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가을소풍은 우리말 백일장 '한글 나들이'로!

시민기자 이준엽

발행일 2022.10.06. 09:40

수정일 2022.10.06. 17:13

조회 1,184

청명한 가을 어느 날, 우리말 백일장 ‘한글·나·들이'에 참가했다. ⓒ이준엽
청명한 가을 어느 날, 우리말 백일장 ‘한글·나·들이'에 참가했다. ⓒ이준엽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볼 때마다 왠지 모르게 잔디밭에 앉아 책도 뒤적이고 고마웠던 분들에게 편지 한 통 보내고 싶어질 만큼 감성이 충만해진다. 때마침, '책읽는 서울광장'에서 576돌 한글날을 기념해, ‘한글·나·들이, 우리말 백일장'이 열려, 나들이를 다녀왔다. 학창시절 이후 몇 십년 만에 참여하는 백일장이라 오랜만에 마음 설레었다. 둘째 딸이 "서울광장 나들이 재미있겠다"며 선뜻 백일장에 함께해 줘서 고마웠다. 

서둘러 점심을 먹고 도착한 '책읽는 서울광장'에는 도심 나들이를 즐기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햇살이 좋은 일요일 오후, 광장에는 읽을 책이 넘쳐 나고,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와 놀잇감도 한가득이었다.
우리말 백일장 주제문은 현장에서 당일 공개됐다. ⓒ이준엽
우리말 백일장 주제문은 현장에서 당일 공개됐다. ⓒ이준엽

2022년 우리말 백일장의 이름은 ‘한글·나·들이’다. “한글을 사랑하는 수많은 ‘나’들이 모여, 책 읽는 서울광장으로 한글과 함께 나들이를 하면서, 한글에 ‘나’를 들이는 경험을 하자"는 의미다. 해가 갈수록 외래어, 신조어, 줄임말 등의 사용이 늘어나는 지금,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생각해 보면서 올바른 우리말 사용을 권장하는 도심 속 ‘한글 나들이’ 행사로 마련되었다. 
 
서울광장 한 켠에 마련된 한글 나들이 백일장 접수대를 찾아 접수하고, 글쓰기 꾸러미를 받았다. 정성껏 준비한 꾸러미에는 원고지와 연필, 연필깎이, 책받침과 제출용 봉투가 담겨 있었다. 원고지가 이렇게 정다울 수 없었다. 글쓰기 꾸러미는 기후위기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졌다. 

현장에서 공개한 한글 나들이 주제는 '내가 사는 서울을 우리말로 표현한다면?', '함께 하는 서울에서의 삶', '나에게 서울이란?' 세 가지였다. 
 ‘한글·나·들이’ 백일장 글쓰기 꾸러미 ⓒ이준엽
‘한글·나·들이’ 백일장 글쓰기 꾸러미 ⓒ이준엽

본격적으로 글을 짓기 위해 서울도서관으로 들어갔다. 역시 글은 조용한 도서관에 앉아서 써야 제맛이다. 

우리말 나들이 참가자는 200자 내 한 작품을 제출하며, 작품에는 순우리말 단어를 두 번 이상 반드시 사용해야 했으며, 외국어·외래어, 줄임말, 비속어는 쓰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이것저것 궁리하면서 글을 쓰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처음에 도착할 때는 장원을 목표로 했건만, 다 써서 제출하려 보니 참가에 의의를 두기로 마음을 고쳐 먹게 됐다.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니 만족했다. 옆에서 열심히 글짓기를 한 딸아이 작품은 아빠의 눈으로 봐서 그런지 으뜸이었다. 
서울도서관 한 켠에 앉아, 주제문에 맞춰 글짓기를 했다. ⓒ이준엽
서울도서관 한 켠에 앉아, 주제문에 맞춰 글짓기를 했다. ⓒ이준엽

9월에 재개장한 책읽는 서울광장은 온가족 주말 나들이에 안성맞춤인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일요일에도 문을 열고, 시간도 1시간 연장되어 오후 5시까지 운영하니 너무 좋았다. 테마도서를 이용할 수 있는 열린 서가와 시민들을 위한 공연, 전시, 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열린 도서관이다. 올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보물 같은 곳이다. 
책읽는 서울광장 열린 서가에서 5,000여 권의 테마도서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준엽
책읽는 서울광장 열린 서가에서 5,000여 권의 테마도서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준엽
서울광장 책 읽는 사람 ⓒ이준엽
서울광장 책 읽는 사람 ⓒ이준엽

서울광장 입구에 마련된 서울시립과학관 전시도 인상적이었다. 현재 시대를 '인류세'라 명명하고, 3030년을 살아가는 미래 지질학자의 연구 노트를 함께 추측하며, 지구의 여섯 번째 대멸종을 경고했다. 설명해 주는 학생의 눈빛이 사뭇 진지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류로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겠다고 다짐하고 환경나무에 걸었다. 
서울시립과학관 기후 전시회 - 기후위기 극복은 이제 필수입니다. ⓒ이준엽
서울시립과학관 기후 전시회 - 기후위기 극복은 이제 필수입니다. ⓒ이준엽
지구에 살아가는 인류로서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다짐을하고 재활용 나무에 걸었다. ⓒ이준엽
지구에 살아가는 인류로서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다짐을하고 재활용 나무에 걸었다. ⓒ이준엽

서울광장으로 가을 나들이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광화문 서점에 들러 문구와 책 좀 샀다. 광화문 광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이순신 장군 동상부터 광화문까지 한 바퀴 돌았다. 그렇게 동행, 매력 특별시 서울에서의 삶을 만끽했다.

시민기자 이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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