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동네 성수동, 독특한 건축물들 다 모였다!

시민기자 방금숙

발행일 2022.09.26. 16:00

수정일 2022.09.26. 17:59

조회 7,055

서울건축문화축제 ‘설계사무소와 함께하는 성동구 로컬투어&오픈오피스’ 탐방기
지난 23일 2022서울건축문화제 시민 참여 중 하나인 성동구 건축문화투어가 진행됐다. ©방금숙
지난 23일 2022서울건축문화제 시민 참여 중 하나인 성동구 건축문화투어가 진행됐다. ©방금숙

2022 서울건축문화축제가 9월 14일부터 25일까지 열려, 서울 곳곳에서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23일 시민과 함께하는 건축문화투어 중 하나인 ‘설계사무소와 함께하는 성동구 로컬투어&오픈오피스’에 참가했다.

서울 시내에서 가장 핫한 지역으로 꼽히는 성수동은 공장지대와 주택, 새로 생겨난 트렌디한 건축물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동네다. 성동구에서 건축문화투어를 한다니 조금은 생소했지만 핫플레이스 성수동에는 과연 어떠한 멋진 건축물들이 있을지 기대감이 컸다.
서울숲 인근 언더스탠드애비뉴에 집결해 2시간 일정의 건축문화투어를 시작했다. ©방금숙
서울숲 인근 언더스탠드애비뉴에 집결해 2시간 일정의 건축문화투어를 시작했다. ©방금숙

23일 오후 2시 서울숲역 인근 언더스탠드애비뉴 입구에는 20여 명의 시민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 날 투어는 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의 안내에 따라 언더스탠드애비뉴, 클리오 사옥, 메가박스 사옥, 코너25, 디올성수, 코너19, 우란문화재단 & 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 순으로 둘러보며 2시간 가량 진행됐다.

더시스템랩 한동수 건축가는 “준공업 지역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성수동은 주택, 아파트, 학교가 혼재해 있는 독특한 곳”이라며 “즐길 거리가 많았던 성수동은 현재 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일하고 싶어 하는 공간으로 떠올랐으며 지식산업센터가 가장 많이 생기고 있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1970년대 산업화의 흔적이 공존하는 성수동 골목의 한 컨테이너 보관소 ©방금숙
1970년대 산업화의 흔적이 공존하는 성수동 골목의 한 컨테이너 보관소 ©방금숙

착한 문화공간 ‘언더스탠드애비뉴’

첫 번째 목적지는 서울숲을 가봤다면 한 번쯤 방문해봤을 언더스탠드애비뉴였다. 2016년 4월 빈 공터였던 공간에 알록달록한 컨테이너박스 116개로 공간을 조성했다. 개장한 이래 2030세대가 즐겨 찾는 성수동의 핫플로 부상, 연간 150만 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다채로운 색과 구조의 컨테이너들을 쌓아 만든 언더스탠드애비뉴 ©방금숙
다채로운 색과 구조의 컨테이너들을 쌓아 만든 언더스탠드애비뉴 ©방금숙

언더스탠드애비뉴의 또 다른 이름은 착한 문화공간이다. 국내 최초 민관∙기업 간 상생협력 사회공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돼 사회적 취약계층의 자립과 성장을 지원하는 창조적 공익문화공간으로 조성됐다. 그 명칭도 아래를 뜻하는 ‘언더(Under)’와 세우다, 일어서다의 ‘스탠드(Stand)’를 결합해 취약계층이 자립하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언더스탠드애비뉴는 연간 150만 명이 방문하는 성수동의 핫플 중 한 곳이다. ©방금숙
언더스탠드애비뉴는 연간 150만 명이 방문하는 성수동의 핫플 중 한 곳이다. ©방금숙

이곳은 사회공헌 프로그램들뿐 아니라 다양한 축제와 음악공연, 전시, 이벤트, 프리마켓 등 다양한 볼거리로 항상 시민들로 북적인다. 필자가 방문한 날도 아이돌 행사가 열리는지 팬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들 사이로 상점을 구경하는 젊은이들과 유모차를 끌고 서울숲으로 향하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이었다.  

