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 좋다! 야외에서 즐기는 5월의 '국악 버스킹'

시민기자 이정민

발행일 2022.05.20. 13:22

수정일 2022.05.20. 16:34

조회 3,942

"너영나영 두리둥실 놀구요~"
지난 13일 금요일 늦은 오후,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리허설이 한창이다. 5월 한 달간 서울의 야외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국악 버스킹’ 다섯 번째 공연이 곧 시작된다. 청와대 개방 이후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는 이곳에 구수하게 울려 퍼지는 우리 가락이 오가는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청와대 앞 분수광장 무대의 ‘국악 버스킹’ ⓒ이정민
청와대 앞 분수광장 무대의 ‘국악 버스킹’ ⓒ이정민

"안녕하세요. 저는 국악 버스킹 유랑단장을 맡고 있는 소리꾼 박인혜입니다. 올해 서울시 국악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 곳곳을 다니고 있다가 청와대 앞에서 떠들썩하게 잔치가 열린다고 해서 나와 봤습니다." 

사회자가 본 공연에 대해 소개한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공연을 비대면으로 관람하거나 또는 그마저도 접하지 못했던 시민들에게는 반가운 선물이다. 첫 무대는 노란색 한복 차림의 젊은 소리꾼 정초롱이 제주 민요 ‘너영나영’으로 열었다. 
‘국악 버스킹’ 유랑단장 박인혜 씨가 사회자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정민
‘국악 버스킹’ 유랑단장 박인혜 씨가 사회자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정민

정초롱 소리꾼이 들려주는 곡들은 국악 오디션 프로그램 '조선판스타'의 준우승 타이틀을 가진 실력자답게 하나하나 깊이가 남다르다. 무엇보다 대면으로 공연을 하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귀하게 느껴진다는 그녀의 말에 관객들도 공감의 박수를 보낸다.
‘국악 버스킹 유랑단’ 공연 포스터 ⓒ서울시
‘국악 버스킹 유랑단’ 공연 포스터 ⓒ서울시

"여러분, 이 곡은 추임새와 함께 하시면 더욱 더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저와 함께 해 보실까요? 얼씨구 (얼씨구) 좋다 (좋다) 잘한다 (잘한다) 어잇 (어잇)"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사랑애’를 부르는 무대 위 소리꾼을 따라 관객들도 흥겹게 추임새를 넣어 본다.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를 바탕으로 만든 ‘사랑애’를 관객들이 추임새를 넣으며 감상한다. ⓒ이정민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를 바탕으로 만든 ‘사랑애’를 관객들이 추임새를 넣으며 감상한다. ⓒ이정민

따로 무대 장치를 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주변 경관 덕분에 공연 모습을 찍는 사진마다 작품이 된다. 무대 옆 분수에서 들리는 물소리가 훌륭한 음향효과라는 사회자의 말처럼 공연과 멋스러운 조화를 이룬다. 춘향과 몽룡의 슬픈 이별을 담은 ‘쑥대머리’는 한편의 뮤지컬을 본 것 같은 감동을 전한다. 
‘국악 버스킹’의 지난 공연들은 SNS를 통해 볼 수 있다. ⓒ정아트앤컴퍼니 인스타그램
‘국악 버스킹’의 지난 공연들은 SNS를 통해 볼 수 있다. ⓒ정아트앤컴퍼니 인스타그램

"저희는 5월 첫 주부터 덕수궁 돌담길과 청계광장, 신림 도림천 수변무대를 거쳐 오늘 공연 후에 내일은 이태원 녹사평역 앞 광장으로 갑니다. 감사합니다."

사회자의 인사가 끝나고, 청와대 앞 분수광장 무대에서의 공연은 ‘아리랑 연가’로 마무리되었다. 
이태원 녹사평역 광장의 '국악 버스킹' ⓒ이정민
이태원 녹사평역 광장의 '국악 버스킹' ⓒ이정민

다음날은 ‘국악 버스킹’의 저녁 공연 장소인 이태원 녹사평역 광장을 찾았다. 어제와 같이 박혜원 유랑단장이 사회자로 무대에 섰다. "요즘에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붐이잖아요. 그래서 '이태원 클라쓰'의 촬영지 이태원에 나와 봤습니다."

드라마 OST로 잘 알려진 ‘상사화’를 들려주는 대학생 소리꾼 윤예원의 공연에 지나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인다. 
공연이 시작되자 지나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인다. ⓒ이정민
공연이 시작되자 지나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인다. ⓒ이정민

“사실 어떤 공간에 음악이 울리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바뀌는데, 지금 예원씨 뒤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그리고 차 소리들까지 다 같이 어우러지는 느낌이 드네요.” 

가야금 병창 레퍼토리로 편곡된 '진도 아리랑'과 '밀양 아리랑'을 두 번째 곡으로 준비한 소리꾼은 사회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무대를 흥으로 가득 채운다.
소리꾼 윤예원과 사회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뒤로 평화의 소녀상이 보인다. ⓒ이정민
소리꾼 윤예원과 사회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뒤로 평화의 소녀상이 보인다. ⓒ이정민

"마지막 곡은 제가 '조선판스타' 1라운드에서 부른 ‘달이 차오른다, 가자’입니다. 재미있게 같이 즐기면서 들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관객이 된 한 시민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헬멧을 쓴 채로 자리를 지켰다. 젊은 소리꾼의 공연이 흐뭇한 어르신도 스마트폰에 그 모습을 정성껏 담는다. 
대학생 소리꾼 윤예원의 ‘국악 버스킹’을 보고 있는 시민들 ⓒ이정민
대학생 소리꾼 윤예원의 ‘국악 버스킹’을 보고 있는 시민들 ⓒ이정민
서울시 문화본부 유튜브 채널에서 회차별 공연 영상을 다시 볼 수 있다. ⓒ'문화로 토닥토닥' 유튜브
서울시 문화본부 유튜브 채널에서 회차별 공연 영상을 다시 볼 수 있다. ⓒ'문화로 토닥토닥' 유튜브

라이브 공연의 매력과 우수한 국악 아티스트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국악 버스킹’ 공연은 5월 한 달간 총 12개 장소에서 하루 두 번 30회 진행된다.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공연은 점심시간과 저녁 퇴근시간에 진행되며, 지난 공연은 서울시 문화본부 유튜브 채널 ‘[#서울문화] 문화로 토닥토닥’에 업로드된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정아트앤컴퍼니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악 버스킹

○ 장소: 덕수궁 돌담길, 청계광장, 반포한강공원, DDP 어울림마당 등 서울의 야외명소 12개소
○ 기간: 5월 4일(수)~5월 31일(화)
○ 공연시간: 11:30/12:30(화·수) 18:00/19:00 (금·토)
정아트앤컴퍼니 인스타그램
○ 서울시 문화본부 유튜브 채널 ‘[#서울문화] 문화로 토닥토닥’

시민기자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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