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냄새 물씬~ '동묘 벼룩시장' 나들이!

시민기자 유정옥

발행일 2023.03.03. 10:00

수정일 2023.03.03. 15:04

조회 4,488

트로트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구경 나온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는 거리가 다채롭다. 아저씨 두 명이 번갈아 소리친다. “혁대 천 원! 천 원! 바지 이천 원~! 코트 삼천 원~!” 구경꾼이 몰렸다. 데이트족이 팔짱을 풀고 모자를 고르더니 써 본다.

지난겨울의 날씨는 유별났다. 어느 날은 두툼한 옷을 꺼내어 입어야 했고, 어느 날은 가벼운 옷을 입어야 할 만큼 기온 차이가 컸다. 종잡을 수 없이 오락가락하던 날씨를 뒷걸음치게 하는 2월 중순 주말, 아직은 공기가 차지만 따사로움이 감도는 동묘 벼룩시장을 찾았다.
동묘 벼룩시장에서 재활용 물건을 고르는 구경꾼 ⓒ유정옥
동묘 벼룩시장에서 재활용 물건을 고르는 구경꾼 ⓒ유정옥

동묘 도깨비시장, 동묘 재래시장, 동묘 구제시장이라고도 부르는 동묘 벼룩시장은 1980년대 말 생겨났다. 평일에는 가게와 몇몇 노점상이 영업하고, 주말에는 입점 가게는 물론이고 노점 판매가 성행해 이용자가 평일보다 많다. 상점과 노점마다 물건 종류가 다르기도 하고 겹치기도 한다. 누군가 사용했던 물건도 있고, 상표가 달린 새 물건도 있다. 골동품 파는 곳에는 진귀한 물건도 있다.

갖가지 물건들은 가죽 옷, 모피 옷, 중고 가전제품, 도자기, 손목시계, 주방 그릇, CD플레이어, 자전거, 빈티지 명품 가방, 여행용 가방, LED 전등, 공구, 건강식품, 다이어리, 운동화, 등산용품, 작업 장갑, 신발, 혁대, 장난감, 레코드판, 노트북, 헌책 등 없는 게 없을 정도다. 큰 가방을 가지고 와서 대량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도 있다.

벼룩시장의 유래는 프랑스인데, 헌 물건을 노천시장에 펼쳐 놓고 팔던 것이 이용자가 점점 많아지고 알려져서 관광명소로 거듭나게 되었다고 한다.
동묘공원 ⓒ유정옥
동묘공원 ⓒ유정옥

가격에 놀라고 친절함에 또 한 번 놀라는 벼룩시장

벼룩시장 앞의 동묘공원 앞에서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사진을 찍는다. 동묘는 동관왕묘의 줄임말로, 조선 시대에 지어진 관우를 모시는 사당이다. 1963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몇몇 어르신들이 햇살이 내리는 돌계단에 앉아 사색을 즐기고 있다.

시장에서 구수한 냄새가 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즉석에서 굽는 빈대떡을 먹으려고 몇몇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스테인리스 보온 통에 ‘커피 500원’ 가격표가 크게 붙어 있다. “박리다매여~ 박리다매~ 그래도 하루에 몇만 원은 버니까 영광이지~” 믹스커피 종이컵을 건네받은 아저씨는 훌훌 마시며 걸음을 옮긴다. 목도리를 둘둘 감은 어르신이 말씀을 잇는다. “동묘 벼룩시장에서 장사한 지 몇십 년째여~ 그릇 팔아서 자식들 다 대학을 가르쳤어. 이제는 커피를 파는 거지.”
오천 원짜리 옥 반지 ⓒ유정옥
5,000원짜리 옥 반지 ⓒ유정옥

맞은편 골목으로 이동했다. 멀리서 구경하러 왔다는 아주머니기 연갈색 토끼털 조끼를 들고 꼼꼼히 살핀다. 이동식 옷걸이마다 5,000원 가격표가 붙어 있다. 건너편 가게로 갔다. 코로나 때문에 벌이가 시원찮았다는 30대 사장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면서, 직장인 배우자가 주말에는 도와 준다고 한다. 필자도 중고책 한 권을 샀다. 

