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아니고 순찰 중! 우리동네 지키는 '반려견 순찰대'

시민기자 최윤정

발행일 2022.05.11. 13:18

수정일 2022.05.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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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순찰대 발대식 이후 인근 공원에서 열린 모의실전시간에 신고요령을 배웠다.
반려견 순찰대 발대식 이후 인근 공원에서 열린 모의실전시간에 신고요령을 배웠다. ©최윤정

서울시에서는 지난 5월 2일부터 전국 최초로 '반려견 순찰대'를 운영하고 있다. 반려견 순찰대에는 서울의 상징이자 안전을 지키는 수호자를 의미하는 '해치(Haechi)'에 반려견을 뜻하는 펫(Pet)과 순찰대를 뜻하는 패트롤(Patrol)을 합성해 만든 '해치 펫트롤'이란 별칭도 붙었다. 지자체 최초로 동물복지조례가 제정된 강동구를 시작으로 2개월 간의 시범운영을 거친 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반려견 순찰대의 임무는 주인과 반려견이 함께 산책하며 내가 사는 동네에 위험 요소가 있는지 관심 있게 살피며 순찰 활동을 하는 것이다. 반려견 순찰대에 합격한 후 활동까지 이제 겨우 1주일이 지났건만 많은 참여와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반려견이 순찰대란 옷을 입으니 책임감도 급상승, 가볍게 지나쳤던 동네일상도 달리 보인다. 주인과 하나된 '투캅스' 현장을 공개한다.
강동구 일자산에서 진행된  반려견 순찰대 선발을 위한 테스트 장면
강동구 일자산에서 진행된 반려견 순찰대 선발을 위한 테스트 장면 ©최윤정
반려견 순찰대로 합격한 견공들. 올바른 산책문화와 지역에 대한 봉사정신에 대해 배운다.
반려견 순찰대로 합격한 견공들. 올바른 산책문화와 지역에 대한 봉사정신에 대해 배운다. ©최윤정

일주일에 최소 3번 이상은 산책을 나가는 반려견이 대상

'반려견 순찰대'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의 강민준 경위는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독려하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반려견 순찰대가 지역방범이나 생활불편 신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반려견 순찰대 발대식에는 반려견 주인의 3대 가족이 함께 응원을 오기도 해 눈길을 끌었는데, 유기견을 입양한 견주들도 많았고, 두 살부터 열 네 살의 고령견도 참여했다. 관계자들은 많은 반려견들의 지원이 곧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이라며 흐뭇해했다. 하지만 순찰대란 이름값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산책을 자주하고 돌발상황에도 차분히 대처가 가능한 반려견과 가족이 대상이며 테스트 또한 통과해야 한다. 시험 당일 “앉아, 이리와, 기다려” 등의 지시어를 확인하는 가벼운 테스트였지만 불합격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살짝 긴장되었다. '우리 개가 잘할까'란 간절함에 들린 한마디 "합격입니다!"
강동구는 지자체 최초 동물복지조례를 제정했으며 유기견 '리본센타'를 운영하고 있어 '반려견 순찰대' 시범지역으로 낙점되었다.
강동구는 지자체 최초 동물복지조례를 제정했으며 유기견 '리본센타'를 운영하고 있어 '반려견 순찰대' 시범지역으로 낙점되었다. ©최윤정

어떻게 신고하지? 무엇을 신고할까?

반려견 순찰대 발대식은 강동경찰서에서 진행되었다. 경찰서에 반려견이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는 설명에 반려견들도 의기양양해졌는지 '컹컹' 소리도 내본다. 외부에서 모의실전을 통해 어떻게, 무엇을 신고해야 하는지 배워보기도 했다. 때마침 하교시간에 나온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이 많은 견공들의 행진에 반가워 한다. 의심스럽고 걱정되는 인적상황이나 파손된 시설물 등 산책하면서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을 담당 관공서에 정확하고 빠르게 신고하는 요령도 터득한다.
반려견 순찰대 발대식에서 신고요령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반려견 순찰대 발대식에서 신고요령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최윤정
반려견 순찰대의 복장을 기억해 주세요.
반려견 순찰대의 복장을 기억해 주세요. ©최윤정

시범운영이지만 순찰대의 활동은 진심이다!

‘반려견 순찰대’란 옷을 입은 순간부터는 근무자세다. 올바른 반려견 문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필수다. 지나가는 어르신들이 “개가 순찰을 해요?” 라며 웃고, 일반 반려견주들도 “무슨 일을 하는 거냐”며 궁금해한다. 두 달 간의 시범운영이지만 반려견 순찰대는 진심이다. 똑같은 산책이지만 전에는 간과했던 시설물과 상황도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무단투기된 쓰레기, 도로위험물, 방전된 가로등, 혼자 배회하는 어린아이 등 순찰대원들의 신고내용은 다양했다.

 “반려견 순찰대입니다. 위치는 00이고 상황은 이렇습니다. 후속조치가 필요합니다.”

서울시 주민자치경찰위원회가 주관한 본 프로그램은 주민의 자발적인 순찰활동으로 일상 속 거리를 지켜보는 눈을 확대해 잠재 범죄를 예방하고 관내시설물을 관리하는 데도 일조할 것이라 기대한다. 더불어 올바른 반려견 산책문화를 정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은 강동구에서만 마주하는 견공들의 순찰이지만 앞으로 서울 전역, 전국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 작은 관심이 모아져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보다 안전하고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오늘도 근무 중 이상무!”를 외쳐본다.   
 반려견이 순찰대 옷을 입으니 점잖음은 기본, 시민의 관심도 받는다.
반려견이 순찰대 옷을 입으니 점잖음은 기본, 시민의 관심도 받는다. ©최윤정
그동안 간과했던 상황이 순찰대의 눈에는 달리보인다.
그동안 간과했던 상황이 순찰대의 눈에는 달리 보인다. ©최윤정

시민기자 최윤정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서울의 혜택을 누리며 살았으니 좋은 장소와 취지를 공유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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