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 최우선! 광화문광장 재개장 이후 첫 거리응원

시민기자 김진흥

발행일 2022.11.25. 14:50

수정일 2022.11.28. 11:19

조회 2,331

"대~한민국!"
광화문광장에 우리나라를 응원하는 수만 명의 함성들이 울려 퍼졌다. 지난 11월 24일 밤,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거리응원이 펼쳐졌다.

우루과이를 상대하는 우리나라의 첫 월드컵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광장에 모였다. 지난 8월 광화문광장 재개장 이후로 처음 열린 월드컵 거리응원이었다.
경기 시작 한참 전부터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 Ⓒ김진흥
경기 시작 한참 전부터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 Ⓒ김진흥

거리응원이 실시되기 전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여름부터 월드컵 거리응원을 준비한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추모 분위기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거리응원을 취소했다. 서울시도 뜻을 함께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서포터즈 '붉은악마'가 거리응원을 재추진했다. 아픔과 슬픔을 기억하면서 모두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안전한' 거리응원을 펼치겠다는 의미에서였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22일 광화문광장 자문단 심의를 거쳐 붉은악마 응원단이 제출한 광화문광장 사용 신청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특설무대 앞에 모여드는 시민들 Ⓒ김진흥
특설무대 앞에 모여드는 시민들 Ⓒ김진흥

거리응원을 앞두고 서울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대비했다. 우선 어떠한 상황에도 침착하게 대응하기 위해 종합상황실을 운영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밀집되어 있으므로 더욱 혼잡해지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행사가 시작될 무렵부터 종료될 때까지 광화문광장 주변 차도를 통제하여 차들이 지나가지 않게 했다. 근처 세종문화회관 버스 정류소도 임시 폐쇄하고,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은 유사시 무정차 통과시키기로 했다.
광화문광장 주위에 많은 경찰들이 배치돼 질서유지를 도왔다. Ⓒ김진흥
광화문광장 주위에 많은 경찰들이 배치돼 질서유지를 도왔다. Ⓒ김진흥
보행통로에는 서 있을 수 없도록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이 안내하고 있다. Ⓒ김진흥
보행통로에는 서 있을 수 없도록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이 안내하고 있다. Ⓒ김진흥

경찰과 소방대원도 안전한 행사를 위해 힘썼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소방공무원 54명 및 소방차 9대를 배치했고, 경찰도 경찰관, 기동대, 특공대를 투입해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했다.

응원하는 곳 외에 이동하는 통로는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이 배치되어 시민들이 멈추거나 서 있지 않도록 유도했다. 보행통로가 확보됨으로써 응원 가능한 구역과 비구역을 나눌 수 있었고, 수많은 인파 속에서 시민들이 이동하는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경찰들이 안전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김진흥
경찰들이 안전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김진흥
시민들에게 안내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김진흥
시민들에게 안내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김진흥

해가 점점 기울면서 시민들이 하나둘 광화문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유니폼을 입거나 태극기를 걸치거나 붉은악마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등 우리나라 월드컵 대표팀을 위해 본격적인 응원을 펼치고자 준비 태세를 갖추었다. 

특설무대에서는 밴드가 사전 공연을 선보이며 분위기를 한층 올렸다. 시민들은 몸을 흔들고 '대~한민국' 구호를 외치며 예열했다. 
거리응원을 위해 자리 잡은 시민들 Ⓒ김진흥
거리응원을 위해 자리 잡은 시민들 Ⓒ김진흥

은평구민 김아름 씨는 “대학생이 되고 나서 거리응원 하는 건 처음이다. 가만히 있으면 추웠을 것 같은데 몸을 흔들고 소리 지르니 좀 더워진 것 같다. 열심히 응원할 것이다.” 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친구들과 함께 광장을 찾은 김지호 씨는 “월드컵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친구들과 왔다. 지금이 아니면 또 4년을 기다려야 한다. 오늘 경기 이기고 친구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으면 한다.” 라고 전했다. 

이태원 참사 때문에 오기 망설였다는 시민도 있었다. 대학생 이수연 씨는 “한동안 좀 우울했다. 비슷한 나이대 사람들이 많이 사망한 사고를 겪고 나서 마음이 그리 좋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이곳에 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오랜만에 소리를 맘껏 지르니 답답한 속이 좀 뚫리는 느낌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린 광화문광장 Ⓒ김진흥
쌀쌀한 날씨임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린 광화문광장 Ⓒ김진흥

밤 10시, 시민들의 우렁찬 함성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월드컵 대표팀에 힘을 불어넣었다. 특설무대 앞 붉은악마 서포터들이 구호와 응원을 유도하면 시민들이 따라 부르며 응원했다. 

거리응원에 온 외국인들도 응원을 따라 하며 흥을 돋웠다.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외국인도 있었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잭슨 씨는 “유튜브로만 봤던 한국의 거리응원을 직접 겪을 수 있어 좋다. 열심히 응원하는 만큼 한국이 이겼으면 좋겠다.” 라고 전했다. 
특설무대에 설치된 화면을 보며 응원하는 시민들 Ⓒ김진흥
특설무대에 설치된 화면을 보며 응원하는 시민들 Ⓒ김진흥

밤이 깊어질수록 10도 아래로 떨어지며 꽤 쌀쌀해졌다. 그러나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더 목청껏 부르짖으며 카타르에서 뛰고 있는 대표팀과 함께 호흡했다. 아깝게 골을 넣지 못했을 땐 같이 아쉬워했고, 상대팀 공격을 잘 막았을 땐 같이 기뻐했다. 

0 대 0. 이날 경기는 두 팀 모두 골망을 흔들지 못한 채 끝이 났다. 
경기 후 쓰레기를 줍는 시민들 Ⓒ김진흥
경기 후 쓰레기를 줍는 시민들 Ⓒ김진흥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김진흥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김진흥
경기 끝난 지 20여 분 만에 응원 장소가 깨끗한 거리로 바뀌었다. Ⓒ김진흥
경기 끝난 지 20여 분 만에 응원 장소가 깨끗한 거리로 바뀌었다. Ⓒ김진흥

행사가 종료된 후, 시민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였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너도나도 앉았던 자리 주위 쓰레기들을 쓸어 담았다. 미리 설치된 쓰레기통에 모은 쓰레기들을 넣었다.

시민들이 앉아 응원했던 차도는 행사 종료 20여 분 만에 깨끗한 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처럼 차들의 통행이 진행됐다. 

친구들과 쓰레기를 정리한 대학생 최서준 씨는 “내가 앉았던 자리를 정리한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나부터 모범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한 것 같다. 친구들과 같이 하니 더 일찍 끝낸 것 같다.”라고 전했다. 
광화문광장 주변 미디어파사드에 월드컵 대표팀을 응원하는 이미지가 나오고 있다. Ⓒ김진흥
광화문광장 주변 미디어파사드에 월드컵 대표팀을 응원하는 이미지가 나오고 있다. Ⓒ김진흥

지난 8월 광화문광장 개장 이후 처음으로 펼쳐진 월드컵 거리응원. 안전한 거리응원을 위해 서울시를 비롯한 많은 기관들이 함께 대비하고 대응했다. 시민들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이며 행사는 별다른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됐다. 

광화문광장 거리응원은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의 두 번째 상대인 가나와의 경기 때인 28일 밤에도 진행될 예정이다.

시민기자 김진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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