‘일터와 자연’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클리오 사옥’

다음으로 향한 곳은 언더스탠드애비뉴 길 건너편에 위치한 하얀색 건물 ‘클리오 사옥’이었다. 2020년 서울건축문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건물이다. 4개 층이 각기 다른 형태로 쌓여 있는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끄는데, 각 층에서 서울숲과 남산, 한강의 풍경을 누릴 수 있는 구조로 지어졌다.
층마다 다른 형태로 쌓아 올린 독특한 외관의 클리오 사옥 ©방금숙
층마다 다른 형태로 쌓아 올린 독특한 외관의 클리오 사옥 ©방금숙

클리오 사옥은 ‘땅(terra)’과 ‘오피스(office)’를 결합한 테라피스(Terraffice)라는 새로운 개념이 적용된 건물이다.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일터에서 보내지만 자연을 느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 해법으로 사무실 층마다 통창과 테라스를 두어 자연과 교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클리오 사옥은 2년 전 서울건축문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방금숙
클리오 사옥은 2년 전 서울건축문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방금숙

공간 활용과 뷰를 살리기 위해 주차장을 지상으로 올린 전략이 흥미로웠다. 최대 10층이었던 층수를 14층으로 높이고 지하 2개 층은 사무실로 채워 최대한의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외관에 흔치 않은 세라믹 타일 소재를 쓴 점도 특이했다. 그저 ‘외관이 독특하구나’ 했던 건물이 도슨트의 설명을 듣다 보니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모여 탄생한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성수동 텍스처 느낌 그대로...‘메가박스 사옥’

클리오 사옥에서 서울숲역 방향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메가박스 사옥이 있다. 창고들이 주로 사용한 마감인 벽돌 재질로 건물 전체를 디자인해 성수동 특유의 인더스트리얼한 느낌이 그대로 느껴졌다. 투박할 것 같은 건물은 내부로 들어서니 고풍스러움이 물씬 풍겼다.
성수동 특유의 인더스트리얼한 텍스처를 그대로 살린 메가박스 사옥 ©방금숙
성수동 특유의 인더스트리얼한 텍스처를 그대로 살린 메가박스 사옥 ©방금숙

이 건물은 지하 5층, 지상 8층 규모로 지상 2~5층, 7, 8층에 7개관의 상영관을 갖추고 있다. 서울숲을 산책하다 이곳에서 영화도 보고 근사한 식사를 하거나 카페나 옥상정원까지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인 셈이다. 
투박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방금숙
투박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방금숙
더 부티크 카페&라운지의 모습, 호텔을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방금숙
더 부티크 카페&라운지의 모습, 호텔을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방금숙

매표소가 위치한 3층에서 프리미엄 특별관인 7층 ‘더 부티크 스위트’로 가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탑승할 수 있다. 호텔 라운지를 연상시키는 더 부티크 카페&라운지 옆으로는 옥상정원이 자리했다. 옥상정원 중앙에는 초록빛 인공 나무들이 회전하며 우산처럼 부풀어 오르는 양수인 작가의 ‘원심림’ 작품도 만날 수 있었다. 
메가박스 성수동 사옥 7층 야외정원에는 인공 나무들이 돌며 우산처럼 부풀어오르는  양수인 작가의 ‘원심림’ 작품이 설치돼 있다. ©방금숙

MZ세대 인스타 명소 ‘디올성수’

지역 특유의 산업적 특성을 살린 건물들 사이에서 전혀 다른 매력으로 눈길을 사로 잡는 건물이 있다. MZ세대의 SNS 명소로 유명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성수’ 팝업스토어다. 작년 서울에서 열린 디올의 첫 패션쇼를 기념해 지난 5월 개장했다. 
지난 5월 문을 연 디올성수 팝업스토어는 MZ세대의 SNS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방금숙
지난 5월 문을 연 디올성수 팝업스토어는 MZ세대의 SNS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방금숙

디올성수 팝업스토어는 프랑스 파리의 첫 디올 하우스 건물을 모티브로 동화 속 유리궁전처럼 화려하게 지었다. 언뜻 보기엔 5층 건축물 같지만 저층 건물 외곽을 커튼월로 높게 세운 형태다. 외벽은 스틸과 글라스로 이루어졌고 특히 창문이 많은데 파리의 오래된 건축물 스타일을 본떠 고전미를 강조한 것이라고 한다. 건물 맨 위에는 크리스찬 디올의 상징인 별 장식이 달려 있다. 
프랑스 파리의 첫 디올 하우스를 모티브로 한 건물은 동화 속 유리궁전처럼 화려하다. ©방금숙
프랑스 파리의 첫 디올 하우스를 모티브로 한 건물은 동화 속 유리궁전처럼 화려하다. ©방금숙

이곳은 사전 예약 후 입장이 가능해 외부에서만 구경을 했지만, 10대부터 20~30대들이 정원과 건물을 배경으로 연신 인증샷을 찍으며 디올만의 분위기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올해 11월까지만 운영을 한다고 하니 그 전에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진을 찍기 위한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디올성수는 올해 11월까지 운영된다. ©방금숙
사진을 찍기 위한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디올성수는 올해 11월까지 운영된다. ©방금숙

