화함으로써 고지를 탈환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교육자이자 애국계몽운동가 ‘남강 이승훈 선생 상’이 1987년 3월 2일에 재건되었다. Ⓒ방윤희
교육자이자 애국계몽운동가 ‘남강 이승훈 선생 상’이 1987년 3월 2일에 재건되었다. Ⓒ방윤희

서울 어린이대공원 내 남문과 동문 사이 지점에선 ‘남강 이승훈 선생 상’을 만날 수 있었다. 대한제국 말기 및 일제 강점기 시절 교육자이자 애국계몽가인 남강 이승훈 선생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건립되었다. 이승훈 선생(1864~1930)은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초창기에는 산업 경영에 전력했다. 1907년 도산 안창호선생의 강연을 듣고 민족을 구하려는 결심으로 그해 고향 정주에 오산학교를 설립했다. 1910년 말 ‘안악사건’이 발생하자 이에 연루되어 제주도로 유배되었다. 유배 중 ‘105인 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되어 옥고를 치뤘고, 1919년 민족대표로 3·1 만세 운동을 전개하였다. 이후 선생은 오산학교 경영에 심혈을 쏟았고, 물산 장려운동과 민립대학 설립운동, 언론 창달 등에 힘을 쏟았다. 평생을 말보다 실천을 앞세우는 교육 운동에 헌신한 그는 '내 유해를 땅에 묻지말고 골격표본으로 만들어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쓰게 하라' 유언하고 눈을 감았다.
 ‘유관순 열사 상’은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순국한 유관순 열사를 기리고 있다. Ⓒ방윤희
‘유관순 열사 상’은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순국한 유관순 열사를 기리고 있다. Ⓒ방윤희

서울어린이대공원 내 방문자센터 뒤편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계단을 오르자 ‘유관순 열사 상’과 마주했다. 유관순(1902~1920)은 1919년 서울에서 3·1운동에 참여하고 천안 아우내장터 만세시위를 주도했다. 1919년 4월 1일, 천안 일대뿐만 아니라 청주·진천등에서 3,000여 명의 시위 군중이 모인 아우내 장터에서 유관순은 미리 준비한 태극기를 시위 군중들에게 나누어 주고 시위대열의 선두에 서서 독립만세를 외치며 시위행진을 주도하였다. 이에 일본 헌병은 총검을 휘두르고 무차별 사격을 감행하여 유관순의 아버지 유중권과 어머니 이소제 등 19명이 현장에서 순국하고 30여 명이 부상 당하였다. 일제는 유관순을 이 독립만세운동의 주동자로 체포하여 서대문형무소에 감금하였으나 유관순은 옥중에서도 계속 독립만세를 외치다가 모진 고문으로 결국 1920년 10월 18세의 꽃다운 나이에 옥중에서 순국하였다.
 항일독립과 민주건국을 위하여 몸 바친 ‘고하 송진우 선생 동상’ Ⓒ방윤희
항일독립과 민주건국을 위하여 몸 바친 ‘고하 송진우 선생 동상’ Ⓒ방윤희

서울어린이대공원 내 정문과 서문 사이엔 독립운동가, 교육자, 정치가이자 민족지도자로 활동한 ‘고하 송진우 선생 동상’이 위치하고 있다. 송진우(1890~1945) 선생은 1919년 중앙학교장으로서 3.1운동을 배후 주동하여 옥고를 치뤘고, 1921년 동아일보 사장 취임 후 20여 년 간 신문을 통하여 일제 암흑기에 국내 독립운동을 주도하고 민족·민주·민생·민문주의를 구국의 기본사상으로 삼아 언론, 교육 산업, 문화활동을 통하여 독립을 위한 민족의 힘과 얼을 고취했다. 해방 직전 일제의 정권인수제의를 거절했고, 광복 후 우익세력의 결집으로 창당된 한국민주당을 창당하여 수석총무로 추대됐으며 복간된 동아일보 사장으로서 민주건국과 신탁통치 반대에 진력하던 중 한현우 등의 총탄에 서울 원서동 자택에서 서거하셨다.
비폭력 무저항주의를 실천한 사상가이자 독립운동가인 ‘고당 조만식 선생 동상’ Ⓒ방윤희
비폭력 무저항주의를 실천한 사상가이자 독립운동가인 ‘고당 조만식 선생 동상’ Ⓒ방윤희

