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이웃의 마음 문을 두드립니다! 돌봄 봉사자 이재숙 씨

시민기자 강사랑

발행일 2022.06.10. 13:39

수정일 2022.06.10. 13:40

조회 1,815

[우리동네 시민영웅] ⑩ '노원 똑똑똑 돌봄단' 자원봉사자 이재숙 씨
서울 곳곳을 밝히는 ‘우리동네 시민영웅’을 찾아서...
서울 곳곳을 밝히는 ‘우리동네 시민영웅’을 찾아서...
<내 손안에 서울>에서는 세상을 훈훈하게 만드는 영웅,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영웅, 우리동네 화제의 영웅을 찾아 소개합니다. 이번 주인공은 '노원 똑똑똑 돌봄단'으로  소외된 이웃을 살피고 있는 이재숙 씨입니다. 낯선 이웃에게 먼저 손 내밀며 미소 짓는 그녀의 진심에, 상대도 닫았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게 된다는데요. 이재숙 씨의 이웃 만남의 현장, 함께 가보실까요?
이재숙 씨가 똑똑똑 돌봄단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이웃을 만나고 있다.
이재숙 씨가 똑똑똑 돌봄단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이웃을 만나고 있다. ©강사랑

"봉사는 마약 같아요. 10년 넘게 하고 있지만 그만 둘 수가 없어요. 다른 분들도 그렇게 말해요. 빠져나갈 수가 없다고요."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재숙 씨(58세, 중계1동 거주)는 봉사활동 자체의 즐거움에 대해 말했다. 

그가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올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데에서 오는 보람과 기쁨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보다 더 훌륭하신 분들이 많은데… 저는 단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주저함과 함께 겸손함이 뚝뚝 묻어나왔다. 하지만 그처럼 긴 시간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웃을 섬기는 일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중계1동주민센터 지하에 자리한 자원봉사 사무실에서 이재숙 씨를 만나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재숙 씨를 만난 중계1동주민센터
이재숙 씨를 만난 중계1동주민센터 ©강사랑

이재숙 씨는 현재 노원구청 '똑똑똑 돌봄단'에 소속되어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노원 똑똑똑 돌봄단은 '닫힌 마음의 문을 똑똑똑 두드린다'는 뜻으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은 물론, 대상자 가정방문과 전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 주 역할이다.

그도 처음에는 이웃들의 마음을 열고 마음을 얻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화통화도 찾아오는 것도 귀찮아 하시거나, 아예 거절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이재숙 씨가 똑똑똑 현관문을 두드리며 인사할 때 처음 느낀 감정은 서먹함이었다. 용기를 내어 안부를 여쭈어도 형식상의 대답만 돌아올 때 '어떻게 하면 이분들의 마음을 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경험이 쌓이면서 그가 찾은 해답은 '시간과 노력'이었다.

"한번은 현관 벨을 누르고 어르신 계세요?라고 했는데 '문 열려 있어요'라며 버럭 화를 내시더라고요.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걸 느꼈어요. 알고 보니 하반신이 불편하신 어르신이었습니다. 어렵게 현관까지 기어오셔서 막대를 들어서 문을 여시더라고요. 다음에 찾아갈 때는 일부러 밝은 모습으로 명절 송편을 가져다 드렸지요.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행여 놀라더라도 움츠러들지 말고 이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다가가면 조금씩 마음을 여시는 걸 느꼈어요." 이재숙 씨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진심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숙 씨는 자신의 말 한마디가 어르신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이재숙 씨는 자신의 말 한마디가 어르신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강사랑

그도 처음에는 여느 보통 사람처럼 봉사를 하고 싶은데 내가 어떤 봉사를 할 수 있을지, 그리고 봉사를 받는 분들이 불편해 하시지 않을지 등 많은 염려가 있었다고 한다. 시작은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 내의 학부모 봉사단체에 참여한 것이었다. 이후 현재 사는 동네로 이사오면서 구청과 주민센터를 기반으로 어르신들과 소외된 이웃을 위한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서먹해하던 어르신들도 이제는 친해져서 30~40분 전화통화가 예삿일이 되었고, 늘 짧은 순간인 것처럼 아쉬워하며 다음을 기약한다고 한다. "저도 힘들 때 누군가 곁에서  '힘내',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 힘을 얻거든요. 나의 말 한마디가 이 분들한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재숙 씨는 자신의 도움이 비록 대단치 않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어르신들이 반가워하며 점점 밝아지는 모습을 볼 때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가 봉사활동을 통해 얻는 활력을 지켜보면서 덩달아 봉사활동을 시작한 지인들도 여럿 있다고 했다. 

