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칠 수 없어! 외규장각 의궤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기회

시민기자 이정규

발행일 2023.02.07. 15:16

수정일 2023.12.13. 16:39

조회 3,500

우리의 찬란한 기록문화유산인 외규장각 의궤. 그 진면목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라는 이름의 이번 전시는 2022년 11월 1일부터 2023년 3월 19일까지 진행되며, 특히 2월 1일부터 2월 10일까지 10일간은 무료입장 기간이라 놓치기 아까운 기회이다.

의궤는 ‘의식의 궤범’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에 국가나 왕실의 중요한 행사, 의식이 끝난 후 그 준비와 진행 과정, 의례 절차 및 내용, 참가 인원, 소요 경비 등의 전체 과정을 상세하게 정리해 책으로 엮은 기록물이다. 의궤는 한번에 3부에서 9부 정도를 만들었는데, 왕에게 올린 것을 어람용, 관련 업무를 맡은 관청 등에 보내는 걸 분상용이라 한다.

외규장각은 정조 때 강화도 행궁에 설치돼 왕실의 주요 물품과 도서를 보관하던 곳이었다. 외규장각에 보관된 의궤는 대부분 어람용 의궤였는데,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를 침략한 프랑스군이 외규장각에 있던 의궤를 약탈해 갔다.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2011년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마침내 외규장각 의궤 297권은 우리에게 돌아오게 된 것이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평일이었음에도 많은 시민들이 전시장을 메우고 있어 높은 관심을 체감할 수 있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도 많았다. 전시는 외규장각 의궤 소개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람용과 분상용을 비교하는 코너에서는 왕이 친히 열람하는 어람용 의궤의 기품과 고급스러움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이어서 왕릉을 옮기는 과정을 기록한 의궤, 궁궐 건축을 다룬 의궤, 효종의 장례 행렬을 그린 반차도, 승하한 왕과 왕비의 관을 수호하는 사수도, 왕세자 책봉 의례를 담은 의궤, 순조의 혼례 과정을 기록한 의궤, 영조가 직접 농사 시범을 보인 친경의례를 담은 의궤 등 다양한 의식과 행사를 다룬 의궤가 전시돼 있다.

