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청도 고추장도 집에서 뚝딱! '바른먹거리학교'

시민기자 방금숙

발행일 2022.09.16. 13:47

수정일 2022.09.16. 13:47

조회 3,839

지난 7일, 강남구립못골도서관에서 수제청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가 열렸다. Ⓒ방금숙javascript:;
지난 7일, 강남구립못골도서관에서 수제청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가 열렸다. Ⓒ방금숙

지난 9월 7일, 강남구립못골도서관에서는 15명의 엄마들이 수제청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했다. 못골도서관의 후원과 마을기업인 '바른먹거리학교' 장진수 대표의 재능기부로 진행된 행사였다.

강의는 바른먹거리학교 소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예비마을기업에서 올해 행정안전부 지정 마을기업이 된 바른먹거리학교는 강남구 세곡동, 자곡동, 율현동 지역의 뜻이 맞는 학부모들이 모여 전통 장 담그기를 하면서 시작된 공동체다. 지금은 지역을 기반으로 다양한 우리의 맛을 알려 가고 있다.
바른먹거리학교 장진수 대표가 수제 과일청의 효능, 시판 제품과의 차이 등을 설명하고 있다. Ⓒ방금숙
바른먹거리학교 장진수 대표가 수제 과일청의 효능, 시판 제품과의 차이 등을 설명하고 있다. Ⓒ방금숙

이 날은 인공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건강한 먹거리인 수제 과일청을 만드는 활동이 진행됐다. 백 가지 맛과 향을 가져 ‘여신의 과일’이라고 불리는 패션후르츠와 망고가 청의 주재료였다. 패션후르츠 알갱이와 망고를 잘 섞은 후 레몬즙을 첨가하고, 설탕을 녹여 담으니 쉽고 간단하게 수제 과일청 한 병이 뚝딱 완성됐다. 

난생 처음 수제 과일청을 만들어 봤다는 참가자들도 여럿이었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수제 과일청은 맛과 향이 뛰어났고, 직접 만들었다는 뿌듯함과 함께 발효 문화와 아이들의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서도 되새기게 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무색소, 무방부제, 무첨가물로 건강한 망고 패션후르츠 청 만들기 과정 Ⓒ방금숙
무색소, 무방부제, 무첨가물로 건강한 망고 패션후르츠 청 만들기 과정 Ⓒ방금숙
바른먹거리학교 장진수 대표 Ⓒ방금숙
바른먹거리학교 장진수 대표 Ⓒ방금숙

바른먹거리학교는 이같이 다양한 체험을 진행하며 정성과 건강이 담긴 먹거리를 알리고 바른 식습관을 갖도록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사회적기업이다. 4년 전 장을 담그기 위해 모인 동네 엄마들의 모임에서 강남구 유일의 마을기업으로 성장한 이력도 독특하다.

“이 지역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고 생각했어요.” 장진수 대표는 처음 세자율 된장맘(세곡동, 자곡동, 율현동의 장 담그는 엄마들)이 시작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강남구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세자율 지역은 수년 전 강남 그린벨트 지역을 해제하고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개발되기 시작한 동네다. 여전히 그린벨트 지역이 많고 대모산, 세곡천 등이 있어 자연 경관이 빼어난 지역으로 꼽힌다.

이 수려한 자연을 배경으로 대대로 장맛을 이어온 명인들이 지역에 살고 있었던 게 엄마들이 모이는 계기가 됐다. 처음 이들이 모여 장을 담그겠다고 나섰을 땐 명인들도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하며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장 대표는 “지금은 딱 보면 장의 상태가 어떤지, 장이 말랐을 때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다 아는 베테랑이 됐다”면서 “명인들도 시늉만 내는 게 아니라 진심과 세월을 담아 장을 담는 엄마들에 대해 대견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발효음식을 배우려는 학부모들이 뜻을 모아 세자율 된장맘 모임을 시작했다. Ⓒ방금숙
발효음식을 배우려는 학부모들이 뜻을 모아 세자율 된장맘 모임을 시작했다. Ⓒ방금숙

고추장도 키트 하나로 집에서 뚝딱!

