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에서 햄버거 주문했어요” 디지털배움터가 고마운 어르신

시민기자 이정민

발행일 2022.10.27. 15:30

수정일 2022.10.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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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배움터에서 어르신들은 실제 크기의 키오스크로 사용법을 배울 수 있다.
디지털배움터에서 어르신들은 실제 크기의 키오스크로 사용법을 배울 수 있다. ⓒ이정민

“다음 시간에는 태블릿PC로 여러분들의 화면을 공유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난 10월 25일 오후, 스마트구로홍보관에서 진행되는 디지털배움터 수업을 마치며 강의실을 나오는 어르신 수강생들의 표정이 밝아 보인다.

스마트구로홍보관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디지털 역량을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디지털배움터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교육과정은 기초, 생활, 심화, 특별과정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으며 고령층, 다문화 가정,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 기기를 상시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는데, 키오스크(무인기기), 교육용 노트북, 태블릿PC, VR기기, 학생영 인공지능(AI) 교구, AI 스피커 등이 마련되어 있다.
서울시 디지털 역량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구로홍보관 내 강의실
서울시 디지털 역량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구로홍보관 내 강의실 ⓒ이정민

스마트구로홍보관은 올해 4월 서울 시내 3곳에 처음 문을 연 디지털체험존 중 한 곳으로, 디지털 강사와 서포터즈가 상주하며 교육을 맡고 있다. 
“어르신들이 스마트폰 활용하는 걸 어려워 하시잖아요. 그래서 기초 과정도 여러 번 듣는 분들이 많으세요. 한 번 들어서는 모르시거든요.” 어르신들의 디지털 역량교육을 도와주고 있는 장정희 서포터즈의 설명이다.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장정희 서포터즈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장정희 서포터즈 ⓒ이정민

디지털배움터에서 교육을 받는 어르신들은 60대~80대 중후반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배달앱, 스마트폰 결제 등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관심을 갖는 어르신들이 늘었다. 

가까이에서 어르신들을 지켜본 장정희 서포터즈는 “요즘 키오스크가 설치된 곳도 많잖아요. 어르신들은 이런 디지털 기기를 보면 겁부터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더 나이가 들면 아무것도 못하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죠”라고 덧붙였다.

어르신들에게 키오스크 사용은 낯설고 두렵다. 그래서 이곳 디지털배움터 한쪽에는 실제 크기의 키오스크 두 대를 설치했다. 족발, 보쌈, 한식 등 다양한 메뉴가 들어간 이 기기를 이용해 어르신 수강생들이 차근차근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법을 배워 나간다. 

“여기에서 배우기 전에는 젊은이들이 선 줄에 가지도 못했거든요. 이제 나 혼자 햄버거 정도는 주문해요. 자신 있게 할 수 있다는 뿌듯함이 생겼어요”라고 답하는 5개월 차 수강생 백경희(71세) 어르신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다양한 메뉴 주문을 키오스크로 배운 후, 햄버거 주문이 가능해졌다는 백경희 어르
다양한 메뉴 주문을 키오스크로 배운 후, 햄버거 주문이 가능해졌다는 백경희 어르신 ⓒ이정민

잠시 후 시작된 수업에서 강사의 설명을 놓치지 않기 위해 어르신들이 꼼꼼히 받아 적는다.
“메인 화면 검색창에서 검색어를 입력하실 때는 편하게 친구나 선생님한테 물어보듯이 문장을 적으시면 돼요.” 
“검색할 때 반말로 하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나는 꼭 '요'를 붙이든가 경어를 썼지”라는 말씀하시는 어르신의 경험담에 다들 크게 웃었다. 
“그렇게 하셔도 되고, 음성 검색도 하실 수 있어요. 스마트폰 마이크는 아래 쪽에 있습니다.” 강사는 어르신들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수업을 이어간다.
다양한 연령층의 어르신들이 교육을 받는 디지털배움터
다양한 연령층의 어르신들이 교육을 받는 디지털배움터 ⓒ이정민

