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머무르고 싶은 한옥의 밤 '서울뷰티트래블위크'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2.10.11. 14:11

수정일 2023.11.09. 14:59

조회 1,368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요즈음, 서울은 온통 축제 맛집이다. 이곳저곳 펼쳐지는 다채로운 행사 중 ‘서울뷰티먼스’가 우선 눈에 들어왔다.

‘서울뷰티먼스’는 '뷰티' 하면 떠오르는 도시 서울을 브랜드화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서울이 가진 다양한 감성 자산과 관광 콘텐츠를 결합한 축제다. 9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서울의 뷰티, 패션, 디자인 등을 명소, 숙박, 맛집, 한류와 연계·융합해 서울만의 색다르고 매력 넘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 [관련 기사] 10월에 만나는 10가지 매력! '서울뷰티먼스' 행사 총정리
서울뷰티트래블위크가 열린 휘겸재의 서울뷰티하우스 ⓒ김윤경
서울뷰티트래블위크가 열린 휘겸재의 서울뷰티하우스 ⓒ김윤경

이 중 올해 처음 열리는 ‘서울뷰티트래블위크’는 서울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며 뷰티라는 개념을 재해석하고자 하는 취지로 서울을 거점으로 하는 로컬 브랜드들과 서울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행사이다. 행사는 9월 30일부터 10월 5일까지 북촌 일대에서 펼쳐졌다. 인왕산 트레킹, 어반 싸이클링, 경복궁 시티런 등 체험 프로그램과 이벤트가 열렸다. ☞ [관련 기사] 서울만의 쉼·맛·멋 체험해보세요! 서울뷰티트래블위크

코로나19로 닫혔던 여행, 관광이 생각나서였을까, 부로컬리(boolocally) 앱을 다운 받아 ‘서울뷰티트래블위크’를 신청했다. 서울의 매력적인 공간들을 소개하는 부로컬리 앱은 2022 서울관광스타트업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기업이다.
휘겸재는 서울시 민속문화재로, 평상시는 개방되지 않는다. ⓒ김윤경
휘겸재는 서울시 민속문화재로 평상시에는 개방되지 않는다. ⓒ김윤경

첫날인 9월 30일, 메인 행사장인 휘겸재에 마련된 서울뷰티하우스로 향했다. 입구에서 나눠준 정갈한 신발주머니에 신발을 넣고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한 시간의 짧은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휘겸재는 서울시 민속문화재로 프라이빗 행사를 제외하고는 평소 일반에 개방되지 않는 곳이다. 행사 기간에는 예약을 받아 축제 안내 및 지역 업체, 사진전 등의 전시와 오후 7시 체험 클래스가 열렸다.
서울뷰티트래블위크 ⓒ김윤경
서울뷰티트래블위크 ⓒ김윤경

첫날은 행사의 총괄 디렉터인 양태오 디자이너의 도슨트를 통해 ‘서울뷰티트래블위크’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시간을 느리게 즐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럭셔리가 아닐까요. 무한 경쟁 속 바쁜 일상에서 한 시간이라도 진정한 휴식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서울뷰티트래블위크 총괄 디렉터인 서울시 홍보대사 양태오 디자이너 ⓒ김윤경
서울뷰티트래블위크 총괄 디렉터인 서울시 홍보대사 양태오 디자이너 ⓒ김윤경

양태오 디자이너는 이번 행사에 담은 3가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뷰티라는 개념을 재해석해 보고 진정한 휴식을 통해 서울이라는 도시 이미지에 변화를 주고 싶다고 했다. 그가 말한 3가지 키워드를 떠올리며 함께 뷰티하우스를 돌아봤다. 
옛 분위기를 자아내는 한옥 ⓒ김윤경
옛 분위기를 자아내는 한옥 ⓒ김윤경

행사는 쉼, 맛, 멋 카테고리로 구분되어 있었다. 종로에 자주 오는 필자도 생각보다 모르는 곳이 많았다. 간혹 스페셜 체험 등으로 행사에 동참한 유명업소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평소 알려지지 않은 곳들을 선정했다고 했다. 

