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자인 내가 담배꽁초를 모으는 이유는?

시민기자 박서윤

발행일 2023.03.17. 15:40

수정일 2023.03.17. 18:02

조회 4,353

용산구 '담배꽁초 수거보상제' 참여해 보니...
서울역 부근 흡연 부스 앞. 담배꽁초 수거함이 있지만 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들이 보인다. ⓒ박서윤
서울역 부근 흡연 부스 앞. 담배꽁초 수거함이 있지만 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들이 보인다. ⓒ박서윤

아침 출근시간이면 서울역 빌딩 숲 앞에 위치한 흡연 부스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아침뿐 아니라 점심시간 무렵 그리고 퇴근시간 즈음이 되면 흡연 부스 밖까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흡연 부스 안팎으로 담배꽁초 수거함이 있지만 바닥에 떨어진 꽁초들이 적지 않다. 거리에 쓰레기통이 사라진 요즘, 담배꽁초 수거함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곳의 상황은 더 심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용산구에서는 도시 미관을 해치는 담배꽁초들을 없애기 위해 2021년부터 ‘담배꽁초 수거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다. 만 20세 이상의 주민등록상 용산구 거주민이면 신청 가능하고, 신분증과 본인 명의의 통장 사본을 지참하여 거주지 주민센터에 신청하면 간단한 안내를 받은 후 시작할 수 있다.

‘환경을 챙겼더니 용돈이 생겼다’는 용산구청의 홍보 문구에 마음이 끌려 담배꽁초 수거보상제에 참여해 보았다. 보상은 담배꽁초 1g당 20원, 월 최대 6만원까지 지급하며 3kg 초과분에 대해서는 다음달로 누적 이월이 가능하다. 단, 공공근로, 희망일자리 등 공공사업 참여자는 원칙적으로 참여가 불가하다.
담배꽁초 수거를 위한 준비물. 오염물 접촉을 피하기 위해 비닐장갑, 나무젓가락이 필요하다. ⓒ박서윤
담배꽁초 수거를 위한 준비물. 오염물 접촉을 피하기 위해 비닐장갑, 나무젓가락이 필요하다. ⓒ박서윤

살고 있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출근 전 자투리 시간이나 주말 오전 분리수거 시간을 활용해 담배꽁초를 주웠다. 준비물은 비닐장갑과 나무젓가락, 종량제 봉투면 충분하다. 평소에는 큰 관심 없이 지나치며 보지 못했던 아파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복도식 아파트의 복도 쪽 아래 공터에는 얼마 동안 쌓여 있었는지 모를 담배꽁초들과 쓰레기가 가득했다.
아파트 공터에는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가득했다. ⓒ박서윤
아파트 공터에는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가득했다. ⓒ박서윤
아파트 옆 통행로에도 버려진 담배꽁초가 많았다. ⓒ박서윤
아파트 옆 통행로에도 버려진 담배꽁초가 많았다. ⓒ박서윤

버려진 담배꽁초의 양이 많은 만큼 금방 수거 봉투가 채워졌다. 처음에는 담배꽁초 수거보상제만 염두에 두고 꽁초를 주웠지만, 이왕이면 내가 사는 곳을 좀 더 깨끗하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말마다 아파트 주변 쓰레기들까지 본격적으로 치우기 시작했다.
종량제 봉투에 담은 쓰레기. 꽁초를 줍다 보니 다른 쓰레기도 같이 치우게 되었다. ⓒ박서윤
종량제 봉투에 담은 쓰레기. 꽁초를 줍다 보니 다른 쓰레기도 같이 치우게 되었다. ⓒ박서윤

몇 시간을 허리를 구부리고 앉아 있으려니 허리에 통증이 와서 담배꽁초 줍기에 할애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누워서 휴식을 취해야 했다. 직접 해 보기 전에는 어르신들이 소일거리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골목골목의 담배꽁초를 모으려면 젊은이들의 힘도 많이 필요해 보였다.

지난 2월 중순부터 약 한 달 동안 용산구 내 주거 밀집 지역에서 대략 2.8kg의 담배꽁초를 수거했다. 그 무게만큼 깨끗해진 거리 모습에 환경보호뿐 아니라 이웃을 위한 봉사를 했다는 뿌듯함이 더해졌다.

이렇게 수거한 담배꽁초는 매주 목요일마다 각 주민센터에 접수 가능하며, 무게당 값을 매겨 익월 정산하여 통장으로 입금해 준다. 지자체 별로 접수 시간이 정해져 있는 곳이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해야 한다.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치운 후 다소 깨끗해진 모습 ⓒ박서윤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치운 후 다소 깨끗해진 모습 ⓒ박서윤
담배꽁초를 수거하는 시간은 고되지만 한결 깨끗해진 거리에 뿌듯함이 더해졌다. ⓒ박서윤
담배꽁초를 수거하는 시간은 고되지만 한결 깨끗해진 거리에 뿌듯함이 더해졌다. ⓒ박서윤

수거한 담배꽁초는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 용산구의 경우, 거리 미관 환경 개선을 목표로 수거한 담배꽁초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소각처리 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 시행을 한 2021년에는 312kg, 2022년에는 345kg, 2023년에는 현재까지 167kg의 담배꽁초를 수거했는데, 매년 수거량뿐 아니라 참여 인원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거리 미관 환경 개선에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또 다른 시행 지역인 강북구청의 상황도 살펴볼 수 있었다. 강북구는 지난 2021년 환경부, 한국순환자원 유통지원센터와 담배꽁초 회수·재활용 시범사업 업무협약식을 가지고 2022년까지 총 1만21kg의 꽁초를 수거하였으나, 재활용이 불가해 예산 대비 효과성이 미비하다고 판단해 올해부터는 이 사업을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현재 담배꽁초 수거보상제는 용산구와 성동구, 도봉구 등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다 못 치워 다음날 다시 갔을 때, 빈 컵라면 용기와 담배꽁초들이 다시 쌓여 있었다. 치우는 사람보다 버리는 사람이 잘 처리하는 게 더욱 중요해 보였다. 한 달여 간의 담배꽁초 수거보상제 체험을 통해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시민 의식 개선 교육의 필요성쓰레기통 배치 및 담배꽁초 수거함 추가 설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시민기자 박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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