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주인인 나라, 대한민국의 탄생을 되짚어보다

시민기자 박지영

발행일 2022.03.11. 11:00

수정일 2022.03.11. 14:30

조회 440

3월 1일,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개관했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서대문형무소 옆 언덕에 개관했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서대문형무소 옆 언덕에 개관했다. ⓒ박지영

여느 때와 다른 3월을 맞고 있는 요즘, 국민들의 기대와 걱정을 모두 받고 있는 국내외 이슈가 있다. 하나는 우크라이나가 직면하고 있는 전쟁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을 뽑는 3월 9일 투표다. 필자 역시 두 이슈를 마주하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도 우리가 국민으로 주권을 행사하며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고마움은 늘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성립과정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역사를 통해 배워왔지만 사실 일정기간의 학습이 종료되면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외 정세를 보며, 다시금 되짚어 보고 싶었던 우리 정부 탄생의 역사를, 지난 3월 1일 개관한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을 찾아 다시 한번 확인해보았다. 
언덕길을 조금 오르면 기념관 로고와 전시 배너가 눈에 들어온다.
언덕길을 조금 오르면 기념관 로고와 전시 배너가 눈에 들어온다. ⓒ박지영

3월 2일부터 시민 무료 관람 시작

새로 개관한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은 서대문형무소 옆 언덕에 위치한다. 지난해 효창공원 프로젝트 관련 답사에 참여했을 때 당시 인솔을 맡은 안창모 교수가 개관 예정이란 귀띔을 해주셨으나 잊고 지내다 얼마 전 뉴스 보도를 통해 소식을 접했다. 

3월 1일 개관식을 마치고 2일부터 시민들의 관람이 시작되었는데, 필자가 방문한 3일에도 꽤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찾아 돌아보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온 젊은 부모부터 광복 이후 불안정한 시대를 목도하며 이제는 노년이 된 어르신들까지 관람객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구조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일단 눈에 보이는 동선을 따라 움직였다. 

관람객들이 도로 큰길에서 언덕을 따라 올라 진입한다면 필자처럼 지하 1층으로 도착하게 된다. 상설전은 2,3,4층에, 기획전은 1층에서 진행 중이라 안내와 다목적홀이 있는 지하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탄 후 2층에서 관람을 시작하고 3,4층을 연이어 본 다음 1층에서 기획전과 상징광장을 보고 박물관을 나서는 게 전시 구성을 이해하기에 딱 좋다. 
기념관 건물로 진입하면 바로  지하 1층과 연결된다. 기획전은 1층, 상설전은 2~4층이다.
기념관 건물로 진입하면 바로 지하 1층과 연결된다. 기획전은 1층, 상설전은 2~4층이다. ⓒ박지영

군주의 나라에서 정부로 발전되는 과정을 담은 상설전

상설전은 2,3,4층에서 진행되는데, 2층 상설전시 1관에선 역사상 최초로 국민이 주인되는 나라인 대한민국 수립에서 27년간 수행한 정부의 역할을 조명한다. 입구에 설치된 키네틱 아트 작품이 시선을 끈다. '왕(王)'이 주인인 군주의 나라에서 '민(民)'이 주인인 국민의 나라 '대한민국'을 표현하기 위해 '민'을 이루는 200여 개의 볼(ball)을 사용했는데 1919년 3.1운동에 참여한 200여 만명의 한민족을 상징한다고 한다.
2층 상설1관 입구에 설치된 키네틱 아트 작품. 약 3,4분 동안 '왕(王)'에서 '민(民)'으로 또 태극으로 바뀌는 변화를 지켜보게 된다.
2층 상설1관 입구에 설치된 키네틱 아트 작품. 약 3,4분 동안 '왕(王)'에서 '민(民)'으로 또 태극으로 바뀌는 변화를 지켜보게 된다. ⓒ박지영
상설전 전시자료. 보기 좋고 쉽게 설명되어 이해를 돕는다.
상설전 전시자료. 보기 좋고 쉽게 설명되어 이해를 돕는다. ⓒ박지영

전시실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을 감수하며 싸운 숭고한 역사와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 공화제 정부인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설립 및 활동과 관계된 자료들을 영상과 오브제를 더해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볼만한 자료가 적진 않지만 보기 좋게 잘 정리되어 있고, 관람 공간도 좁지 않아 편안한 마음으로 가족들과 둘러보기 좋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봐도 좋은 구성이다.
상해 프랑스 조계지에 자리한 임시정부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상해 프랑스 조계지에 자리한 임시정부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박지영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위해 애써준 세계인들을 기리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위해 애써준 세계인들을 기리고 있다. ⓒ박지영

3층 상설전시 2관에서는 대한민국 국회의 시초인 임시의정원의 의회 활동과 정당을 살펴보고, 임시정부를 도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3층 로비에선 창문 넘어 서대문 형무소가 한 눈에 들어오는데, 그 앞에 안전을 위해 설치된 펜스와 서대문 형무소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지난 우리 역사를 또 한번 떠올리게 된다. 

