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소득 시범사업 순항중! 세계의 소득보장 실험은?
발행일 2022.12.09. 17:30
'2022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이 DDP 아트홀 2관에서 열렸다. Ⓒ조시승
지난 8월 21일 생활고와 암투병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수원 권선동 세 모녀(60대 여성과 40대 두 딸)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11월 23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빌라에서도 모녀(60대 여성과 30대 딸)가 숨진 채 발견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창천동 모녀는 현행 시스템상 위기가구로 발굴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로 파악되어 복지제도와 위기가구 발굴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모녀는 거주지인 서대문구와 주민등록상 주소지인 광진구 모두에서 별다른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지만 건강보험료와 전기요금 체납 등 위기정보가 포착돼 위기가구 발굴 대상자로 선정됐었다. 그러나 광진구의 복지 담당자는 모녀가 실거주하지 않자 발길을 돌렸고, 서대문구는 모녀의 집 전기료가 잇달아 연체됐음에도 위기가구가 살고 있다는 걸 파악하지 못했다.
전기요금 3개월 이상 체납은 34종의 위기정보 중 하나에 해당돼 한국전력공사가 보건복지부로 체납자 이름과 주소를 알렸다. 하지만 이 모녀는 서대문구로 이사한 뒤 전기요금 명의변경을 하지 않아 과거 세입자 명의로 요금을 내고 있었기에 발굴이 어려웠다.
특히 창천동 모녀는 현행 시스템상 위기가구로 발굴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로 파악되어 복지제도와 위기가구 발굴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모녀는 거주지인 서대문구와 주민등록상 주소지인 광진구 모두에서 별다른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지만 건강보험료와 전기요금 체납 등 위기정보가 포착돼 위기가구 발굴 대상자로 선정됐었다. 그러나 광진구의 복지 담당자는 모녀가 실거주하지 않자 발길을 돌렸고, 서대문구는 모녀의 집 전기료가 잇달아 연체됐음에도 위기가구가 살고 있다는 걸 파악하지 못했다.
전기요금 3개월 이상 체납은 34종의 위기정보 중 하나에 해당돼 한국전력공사가 보건복지부로 체납자 이름과 주소를 알렸다. 하지만 이 모녀는 서대문구로 이사한 뒤 전기요금 명의변경을 하지 않아 과거 세입자 명의로 요금을 내고 있었기에 발굴이 어려웠다.
서울 안심소득 시범사업은 복지 사각지대 없는 약자와의 동행을 지향한다. Ⓒ조시승
우리나라는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마련됐고 이듬해 10월 1일부터 실행됐다. 그러나 20년이 경과한 지금, 앞의 예처럼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하여 보완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서울 안심소득은 그 대안으로 시작됐다. 올 8월 서울시가 시범적으로 도입한 안심소득은 소득이 기준액에 미달하는 경우 차액의 일정 비율을 서울시가 현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소득이 낮을수록 더 많은 지원금을 받는다. ☞ [관련 기사] '안심소득 시범사업' 닻 올랐다…11일 500가구에 첫 지급
지난 7월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500가구를 선정해 1단계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내년에는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1,100가구를 추가로 선정해 2단계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시범사업은 기준액을 중위소득 85%로 설정하고 기준액과 참여자 소득 차액의 절반을 3년간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서울시는 저소득 88만 가구가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것을 감안해 더욱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의견 수렴의 장을 마련했다. 12월 6일, 사회구성원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 미래 복지 정책 제안을 위해 '2022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개최했다.
서울 안심소득은 그 대안으로 시작됐다. 올 8월 서울시가 시범적으로 도입한 안심소득은 소득이 기준액에 미달하는 경우 차액의 일정 비율을 서울시가 현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소득이 낮을수록 더 많은 지원금을 받는다. ☞ [관련 기사] '안심소득 시범사업' 닻 올랐다…11일 500가구에 첫 지급
지난 7월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500가구를 선정해 1단계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내년에는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1,100가구를 추가로 선정해 2단계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시범사업은 기준액을 중위소득 85%로 설정하고 기준액과 참여자 소득 차액의 절반을 3년간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서울시는 저소득 88만 가구가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것을 감안해 더욱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의견 수렴의 장을 마련했다. 12월 6일, 사회구성원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 미래 복지 정책 제안을 위해 '2022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개최했다.
