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7주년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네 가지 방법

시민기자 박지영

발행일 2022.08.18. 09:51

수정일 2022.08.18. 17:12

조회 1,067

낭독음악극 <통인동 128번지>는 종로브랜드 공연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낭독음악극 <통인동 128번지>는 종로브랜드 공연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박지영

2022년 8월 15일은 광복 77주년이다. 서울 종로구, 중구, 서대문구, 용산구 등을 걷다보면 항일독립시기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여러 건축물, 애국지사 동상, 표지석 등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경교장, 탑골공원, 서대문형무소, 효창공원,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 항일독립시기를 조명하는 서울 소재의 장소들이 많지만, 이외에도 광복 77주년의 의미를 여새길 수 있는 방법은 더 다양하다. 

광복절 기념 공연, 낭독음악극 <통인동 128번지>

얼마 전 종로브랜드 공연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낭독음악극에 다녀왔다. 종로문화재단이 주관한 낭독음악극 <통인동 128번지>는 바닥난 독립자금을 모으기 위해 종로구 통인동 128번지로 잠입한 우당 이회영과 그의 아내 영구 이은숙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광복절 기념 공연으로 사전 선착순 신청을 통해 당첨된 구민 200명이 8월 10일과 11일 양일간 창신아트홀(종로구민회관2층)을 찾아 공연을 무료로 관람했다. 

이회영 일가는 현재 가치 3조원이 넘는 전 재산을 처분하여 온 가족이 독립운동에 매진한 우리의 독립운동 가문이다. 이회영 가문이 처분한 모든 재산은 신흥무관학교의 설립과 운영, 만주로 이주한 동포들의 정착과 독립투쟁 자금으로 쓰였지만, 정작 그들은 궁핍한 삶을 살았고, 그러면서도 나라의 독립 의지를 꺾지 않았다. 낭독음악극 <통인동 128번지>는 이회영과 그 아내를 중심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무료 초대로 진행된 이 날의 공연 중, 무대와 관객석에 있던 모두가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무료 초대로 진행된 이 날의 공연 중, 무대와 관객석에 있던 모두가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박지영

약 60분 정도 진행된 낭독음악극엔 우당 이회영 역의 배우 박형준, 영구 이은숙 역의 배우 신서옥, 전 대구시립극단 훈련장 이동학이 해설로 출연했고, 피아노, 첼로, 클라리넷 연주자가 한몸이 되어 멋진 무대를 선사했다. 관객석엔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의 구민들이 자리했는데, 저녁 공연이었던 만큼 부모님과 선생님을 대동한 초등학생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1시간 가량 진행된 공연은 꽤 짜임새가 있었고, 노래나 연주 역시 귀에 감겨, 조금 더 발전시키면 우리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윤동주, 달을 쏘다> 등과 함께 우리 역사를 대중에게 잘 전달하는 중요한 공연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공연은 대사와 해설, 노래와 연주로 담백하게 진행되었지만, 극 중간 해설자의 선창으로 한마음이 되어 “대한 독립 만세”도 외쳐보니 순간 뭉쿨하는 마음이 들었다.
세 명의 배우, 세 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소박한 음악극이었지만, 무척 만족스러웠다.
세 명의 배우, 세 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소박한 음악극이었지만, 무척 만족스러웠다. ⓒ박지영

현재 <통인동 128번지>는 종로문화재단 공식 유튜브에서 2021년 버전이 서비스 중이다.  아이들과 함께 봐도 좋으니 꼭 한 번 보길 권한다.

남산 예장공원에 자리한 <이회영 기념관>

낭독음악극을 본 후 이회영 일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남산에 위치한 '이회영기념관'을 찾았다. 남산 예장공원에 자리한 이회영기념관은 남산예장공원 지하 버스 주차장과 연결되어 있었다. 최근 운행지역을 청와대까지 확대한 01번 버스를 타고 종점인 남산예장공원 버스 주차장에 내렸다. 2021년 시민에게 돌아온 남산 예장공원은, 조선시대 군인들이 무예를 연마하던 예장터로, 예장동으로 불리다 일제강점기에 식민지 공간이 되었고, 광복 후엔 중앙정보부에 인해 인권이 침해되는 공간으로 훼손되었다. 

재생 정비 사업을 통해 현재는 서울 시민들을 위한 역사 및 자연공원이 되었고, 통감관저 터에서 조선신궁에 이르는 1.7km의  ‘국치길’ , 중앙정보부 6국부터 중앙정보부 제5별관에 이르는 930m의 ‘인권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회영기념관에서는 이회영 가문과 6형제가 어떻게 나라를 위해 헌신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회영기념관에서는 이회영 가문과 6형제가 어떻게 나라를 위해 헌신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박지영