고추장, 된장, 간장은 우리 음식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전통발효음식이지만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다. 발효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려 집에서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아 시판용을 주로 쓰게 된다. 바른먹거리학교는 이를 보완해 집에서 아이와 함께 간편하게 고추장을 만들어 볼 수 있는 키트를 제작했다.

체험 키트는 고추장뿐만이 아니다. 오랜 발효가 필요한 된장 대신 즉석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막장부터 전통다과인 오란다, 수제청, 수제 식초 등 다양하다. 믿을 수 있는 국내산, 친환경 재료로 주문과 동시에 만들어지는 키트들은 네이버쇼핑에서 1~2만원대에 판매한다. 강남구 일원동에 바른먹거리 관련 체험과 전시·판매를 하는 공간도 운영 중이다.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고추장 키트와 오란다 키트 Ⓒ네이버쇼핑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고추장 키트와 오란다 키트 Ⓒ네이버쇼핑

마을기업은 지역공동체 이익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설립·운영하는 마을 단위의 기업을 뜻한다. 지역주민이 각종 지역자원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통해 공동의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소득 및 일자리까지 창출하는 활동이다. 선정되면 3년 간 총 1억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마을기업도 어엿한 기업인만큼 수익 창출에도 신경 써야 한다.

바른먹거리학교는 SNS 홍보 등 입소문을 타고 점차 인지도를 높여 가고 있다.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온라인홍보단의 역할이 컸다. 주고객은 학교와 어린이집, 학부모회 사업, 육아지원센터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교육기관들이다. 강남구뿐 아니라 서울, 경기, 대구에서까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장진수 대표는 전화 문의가 오면 직접 출장을 가서 강의를 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제작한 키트만 공급하기도 한다. 먹거리교육 자료를 요청할 때는 맞춤형 영상도 제작해서 보낸다. 
바른먹거리 관련 체험과 전시·판매를 하는 바른먹거리학교 Ⓒ서울도심권50플러스센터 온라인홍보단
바른먹거리 관련 체험과 전시·판매를 하는 바른먹거리학교 Ⓒ서울도심권50플러스센터 온라인홍보단

일이 많아져 잠을 줄여 가며 일한다는 장 대표는 “바른먹거리학교 키트는 물고기를 잡아주는 게 아니라 잡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며 “기존에 닦아 놓은 것을 토대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 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사실 그녀는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세 자녀의 엄마다. 육아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15년째 장애아동 부모 모임 카페인 ‘느린걸음’의 대표도 맡아 오고 있다. 느린걸음 역시 고용노동부에서 지정한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장 대표에게 이 일들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는 일이 이루어졌을 때 희열이 있잖아요. 가만히 있었으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 무에서 유가 시작되는 기쁨을 느껴요. 우리 전통 식문화가 잊혀져 가고 있어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실함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마을기업이 생기고 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낍니다.”
수제 과일청 행사 후 못골도서관과 바른먹거리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못골도서관 이아영 관장과 장진수 대표 Ⓒ방금숙
수제 과일청 행사 후 못골도서관과 바른먹거리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못골도서관 이아영 관장과 장진수 대표 Ⓒ방금숙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장 대표는 “오래도록 살아남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는 그녀는 “아이들은 먹으면 몸으로 기억하고, 어른들은 맛으로 기억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아이들에게는 식품 뒷면의 성분을 보는 법을, 학부모들에게는 재료만 있으면 장도 담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계속 알려 가고 싶다”고 한다. 

오랜 정성과 정직한 가치가 담긴 발효 식생활 이야기를 전하고자 시작된 엄마들의 작은 발걸음이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힘찬 행보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바른먹거리학교

○ 위치: 서울시 강남구 일원로 5길 68, 104호
○ 교통: 지하철 3호선 대청역 3번 출구에서 702m
○ 이용시간: 평일 10:00~14:30 
○ 문의: 1533-9737

시민기자 방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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