행사장에서 배포한 서울 안심소득 홍보 브로슈어와 동시통역 리시버 Ⓒ조시승
이번 서울 안심소득 국제포럼은 안심소득 시범사업 시작 이후 처음 열리는 국제포럼으로, 세계에서 소득보장 실험을 이끄는 전문가와 석학들이 참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환영사를 통해 "이번 포럼의 대주제는 약자와의 동행을 위한 새로운 복지제도의 모색이다. 서울시의 안심소득 실험뿐 아니라 미국·핀란드·독일에서 진행되는 실험 과정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글로벌 논의의 장이 될 것"이라면서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이번 포럼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포럼은2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세션1에서는 ‘각국의 새로운 복지제도 실험’이라는 주제로 서울·핀란드·독일·미국의 사례가 소개되었다. 독일 베를린의 소득실험 총 책임자인 독일경제연구소의 위르겐 슈프 교수,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을 이끈 헤이키 힐라모 교수, 빈곤 연구 전문가인 로버트 A. 모핏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교수 등 소득보장 실험을 이끌고 있는 전문가와 세계적 석학들이 참여했다.
세션2에서는 ‘서울 안심소득’이라는 주제로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 김상철 서울복지재단 대표이사가 발표했다. 각 세션에는 질의 응답 및 토론 시간이 주어졌다. 소개된 주제나 사례에 대해 근로의지 저하 등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재원 대비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열띤 토론의 장이 이어졌다.
포럼은2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세션1에서는 ‘각국의 새로운 복지제도 실험’이라는 주제로 서울·핀란드·독일·미국의 사례가 소개되었다. 독일 베를린의 소득실험 총 책임자인 독일경제연구소의 위르겐 슈프 교수,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을 이끈 헤이키 힐라모 교수, 빈곤 연구 전문가인 로버트 A. 모핏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교수 등 소득보장 실험을 이끌고 있는 전문가와 세계적 석학들이 참여했다.
세션2에서는 ‘서울 안심소득’이라는 주제로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 김상철 서울복지재단 대표이사가 발표했다. 각 세션에는 질의 응답 및 토론 시간이 주어졌다. 소개된 주제나 사례에 대해 근로의지 저하 등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재원 대비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열띤 토론의 장이 이어졌다.
핀란드의 헤이키 힐라모 교수가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조시승
소득보장 실험은 나라마다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진행 방식, 형태 등에 차이가 있다. 국가나 도시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당면한 과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 방점을 뒀기 때문에 사회보조제도 개선에 주력했다. 핀란드는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근로 유인에 초점을 뒀다. 독일 베를린은 기본소득에 가까운 모델을 적용해, 급여를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스테이시아 웨스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보장소득연구센터장은 미국의 안심소득 실험 연구를 소개했다.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시는 2018년 1년 동안 조건 없이 월 1,000달러(약 130만원)를,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시는 2019년 1년간 월 500달러(약 65만원)를 지원했다. 웨스트 센터장은 "기본소득 수령자는 집에서 식사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등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불안, 우울증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 방점을 뒀기 때문에 사회보조제도 개선에 주력했다. 핀란드는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근로 유인에 초점을 뒀다. 독일 베를린은 기본소득에 가까운 모델을 적용해, 급여를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스테이시아 웨스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보장소득연구센터장은 미국의 안심소득 실험 연구를 소개했다.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시는 2018년 1년 동안 조건 없이 월 1,000달러(약 130만원)를,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시는 2019년 1년간 월 500달러(약 65만원)를 지원했다. 웨스트 센터장은 "기본소득 수령자는 집에서 식사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등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불안, 우울증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독일 위르겐 슈프 선임연구위원이 독일의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조시승