수업이 진행되는 중에도 신도림역과 인접한 스마트구로홍보관이 궁금해 들어오는 시민들이 있었다. 스마트구로홍보관 담당자 송정희 주무관에 따르면, 바깥에서도 눈에 띄는 스마트팜의 초록 농작물을 보고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곧 스마트팜의 수확을 앞두고 스마트구로홍보관에선 11월 말부터는 스마트 팜 양성가 교육도 열린다. 스마트구로홍보관을 둘러보다 보니, 한쪽에 놓인 인형이 눈에 띄었다. 이 인형들은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들의 안전 안부를 위해 제작한 스마트 토이 로봇으로,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스마트구로홍보관에선 스마트팜과  스마트 토이 로봇도 접할 수 있다.
스마트구로홍보관에선 스마트팜과 스마트 토이 로봇도 접할 수 있다. ⓒ이정민

“이런 배움터에서나 마음 놓고 내 스마트폰을 보여줄 수 있지. 옛날하고 달라져서 길 가다 아무한테나 묻지도 못해요. 그러니까 다른 일 다 제쳐 놓고 여기를 오는 거지.” 자녀들이 외국에 있어 스마트폰 사용이 답답해도 마땅히 물어볼 사람도 없다는 이영희(67세) 어르신의 이야기다.

“저는 스마트폰 위치 설정을 바꿀 줄 몰라서 지금까지 외국 여행지 날씨가 나왔어요. 디지털 문맹을 깨우쳐 준 우리 선생님이 진짜 고마워요.” 김정임(65세) 어르신은 디지털배움터에서 만난 강사진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게 쉽고 재미있게 수업하는 디지털 강사와 수강생들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게 쉽고 재미있게 수업하는 디지털 강사와 수강생들 ⓒ이정민
그동안 몰랐던 스마트폰의 기능들을 배울 수 있어 감사하다는 어르신들
그동안 몰랐던 스마트폰의 기능들을 배울 수 있어 감사하다는 어르신들 ⓒ이정민

“이런 교육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같은 노인들한테 정말 필요한 거예요.”, “세상이 너무 변해서 저는 아예 포기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게 있으니까 우리도 조금씩 쫓아갈 수 있겠구나 싶어요.” 이처럼 디지털배움터는 어르신 수강생들에게 그 의미가 깊다.

서울시는 스마트구로홍보관 외에도 시청 시민청 내 스마트서울전시관, 창동 아우르네 내 스튜디오 체험관 등 3곳의 디지털체험존을 운영하고 있으며, 교육이 필요한 시민은 누구나 디지털배움터 홈페이지나 전화(1800-0096)로 신청하면 참여 가능하다.

이밖에도 서울시는 어르신을 위한 디지털 소외 해소 방안에 역점을 두고 서울시디지털재단어디나지원단을 통해 어른신 눈높이에 맞춰 1:1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대형버스 내 이동형 키오스크를 비롯 스마트패드 등을 갖추고 어르신들이 계신 경로당, 아파트 커뮤니티를 순회하는 찾아가는 디지털 교육버스도 운영 중이다. 혼자서 여러 번 반복 연습해 보고 싶다면 스마트서울캠퍼스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키오스크 교육 콘텐츠를 이용해 봐도 좋겠다.

오늘 디지털 체험존을 둘러보니, 어르신들에겐 디지털 교육이 반드시 필요해 보였다. 자식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한두 번이지, 반복해서 물어도 쉽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서울시가 지원해 준다니 고맙고 든든하다. ☞ [관련 기사]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키오스크 사용법 이렇게 배우세요

디지털체험존

○ 스마트구로홍보관 :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동 360-50
○ 스마트서울전시관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10 서울시청 시민청 내
○ 창동 아우르네 내 스튜디오 체험관 : 서울시 도봉구 마들로13길 84
디지털배움터 홈페이지
○ 문의 : 1800-0096

어디나지원단

○ IT역량을 보유한 어르신으로 구성된 100명의 강사진이 1:1로 디지털 실생활서비스 교육 지원
서울시디지털재단

온라인 키오스크 교육 콘텐츠

시민기자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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