코너25, 코너19...전례 없는 틈새빌딩의 매력

성동구 건축투어의 가이드를 맡은 한동수 건축가는 더시스템랩이라는 설계사무소에 다니고 있다. 더시스템랩은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전에 없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곳으로 이름난 곳이다. 그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게 코너25, 코너19, 코너50 같은 성수동 곳곳에 자리한 틈새건물들이다. 이번 투어에서는 코너25와 코너19를 둘러봤다. 
컨테이너 보관소 뒷편에 위치한 코너25, 주변과 어우러져 어색함이 없다. ©방금숙
컨테이너 보관소 뒷편에 위치한 코너25, 주변과 어우러져 어색함이 없다. ©방금숙
골든 트라이앵글 프로젝트 중 코너19는 길을 따라 움직이는 듯한 계단이 개방감을 준다. ©방금숙
골든 트라이앵글 프로젝트 중 코너19는 길을 따라 움직이는 듯한 계단이 개방감을 준다. ©방금숙

이들 3개의 건물은 골든 트라이앵글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서로 다른 장소에 위치하고 다른 특성을 가졌지만 공통적으로 저층부는 공장지대였던 각 사이트의 특성을 살리고 상층부는 유사한 오피스 전용 공간을 배치했다. 좁은 공간임에도 성수동이라는 지역의 가치를 더하고 이례적인 인테리어를 시도한 점이 놀라웠다. 
정면에서 올려다본 코너25 ©방금숙
정면에서 올려다본 코너25 ©방금숙
스튜디오와 정원이 조성된 코너25 옥상, 성수동과 한강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방금숙
스튜디오와 정원이 조성된 코너25 옥상, 성수동과 한강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방금숙

이 가운데 코너25의 옥상 정원과 스튜디오는 마치 갤러리 카페에 온 듯한 아늑한 분위기에 담장 너머로 성수동 전역과 한강, 서울숲 등 그림 같은 도시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코너19의 경우 건물 앞에 새와 나비들이 찾아오는 공동체 서식지인 수생 비오톱이 조성돼 있는데,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성수동에서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이 느껴져 더욱 감동적이었다. 

낮은 자세로 골목에 스며든 ‘우란문화재단’

오래된 목공소, 철물점 사이로 트렌디한 카페와 식당들이 문을 여는 성수동 거리는 그 모습 자체로 ‘힙’해 보였다. 그 길 끝에 나름 울창한 나무와 풀로 시민들 누구나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 차가운 콘크리트 벤치가 아닌 따뜻한 나무 의자로 일행을 반기는, 투어의 마지막 목적지는 우란문화재단 사옥이었다. 
우란문화재단 사옥은 작은 덩어리의 집합체로 디자인해 주변 풍경에 스며들게 했다. ©방금숙
우란문화재단 사옥은 작은 덩어리의 집합체로 디자인해 주변 풍경에 스며들게 했다. ©방금숙

지상 12층 규모의 우란문화재단은 골목을 채운 작은 공방 건물이나 주택 등 주변 풍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설계했다. 블록을 엇갈려 쌓은 듯한 전체 건물에 작은 덩어리 형태의 발코니들이 더해져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건물 1~3층은 공연·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는데 지역 특성을 살려 공장 형태로 만든 점도 위트가 느껴졌다. 2019년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에 빛나는 건물이다.
우란문화재단 사옥. 공연, 전시가 열리는 저층 공간은 공장 형태로 설계했다. ©방금숙
우란문화재단 사옥. 공연, 전시가 열리는 저층 공간은 공장 형태로 설계했다. ©방금숙
우란문화재단 1층 로비 계단은 공연장 객석으로도 쓰이는 등 가변적인 공간이다. ©방금숙
우란문화재단 1층 로비 계단은 공연장 객석으로도 쓰이는 등 가변적인 공간이다. ©방금숙

더시스템랩의 홍효정 수석은 “주변 건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주변과 단절되지 않고 골목길을 연장하는 느낌을 줄까 고민했다”면서 “작은 발코니가 스케일을 작게 줄여주는 역할을 했고, 고밀도 스티로폼 몰드를 이용해 수직으로 홈을 파 웅장한 스케일에 따른 이질감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우란문화재단을 설계한 더시스템랩도 이곳 6층에 자리해 함께 둘러볼 수 있었다.
우란문화재단 6층에 위치한 건축사사무소‘더시스템랩’ 사무실 ©방금숙
우란문화재단 6층에 위치한 건축사사무소‘더시스템랩’ 사무실 ©방금숙
홍효정 수석이 더시스템랩에서 작업한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방금숙
홍효정 수석이 더시스템랩에서 작업한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방금숙

성동구 건축문화투어는 서울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힙한 동네 성수동의 오늘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옛 공장지대였던 성수동은 트렌디한 카페와 즐길거리, 젊은 세대들로 빠르게 채워져 가고 있다.  이 변화의 과정에서 마냥 튀려고 하기보다 성수동의 발자취를 간직하면서 새로운 도시 풍경을 만들어가는 현장을 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2022 서울건축문화축제

시민기자 방금숙

발로 뛰며 변화하는 서울시를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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