안내 리셉션에는 쉼, 맛, 멋으로 구분된 각각의 카드가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 가 보고 싶은 장소 카드를 골라 가져갈 수 있었다.
 가고 싶은 곳 카드를 골라갈 수 있다. ⓒ김윤경
가고 싶은 곳 카드를 골라갈 수 있다. ⓒ김윤경

바로 옆 키트 전시 공간으로 들어가자, 한국적인 브랜드 제품들이 예쁘게 전시되어 있었다. 쿠키와 차, 한방 화장품과 한국 색이 가득한 생활용품들이었다. 참가자들은 제품을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었다.
  
전시장에는 공간을 찍어 올리면 인화해 주는 기계도 마련되어 있었다. 양 디자이너는 메타버스 시대에 손으로 만지는 종이의 질감과 폴라로이드를 느껴 보길 추천했다. 
서울뷰티트래블위크에 참가한 업체들의 키트 전시 ⓒ김윤경
서울뷰티트래블위크에 참가한 업체들의 키트 전시 ⓒ김윤경

“한옥에서 독서가 무척 잘 되거든요. 조용한 공간에서 책을 읽고 무언가를 적어 보는 시간도 즐겨 보셨으면 해요.” 

뷰티라이브러리에는 서울에 관한 책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그는 본인이 한옥에 거주하는데 한옥에서 책이 참 잘 읽힌다고 귀띔했다. 
 조용하게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 ⓒ김윤경
조용하게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 ⓒ김윤경
 도슨트가 끝나고 책을 읽는 참가자 ⓒ김윤경
도슨트가 끝나고 책을 읽는 참가자 ⓒ김윤경

“주변에서 일주일에 주말이라도 정말 푹 쉬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멀리 가지 않더라도 그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한옥이 아닐까요. 한옥에 머문 적이 없어 걱정되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체험해 볼 수 있게 했어요.” 

체험존은 간단한 다도 도구와 함께 포근한 침구 세트와 소도구로 꾸며져 있었다. 참가자들은 당장 누워서 쉬고 싶다고 말했다. 창밖으로 바깥 풍경이 병풍처럼 펼쳐진 곳에 누워서 즐기는 휴식이 연상되는 곳이었다. 한옥에 문이 아닌 창을 만든 건, 창으로 사람이 아니라 바람 같은 자연이 넘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옥스테이로 꾸며 놓은 공간 ⓒ김윤경
한옥스테이로 꾸며 놓은 공간 ⓒ김윤경

뷰티하우스는 하시시박의 사진전도 함께했다. “종로에 거주하면서 종로를 색다르고 여유 있게 보는 작가가 누굴까 생각했어요. 바로 하시시박 작가가 떠올랐죠. ”

양 디자이너는 종로의 골목에는 축적된 시간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같은 커피라 해도 지역마다 주는 배경이 달라 커피 맛도 달라진다고도 했다.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시시박의 사진 전시를 설명하는 양태오 디자이너 ⓒ김윤경
하시시박의 사진 전시를 설명하는 양태오 디자이너 ⓒ김윤경

이번 포스터의 배경이 된 사진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전문 작가가 아니라 일반 독일 관광객이 찍은 사진인데 이 사진을 보고 굉장히 놀라웠단다. 우리가 아닌 외국인 관광객 눈에는 같은 서울이라도 이렇게 비치는구나 싶었다고. 이런 모습이 서울이 가진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 양해를 구하고 사용해 뿌듯하다고 했다. 도심에서 관광객이 찍은 사진은 전통 한옥의 기와지붕이 운치 있어 보였다. 
일반 외국인 관광객의 시각에서 찍은 사진을 활용한 포스터(왼쪽)와 휘겸재에서 본 외부 풍경(오른쪽) ⓒ서울시
일반 외국인 관광객의 시각에서 찍은 사진을 활용한 포스터(왼쪽)와 휘겸재에서 본 외부 풍경(오른쪽) ⓒ서울시

“서울뷰티트래블위크는 6일 후면 끝이 나지만, 늘 일상에 적용해 보면 좋겠어요. 앞으로 서울트래블위크에 어떤 지역이 선정될지 모르지만 꽤 궁금해요. 서울은 25개 구마다 다른 성격을 지녀서 그걸 발견할 수 있는 행사가 되리라 생각하거든요.” 