다음으로 만난 분은 서울어린이대공원 내 동문과 후문 사이에 위치한 ‘고당 조만식 선생 동상’이다. 조만식 선생은 평안남도 강서 출신으로 오산학교에서 민족교육에 힘쓰다 교장직을 사임하고, 1919년 3.1운동을 주도하다 1년간 옥고를 치뤘다. 이후 1920년 조선 물산장려운동회를 조직하여 사회운동을 전개했으며, 조선 민립대학 설립 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인재양성에 힘쓰고, 1932년에는 조선일보사 사장으로 취임하여 언론창달 및 민족계몽에 앞장섰다. 해방 후 북한정치 수반과 조선민주당 당수로 추대되어 민주통일국가 건설에 몸바쳤으며 공산세력의 박해와 맞서 이북동포들과 운명을 함께 하고자 끝내 순교적 사랑으로 스스로를 희생하셨다.
 ‘존 비 코올터 장군 상’이 서울어린이대공원 후문에서 아차산역 방면에 위치하고 있다. Ⓒ방윤희
‘존 비 코올터 장군 상’이 서울어린이대공원 후문에서 아차산역 방면에 위치하고 있다. Ⓒ방윤희

후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차산역이 위치한 곳에서 이국인의 모습을 한 동상이 눈에 들어왔다. ‘존 비 코올터 장군 상’이다. 1891년 4월 27일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태어난 존 비 코울터 장군은 1950년 6·25전쟁 중 위기일발의 포항전투에서 장군은 미 제8군 부사령관으로 북한의 침입을 막아내고, 전쟁이 끝난 후 초토화된 우리나라의 재건에 힘썼다. 그리고 1952년부터 1958년까지는 국지연합 한국파견단 단장으로 재직하여 전쟁 후의 한국의 파견을 위하여 노력했다.
살수대첩에서 수나라의 군대를 물리친 ‘을지문덕 장군 상’이 용맹스럽다. Ⓒ방윤희
살수대첩에서 수나라의 군대를 물리친 ‘을지문덕 장군 상’이 용맹스럽다. Ⓒ방윤희

존 비 코올터 장군 상 맞은편으로 오른손에 칼을 하늘 높이 치켜들고 있는‘을지문덕 장군 상’이 위치한다. 고구려 명장 을지문덕 장군은 612년 수나라 양제가 113만여 명의 대군을 거느리고 고구려를 침략했을 때, 거짓 항복 전략을 통해 수나라의 30만 대군을 몰살시킨 살수대첩의 주인공이다. 멀리서 바라보는데도 그 기상이 살아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휴대폰을 QR코드에 비추면 한국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으로 연결돼 내용을 볼 수 있다. Ⓒ방윤희
휴대폰을 QR코드에 비추면 한국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으로 연결돼 내용을 볼 수 있다. Ⓒ방윤희

서울어린이대공원의 정문과 후문, 구의문에 이르기까지 어느 문을 통해서든 현충 시설을 마주할 수 있다. 휴대폰으로 QR코드를 비추면 좀더 상세한 설명을 살펴볼 수 있다. 이처럼 현충 시설을 시민의 휴식공간이자 동식물이 공존하는 서울의 공원에서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지금 우리의 일상이 그 많은 분의 노력과 희생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서울어린이대공원

○ 위치 : 서울시 광진구 능동로 216 서울어린이대공원
서울어린이대공원 누리집
○ 문의 : 02-450-9338, 9356

시민기자 방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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