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소통가게 '남이동길 커뮤니티 스토어'로 놀러 오세요!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2.06.13. 11:21

수정일 2022.06.13. 18:08

조회 3,215

남가좌생활상권이 서울시 생활상권 육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었다.
남가좌생활상권이 서울시 생활상권 육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었다. ⓒ윤혜숙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홍제천을 건너면 남가좌동이 나온다. 서울에 오래 살았건만 남가좌동이라는 지명이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인근에 있는 연희동, 연남동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편이라 외지인들의 방문도 많지 않은 동네이다.

이곳이 작년에 서울시의 생활상권 육성사업 대상지인 이른바 남가좌생활상권으로 선정되었다. 지역주민이 지역의 상권을 살리는 활동의 일환으로, 지역 내 가게의 매출을 늘려 지역을 활성화시키고, 단골가게들을 소통이 되는 이웃으로 만드는 선한 순환과정을 만들어가는 사업이다. 그동안 남가좌동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남이동길 곳곳에 '커뮤니티 스토어'를 알리는 세움간판이 있다.
남이동길 곳곳에 '커뮤니티 스토어'를 알리는 세움간판이 있다. ⓒ윤혜숙

남가좌생활상권 활성을 위한 커뮤니티 스토어 '함께가게'

남가좌생활상권은 행정구역상 남가좌2동에 속하는데, 남이동길이란 남가좌2동의 골목길을 뜻한다. 버스정류장에 내려서 상가 앞을 지나다 보니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세움간판이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남이동길 커뮤니티 스토어’를 알리고 있었다. 남가좌생활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의 하나로 커뮤니티 스토어가 도입되었는데, 우리말로는 ‘함께가게’라고 한다.

남이동길 커뮤니티 스토어로 선정된 상점들은 주민들을 위한 생활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민들이 상점을 드나들면서 필요에 따라 상점 내 비치된 물품 보관함, 공유 장바구니, 공유 컵 등을 이용할 수 있고, 공방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커뮤니티 스토어만의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남이동길에 있는 여러 커뮤니티 스토어를 방문해봤다.
커뮤니티 스토어인 안경원 바깥에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물품보관함이 비치돼 있다.
커뮤니티 스토어인 안경원 바깥에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물품보관함이 비치돼 있다. ⓒ윤혜숙

씨웰 안경원은 국가고시를 합격한 전문안경사가 운영하고 있는 안경점인데, 남이동길 커뮤니티 스토어 중 한 곳이다. 안경원 바깥엔 물품보함관을 두어 야간에도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공유 장바구니도 비치해 두었다. 

씨웰 안경원의 나진수 대표는 “자영업을 하다 보니 저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커뮤니티 스토어가 생겨서 주위 상가분들과 소통하게 되니 위안이 되더라고요”라면서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가게 안에 갇혀 더욱 고립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대면할 순 없어도 단톡방이 개설되고, 거기서 서로 정보도 주고받을 수 있으니 한결 낫더라구요”라고 말한다.
나진수 대표가 주민에게 커뮤니티 스토어 안내 전단지를 나눠 주고 있다.
나진수 대표가 주민에게 커뮤니티 스토어 안내 전단지를 나눠 주고 있다. ⓒ윤혜숙

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생기니 반갑다. 공용 장바구니는 종종 이용할 것 같다”라며 긍정적인 대답을 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나진수 대표도 주민들에게 커뮤니티 스토어를 알리는 게 더욱 즐겁다고 한다.
슈혼 매장 내 비치된 물품 보관함을 이용하기 위해 주민들이 드나들고 있다.
슈혼 매장 내 비치된 물품 보관함을 이용하기 위해 주민들이 드나들고 있다. ⓒ윤혜숙

또 다른 커뮤니티 스토어, 슈혼을 찾았다. 슈혼은 수제화점이다. 1층에는 수제화를 진열해 둔 상점이 있고, 2층에는 수제화를 제작하는 공방이 있다. 슈혼은 상점 내 물품보관함을 비치해 두고 있다. 고준규 대표는 “물품보관함을 본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상점에 들어옵니다. 그전에는 상점 앞을 지나다니는 주민들이 일부러 저희 가게에 들어온 적이 없었거든요. 일단 저희 가게에 들어온 주민이라면 가게에 진열해 둔 수제화도 구경하고 그게 또 매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고준규 대표가 공방에서 맞춤형 수제화를 제작하고 있다.
고준규 대표가 공방에서 맞춤형 수제화를 제작하고 있다. ⓒ윤혜숙

고준규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잖아요. 특히 소상공인들은 더욱 힘들었어요. 커뮤니티 스토어는 동네 주민들에게 관심을 끌게 하는 요인인 것 같아요”라며 웃는다. 이어서 그는 “다들 생업에 바빠서 커뮤니티 스토어에 가입하는 것에 무심할 수도 있겠지만, 남이동길에 있는 모든 상점이 커뮤니티 스토어에 가입하면 좋겠어요. 그만큼 얻는 게 많을 겁니다”라고 당부한다.
노블 베이커리는 주민들을 위해 반짝 할인판매 등의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노블 베이커리는 주민들을 위해 반짝 할인판매 등의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윤혜숙