필자가 3층 전시실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곳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도운 사람들과 관련된 전시와 영상실이다. 현재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처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설립과 활동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운 세계인의 이야기가 더 크게 다가왔다. 

또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걸어온 길, 돌아오기 위해 떠난 4,000km의 여정을 보여주는 한계륜 작가의 7분짜리 영상은 거울에 반사되어 대칭 모양으로 완성된다. 관람객이 바닥 영상을 따라 걸어가며 체험하도록 설치되었고, 27년간 이국땅에서 4,000km를 이동하며 나라의 틀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임시정부의 노력이 잘 표현되었다. 
3층 상설2관 초입 로비에선 서대문형무소가 안전 울타리 뒤로 보인다.
3층 상설2관 초입 로비에선 서대문형무소가 안전 울타리 뒤로 보인다. ⓒ박지영
상설2관에 설치된 영상작품. 대규모 패널을 통해 태극기의 모습이 영사되고 바닥 유리를 통해 관람객은 더 큰 울림을 받는다.
상설2관에 설치된 영상작품. 대규모 패널을 통해 태극기의 모습이 영사되고 바닥 유리를 통해 관람객은 더 큰 울림을 받는다. ⓒ박지영

4층 상설전시 3관은 임시정부에서 정부가 되어간 대한민국을 그린다. '헌법'과 '민주 공화국'이란 제도와 국호, 연호, 국가의 상징과 기념일 등을 이어받은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곳 역시 실제 당시 발간된 자료들과 영상, 오브제들을 통해 전달 메시지를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4층에서는 시야를 가리는 것 없이 서대문형무소 내부 건축물의 배치가 잘 보여, 현재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 희생했던 숭고한 정신을 다시금 기리게 한다. 옥상층에서도 일대를 살펴볼 수 있지만 안전 울타리와 화단이 조성되어 시야가 많이 가려진다. 
개관 기념전 내부. 1919년부터 2022년까지의 정부 설립 역사와 의의를 되짚고 있다.
개관 기념전 '환국'. 1919년부터 2022년까지의 정부 설립 역사와 의의를 되짚고 있다. ⓒ박지영

1층 개관특별전 '환국'과 상징광장의 '역사의 파도' 관람 필수

상설전을 다 본 후엔 1층으로 이동해 개관 기념 특별전시 <환국>과 상징광장을 보면 된다. 개관 기념전인 <환국>은 1919년부터 2022년까지의 대한민국 임시 정부 역사를 되짚어 본다. 국제적 제약 때문에 연합국 구성원으로 승인받지 못했으나 임시정부의 귀국을 고대하고, 뜨겁게 환영한 국민의 모습 그리고 당시의 정경을 볼 수 있는 자료들이 시간의 흐름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이 정신을 계승해 만들어진 현재의 대한민국 정부, 그리고 그 의의를 기리기 위해 설립된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의 설립과정을 짧게 소개하고 있다. 
기획전시실 입구에 조성된 자유서가. 지역주민을 위한 책들과 여러 큐레이션이 이색적이다.
기획전시실 입구에 조성된 자유서가. 지역주민을 위한 책들과 여러 큐레이션이 이색적이다. ⓒ박지영

특별 전시실 앞에는 관람객을 위한 휴게공간이 조성되어 있는데, 많은 수의 의자와 함께 사랑방처럼 마련된 서가도 인상적이었다. 지역주민과 관람객을 위한 기관의 배려로, 꼭 도서관을 찾지 않아도 관련 도서 및 추천 도서를 편하게 볼 수 있다. 여러 편의시설에 대한 표시가 되어 있긴 하지만 아직 오픈 한지 오래지 않아 카페와 같은 편의시설은 입점 협의 중이라고 한다. 새 건물 냄새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전시 관람에 큰 불편함은 없다. 
상징광장에 설치된 '역사의 파도'. AR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깔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상징광장에 설치된 '역사의 파도'. AR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깔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박지영

필자는 마지막으로 상징광장에 설치된 '역사의 파도'란 작품을 관람했다. '역사의 파도'는 이배경 작가의 2021년 작품으로, AR콘텐츠가 장착되어 앱을 깔고 봐야한다. 작품 설명과 함께 앱 설치 방법도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으니 설명을 꼭 먼저 읽어보길 바란다. 

대통령 선거일인 3월 9일이 지나면, 대한민국에서 20번째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필자도 사전투표를 마쳤고, 곧 나올 개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전투표는 신분증을 지참해서 지정된 장소에 가면 신분확인부터 투표까지 채 3분이 걸리지 않고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코로나의 기세가 아직 사그라들진 않았지만 모든 시민이 꼭 소중한 한 표를 잘 행사해서 미래의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 보길 바라본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 주소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통일로 279-24
○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 (관람 종료 1시간 전 입장 마감)
○ 휴관일 : 매주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공휴일 다음 첫 번째 평일), 1월 1일, 설날, 추석
○ 관람료 : 무료
홈페이지
○ 문의 : 02-772-8708

시민기자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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