잡화점 옆에 있는 액세서리 숍도 30대 사장님이 운영한다. 이것도 끼어 보고 저것도 끼어 보다가 줄무늬 옥 반지 하나를 골랐다. 5,000원이다. 가격에 놀랐고 사장님 친절에 또 한 번 놀랐다. 

액세서리 건너편은 빈티지 명품가방 집이다. 명품가방은 몇만 원부터 몇십만 원에 판매된다. 눈에 들어온 가방이 있어 모바일로 브랜드와 모델을 검색하니 똑같은 모델은 아니지만 비슷한 가방이었다. 대략적인 가격을 확인하고는 사장님과 흥정에 들어갔다. 처음 부른 가격은 8만5,000원이었는데 6만5,000원에 구매했다. 오래된 모델이지만 거의 새 물건이나 다름없다.
동묘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청계천의 징검다리 ⓒ유정옥
동묘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청계천의 징검다리 ⓒ유정옥

동묘에서 이어지는 산책길도 즐겨 보자

지그재그로 돌면서 구경을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중고책이 수북하다. 책을 한 권 사서 물소리 들으며 독서하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 동묘역 3번 출구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청계천 물길 따라 산책을 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읽을거리를 즐기는 사람은 10분 거리에 있는 동대문도서관을 이용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동대문도서관 근처에는 동대문 풍물시장이 있다. 신설동 풍물시장이라고도 하며, 동묘 벼룩시장과 함께 짝꿍처럼 소개되기도 한다.

벼룩시장에서 도보 15분 거리에는 동대문 문구∙완구시장, 서울풍물시장, 동대문종합시장도 있으며, 보물 제1호 흥인지문, 흥인지문공원에서 이어지는 한양도성길 등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흥인지문 공원 ⓒ유정옥
흥인지문 공원 ⓒ유정옥
한양도성 순성길로 올라가는 계단 ⓒ유정옥
한양도성 순성길로 올라가는 계단 ⓒ유정옥

동묘 벼룩시장은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구경거리, 요깃거리, 즐길 거리, 득템 거리, 산책 거리가 있다. 직거래가 이루어지고 이야기거리를 담은 물건과 이야기거리가 있는 사람이 어우러지는 곳이다. 도심 속의 진풍경이다. 

찾아오는 길은 어렵지 않다. 지하철 1호선과 6호선 동묘역 3번 출구와 맞닿아 있다. 버스정류장도 가까이에 있다. 자차를 이용할 때는 종로구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동묘공원 공영주차장 이용이 가능하다.(공휴일·주말 이용불가, 월~금 9시~18시 유료)
동묘공원 공영주차장 시간제 이용 안내
동묘공원 공영주차장 시간제 이용 안내

벼룩시장, 도깨비시장, 정감 어린 재래시장으로 따뜻한 봄날 나들이를 가 보자. 가족 또는 친구하고, 혹은 혼자서 구경을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알뜰 구매자들 또한 눈여겨볼 만한 곳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활력 있고, 맛깔 나는 동묘 벼룩시장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서울을 넘어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되기를. 그리고 외국인들도 거쳐가는 명품 관광명소가 되길 바란다.
중고 노트북이 99,000원부터 판매된다. 서비스 기간은 1개월이다. ⓒ유정옥
중고 노트북이 99,000원부터 판매된다. 서비스 기간은 1개월이다. ⓒ유정옥
아주 오래전에 간행된 책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유정옥
아주 오래전에 간행된 책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유정옥

동묘 벼룩시장

○ 위치 : 서울 종로구 숭인동 102-8
○ 교통 : 지하철 1·6호선 동묘앞역 3번 출구에서 62m

시민기자 유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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