혹시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해오면서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느낀 적은 없었을까? 조심스러운 질문에 이재숙 씨는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 "저희들의 봉사활동을 두고 간혹 비아냥거리는 분들이 계세요. 돈을 버는 일도 아닌데 그렇게 품을 들이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기들한테 말 안 하는 뭔가가 있지 않느냐, 라고 말이에요. 그런 분들은 '내가 봉사할 시간이 있으면 놀러 가거나 돈을 번다'고 말하세요. 그런 말을 들을 때 힘이 쭉 빠져요."
이재숙 씨는 우리나라는 자원봉사 활동을 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이 아직 부족하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재숙 씨는 우리나라는 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이 아직 부족하다며 안타까워 했다. ©강사랑

이재숙 씨의 말을 들으니 우리나라의 의식 수준이 아직 미흡하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이에 대해 이재숙 씨는 "미국에선 어릴 때부터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에 놓이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진로를 걷게 되는 일이 많다고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려고 하면 부모들이 막아요. 그 시간에 학원 가고 공부 더 하라고요. 돌이켜보면 저도 제 자식에게 그랬던 거 같아요. 구조적인 환경과 분위기가 참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그렇게 공부만 한다고 해서 좋은 대학 가는 거 아니고, 원하는 일 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나라 교육 제도는 그런 면에서 많이 아쉽다고 생각해요" 라고 말했다.

장기화된 코로나 상황 속에서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의 고충이 어떠했을지도 궁금했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했을 때는 아예 방문을 못했어요. 비대면으로 활동했는데 주로 위생, 소독 관련 물품을 문고리에 걸어두고 나오는 거죠. 분명한 건 이 분들이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더욱 움츠러들었다는 겁니다. 고립이 심해진 거죠. 전화해서 여쭤 보면 무서워서 아예 밖으로 안 나간다고 하세요. 혼자 사시는 데다 몸이 불편한 분들이 많은데 아파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도 나가지 못하는 거예요. 전화로 고충을 전해 듣고 약을 사서 문고리에 걸어 둔 적도 많아요. 그야말로 무인도에 있는 것과도 같은 암담한 시간을 보내신 분들이 많습니다."

이재숙 씨는 '노원 똑똑똑 돌봄단'의 또 다른 목적이 고립과 고독사를 방지하는 일이라고 말하며 관련 캠페인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비로소 대면활동을 재개했다고 한다.
이재숙 씨와 노원 똑똑똑 돌봄단은 전화 및 방문을 통해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재숙 씨와 노원 똑똑똑 돌봄단은 전화 및 방문을 통해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강사랑

이재숙 씨와 노원 똑똑똑 돌봄단은 전화 안부, 방문 안부를 토대로 다양한 복지 서비스와 소외된 이웃들을 서로 연결하고 있다. 의료 도움은 물론이고 집 청소, 집 수리 도움을 연계해 준다. 심리적으로 도움이 필요할 경우 전문 상담사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그는 노원 똑똑똑 돌봄단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며 "구청의 복지 전문 인력은 한정되어 있기에 저희가 그 분들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연결을 해드리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거에요"라고 말했다.

올해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아직 코로나가 진행형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는 건 무리예요. 다만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대면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어르신들을 오랜만에 뵙고 안부 여쭈었더니 너무 반가워 하시더라고요. 그분들의 가까운 이웃이자 친구, 말동무, 든든한 지원자로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가는 자원봉사자 이재숙 씨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가는 자원봉사자 이재숙 씨 ©강사랑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다시 한번 이재숙 씨에게 이렇게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대체 불가능한 기쁨', '어디서도 겪을 수 없는 즐거움'을 그 이유로 꼽았다. 봉사활을 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고단할 때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힐링되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찾아야 할 사람을 찾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그렇게 누군가의 마음에 동화되듯이 누군가의 의미 있는 선행에 동화되는 일이 우리 주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노원 똑똑똑 돌봄단

○ 지원대상: 어르신(만65세 이상), 장애인, 중장년 가구(만 50세 이상), 한부모 가구 중 장애, 질병, 자녀 양육 등의 어려움으로 돌봄이 필요한 가구
○ 지원내용: 지역 내 취약계층 가구 정기방문하여 안부 지속적 확인, 복지사각지대 발굴 지원
○ 문의: 02-2116-3673(노원구청 복지정책과), 거지주 동주민센터

시민기자 강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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