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게 이발 봉사하는 '사랑의 이발사' 최양술 씨

시민기자 김종성

발행일 2022.04.28. 12:25

수정일 2022.04.28. 17:07

조회 1,869

[우리동네 시민영웅] ⑤ 홀몸 어르신, 장애인을 위해 이발 봉사하는 '미남이발관' 최양술 씨
서울 곳곳을 밝히는 ‘우리동네 시민영웅’을 찾아서...
서울 곳곳을 밝히는 ‘우리동네 시민영웅’을 찾아서...
<내 손안에 서울> 에서는 세상을 훈훈하게 만드는 영웅,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영웅, 우리동네 화제의 영웅을 찾아 소개합니다. 이번 주인공은 20년 넘게 이발 봉사를 하며 자신이 가진 재능을 이웃에게 기꺼이 나눠주고 있는 최양술 이발사입니다. 단정해진 헤어 스타일에 표정까지 환해진 이웃의 얼굴을 보면, 스스로 더 활력을 얻게 된다는 최양술 씨의 정겨운 이발소로 함께 가보실까요?
‘우리동네 아트테리어’ 사업으로 매장을 단장한 이발관.  ⓒ김종성
‘우리동네 아트테리어’ 사업으로 매장을 단장한 이발관. ⓒ김종성

지하철 6호선 새절역 3번 출구에서 나와 ‘내를 건너 숲으로 도서관’과 신사근린공원 방향으로 걷다 보면, 골목 양편에 아담하고 예쁜 가게들이 눈길을 끈다. 동네 이름 '신사동'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미남이발관’도 이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이색적인 상호와 빨간색 파란색 흰색이 어울려 빙글빙글 돌아가는 싸인볼 때문에 더욱 눈에 띄는 곳이다. 거리를 지나다 이발소가 표석처럼 남아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면 어딘가 멀리 소도시로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이발관 안팎이 어찌 보면 촌스럽고 또 어찌 보면 복고풍의 멋스러운 느낌이 난다 싶더니 이유가 있었다. 서울시에서 소규모 점포에 지원하는 ‘우리동네 아트테리어’ 사업의 혜택을 받았단다. 서울시는 ‘우리동네 아트테리어’ 사업을 통해 지역 예술가와 소상공인 점포를 연결해  인테리어, 리모델링, 브랜드 개발 등을 도와주고 있다. 이발관 유리창에 하얀 색상의 암막커튼을 설치하고 새로운 로고와 일러스트로 이발관을 꾸몄다. 빨간색과 흰색 줄무늬 포인트의 차양도 산뜻하다. 
45년 경력의  최양술 이발사.  ⓒ김종성
45년 경력의 최양술 이발사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김종성
이발부터 면도까지 능숙하게 하는 최양술 이발사의 손길. ⓒ김종성
이발부터 면도까지 능숙하게 하는 최양술 이발사의 손길. ⓒ김종성

오늘 소개할 ‘우리동네 시민영웅’의 주인공은 45년 동안 이발사로 일하며 틈틈이 이발 자원봉사를 2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최양술 씨이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진한 믹스커피를 마시며 앞 손님의 이발이 끝나길 기다리는 데 왠지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다. 최양술 이발사가 능숙한 가위질에 이어 면도, 머리 감기, 염색까지 혼자서 다 하는데 손님도 보는 사람도 여유롭게 느껴진다. 

최양술 이발사의 고향은 전남 장성. 1970년대 고등학교 졸업 후, 먹고 살 일이 막막해 서울 북가좌동에 상경해서 처음 배운 기술이 이발이었다. 한동안 가위질은커녕 매일 새벽에 일어나 양 어깨에 물통을 지고 물을 떠오는 등 옛 도제식 교육(피고용인이 가르치는 사람과 스승과 제자 관계를 맺고 일을 배우는 제도)을 받았단다. 
'사랑의 이발사'란 글이 눈길을 끄는 감사장 ⓒ김종성
'사랑의 이발사'란 글이 눈길을 끄는 감사장 ⓒ김종성
이발 봉사활동으로 받은  감사패.  ⓒ김종성
이발 봉사활동으로 받은 감사패. ⓒ김종성

최양술 씨는 동네 기초생활수급자나 거동하기 힘든 홀몸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이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발소를 찾아오는 이웃사람들 덕분에 먹고 살게 됐으니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단다. 1990년대부터 20년 넘게 이발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예전 이발관이 있었던 서대문구와 현재 이발관이 있는 은평구에서 받은 표창장과 감사패 등이 한쪽 벽에 자랑스레 걸려 있다. 표창장에 쓰인 글귀대로 ‘재능기부천사’라 불릴 만하다. 몸이 불편해 이발관에 못 가는 장애인에게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은평재활원장이 수여한 감사장에는 ‘사랑의 이발사 최양술’이라고 적혀 있다. 이·미용 봉사모임을 통해 다른 이발사, 미용사와 함께하는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니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구나’ 싶다. 
장애인을 위한 이미용 봉사활동 모임을 갔을 당시에 찍은 기념 사진 ⓒ미남이발관
장애인을 위한 이미용 봉사활동 모임에 나갔을 당시에 찍은 기념 사진 ⓒ미남이발관

최양술 씨가 이발봉사를 하는 이유는 거창한 데 있지 않았다. 동네 어르신들이나 몸이 불편한 분들의 머리카락을 손질해 드리고 나면 머리는 물론 표정까지 환해진 모습이 큰 보람이란다.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봉사를 그만둘 수가 없다고. 스스로도 삶의 활력을 얻었다고 하니, 남을 돕는 건 나 자신을 돕는 것이기도 하다. 
남을 돕는 건
결국, 나 자신을 돕는 것 
수선의 흔적이 훈장처럼 배여 있는 최양술 씨의 이발기구. ⓒ김종성
수선의 흔적이 훈장처럼 배여 있는 최양술 씨의 이발기구. ⓒ김종성
양털 깎는 기계에서 비롯된 바리깡 ⓒ김종성
양털 깎는 기계에서 비롯된 바리깡. ⓒ김종성

거울 아래 가지런히 놓인 이발기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소용이 떨어지면 사람도 쉽게 버리는 시대, 수선의 흔적이 훈장처럼 배여 있는 이발기구들에 절로 눈길이 머물렀다. 숨겨 놓은 보물인 양 서랍 깊은 곳에서 꺼내 보여준 이발 도구 가운데 ‘바리깡’도 있었다. 바리깡의 어원은 프랑스의 'Bariquand et Mare'라는 회사로, 이 회사의 제품이 1883년경 일본에 소개되면서 회사명 자체가 이발기의 명칭으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한다. 한 손으로 사용하는 바리깡 외에 1960년대 이전에 사용했다는 ‘양손용 바리깡’을 시범을 보여 주셨다. 

매년 서울시에서 지정하는 ‘오래가게’가 떠올랐다. ‘오래가게’는 오랜 시간 한 자리에서 명맥을 유지해 오며 그 가게만의 정서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서울의 노포(老鋪, 오래된 가게)를 발굴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다. 일부러 찾아가고 싶은 좋은 여행지이기도 하다. '미남이발관'을 나만의 ‘오래가게 1호’이자 ‘우리동네 시민영웅’으로 정하고 혼자 좋아서 웃었다.

시민기자 김종성

나는야 금속말을 타고 다니는 도시의 유목민. 매일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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