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쓰레기는 누가 다 버렸을까…내 생애 첫 플로깅 참여기

시민기자 전주영

발행일 2022.03.28. 15:36

수정일 2022.12.05. 14:51

조회 5,093

'다 같이 줍자, 서울 한 바퀴' 한강 편 4월 24일까지 열려
플로깅은 달리기를 하며 쓰레기를 줍는 친환경 활동을 말한다.
플로깅은 달리기를 하며 쓰레기를 줍는 친환경 활동을 말한다. Ⓒ전주영

서울시자원봉사센터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3월 22일 '세계 물의 날'과 4월 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해 한 달 간 자원봉사 단체와 공공기관‧기업과 함께 시민 참여 플로깅 자원봉사 캠페인 '다 같이 줍자, 서울 한 바퀴'를 진행한다. 참고로 플로깅(Plogging)은 '조깅(Jogging)'과 스웨덴어인 '이삭줍다(Plockaupp)'의 합성어로, 달리기를 하며 쓰레기를 줍는 친환경 활동을 말한다.

‘다 같이 줍자, 서울 한 바퀴’는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야외공간에서 플로깅을 하며 환경과 자신의 건강을 동시에 챙기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시작됐다. 올해는 3월 19일부터 4월 24일까지 약 한 달 간 여의도‧뚝섬‧반포한강공원을 비롯해 한강과 이어지는 지천(여의도 샛강, 중랑천 등)에서 열린다.

지난 26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봉사단체 봉벤져스와 사단법인 한국레저안전협회와 함께하는 플로깅 활동이 있다고 하여, 현장을 찾았다.
봉사활동도 안전하게! 코로나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플로깅!
봉사활동도 안전하게! 코로나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플로깅! Ⓒ전주영

집결장소인 여의나루역으로 가자,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담당자들이 봉사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날 비가 내려 스산한 날씨였지만, 환경을 위한 봉사자들의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 약속 시간인 2시가 되자 어느새 여의도공원의 광장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황금 같은 주말에 자원봉사자들은 각자 어떤 마음으로 한강공원에 모였을까?
자원봉사자의 손은 소중하니까, 준비된 장갑
자원봉사자의 손은 소중하니까, 준비된 장갑 Ⓒ전주영
버려지는 현수막을 세척해서 튼튼한 가방으로 만들었다. 금방 마르는 것이 장점
버려지는 현수막을 세척해서 튼튼한 가방으로 만들었다. 금방 마르는 것이 장점 Ⓒ전주영
플로깅을 시작하기 앞서,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에서 나온 김재범 차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플로깅을 시작하기 앞서,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서 나온 김재범 차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전주영

"구석구석 숨은 쓰레기가 너무 많아요"

봉사자들과 플로깅을 시작하기에 앞서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서 나온 김재범 차장이 여의도한강공원의 쓰레기 상황을 알려 주었다.  

"여의도 한강공원의은 돗자리, 텐트 등을 대여하기 쉽고, 곳곳에 편의점이 있어 음식을 먹기 좋은 환경입니다. 배달음식도 쉽게 조달할 수 있다 보니 전단지, 음료수, 비닐 등이 많이 발견됩니다. 고무줄도 많이 발견되는데 어떤 용도일까요? 바로 배달음식 포장에 쓰이는 고무줄입니다. 담배꽁초도 정말 많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오고 난 후라면 빗물에 흘러가서 둥둥 뭉쳐 있기도 합니다. 바람이 불면 저 멀리 날아가서 발견되기도 하고요. 아마 곳곳에 숨어 있는 쓰레기가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쓰레기 줍는 게 취미가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저는 작년 3월 회사에서 플로깅 행사를 준비하면서 플로깅을 처음 시작하게 됐습니다. 활동을 하다 보니 환경보호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고 건강에도 좋은 취미라고 생각했고, ‘와이퍼스’라는 플로깅 봉사단체에도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꾸준히 활동한 결과 체중 감량도 꽤 되어 무척 흐뭇합니다”라며  쓰레기 줍기를 시작하게 된 자신의 경험담에 대해서도 들려 주었다.
각 팀별로 플로깅할 방향을 정해 움직였다.
각 팀별로 플로깅할 방향을 정해 움직였다. Ⓒ전주영
플로깅 활동을 하는 사단법인 한국레저안전협회 한희 회장
플로깅 활동을 하는 사단법인 한국레저안전협회 한희 회장 Ⓒ전주영
플로깅은 결국 나에게 가장 좋은 봉사활동입니다.
- 플로깅에 참여한 (사)한국레저안접협회 한희 회장-

사단법인 한국레저안전협회 한희 회장도 직접 플로깅 자원봉사 캠페인에 참여해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Q. 플로깅 활동에 참여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A.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한강에서 여러 환경 정화 활동을 못했는데, 봄을 맞아 환경단체와 레저안전단체가 함께 플로깅을 하기로 해서 나오게 됐습니다.