양 디자이너는 덧붙여 아직 코로나19로 예약을 받아 인원을 한정한 점을 못내 아쉬워했다.
서울뷰티하우스의 외부 전경 ⓒ김윤경
서울뷰티하우스의 외부 전경 ⓒ김윤경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한 시간의 여행을 준비했는데요, 그냥 전시하고 어떻게 보고 가셨으면 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에게 쉬고 갈 수 있는 공간을 온전히 내어 드리고 싶었어요.” 그가 도슨트를 마무리하며 이야기했다. 

밤이 내려앉은 한옥은 그윽하게 평안함을 선사했다. 참가자들은 남은 시간 책을 읽거나 사진을 구경하며 한옥을 즐겼다. 신나게 노는 것도 좋지만, 조용한 한옥에서 밤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여유야말로 최고의 휴식이 아닐까.
한옥의 멋을 느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김윤경
한옥의 멋을 느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김윤경

서울뷰티트래블위크가 진행된 '서울뷰티먼스'는 서울시가 올 4월 발표한 ‘글로벌 뷰티산업 허브, 서울’ 기본계획의 일환이다. 한국의 뷰티산업 범위를 확장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승화시킨다는 전략이다. ☞ [관련 기사] 글로벌 뷰티산업 육성 본격화…동대문을 핵심거점으로

"서울은 해외와 비교해 봐도 손색없는 곳이잖아요. 강과 산이 있고 도로도 넓고요. 여러 곳을 통해 서울에서 활동할 수 있는 체험과 갤러리를 추천 받았어요. 이 중 종로에서 45개를 선정해 시민들이 다녀갈 수 있도록 업장을 소개하고, 행사 후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부로컬리'라는 앱에 표시해 놨어요. 시민들에게 예전에 생각했던 한옥스테이 등이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행사를 담당한 관광산업과 최도희 주무관의 말이다.
서울뷰티하우스에 마련된 포토존 ⓒ김윤경
서울뷰티하우스에 마련된 포토존 ⓒ김윤경

“앞으로 이 행사가 이 기간에 즐길 수 있는 행사로 자리 잡으면 좋겠어요. 블루보틀 같은 경우, 한 달 동안 이 행사에 맞춰서 특별 음료도 한정으로 나왔거든요. 올해는 첫해라 관광에서 보여주는 뷰티는 이렇다는 컨셉을 보여 주는 데에 역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이 기간에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 같은 것들을 소개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최 주무관은 앞으로의 바람도 잊지 않았다.   

내년에는 어떤 지역에서 어떤 멋을 찾게 될까. 서울뷰티트래블위크를 통해 평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종로가 또 달리 보였다. 그에 더해 피로에 지친 필자도 한번 머물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앞으로도 서울뷰티트래블위크를 통해 좀 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즐겨 볼 수 있을 것 같다. 
 휘겸재를 함께 운영하는 카페 로우루프. 이곳을 통해 휘겸재로 들어갈 수 있다. ⓒ김윤경
휘겸재를 함께 운영하는 카페 로우루프. 이곳을 통해 휘겸재로 들어갈 수 있다. ⓒ김윤경

서울뷰티먼스

○ 기간: 2022. 9. 30.(금) ~ 2022. 11. 2.(수)
홈페이지
○ 문의: 02-550-2547

시민기자 김윤경

서울을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고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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