노블 베이커리는 대한민국 제과기능장을 취득한 실력 있는 제과점이다. 이곳에선 물품보관함, 공유 장바구니, 공유 컵을 비치해 두고 있다. 방문했을 때 마침 갓 구운 따끈따끈한 빵이 나오고 있었다. 노블 베이커리는 주민들을 위해 반짝 할인판매 등의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그림그리는 사진관은 '남이동길 함께가게' 전시회에서 사진작품을 제작했다.
그림그리는 사진관은 '남이동길 함께가게' 전시회에서 사진작품을 제작했다. ⓒ윤혜숙

그림그리는 사진관은 스마트폰에 찍은 사진을 인화하기도 하고 오래된 사진을 복원하기도 한다. 작년 10월에는 ‘남이동길 함께가게’ 전시회도 개최했다. 그때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그렸던 남이동길 커뮤니티 스토어를 사진으로 찍어서 작품으로 제작해 줬다.
서대문 커피공장에서 커피를 주문하면서 공유 컵을 대여해봤다.
서대문 커피공장에서 커피를 주문하면서 공유 컵을 대여해봤다. ⓒ윤혜숙

서대문 커피공장은 여러 종류의 원두를 최상의 상태로 볶고 있었다. 물품보관함과 공유 컵을 비치해 두고 있는데, 커피를 주문하면서 공유 컵을 대여해 봤다. 공유 컵은 다회용 컵이어서 대여하여 사용한 뒤 반납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동안 사용해 왔던 일회용 컵과 비교해 다회용 컵은 다소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의 환경을 위해서라면 약간의 불편은 감수해도 좋을 것이다.
남이동길 커뮤니티 스토어 단톡방은 점주들 사이에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남이동길 커뮤니티 스토어 단톡방은 점주들 사이에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윤혜숙

지역주민과 소통하며 성장하는 커뮤니티 스토어

남이동길 커뮤니티 스토어 여러 곳을 방문하면서 각기 다른 업종이지만 가장 의미 있는 공통점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역주민과 소통하면서 성장해가려는 커뮤니티 스토어 점주들의 의지였다. 코로나19 때문에 여전히 주민들과 원활한 소통이나 교류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가게를 찾는 주민들에게 커뮤니티 스토어의 취지를 알려주고, 주민들에게 생활 편의를 제공하려는 점주들의 노력 덕분에 긍정적인 소통의 장이 열리고 있었다.
주민들은 커뮤니티 스토어에서 공유 장바구니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커뮤니티 스토어에서 공유 장바구니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윤혜숙

지난 5월 30일에 남가좌생활상권 추진위원회에서는 2022년 올해의 커뮤니티 스토어로 총 29곳을 선정해서 발표했다. 기존에 제공했던 물품보관함, 공유 장바구니, 다회용 컵 이외에도 신규로 남이동 늬우스, 급속 충전기, 반려견 대기선, 택배 발송 서비스 등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작년보다 주민 편의 서비스가 더 늘어나기 때문에 커뮤니티 스토어를 찾는 주민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가좌생활상권 육성사업은 커뮤니티 스토어를 활성화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나아가 상인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마케팅 스터디 그룹’,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SNS 등의 매체를 통해 전달하는 ‘우리동네 사람들’, 지역 주민들의 상권이용실태를 조사하고 상권 활성화를 위해 기획행사를 진행하는 ‘상권활성화 촉진사업’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남이동길 커뮤니티 스토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책자.
남이동길 커뮤니티 스토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책자. ⓒ윤혜숙

서대문구 남가좌생활상권 추진위원회 사업팀 박소영 커뮤니티 스토어 담당자는 “연희동이나 연남동에서 홍제천만 건너면 바로 이곳 남가좌동입니다. 홍제천 쪽으로 발걸음을 더 옮기면 만날 수 있어서, 이곳도 외지인들이 찾아준다면 연남동 같은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어요”라면서 기대감을 드러낸다. 그는 “남가좌생활상권 육성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1년간 남가좌생활상권 기반사업을 진행해 온 터라 지역주민들에게도 추진위원회의 활동들이 많이 알려져 있어요” 라고 말한다.
작년 10월에 '남이동길 함께가게'를 알리는 전시회가 열렸다.
작년 10월에 '남이동길 함께가게'를 알리는 전시회가 열렸다. ⓒ남가좌생활상권 추진위원회 박소영

골목경제 살리는 '생활상권 육성사업'

서울시는 낙후된 동네 가게들을 지역주민이 즐겨 이용할 수 있는 ‘생활상점’으로 바꿔 골목경제를 살리는 ‘생활상권 육성사업’ 대상지를 선정하고 있다. 2기 생활상권 대상지로 인수생활상권, 대학생활상권, 행운생활상권, 상도생활상권, 망원생활상권, 남가좌생활상권, 방이생활상권, 면목생활상권을 선정했다. ☞[관련 기사] 특색 있는 골목상권 제대로 키운다…3년간 30억 지원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서울시는 낙후된 동네 가게들이 생활상권 육성사업으로 변화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물론 하루아침에 모든 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남이동길 커뮤니티 스토어를 둘러보면서 변화의 씨앗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씨앗이 자라나서 생활상권의 활성화라는 열매를 거두게 될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끌고 주민들이 자주 드나드는 가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제 입소문을 타고 외지인들의 방문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남가좌생활상권

○ 주소 : 서울시 서대문구 증가로 111, 2층(남가좌동)
○ 문의 : 02-2135-7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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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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