마지막 전시 코너에서는 순조가 할머니 혜경궁을 위해 개최한 왕실 잔치를 해당 의궤에 근거해 3D 영상으로 재구성, 상영하고 있다. 그 장엄함과 흥겨움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의궤 뿐만 아니라 의궤에서 서술되거나 묘사된 공예품 등의 유물과 관련 지도, 재현 복식 및 악기 등도 함께 볼 수 있어 조선시대의 문화를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좌) 어람용 의궤 / (우) 분상용 의궤. 어람용은 초록색 비단 표지와 놋쇠 장식이 돋보인다. 분상용은 튼튼한 삼베로 표지를 만들고 장식은 생략하여 실용적이다. ⓒ이정규
(좌) 어람용 의궤 / (우) 분상용 의궤. 어람용은 초록색 비단 표지와 놋쇠 장식이 돋보인다. 분상용은 튼튼한 삼베로 표지를 만들고 장식은 생략하여 실용적이다. ⓒ이정규
표지와 내지를 묶을 때 쓰는 금속인 변철에 화려한 보배무늬를 넣어서 영화로움을 더한 어람용 의궤도 있다. ⓒ이정규
표지와 내지를 묶을 때 쓰는 금속인 변철에 화려한 보배무늬를 넣어서 영화로움을 더한 어람용 의궤도 있다. ⓒ이정규
어람용 의궤의 내지. 닥나무로 만든 두껍고 매끈한 고급 종이 위에 화원이 붉은 안료로 직접 줄을 긋고 글을 잘 쓰는 전문 관원을 선발해 해서체로 정성껏 글을 썼다. ⓒ이정규
어람용 의궤의 내지. 닥나무로 만든 두껍고 매끈한 고급 종이 위에 화원이 붉은 안료로 직접 줄을 긋고 글을 잘 쓰는 전문 관원을 선발해 해서체로 정성껏 글을 썼다. ⓒ이정규
분상용 의궤의 내지. 닥나무로 만든 일반 종이를 사용하고 줄을 새긴 나무틀에 검은 묵을 발라 찍은 후 글쓰기 담당 관원이 일반 글씨체로 썼다. ⓒ이정규
분상용 의궤의 내지. 닥나무로 만든 일반 종이를 사용하고 줄을 새긴 나무틀에 검은 묵을 발라 찍은 후 글쓰기 담당 관원이 일반 글씨체로 썼다. ⓒ이정규
마치 실제 그 당시의 외규장각처럼 수백 권의 의궤가 서가에 진열되어 있다. ⓒ이정규
마치 실제 그 당시의 외규장각처럼 수백 권의 의궤가 서가에 진열되어 있다. ⓒ이정규
숙종의 후궁인 희빈 장씨, 다시 말해 장희빈을 왕비로 책봉한 과정을 기록한 의궤. ⓒ이정규
숙종의 후궁인 희빈 장씨, 다시 말해 장희빈을 왕비로 책봉한 과정을 기록한 의궤. ⓒ이정규
헌종의 아버지 익종의 능을 옮기는 과정을 기록한 의궤(좌측). 우측의 조선왕조실록에서는 단 3줄의 기록으로만 등장하지만 해당 의궤는 무려 9책이나 된다. ⓒ이정규
헌종의 아버지 익종의 능을 옮기는 과정을 기록한 의궤(좌측). 우측의 조선왕조실록에서는 단 3줄의 기록으로만 등장하지만 해당 의궤는 무려 9책이나 된다. ⓒ이정규
궁궐의 건축과 수리를 다룬 의궤에는 건축공사에 참여한 여러 장인과 일반 일꾼들의 품삯도 정리되어 있다. 시대에 따라 장인과 일꾼 간의 품삯이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 흥미롭다. ⓒ이정규
궁궐의 건축과 수리를 다룬 의궤에는 건축공사에 참여한 여러 장인과 일반 일꾼들의 품삯도 정리되어 있다. 시대에 따라 장인과 일꾼 간의 품삯이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 흥미롭다. ⓒ이정규
의궤는 생생한 그림으로도 유명한데, 의궤 속 그림 중 특정한 행사 장면이나 건물 구조, 행사 때 사용한 물건의 형태 등을 그린 것을 도설이라 한다. 사진은 혜경궁의 장례 과정을 기록한 의궤에 수록된 제기의 도설이다. ⓒ이정규
의궤는 생생한 그림으로도 유명한데, 의궤 속 그림 중 특정한 행사 장면이나 건물 구조, 행사 때 사용한 물건의 형태 등을 그린 것을 도설이라 한다. 사진은 혜경궁의 장례 과정을 기록한 의궤에 수록된 제기의 도설이다. ⓒ이정규
앞 사진의 도설에 묘사된 산자우리(산자나 다식 등을 높이 쌓는 제기)의 실제 모습. ⓒ이정규
앞 사진의 도설에 묘사된 산자우리(산자나 다식 등을 높이 쌓는 제기)의 실제 모습. ⓒ이정규
소 모양과 코끼리 모양의 술항아리 제기. 문효세자(정조와 의빈 성씨의 맏아들)를 제사 지내던 사당에서 사용되었다. ⓒ이정규
소 모양과 코끼리 모양의 술항아리 제기. 문효세자(정조와 의빈 성씨의 맏아들)를 제사 지내던 사당에서 사용되었다. ⓒ이정규
조선의 국가 의례나 왕실 행사의 행렬에 참여한 사람들과 깃발, 가마 등 기물의 순서를 그린 것을 반차도라 한다. 사진은 효종의 장례 과정을 기록한 의궤에 실린 반차도를 관람객이 인터랙티브하게 관람할 수 있게 꾸민 전시 ⓒ이정규
조선의 국가 의례나 왕실 행사의 행렬에 참여한 사람들과 깃발, 가마 등 기물의 순서를 그린 것을 반차도라 한다. 사진은 효종의 장례 과정을 기록한 의궤에 실린 반차도를 관람객이 인터랙티브하게 관람할 수 있게 꾸민 전시 ⓒ이정규
(위) 정조의 장례 때 능에 같이 묻었던 부장품인 명기 / (아래) 효종 승하 후 시호와 묘호를 올리면서 제작한 옥책 ⓒ이정규
(위) 정조의 장례 때 능에 같이 묻었던 부장품인 명기 / (아래) 효종 승하 후 시호와 묘호를 올리면서 제작한 옥책 ⓒ이정규