2021년 예장공원에 개관한 이회영기념관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우당 이회영 가문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조선 최고의 부자로 꼽혔던 그들이 독립운동을 위해 가산을 정리하고 국경을 넘은 사연과 항일독립운동을 위해 희생한 기록은 물론, 이회영을 기억할 수 있는 단 한 장의 사진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시장은 1,2 층으로 나눠지는데, 2층부터 보고 1층을 보는 동선으로, 이회영이 독립운동 자금 마련을 위해 그렸던 <묵란>과  독립운동 동지들이 담긴 7채널 영상, 여성독립운동가 이은숙이 독립운동의 삶을 적은 <서간도시종기> 육필원고, 봉오동 청산리전투 승리에 중요한 도움을 주었던 체코군단의 무기와 지도, 군복 등이 전시되고 있다. 
이회영기념관 2층에는 이은숙이 쓴 <서간도시종기> 원고 일부가 벽면에 새겨져 있고, 음성도 지원된다.
이은숙이 쓴 <서간도시종기> 원고 일부가 벽면에 새겨져 있고, 음성도 지원된다. ⓒ박지영
이회영기념관 내부. 이회영 6형제에 대한 이력과 독립운동사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방문 가치가 충분하다.
이회영 6형제에 대한 이력과 독립운동사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방문 가치가 충분하다. ⓒ박지영
유물  외에도 영상과 회화 등을 활용해 작은 규모의 전시를 풍부하게 했다.
유물 외에도 영상과 회화 등을 활용해 작은 규모의 전시를 풍부하게 했다. ⓒ박지영

옛 중앙정보부 6국이 있던 자리, '기억6전시관'

이회영기념관을 본 후엔 지상에 있는 예장공원 내 ‘기억6전시관’을 함께 돌아보면 좋다. 기억6전시관은 옛 중앙정보부 6국이 있던 자리로, 국가 폭력에 의한 인권침해가 자행되었던 곳이다. 이곳에서는 영상을 상영하는데, 그 길이가 5분 이내로 길지 않다. 
예장공원에 위치한 붉은 색 돔형 건물이' 기억6전시관'이다.
예장공원에 위치한 붉은 색 돔형 건물이' 기억6전시관'이다. ⓒ박지영
기억6전시관은 건물지 자체가 의미있는 공간이고, 그 안에서는 영상을 통해 당시의 역사를 재조명한다.
기억6전시관. 그 안에서는 영상을 통해 당시의 역사를 재조명한다. ⓒ박지영
이회영기념관은 기억6전시관, 국치길, 인권길 관람의 시작점이 된다.
이회영기념관은 기억6전시관, 국치길, 인권길 관람의 시작점이 된다. ⓒ박지영

청와대에서 열린 광복 77주년 코리아 온 스테이지 <600년의 길이 열리다>

필자는 주말에 어머니를 모시고 <600년의 길이 열리다> 공연에 다녀왔다. 청와대에서 진행된 이 공연엔 한국 대표 아티스트들의 참여로 화제가 되었는데, 사전 신청 및 추첨 방식으로 뽑힌 3,000명의 관객들이 이날 청와대를 다녀갔다. 당일 청와대는 행사 준비로 일반 개방은 하지 않았고, 당첨된 시민들은 모두 동반자 포함 신분증으로 일일이 본인 확인을 거쳐 입장했다. 종일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주최측에서는 모두에게 일회용 우비를 제공했고,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에 동참하는 QR 코드가 삽입된 음료 역시 제공되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도 시민들이 우비를 입고 자리를 채워주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도 시민들이 우비를 입고 자리를 채워주었다. ⓒ박지영

공연은 약 2시간 가량 진행되었는데, 뮤지컬 ‘명성황후’ 팀의 공연을 시작으로 에이티즈, 멜로망스, 더 보이즈, 백지영, 서도밴드, 잔나비, 이선희 등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졌고, 마지막 무대를 채운 가수 이선희가 부른 <아름다운 강산>은 남녀노소 모두가 따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현장 공연은 뮤지컬 명성황후팀을 시작으로, 공연과 함께 준비된 영상을 통해 우리 역사도 되짚어 봤다.
뮤지컬 명성황후팀을 시작으로, 공연과 함께 준비된 영상을 통해 우리 역사도 되짚어 봤다. ⓒ박지영

이 공연은 광복 77주년을 맞아 74년 만에 개방된 청와대와 627년 만에 개방된 경복궁을 주제로 곳곳에 우리 역사를 담으려 노력했는데, 테마를 나눠 우리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청와대란 공간은 어떤 곳인지, 우리 문화재가 품은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지를 전달하려 애썼다. 당일 진행된 공연은 녹화방송으로, 본 방송은 광복절인 8월 15일 KBS2를 통해 11시 20분부터 방영되었다. 이밖에도 KBS 명품관 PRIME에서 항일독립운동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회원가입만 하면 무료로 볼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회원 가입을 하면 KBS 명품관 PRIME에서 제공하는 항일독립운동 관련 다큐멘터리를 무료로 볼 수 있다.
KBS 명품관 PRIME에서 제공하는 항일독립운동 관련 다큐멘터리를 무료로 볼 수 있다. ⓒKBS

시민기자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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