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상철도 지하화 어떻게 진행되나?

한우진 시민기자

발행일 2022.03.08. 16:04

수정일 2022.03.10. 08:56

조회 14,065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09) 2040서울도시기본계획에 포함된 '지상철도 지하화'
지난 3일, 서울시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지난 3일, 서울시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과거 우리나라는 빠른 산업화와 경제 성장에 힘입어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이 극심했다. 이에 따라 서울과 같은 대도시가 빠르게 커졌고 그에 따른 문제도 많았다. 지나친 과밀화와 무질서한 확장, 기반시설이 부족한 난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자체에서는 도시계획을 수립하여 도시의 계획적인 발전을 유도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도시계획은 '광역도시계획-도시기본계획-도시관리계획'의 3층 구조로 되어있다. 이 중에 광역도시계획은 여러 행정구역을 함께 다루고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서울시에만 해당되는 것은 도시기본계획과 도시관리계획이다.

도시기본계획은 도시의 공간구조와 발전방향을 담은 법정계획이다. 이보다 세부적인 도시관리계획이 시민들의 토지이용을 직접적으로 규제(용도지역, 건폐율, 용적률 제한 등)하고 있는데 비해서, 도시기본계획은 그러하지는 않다. 하지만 서울시 같은 행정청이 각종 정책을 펼 때 도시기본계획을 따른다는 점에서, 그 도시의 미래 모습을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침 서울시는 지난 3월 3일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는 8년 전에 확정 발표된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대체하는 계획이다. 도시기본계획의 핵심은 공간계획이라고 볼 수 있는데, 과거와 이번의 공간 계획을 표로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2030서울도시기본계획'과 '2040서울도시기본계획'의 공간계획 비교

'2030서울도시기본계획'과 '2040서울도시기본계획'의 공간계획 비교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서울의 정체성 회복 및 강화
대도시권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지역별 특성화된 균형발전
시민 생활환경의 획기적 개선
‘보행 일상권’ 도입
수변 중심 공간 재편
중심지 기능 강화로 도시경쟁력 강화
다양한 도시모습, 도시계획 대전환
지상철도 지하화
미래교통 인프라 확충

이번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는 유달리 보행, 철도, 미래교통 등 교통과 관련된 계획이 많아 인상적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되는 것은 '지상철도 지하화'라고 할 수 있다.
지상철도 지하화 개념도
지상철도 지하화 개념도

현재 서울시에는 다수의 일반철도가 지상에서 운행 중이며, 일부 도시철도는 고가로 운행(총 101.2km) 중인데, 이를 지하 터널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에 대한 이슈 자체는 꽤나 오래 전부터 지역과 정치권에서 논의되어 온 사항이라 크게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다를 수 있는 점은, 드디어 이 내용이 법정계획인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안)에 직접 포함된다는 것이다. 철도 지하화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모두 있다. 이를 개략적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지상철도 지하화에 대한 찬반양론

지상철도 지하화에 대한 찬반양론
지상철도 지하화 찬성 지상철도 지하화 반대
- 도시공간 단절 해소, 연결성 개선
- 과선교 등에 집중되는 교통 혼잡 해결 가능
- 소음, 진동 해소로 생활환경 개선
- 지역 활성화 및 도심의 새로운 활력공간 역할
- 가용토지 부족 문제 해소(복합개발거점, 여가문화공간으로 활용)
- 서울시의 높은 토지가치 활용하면 사업 추진 시 공공재원 부담 최소화 가능
- 전면 지하화 외에 데크 설치 등 다양한 대안
- 새 노선을 통한 선형 개량이 가능
- 산 아래 장거리 철도터널에서도 디젤 열차는 잘 운행 중임
- 기회비용 문제, 같은 재원을 더 가치 있게 쓸 곳 많음
- 지하화 공사 시 기존선 운행 중단 우려
- 공사로 인한 교통 혼잡 발생 및 상권 침체
- 지하 노선은 운영비, 유지보수비 추가 소모
- 지상 철도부의 토지가치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음
- 지하 구간은 재난에 취약
- 도심부 장거리 지하 건설은 공사가 어려움
- 추후 확장 공사가 곤란
- 디젤기관차의 밀폐된 터널 운행은 곤란
- 환풍구 설치 민원 발생 우려

양쪽 모두 일리가 있기에 한쪽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지상철도 지하화의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만 해도 용산선 구간(현 경의중앙선 및 경의선 숲길)이 지하화 되었고, 지방으로 내려가면 목포, 순천 등의 사례가 있다. 외국에는 대도시의 사례도 있으며, 특히 대만 타이베이의 종관선(우리나라의 경부선에 해당)과 타이베이역(서울역에 해당)이 지하화 된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다만 지역별, 나라별로 사정이 다르다 보니 이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는 있다. 즉 서울만의 고유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에서는 현재 도시계획국 주관으로 '서울시 지상철도 지하화 추진전략 연구' 용역을 시행 중(2021.12 - 2022.8)이다. 용역기관은 서울시 산하의 기술 분야 전문연구기관인 서울기술연구원이다.

철도 지하화 사업 논의에서 빠지기 쉬운 함정은, 본 사업을 단순한 교통시설 건설 사업으로만 보는 것이다. 하지만 철도는 대도시 교통망의 핵심으로서 경제, 사회는 물론이고 문화까지도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또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정치의 역할이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철도 지하화는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넓고 긴 안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단기 실적에 치중하는 정치인 공약에서 접할 수 있던 서울시내 철도 지하화가, 향후 20년 간의 서울 미래상을 담은 장기 계획인 '서울도시기본계획'에 포함된 의의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이번 용역은 대통령 선거 후에 결과가 나오게 되며, 그때는 당선된 대통령의 공약에도 서울시내 철도 지하화가 포함된 상태가 된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특별법 같이 강화된 정부 정책을 모두 고려한 보다 현실적인 연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지상철도 지하화 방법 ⓒ서울시
다양한 지상철도 지하화 방법 ⓒ서울시

아울러 서울시내 지상철도는 경부선 같은 일반철도 겸용선, 경인선 같은 사실상의 전철 전용선, 2호선 고가 구간 같은 지하철, 한강을 가로지르는 철교 등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으므로, 이들 특성을 고려한 최적화된 대안을 도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서 소개한 찬반양론이 구간별로 다르게 적용된다는 뜻이다.

서울 시내 지상 철도들은 그동안 서울의 발전을 이끌어 온 1등 공신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를 하며, 서울과 같은 대도시야말로 우리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존재이다. 

이번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이 제시하는 서울의 미래상인 ‘살기 좋은 나의 서울, 세계 속에 모두의 서울’에 따라 도시의 모든 요소들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으며 이는 철도도 예외가 아니다. 대선과 지방선거라는 격랑의 시기에 도시기본계획에 포함된 서울시내 지상철도들이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우진 시민기자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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