Q. 플로깅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A. 제가 플로깅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나에게 가장 좋다는 점입니다. 한강에 나와서 강바람도 쐬고 걷기도 하니 건강에 좋고, 쓰레기 줍기가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살기 좋은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 일이니 일석이조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봉사활동입니다.
기획봉사단 '봉벤져스'에서 나온 정원일씨
기획봉사단 '봉벤져스'에서 나온 정원일 씨 Ⓒ전주영
봉사하며 사람들과 같이 만들어가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참 좋아요 .
- 기획봉사단 봉벤저스에서 나온 정원일 씨 -

기획봉사단 '봉벤져스'에서 나와 쓰레기를 줍고 있는 정원일 씨에게도 플로깅 참여 이유를 물었다.

Q. 플로깅은 처음 해보신 건가요?
A. 이번이 두 번째 참여입니다. 처음 플로깅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사람들과 봉사한다는 뿌듯함, 봉사하며 사람들을 만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두 번째 플로깅 활동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Q. 플로깅 활동을 하면 어떤 쓰레기들을 많이 줍게 되나요?
A. 담배꽁초가 많았습니다.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도 많았고요. 휴지나 비닐, 종이 등 바람에 날려서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것들도 많이 주웠습니다.

Q. 황금 같은 주말에 쉬고 싶을 텐데,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사람들과 함께 대화하며 보람찬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게 집에서 혼자 쉬는 것보다, 훨씬 즐겁고 커다란 힘이 되어 제게 돌아오는 것 같아요. 봉벤저스 화이팅!
수풀 속에서도 숨어 있는 쓰레기가 발견된다.
수풀 속에서도 숨어 있는 쓰레기가 발견된다. Ⓒ전주영
플로깅 활동 중인 저동초등학교 6학년 김한경 학생
플로깅 활동 중인 저동초등학교 6학년 김한경 학생 Ⓒ전주영
먹고 난 쓰레기는 직접 챙겨가면 좋을 텐데... 
이렇게 쓰레기가 버려져 있으면 속상해요.
- 저동초등학교 6학년 김한경 학생 - 

쓰레기를 줍다 보니 저 멀리 앳된 얼굴의 학생이 보였다. 저동초등학교 6학년 김한경 학생이다. 친구들과 놀기에도 모자란 시간일 텐데, 초등학생이 토요일에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한강까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Q. 오늘 봉사활동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A. 같은 학원을 다니는 언니들을 따라 봉사단체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오늘은 언니들이 한강에 나가서 플로깅을 한다길래 따라 나왔습니다.

Q. 플로깅은 처음인가요?
A. 플로깅은 이전에도 여러 번 해봤습니다. 플로깅을 하다보면 담배꽁초, 페트병, 먹고 버린 쓰레기들을 많이 발견하고 줍습니다. 작은 사탕 비닐, 빨대 비닐, 여러가지 봉투들이 많아요. 사람들이 먹고 난 쓰레기들을 직접 챙겨가면 좋을 텐데, 이렇게 길에서 많이 발견되어 속상합니다.

Q. 플로깅 활동의 장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A.저는 사람들을 돕는 활동이 너무 좋습니다. 학교나 학원에서 공부만 하다가 이렇게 한강에 나와서 바람도 쐬고 걸으면 운동도 되고요.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서 이렇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뿌듯하게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플로깅 활동을 할 생각이에요.
배달 음식 포장에 쓰이는 고무줄일까?
배달 음식 포장에 쓰이는 고무줄일까? Ⓒ전주영
부러진 빨대
부러진 빨대 Ⓒ전주영

한강에는 다양한 동물들도 산다!