독일도 베를린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명목으로 매월 1,000유로(약 137만 6000원)를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세금으로 진행되는 사업이 아닌 시민사회가 기부를 통해 진행하는 실험 중이다. 베를린 기본소득 연구 총책임자인 위르겐 슈프 독일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연구 결과를 아직 분석하는 중이지만, 대체로 삶 전반에 걸쳐 개인의 행동·태도 변화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반면 핀란드 헤이키 힐라모 헬싱키대학교 사회정책학부 교수는 핀란드에서 진행된 기본소득 실험과 관련해 "25~58세 실업자 2,000명을 선정해 2년간 560유로(약 76만원)를 줬던 핀란드에선 기본 소득과 취업률이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핀란드 헤이키 힐라모 헬싱키대학교 사회정책학부 교수는 핀란드에서 진행된 기본소득 실험과 관련해 "25~58세 실업자 2,000명을 선정해 2년간 560유로(약 76만원)를 줬던 핀란드에선 기본 소득과 취업률이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단계 안심소득 시범사업에 참여할 500가구를 선정해 안심소득을 지급 중이다. Ⓒ서울시
빈곤과 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미국 스톡턴에서 2019년부터 2년 간 무작위 선정된 주민에 대해 조건 없이 월 500달러(약 68만원)를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한 마이클 터브스 미국 보장소득제 시장모임 대표는 "오히려 기본소득을 지급 받는 사람들이 2배 정도 더 실업이 줄어들었고 파트타임에서 전일제로 전환하는 걸 볼 수 있었다"며 "사람들이 소득을 보장 받아도 노동시장에서 탈퇴하거나 게을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심소득 시범사업의 성공을 위한 다수의 분석과 제안도 이뤄졌다. 영상 특별기조연설에서 로버트 모핏 존스홉킨스대학교 교수는 “안심소득은 최저소득자들과 고소득자들 모두를 위한 더하기 사업”이라며 “새로운 사업이 기존 제도에 더해지기 때문에 지급이 빠르게 진행돼야 웰빙 효과가 증가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순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안심소득의 명확한 타겟이 필요하다며, 안심소득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직접적 영향을 나타낼 수 있는 ‘대표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안심소득 시범사업의 성공을 위한 다수의 분석과 제안도 이뤄졌다. 영상 특별기조연설에서 로버트 모핏 존스홉킨스대학교 교수는 “안심소득은 최저소득자들과 고소득자들 모두를 위한 더하기 사업”이라며 “새로운 사업이 기존 제도에 더해지기 때문에 지급이 빠르게 진행돼야 웰빙 효과가 증가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순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안심소득의 명확한 타겟이 필요하다며, 안심소득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직접적 영향을 나타낼 수 있는 ‘대표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마이클 터브스 보장소득 시장모임 대표가 영상으로 미국의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조시승
안심소득이 복지제도의 혁신을 이끌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오호영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근로 복지 사각지대와 복지 전달 체계의 문제로서 기존 복지제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할 필요가 았다"며 "복지제도를 스마트화하는데 안심소득이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지 사각지대에서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별 제도 때문"이라며, 이에 대한 대안적 소득 제도로 등장한 것 중 하나가 안심소득이고 같은 재원으로 불평등 개선 효과가 월등할 것으로 보았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지 사각지대에서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별 제도 때문"이라며, 이에 대한 대안적 소득 제도로 등장한 것 중 하나가 안심소득이고 같은 재원으로 불평등 개선 효과가 월등할 것으로 보았다.
성신여대 박기성 교수가 안심소득의 비용과 경제적 효과를 그래프로 설명하고 있다. Ⓒ조시승
세션1의 토론자로도 참석한 오세훈 시장은 "핀란드 시범사업의 경우에는 노동 의욕을 고취하는 데 크게 변화는 없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안심소득을 통해서 제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자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은 또한 서울시의 안심소득 실험을 통해 취약계층을 두텁게 보호하는 미래복지시스템을 실험 중이라고 밝히며,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와 일자리 구조 변화,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전 세계적 빈곤과 불평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고 새로운 미래 복지 시스템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은 또한 서울시의 안심소득 실험을 통해 취약계층을 두텁게 보호하는 미래복지시스템을 실험 중이라고 밝히며,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와 일자리 구조 변화,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전 세계적 빈곤과 불평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고 새로운 미래 복지 시스템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 회의장을 가득 메운 300여 명의 참석자들 Ⓒ조시승
소득보장 논의는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사회적 이슈다. 4차 산업혁명 가속화, 코로나 19 여파 등으로 기존 경제 시스템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급증했다. 이런 어두운 단면의 해소와 안정적 삶에 대한 논의는 모두의 지혜를 모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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