왕과 왕비의 관은 능에 묻기 전까지 찬궁이라고 하는 집 모양의 구조물 안에 모셔두는데, 이때 찬궁의 안쪽 벽에 사수도를 그려 붙였다. 동서남북 사방을 지키는 수호신인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그림이다. 사수도는 오직 의궤의 도설로만 남아 전한다. ⓒ이정규
왕과 왕비의 관은 능에 묻기 전까지 찬궁이라고 하는 집 모양의 구조물 안에 모셔두는데, 이때 찬궁의 안쪽 벽에 사수도를 그려 붙였다. 동서남북 사방을 지키는 수호신인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그림이다. 사수도는 오직 의궤의 도설로만 남아 전한다. ⓒ이정규
사수도는 시대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는데, 특히 주작의 변화가 매우 크다. 보다 현실적인 새의 모습으로 변한다. ⓒ이정규
사수도는 시대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는데, 특히 주작의 변화가 매우 크다. 보다 현실적인 새의 모습으로 변한다. ⓒ이정규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전시가 열리고 있는 전시실의 모습 ⓒ이정규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전시가 열리고 있는 전시실의 모습 ⓒ이정규
왕세자를 정하는 의식인 왕세자 책례를 기록한 의궤. 사진은 순조의 적장자인 효명세자를 왕세자로 책봉한 과정을 담은 ‘효명세자책례도감의궤’이다. ⓒ이정규
왕세자를 정하는 의식인 왕세자 책례를 기록한 의궤. 사진은 순조의 적장자인 효명세자를 왕세자로 책봉한 과정을 담은 ‘효명세자책례도감의궤’이다. ⓒ이정규
(위) 문효세자의 책례 장면을 그린 병풍 /  (아래) 효명세자가 왕세자 책봉 때 받은 죽책과 옥인 ⓒ이정규
(위) 문효세자의 책례 장면을 그린 병풍 / (아래) 효명세자가 왕세자 책봉 때 받은 죽책과 옥인 ⓒ이정규
조선의 왕들은 직접 농사짓는 시범인 친경을 행했는데, 봄날 도성 동쪽 밖 선농단에서 농경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근처의 밭 적전에서 소가 끄는 쟁기를 5번 밀어 땅을 갈았다. 사진은 영조가 직접 참여한 친경 의례에 대한 의궤 중의 행사장 배치도로서 사람들의 위치와 쟁기질의 횟수까지 표기됐다. ⓒ이정규
조선의 왕들은 직접 농사짓는 시범인 친경을 행했는데, 봄날 도성 동쪽 밖 선농단에서 농경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근처의 밭 적전에서 소가 끄는 쟁기를 5번 밀어 땅을 갈았다. 사진은 영조가 직접 참여한 친경 의례에 대한 의궤 중의 행사장 배치도로서 사람들의 위치와 쟁기질의 횟수까지 표기됐다. ⓒ이정규
‘대동여지도’를 그린 김정호가 ‘대동여지도’에 앞서 만든 전국지도인 ‘동여도’ 중의 한양 지도. 가운데 동그란 부분이 한양도성이고 우측의 빨간 동그라미가 선농단의 위치이다. 지금의 동대문구 제기동이다. ⓒ이정규
‘대동여지도’를 그린 김정호가 ‘대동여지도’에 앞서 만든 전국지도인 ‘동여도’ 중의 한양 지도. 가운데 동그란 부분이 한양도성이고 우측의 빨간 동그라미가 선농단의 위치이다. 지금의 동대문구 제기동이다. ⓒ이정규
순조가 할머니 혜경궁을 위해 개최한 두 가지 축하 행사인 진표리(새 옷감을 진상하는 의례)와 진찬(궁중 잔치)을 기록한 의궤인 ‘기사진표리진찬의궤’에 근거해 재구성한 3D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이정규
순조가 할머니 혜경궁을 위해 개최한 두 가지 축하 행사인 진표리(새 옷감을 진상하는 의례)와 진찬(궁중 잔치)을 기록한 의궤인 ‘기사진표리진찬의궤’에 근거해 재구성한 3D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이정규
‘기사진표리진찬의궤’의 도설 중 일부분을 확대, 촬영했다.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면서 인물 한 명 한 명의 표정과 자세, 옷맵시가 모두 달라 놀랍기만 하다. ⓒ이정규
‘기사진표리진찬의궤’의 도설 중 일부분을 확대, 촬영했다.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면서 인물 한 명 한 명의 표정과 자세, 옷맵시가 모두 달라 놀랍기만 하다. ⓒ이정규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 기간 : 2022. 11. 1.(화) ~ 2023. 3. 19.(일)
○ 관람시간 : 월, 화, 목, 금, 일 10:00~18:00 / 수, 토 10:00~21:00
○ 관람료 : 성인 5,000원 그 외 요금제는 누리집 참조
※ 무료입장 행사기간 : 2023. 2. 1.(수) ~ 2. 10.(금)
☞ 전시 안내 자세히 보기
○ 문의 : 02-2077-9000

시민기자 이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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