필자도 봉사자들을 따라 함께 플로깅을 시작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쓰레기가 발견됐다. 작은 사탕 비닐, 페트병 뚜껑, 빨대 등 다양한 쓰레기들이 보였고 담배꽁초가 상상 이상으로 많아서 깜짝 놀랐다. 최근 강원도에 있었던 큰 산불 생각이 났다.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로 인해 한강에 있는 잔디나 수풀에 불이 붙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스쳤다. 

또한 작은 비닐을 포함해서 케이블 타이, 비비탄 총알 등도 발견했는데, 한강에는 갈매기, 백로 등 다양한 새들이 오기도 하는데 플라스틱 쓰레기를 새들이 먹고 다치진 않을까 우려도 되었다. 
흙 속에 숨어있는 비비탄 총알. 이것 역시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다.
흙 속에 숨어있는 비비탄 총알. 이것 역시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다. Ⓒ전주영
진흙더미 속에 쓰레기들이 많이 섞여 있다.
진흙더미 속에 쓰레기들이 많이 섞여 있다. Ⓒ전주영

빗물받이에 쓰레기 투기 금지!

플로깅을 하며 다양한 쓰레기를 줍다보니 여러 생각이 스쳤는데 그러던 중 쓰레기가 잔뜩 쌓인 진흙더미를 발견했다. 한강 다리 밑에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는 이유가 궁금하여, 서울시자원봉사센터 김재범 차장에게 물었다.

Q. 쓰레기가 잔뜩 쌓인 이 진흙더미의 정체는 뭔가요?
A. 한강을 관리하는 기관에서 빗물받이에 쌓여 있던 쓰레기를 걷어낸 것입니다. 빗물받이는 다들 보셨을 겁니다. 빗물받이에 버린 쓰레기들은 정화조로 가지 않고 비가 오면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기도 하고, 한강까지 떠내려 오기도 합니다. 지금은 다행히 이렇게 걷어냈지만, 여름철 장마가 시작되고 비가 자주 오게 되면 흘러 넘쳐서 쓰레기들이 한강으로 빠지기도 합니다. 한강에는 다양한 종의 새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비닐이나 플라스틱 등 쓰레기가 둥둥 떠있게 되면 먹이로 생각해서 먹기도 하고요. 실제로 몇몇 생물들이 쓰레기를 먹고 죽어서 하천에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플로깅을 하며 모은 쓰레기는 얼마나 될까?
플로깅을 하며 모은 쓰레기는 얼마나 될까? Ⓒ전주영
8,590그램. 짧은 시간 플로깅을 했지만, 상당한 양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8,590그램. 짧은 시간 플로깅을 했지만, 상당한 양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전주영

서울시민 여러분, 한강에서 플로깅해요!

필자는 한강에서 처음 플로깅을 해봤다. 지나다니며 길에 나뒹구는 쓰레기를 많이 봤지만, 주울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었다. 그저 '내 쓰레기만 잘 버리면 되지'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번 플로깅 활동을 하며 아름다운 한강공원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쓰레기를 보니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면 우리의 식수가 오염되는 것은 물론이요, 한강에 서식하는 동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 지구엔 인간만 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동물들과 공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앞으로 길에 무심코 쓰레기를 버리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모쪼록 이번 캠페인으로 많은 서울시민들이 플로깅을 통해 환경을 지키고, 서로를 위로하고 활력을 되찾는 시간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자원봉사자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자원봉사자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전주영

다같이 줍자, 서울 한 바퀴(한강편) 플로깅 참여 신청 방법

플로깅하고 SNS 이벤트에 참여해 지역아동센터 기부 활동도 하자!

○ 플로깅 참여 인증 횟수가 1,000건을 달성하면 (주)오리온에서 서울시 소재 지역아동센터에 간식키트를 기부한다. 캠페인 기간 중이라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개별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을 경우 V세상 홈페이지 봉사활동 후기로도 참여 인증을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진과 영상을 공유한 참여자는 별도로 선정하여 친환경 제품을 선물로 제공할 예정이다. 
○ 이벤트 참여를 위한 해시태그는 다음과 같다.
 -필수 태그: #다같이줍자서울한바퀴 또는 #다같이줍자한강한바퀴 /#오리온과함께하는플로깅
 -장소별 태그 예시: #한강공원 #여의도 #샛강 #도림천 #중랑천 #공덕동

시민기자 전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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